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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글

C급 헌터도 이 세계에서 잘만 살더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정동글
그림/삽화
정동글
작품등록일 :
2022.05.11 10:26
최근연재일 :
2022.07.31 17:11
연재수 :
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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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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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8
글자수 :
392,747

작성
22.07.05 21:38
조회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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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55. 분석해서 뭐 할 건데?

DUMMY

강지형을 따라 지하 1층으로 내려가자 2미터 크기의 철문을 열었다.


- 알림! 시스템의 가호를 받은 전투의 성소에 진입했습니다. 각종 기물과 기믹은 시스템의 보호로 절대 파괴되지 않으며, 이곳에서 전투 시 사망하지 않습니다.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것에 놀랐나?”

“솔직히 이건 좀 놀랍긴 하네.”


어느 순간부터 나도 그냥 말을 놓았지만, 내 말투에 강지형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강지형이 안내한 이곳은 천장 높이만 4미터 정도 되었고, 넓이는 각 30미터 정도 되는 정사각형 공간이었다.


특이점은 검과 갑옷을 착용하고 있는 석상 하나만 덩그러니 있다는 것이었다.


“이곳을 지으려고 제법 많은 코인을 투자했지. 알림 창을 봐서 알겠듯이 이곳에선 시스템의 보호를 받기 때문에 죽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이야. 실전처럼 싸워도 되겠는데?”

“그렇지. 우리는 이곳에서 실전 감각을 수련하지.”


강지형이 오만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마치 내 표정이 기에 눌린 표정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


“뭐 다행이네. 힘 조절 못할까 봐 걱정했는데.”

“지금 내 앞에서 하는 행동은 허세인가 여유인가?”

“그게 무슨 소리지? 내가 지금 너한테 쫄았을 거로 생각한 거니?”

“제법 내 앞에서 할 말을 다하다니, 제법 강단은 있는 친구군? 허세는 아니라고 해주지.”


오만하다. 어쩌면 국내 거대 연맹을 이끄는 수장의 자리에 오래 있다 보니, 자리가 사람을 저렇게 조저 놓은 걸지도 모른다.


“그럼 바로 시작할까?”

“아니지. 저기 가운데 석상 보이나?”


한쪽 공간에 덩그러니 있는 석상을 가리킨다.


“저 석상에 보면 손을 올릴 수 있는 곳이 있다. 그곳에서 계약부터 했으면 하는데.”


“계약? 무슨 계약을 말하는 거지?”

“아무것도 걸지 않고, 감정만 앞세워 싸운다면 얼마나 낭비인가? 어때? 나와 내기해보겠는가?”


석상 양옆에 손바닥 모양의 자국이 패여 있었고, 그곳에 강지형이 손을 가져다 대자 푸른 빛이 빛나기 시작했다.


“내기라. 좋아하자 그 내기. 안 그래도 부탁할 것도 있었는데, 마침 잘됐네. 눈치 볼 필요도 없고.”

“마치 이긴 것처럼 말하는군. 하룻강아지 같은 놈.”


나도 강지형과 마찬가지로 석상에 손을 올리자, 손바닥 자국에서 은은한 푸른 빛이 들어온다.


- 알림. 전투의 성소에서 신성한 계약을 요청합니다.


“어때? 진짜로 해볼 텐가? 괜히 자존심 때문이라면 지금이라도 무릎 꿇고 사과하는 게 좋을 거야. 계약이 실행되는 순간부터는 되돌릴 수 없으니까.”


강지형이 은근히 협박한다. 마치 나를 도발하려는 것 같다. 그런 도발을 하지 않더라도 응해줄 생각이었다.


“걱정하지 말고 바로 시작하지?”


- 알림. 도전자가 되었습니다.


“내가 이긴다면 신백호 너는 내 밑에서 일 년간 내가 원하는 일을 해줘야겠어. 아, 물론 동맹 제안은 아니야.”


속이 빤히 보인다. 강지형은 그동안 이런 식으로 사람을 데려다 강제했거나, 동맹을 체결함으로써 헌터스라는 단체의 몸짓을 키웠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 나 또한 같은 조건으로 하지.”

“큭. 우습군.”

“우습다고?”


- 당신은 도전자 입니다. 동등한 위치가 아닙니다. 승리 시 보상을 낮추십시오.


“응? 보상을 낮추라고?”

“신백호. 네가 나와 동등한 위치라고 생각한 건가?”


강지형이 이기면 나를 일 년간 마음껏 부릴 수 있고, 나는 그럴 수 없다고 한다. 승부에서 진다면 철저히 이용당할 건 뻔했다.


“어때? 시스템도 너와 나의 격차를 놓고 있다. 그래도 싸울 건가?”

“놀고 있네. 그럼 내가 이겼을 땐, 내 부탁 세 가지 들어주는 걸로 가자.”

“부탁? 그럼 내가 거절할 수도 있다는 건가?”

“그러면 의미 없지, 내 명령 세 가지 들어주는 것으로 하자.”


- 요구 조건이 너무 높습니다. 보상을 낮추십시오.


“와. 진짜···. 그럼 두 가지?”


- 요구 조건이 너무 높습니다. 보상을 낮추십시오.


“한 가지?”

“그 한 가지가 무리한 부탁이 아니라면, 들어주도록 하지. 예를 들어 접시에 코 박고 죽으라던 가 하던가 그런 소리를 해댈 수 있으니깐.”


“내가 그런 사람으로 보여?”

“난 헌터 생활을 하며 많은 인간들을 보아왔지. 신백호. 너도 제정신은 아닌 거 같다.”


누가 봐도 제일 제정신 아닌 것 같은 놈이 애먼 사람을 잡는다. 한마디 쏘아붙이려는데 알림 창이 울린다.


- 알림. 합의가 이루어졌습니다. 내기의 내용은 승패가 갈린 후 전투의 성소 룰에 따라 강제됩니다. 10초 후 전투가 시작됩니다.


스르릉. 철컥.

내가 검과 한 손용 샷건을 꺼냈고, 강지형은 천천히 징 박힌 너클을 착용했다.


- 전투가 시작됩니다!


“신백호. 우선 네 버릇없는 말투부터 고쳐주도록 하지!”

“얼마든지.”


강지형의 신형이 쭈욱 늘어지는가 싶더니, 어느세 내 근처에 다가와 주먹을 휘두른다.


오랜만에 느낀다.

장승혁이나 교주 같은 버프형이나 서포트 형에 치중된 사람이 아니다. 전문 전투 직업이다. 그것도 지금까지 만나온 자들과 차원이 다른 움직임과 파괴력을 보인다.


이미 전투 마스터리가 최대 레벨인 나에겐, 강지형의 움직임은 다행히 못 피할 정도는 아니다.


‘비슷하거나, 미세하게 내가 조금 더 빠른 정도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내가 가진 전투 마스터리는 히든 직업만이 얻을 수 있는 상위 고급 스킬이다.


강지형은 히든 직업 전직자가 아니라고 들었다. 그런 그가 가진 격투 마스터리는 분명 내 하위 호환 정도 되는 스킬일 것이 뻔했다.


‘하위 호환이라 하기엔 저 움직임은 내가 가진 전투 마스터리 스킬과 필적하고 있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아! 특성!’


최근에 내가 얻은 깨달음 특성이 생각났다. 강지형도 뭔가 특성을 얻어 나와의 격차를 메워, 한계를 극복했다는 기분이 들었다.


“대단하군. 어떻게 검을 들고, 너클만 끼고 있는 내 움직임과 비슷하게 반응할 수 있는 거지?! 설마 버프 스킬을 사용 중인가?”




상대는 내 움직임을 보고 놀란 눈치다.


내가 휘두르는 동선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주먹을 지른다.


‘어딜!’


그 주먹을 피하며, 검 손잡이를 들어 올려 주먹을 쳐내는 등.


강지형을 상대로 살벌한 공방이 이어져나갔다.


- 띠링. 히든 퀘스트가 생성됩니다.

격투 기술 하나로 시스템에서 정한 한계치까지 이른 자입니다. 그와 대결에서 승리하십시오.

* 되새김 특성 획득.


되새김? 정확히 어떤 특성인지는 모르겠지만, 특성은 많을수록 좋다. 항시 적용되는 패시브와 같은 개념이며, 스킬과 다르게 정해진 개수가 없다.


“신백호. 정말 강하구나! 헌터로 각성한 후 너처럼 강한 인물은 처음이다!”

“그래? 그 말은 그만큼 덜 맞아봤다는 거겠지?”


강지형의 눈이 점점 희열로 물들어간다. 마치 지금 이 순간을 기다렸던 것 같다.


그와 나의 레벨 격차는 얼마 나지 않을 거다. 내가 알기론 강지형도 헌터가 막 발생하던 시점부터 존재하던 자다. 그런 자가 아직도 죽지 않고, 현역으로 뛰고 있으니, 이미 만 레벨에 근접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미 90레벨을 넘긴 강승주와 김아름을 데리고 있다는 점에서도 당연히 이미 임형일 급 정도까지 최대 성장치에 다 달았을 가능성이 커.’


시스템에서 정한 한계치까지 오른 자라···.

오염된 던전에서 성장을 끝마치고 현실로 나온 이후, 나와 비슷한 수준의 강자와 싸워본 적이 없다.


아니 애초에 임형일 따까리나 처리하고 다녔지, 한 단체의 수장급인 초기의 헌터들과 싸움은 단연코 처음이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며, 나를 가장 곤란하게 만든 놈들 중 오크 족장 이후 당신이 처음이네요.”


예우다.

내 앞에 있는 자를 다시 생각하게 되니, 존경심이 든다. 그 예우로서 난 그에게 자연스레 존대했다.


“뭐? 오크? 돼지 말하는가?”

“예. 그만큼. 절 긴장하게 했다는 칭찬이니깐 자부심을 가져도 돼요.”


진심이다.

실력이 무척이나 좋다.

하지만 오크 족장 그 위에 날 거 긴장하게 했던 멧돼지만큼은 아니다.


‘그때는 희망을 놓을 정도였으니깐.’


퍽.

실시간으로 공방을 주고받으며, 점점 나는 감탄할 수밖에 없었고, 잠시 빈틈이 생겼을 때 강지형과 거리를 벌렸다.


“헌터 등급이 어떻게 됩니까?”


순수하게 궁금했다. 공방을 주고받으며 아무런 스킬을 사용하지 않는 것도 이상했다.


“B급이다. 넌 딱 봐도 S급 헌터라는 것을 알겠군. 근데 어째서 스킬을 사용하지 않는 거지?”

“내가 할 말인데요? B급 맞긴해요? 그 등급으로 상위 헌터까지 오르는 것만으로도 대단한건데.”


상위 헌터가 되려면 레벨이 70이다. B급 재호와 C급의 준구 성장 속도를 보면 알겠지만, 레벨을 올리는 성장 속도 격차는 헌터 등급에 따라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


“흥. 노력으로 안 될 건 없다. 스킬을 사용해라 신백호!”

“그럼 당신은 왜 안 쓰는데요?”

“난 스킬류가 대부분 마스터리로 구성돼 있어서 사용할 스킬은 궁극기 밖에 없다.”


나와 비슷한 부류다. 나도 가진 스킬을 세 가지뿐인데,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은 소드 마스터라는 버프류 하나뿐이었으니깐.


“저도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이 하나뿐인데요?”

“대단한 녀석이군. 어쩐지 몸놀림이 빠르고 강력하더니, 모든 스킬이 마스터리로 몰려 있었군. 과연 S급 다워.”

“아닌데요?”


마스터리라곤 꼴랑 하나뿐인데, 뭔가 단단히 오해하는 거 같다.


“하지만! S급에 히든 직업을 가진 네 녀석과 나는 성장을 하며 보낸 시간의 농도가 다르다!”

“자꾸 혼자 뭐라는 거야?! 내가 언제 S급이라고 했어요?”

“지금 부터 제대로 보여주마! 영광으로 알아라! 피의 갈망!”


몸 주변에 붉은 오라 빛이 발산된다 싶더니, 지금까지 움직이던 이상의 움직임을 보인다.


“큭.”


가끔씩 스치는 주먹과 발길질은 내 몸에 조금씩 멍 자국과 상처를 남기기 시작했다.


“어떠냐?! B급 일반 직업에게 몰리는 자신이 수치스러운가?!”


이 양반 계속 이야기 들어보니, 뭔가 S급이랑, 히든 직업에 열등감을 가진 거 같다.


“수치스럽긴 뭐가 수치스러워!”

“하하! 신백호! 지금까지 버틴 것은 칭찬해 주마! 네가 나 몰래 S 급 버프 스킬을 사용해서 꾸역꾸역 버틴 것이겠지만, 인정한다.”

“자꾸 뭐라는 거야?! 싸우는데 스킬 등급은 왜 꺼내는 건데?!”


잠시 존대하던 말투는 온대간데 없어진다. 그를 잠시 인정한 내가 바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곧 끝나겠지! 네 녀석의 버프가 끝나는 순간 넌 패배하게 될 것이다. 신백호!”


이 새끼 꼴통이다.

지가 듣고 싶은 말만 듣는 불통이다.


뭔가 과거 크게 데인적이 있어 저러는 거 같은데, 저 피의 갈증이라는 스킬은 단순히 공격속도를 올리는 기능만 있는 거 같다.


몸에 생기는 멍자국은 몸숨에 위험을 줄 정도가 전혀 아니다.


'위력까지는 올려주지 못하는 스킬이다. 하지만 저렇게 본래의 움직임 보다 빠르게 움직인다면.'


틈이 생긴다.

스킬이 끝났을 때를 노린다.

묵묵히 방어에 치중하기로 했다.


“하하하! 타격 경감에 관련된 버프나 마스터리를 익히고 있었구나. 신백호! 그래서 나를 상대로 도발을 했던 거였어!”

“아 놔. 인제 그만 적당히 해!”

“네 녀석이 진리 진흥회 본부장을 죽인 것 또한 승주와 아름을 속이고, 뭔가 미리 계략을 꾸민 거겠지?!”

“하.”

“너 같이 방어에 치중되어 있는 탱커형 S급 헌터가 본부장을 죽일 수 있는 방법은 한가지 뿐이지!”

“뭔데?”


궁금해진다. 어디까지 가는지 들어나 보기로 했다.


“내 동료가 납치됐다는 것도 사실이 아닌 것 같았다. 승주에게 보고 받았을 때, 이미 난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 무적스킬이 있는 것으로 유명한 교주를 암살하기 위해 독을 사용했겠지. 미량의 독을 오랫동안!”

“독은 어떻게 중독시키고?”

“네 동료들을 위장취업을 시켰겠지.”

“아 씨. 괜히 상대해줬네.”

“완전 벗겨진 기분에 몸서리 쳐라 신백호! 난 네 녀석을 철저히 분석하는 중이니깐!”

“아니 분석해서 뭐 할 건데?!”


이거 완전 순 또라이 아냐?


작가의말

좋은 밤 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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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65. 말 끊으면 죽는다고. 22.07.27 36 1 13쪽
64 64. 결과적으론 잘 처리됐는데. 22.07.25 43 1 13쪽
63 63. 그가 나설 거예요. 22.07.22 42 2 12쪽
62 62. 힉! 히드라. 22.07.18 50 2 11쪽
61 61. A급 던전 포탈. 22.07.15 58 2 12쪽
60 60. 부패한 박쥐같은 놈들. 22.07.14 36 1 13쪽
59 59. 준구의 희망에 부푼 인턴 생활의 결말. 22.07.12 48 1 12쪽
58 58. 오늘 점심은 뭘 먹을까? 22.07.11 49 2 13쪽
57 57. 자기 오랜만이네? 22.07.10 59 2 13쪽
56 56. 멈추긴 뭘 멈춰? 22.07.09 54 2 11쪽
» 55. 분석해서 뭐 할 건데? 22.07.05 55 2 12쪽
54 54. 사람 만들어 놓고 이야기하면 돼. 22.07.03 58 2 13쪽
53 53. 응원이라도 해주라는 건가? 22.06.29 70 2 12쪽
52 52. 명예 찾는 놈이 여기 또 있네. 22.06.27 74 2 12쪽
51 51. 교주암살. 22.06.25 68 2 12쪽
50 50. 가치 있는 일을 하는 준구 22.06.24 66 2 13쪽
49 49. 신으로 추앙받는 자. 22.06.22 72 3 15쪽
48 48. 습격과 납치. 22.06.20 69 2 12쪽
47 47. 스킬 빼줄 때까지 기다릴 계획. 22.06.19 72 4 13쪽
46 46. 연기 좀 부탁드립니다요. 22.06.18 83 4 14쪽
45 45. 따라 뛰었다. 22.06.17 81 3 13쪽
44 44. 공격을 피할 생각을 하지 않고 맞선다. 22.06.15 85 4 14쪽
43 43. 2년간 증발한 놈이 앞에 서 있다. 22.06.13 97 3 14쪽
42 42. 물통을 얻는 것은 나의 홍복. 22.06.12 91 4 12쪽
41 41. 추적하니 바닥에 마법진. 22.06.11 96 5 12쪽
40 40. 굳이 보상도 없는 던전. 22.06.10 97 4 15쪽
39 39. 스킬을 발동하면, 영장류 최강이다. 22.06.08 103 5 13쪽
38 38. 정말 이해가 안 된다. 22.06.06 102 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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