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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님의 서재입니다.

죽은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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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작품등록일 :
2023.06.10 19:32
최근연재일 :
2024.07.01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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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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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0
글자수 :
951,721

작성
23.08.29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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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캠프파이어 (3)

DUMMY

68화


‘신체 재생’에 너무 많은 체력을 소모한 모양이다.

구덩이에서 기어 나가려는데 몸이 움직여지지가 않는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조차 느껴지지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언젠가부터 뜨거운 것을 못 느끼고 있다.

분명히 사방이 불난리인데 무덤덤한 하지운이다.

그러다가 문득 깨달아 버렸다.

자신이 못 느끼고 있는 것이 뜨거움만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어... 이러면 안 되는데... 승아랑 약속했는데... 꼭 살아서 꿈속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젖 먹던 힘까지 쥐어짰다.

그래도 몸이 꿈쩍도 하질 않는다.

그제야 하지운도 똥줄이 타기 시작했다.

전신의 신경이 다 작살난 모양이었다.


‘절대로... 절대로 이대로는 안 죽어! 이대론 못 죽어! 승아에게 갈 거야! 그 애를 더 기다리게 할 수는 없어!’


실성한 것처럼 온몸을 버둥거리다가, 어딘가 미세하게나마 꿈틀하는 것을 느꼈다.

아직도 몸속 어딘가에 기능이 살아 있는 곳이 있다는 생각이 들자, 하지운의 가슴속에서 다시 희망이 샘솟았다.

머릿속으로 미친 듯이 승아를 부르며, 힘없이 축 늘어져 있는, 사지를 떨어져 나갈 듯이 휘둘렀다.


억지로 기어 나가 보려고 최선을 다해 발버둥을 치는데, 거세게 타오르는 불길이 끈질기게 자신을 붙들고 늘어지는 느낌이었다.

절대로 못 나간다고, 이곳에서 자신과 같이 놀다가, 타 죽어 버리라고 계속 그의 귀에 속삭이는 중이었다.


‘좆까! 승아가 기다리고 있어! 비키라고 이 시뻘건 마귀 새끼야!’


하지운이 휘두른 손에 불덩이가 붙잡혀서 질질 끌려가는 것 같았다.

어느새 눈앞을 가로막던 불의 장막이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그 장막이 쳐져 있던 자리에 그 애가 대신 서 있었다.

아름다운 승아가 웃으며 자신에게 손을 내밀고 있던 것이다.

어서 자신의 손을 잡고 빠져나오라고 재촉하는 듯했다.


‘승아야! 네가 와 줬구나! 네가 또 날 구하러 와 줬어! 고마워! 정말 사!’


힘차게 팔을 뻗던 하지운이 그 자세로 바닥에 처박혀 버렸다.

그리고 그대로 의식이 끊겨 버렸다.


---


이틀이 지났다.


하지운은 지금 꽃밭에서, 부끄럽게도 승아와 알몸으로 뛰어노는 중이다.

승아가 까르르 웃으며 나 잡아 봐라 하면서 달아나고, 자신이 그 뒤를 함박웃음을 지으며 쫓아가고 있다.

금세 따라잡은 하지운이 승아를 덥석 안았다.

승아가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그의 목을 두 팔로 감고 속삭였다.


‘그만 일어나! 이 변태 새끼야!’


수줍은 얼굴로 쌍욕을 하는 여자 친구에게 입술 박치기로 혼쭐을 내줬다.

실컷 혼이 난 승아가 생긋 웃으며, 사랑의 밀어를 이어 갔다.


‘작작 하고 일어나라고! 죽고 싶냐? 이 씨발놈아! 내가 진짜 몽둥이 들고, 네 꿈속에 들어가야 정신을 차리겠냐?’

‘내 꿈속에 아직 안 들어왔어? 그럼 이 승아는 무슨 승아야? 너, 넌 누구니?’


방금 전까지 그의 품에 안겨 있던 승아가 갑자기 불덩어리로 변해, 그의 몸에 옮겨붙었다.

하지운이 발버둥을 치며 비명을 질렀다.


‘이제 일어났냐? 오래도 잤다. 그래, 꿈속에서 날 닮은 근본도 알 수 없는 년이랑 붙어먹으니까, 아주 좋았지? 입이 찢어지더라.’


하지운의 정수리부터 발끝까지 식은땀과 소름이 함께 분출했다.

승아의 목소리가 너무도 서늘해서, 진심으로 무서웠다.

모쏠아다 주제에 모텔에서 바람피우다가, 현장을 급습 당한 기분을 느껴 보는 중이다.


승아의 소름 끼치는 읊조림에 정신을 못 차리던 하지운이 갑자기 자신의 온몸을 더듬었다.


‘어! 몸이 멀쩡하네! 불! 불은 언제 꺼졌지?’


정신없이 상체를 비틀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자신이 어느새 구덩이 옆으로 기어 나와, 늪을 바라보는 상태로 앉아 있다.

한참을 처누워 자다가 승아의 호통에 벌떡 일어난 모양이었다.


‘스, 승아야! 나 살아 있는 거야? 나 안 죽었어? 정말 네가 날 끌어내 준 거야?’

‘무슨 소리야? 난 네 머릿속에서 한 발짝도 나간 적이 없어. 네가 기어 나왔잖아. 자면서 몸부림치다가, 구덩이 속이 좁다고. 다리를 못 뻗겠다고. 짜증 내면서 기어 나오더니, 거기서 다시 자빠져 자던데.’

‘그런데 나... 왜 안 죽었지? 정말... 네가 살려 준 거 아니야?’

‘아니야... 이번에는 정말 내가 아무것도 안 했어... 아니, 못했어... 그러니까 안심해.’

‘그런데 칠월이라서 그런가, 여기 너무 덥다. 원래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갑자기 확 더워지네.’

‘무슨 소리야... 네 머리 위를 봐. 안 더운 게 이상한 거지... 너 그러다 쪄 죽겠다.’


승아의 말에 쌔한 느낌을 받은 하지운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러고는 잽싸게 고개를 숙였다.

보면 절대 안 될 것을 봐 버렸다.

고개를 숙인 하지운에게 승아의 읊조림이 계속되었다.


‘살짝 앞으로 기어가서 다시 올려다 봐. 내가 꼭 해 줘야 할 말이 있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것 같은 하지운이었다.

그래도 입을 꼭 다물고 시키는 대로 빠릿빠릿하게 움직였다.

승아가 한마디를 더 보탰다.


‘경고는 한 번 뿐이야. 쟤 당장 옷 입혀.’


하지운이 전심전력을 다해 노력을 했다.

눈앞에 보이는 것이 어쩌다 탄생한 것인지 도저히 알 수는 없었지만, 승아의 말투로 봐서 저 현상의 원흉은 분명 자신이었다.


자신이 봐도, 승아가 얼마나 개빡쳤을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눈앞의 참사를 보고 여친의 마음을 그 정도도 헤아리지 못한다면, 그건 진정 남자 친구도 아닐 것이다.


정신없이 허둥대는 하지운을 보고, 임승아의 입에서 한숨이 나왔다.

한층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저거... 네가 만들었어... 그러니까 네가 고칠 수 있어. 아니면 네 몸에서 줄줄 새고 있는 마력이라도 끊든지.’


승아의 말에 정신을 집중하고 눈앞의 무엇인가를 노려보았다.

그 무엇인가가 갑자기 격렬하게 펄럭거렸다.

하지운의 안면이 새빨개진 채 집중이 깨져 버렸다.

그러다 아차 한 하지운이 마력이라도 끊어 보려 하였다.


마력을 제대로 써 본 적이 있어야 컨트롤이 될 텐데, 처음 시도해 보는 하지운이 한 번에 성공할 리가 만무했다.


그러다 처음 ‘신체 재생’을 시도해 보다가, 강제로 취소시켰던 기억이 퍼뜩 떠올랐다.

어디선가 따가운 시선이 쏟아지는 듯한 착각 때문인지, 두뇌 회전이 한층 신속해진 하지운이었다.


드디어 불꽃으로 만들어진 알몸의 승아가 소멸되었다.

그와 동시에 식은땀을 줄줄 흘리던 하지운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드러누워 버렸다.


‘지운아. 네 미친 지랄이 성공했어. 정말 축하해. 그 와중에 내가 피눈물을 한 사발은 쏟았지만... 남자 친구의 입신양명을 위해서 그 정도는 참아야겠지... 그렇지만 다시는! 불꽃이 되었든, 뭐가 되었든! 다시는 날 모델로 십구금 피규어를 만들지 마!’


‘무, 물론이야! 정말 그 미친 짓이 성공을 했네... 솔직히 내가 하면서도, 이게 무슨 지랄인가 싶었는데... 아! 그, 그런데 방금 그거 정말 내가 만들려고 만든 게 아니야! 무, 무의식중에 실수가 있었나 봐! 다시는 그런 실수 없을 거야! 믿어 줘, 승아야!’


‘네가 왜 그런 실수를 했는지... 아니, 꿈부터가 왜 그 모양 그 꼴이었는지... 내가 모르는 건 아냐... 내가 네 미친 지랄 이전에 해 준 말이 있었으니까... 그래서 네 머릿속이 그 생각들로 가득 차 있는 걸 아니까... 오늘은 여기까지만 할게. 하지만 명심해. 경고만 하고 지나가는 건... 이번이 마지막이야. 알았어?’

‘넵!’


대사는 분명 살벌하기 짝이 없는데, 그 대사를 읊는 목소리가 점점 살랑거리기 시작했다.

하지운의 얼굴에도 점점 웃음꽃이 피어났다.


‘자기야! 나 성공했어! 나 이젠 마법사야! 자기 덕분이야! 자기 덕분에 용기를 낼 수 있었어! 나 이제 자기 마음고생 안 시키고, 미션 수행할 수 있게 되었어! 너무 기뻐... 어흐윽...’

‘울지 마... 자기야... 왜 바보같이 울어. 이렇게 좋은 날에 왜 울어... 흐윽... 많이 아팠지... 다시는 그런 짓 하면 안 돼... 나 그럼 진짜 미칠지도 몰라... 그래도 성공해서 다행이야! 이제부터 내 남자 친구는 마법사야! 역시 서른까지 모쏠아다인 남자는... 마법을 쓸 수 있다는 말이 사실이었구나!’

‘뭐! 너도 아다면서! 야! 너 나랑 언제 할 거야?’

‘이 새끼 봐라! 아주 맡겨 놨네! 너 하는 거 보고! 방금 전까지 딴 년이랑 붙어먹어 놓고, 어디서 큰 소리야?’

‘그, 그게 왜 딴 년이야? 난 넌 줄 알았다고! 그런 종류의 꿈에서조차도, 너만 등장시키는 일편단심인 나라는 걸... 넌 누구보다 잘 알잖아!’

‘이거 기쁘라고 한 말이야? 이 변태 남친 새끼야!’

‘아니, 그래도. 다른 여자애나, 무슨 뽀르노 배우가 나오는 것보다는 훨씬 낫잖아!’

‘그건... 그래.’

‘그러니까!’

‘지운아, 잠깐만! 왜 이제 와서!’


작가의말


 늦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이번 에피소드를 어떻게 정리할 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어떻게 머릿속으로 구상은 했는데, 도저히 한 편씩 잘라서 올릴 엄두가 안 나는 겁니다.

 그래서 지난주 목, 금 분량에 어제, 오늘 총 4일치 분량을 주말 동안 한 번에 써버렸습니다.

 뭉텅이로 써 놓고 한번에 철자 고치고 문장 어색한 거 다시 쓰다 보니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버렸습니다.

 4일치 분량 중 오늘 밤에 3일치라도 올려보려고 했는데, 도저히 속도가 나질 않아서 남은 두개는 내일 중으로 올릴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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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51 [탈퇴계정]
    작성일
    23.08.29 23:16
    No. 1

    글이라는게 참 마음대로 안 되네요 허허 저도 늘 분량과 제시간업로드 사이에서 줄타는 중이거든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5 최고길동
    작성일
    23.08.29 23:19
    No. 2

    솔직히 무지하게 힘듭니다. ㅠㅠ 처음 하다보니... 다들 이걸 어떻게 하시나 싶네요.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51 [탈퇴계정]
    작성일
    23.08.29 23:21
    No. 3

    저도 본업이 있고 이 작품이 취미작이라고는 하지만 주말까지 반납해가며 읽을지 아닐지도 모르는 글 유지하는게 가끔 짙은 현타가 오곤 합니다. 그럴 때면 빨리 써버려야지 이런 생각도 드는데...방법은 그냥 꾸준함이 답인 거 같네요. 작가님 화이팅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5 최고길동
    작성일
    23.08.29 23:33
    No. 4

    저번에도 드린 말씀이지만 본업과 이걸 같이 하실 수 있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네요.
    전 코로나 중에 아예 이 일에 올인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거든요.
    이 것만 한참을 준비하고 올인하는 데도 힘들어 죽겠는데, 정말 대단하신 겁니다.
    작가님도 완결까지 힘내세요.
    포기해도 다시 돌아오고 싶을 거 같아서, 전 어차피 이걸 어떻게든 완결은 시킬 거 같습니다.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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