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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글

C급 헌터도 이 세계에서 잘만 살더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정동글
그림/삽화
정동글
작품등록일 :
2022.05.11 10:26
최근연재일 :
2022.07.31 17:11
연재수 :
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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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43
추천수 :
678
글자수 :
392,747

작성
22.06.25 16:45
조회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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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51. 교주암살.

DUMMY

“20억 이상의 가치? 네가 생각할 때, 그 정도의 가치 있는 일이 뭐가 있는 거 같아?”


아무리 생각해도, 내 주변에서 20억 이상의 수익을 내거나 가치 있는 일을 만들 방법은 던전 공략 외엔 없는 거 같다.


그렇다가 61레벨 밖에 안 되는 준구가 A급 던전을 갈 수 있을 리도 없다. 최소 기준이 70레벨 이상이고, 대부분 팀 단위로 들어가는 곳이다.


“이제부터 해야죠.”

“너 레벨 61이라며. 뭘 하겠다는 건데?”

“네? 제 레벨이 무려 61인데, 못할 게 뭐 있어요? 전 거의 최상급 헌터인데?”


저놈은 자신감이 강한 건지, 개념이 없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


예전에 아름에게 잘린 새끼손가락 사건을 기억하지 못하는 걸까?


“네 가치가 20억 이상이라 생각해?”

“당연하죠.”


당당하니 오히려 내가 말문이 막힌다. 하지만 나랑 있으면서 임형일과 대립하다 보면, 그때야 뭔가 깨달을지도 모른다.


“내가 생각하기엔, 네가 딱히 뭘 잘하는지 모르겠고, 볼 거라곤 빡빡 밀어버린 머리 말고 없는데···. 네가 주장하는 너의 가치라는 것을 판단할 시간을 주면 안 될까?”

“좋아요. 그럼 어떡하면 될까요?”

“일단 인턴. 인턴 어때?”


첨엔 회사를 만들거나 단체를 만들 생각도 없었고, 그냥 장난식으로 친위대라 불렀는데, 저놈은 친위대에 진심이다.


그 모습을 보자 생각이 바뀌었다.


‘어차피 임형일을 상대하기 위해선 제대로 된 단체를 형성할 필요가 있어.’


지금처럼 소규모로 싸운다면, 과거 신민준과 다를 게 없다. 아무리 강한 무력 단체라도 소수라면 한계에 부딪힌다.


‘잘 됐어. 이참에 저런 생각 하는 헌터들도 있을 수 있으니, 명확한 틀을 잡아 둬야겠어.’


자신도 예전엔 사람이 하늘을 날고, 총알을 피한다는 말을 믿지 못했던 시절이 있다. 어쩌면 내 앞에 있는 김준구 또한 수준 높은 헌터의 실력을 한 번도 보지 못했을 수도 있다.


‘우물 안 개구리···.’


“인턴 기간을 6개월로 잡자. 문제없이 네가 잘 해낸다면, 네 말대로 20억에 계약해 줄게.”

“진짜죠?”

“어. 지금은 하루 일당 20만 원씩 비용을 쳐줄게.”

“하···너무 적은데···. 일단 알았어요.”


준구가 내심 아쉽다는 듯, 한숨을 쉬며 내 제안을 받아들였고, 옆에서 구경하던 조재호고 슬그머니 내 옆에 왔다.


“저기 시주···. 아니··· 주군?”

“넌 왜?”

“저는요?”

“넌 뭐?”

“저도 인턴 끝나면, 20억 주나요?”


그때 김준구가 눈에 불을 켜며, 조재호의 옆구리를 발로 차서 넘어뜨렸다.


“감히 일개 대원이 대장인 날 무시하고, 상부와 직통 대화를 시도해?! 넌 보고체계의 개념도 없는 놈이냐?”

“크윽. 김준구 너 미쳤어?!”

“이 무지렁이 같은 놈이. 상관인 나에게 미쳤냐고?! 넌 사형이다!”


재호와 준구가 달라붙어 때굴때굴 구른다.


“야 너네 시끄럽게 여기서 떠들지 말고 방에 가서 놀아.”


정신 사나워서 한마디 했다. 재호와 준구의 말에도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있던, 예설아가 내게 다가와 물끄러미 쳐다본다.


“넌 뭐?”

“나도 인턴 할래.”

“···.”

“헌터스 연맹 때려치울게. 인턴 시켜줘.”

“너도 팀에서 월급 받는 거였니?”

“응.”

“헌터스에서 너 얼마 받는데?”

“말하기 싫어. 인턴 시켜줄 거야 말 거야?”

“넌 내가 그 정도 돈을 줄 능력이 있다고 보니?”

“아니. 반만 줘도 충성할게.”

“그것도 힘든데.”

“그럼 5억은?”

“그것도.”

“···.”

“···.”


오염된 던전에서 꽤 고가의 장비들을 챙겨와서 돈을 좀 만진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현재 고정적 벌이도 없고, 쓰는 입장인데, 그게 될 리 없다.


* * *


교주가 행사한다는 당일 아침이 되었다.


“전부 다 챙겼지? 뭐 잊은 건 없고?”

“무소유를 깨닫고 가진 거라곤 마늘 두 쪽뿐입니다. 시주.”

“야 조재호! 시주라고 하지 말고, 주군이라고 호칭하라 그랬지?!”

“아미타불.”


어째 저놈들은 이미 호칭이 굳어진 거 같다. 정작 나는 뭐라 부르던 상관이 없는데, 준구는 생각이 다른 거 같다.


“조직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위계질서가 있어야 한다고!”

“위계질서는 시주나 찾으시게.”


정식 승려도 아니고 돈이나 밝히는 놈이 고상한 척했으나, 뭐 그러려니 생각하기로 했고, 호텔을 나서기 전 빠진 물건이 없는지 한 번 더 확인하고 체크아웃을 했다.


“백호 씨. 저 차에 타세요!”


호텔에서 내려오자 준비된 택시 두 대가 있었고, 아름과 설아, 강승주, 최유현이 함께 타고, 나는 가짜 중들과 이동했다.


“준구는 돈만 주면 다 한다고 했으니 그렇다 치고, 재호 넌 살생을 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운전은 할 수 있지?”

“허허. 공과 사는 구분할 줄 압니다. 아미타불.”

“공과 사?”

“살생은 사적인 영역이지요. 공적인 일에 사적인 생각을 하진 않습니다. 허허.”


그냥 돈 주면 다 죽이겠다는 거다.


“그래. 어제 설명했다시피 너희는 행사장 근처에 렌터카 예약해놨으니깐. 차량만 인도받아서 기대하고 있으면 돼.”

“주군. 너무 쉬운 일만 시키는 거 아닙니까? 명색이 친위로써 제 능력을 빨리 보여 드려야 하는데.”

“시주. 레벨은 중요한 게 아닙니다. 레벨은 그저 경험을 알려주는 척도일 뿐. 강함과 상관없는데···. 허상에 빠져 우리를 전투에서 제외하다니···. 아미타불.”


인턴으로서 뭔가 보여주고 싶었던 호구들이 아쉬움을 토로한다.


“야. 무슨 레벨이 강함과 상관없다는 거냐?”

“무려 6업을 했지만, 실력은 그대로였소. 이건 내 경험상. 일정 수준까지는 강해지는 건 사실일지 모르나, 뼈와 살로 이루어진 인간으로서 이미 나는 한계치까지 단련되었다고 생각되오. 참고로 어제 최유현 시주와 팔씨름도 이겼지.”


최유현은 78레벨 추적자다.

추적자는 육체적 기능보다는 걷는 것과 추적 그 자체에 집중된 직업이고, 전투직업이랑 기본 스텟부터가 다르다. 그런데 그를 팔씨름으로 이겼다고 저런 생각을 한다니···.


이 정도 착각이면 중증이다. 도대체 이놈들은 2년 동안 산속에서 뭘 하고 지냈길래, 꼴랑 6업 해놓고, 양심도 없게 된 걸까?


“하···. 그래. 너흰 대단해. 그러니깐 렌터카 인도 받고, 계획한 도주 방향 까먹지 않게 계속 지도 보고 있어라?”


대충 녀석들의 개소리에 맞장구쳐주고 저놈들이 할 일을 재차 강조했다.


“주군 염려 마세요. 택시에서 내리면 반드시 임무를 수행할 테니까요.”

“그래. 업체랑 다 이야기된 부분이니깐. 준비된 서류 건네주면, 렌터카 사장이 알아서 해줄 거야···.”

“주군의 임무! 목숨을 바쳐서 꼭 해내겠습니다!”


내 말 따윈 이미 귓등으로도 안 듣고 있다. 택시에서 대화하는 사이 행사장 앞에 도착할 수 있었고, 우리는 내려서 각자 제 갈 길로 흩어졌다.


1부 진행 식이 시작됐고, 늦지 않게 나는 행사장 건물 내부에 있는 아름의 일행과 함께 움직였다.


“행사장이라고 해서 작은 곳인 줄 알았는데, 종교 행사 주제에 무슨 이런 대형 콘서트 장을 빌린 거죠?”


잠시 건물을 훑어보다 강연실을 보고 깜짝 놀라 내가 입을 열었다.


“진리 부흥회가 일본에선 국내랑 인식 자체가 완전히 달라요.”


아름이 대답했고, 최소 이만여 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콘서트장을 보고 있을 때, 최유현이 입을 열었다.


“백호 대장. 저기 무대 보이죠?”


콘서트장 내부 뒤에 큰 장막을 가리킨다. 처음 건축 도면을 봤을 때, 알 듯하면서 몰랐었는데, 실제로 건축물을 보자 이해가 갔다.


“건축 도면상. 교주는 저 장막 뒤로해서 이동할 거예요. 대장을 포함한 전투 일행들은 교주가 쉬러 올 공간에 미리 대기하면 되고요. 이제 건물 내부를 확인해서 제 머릿속에 건물 도안이 완성 됐어요. 지금부터 제가 안내할 테니 잘 따라오세요.”


추적자인 최유현이 자신의 스킬을 이용해 건물 구조를 각성하여 길을 안내했고, 우리는 그의 뒤를 따랐다.


“자. 임무가 끝났을 때 탈출 경로를 안내할 테니 기억해놓으세요.”


이미 콘서트장엔 강연이 시작됐는지, 음악 사운드가 쿵쾅대며 들려왔고, 그 시간 동안 유현이 설명해주는 루트를 기억했다.


“전 이만 그 스님들한테 가볼게요. 조금 이따가 봐요.”


최유현이 행사장을 벗어났고, 우리는 행사장 내부로 이동했다. 이동하는 도중 진리 부흥회 피해자 단체에서 나온 경호원들이 우리를 못 본척했고, 아무 막힘없이 한 공간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보디가도카? (경호원인가?)”

“한타아이벤토교오샤데 케에고니 키오 츠캇타네. (헌터? 이벤트 업체에서 경호에 신경을 썼네.)”


그 공간엔 이미 4명의 신도로 보이는 자들이 우리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뭐라 속삭였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있겠어요?”


아름이 내게 물었고, 나는 끄덕였다. 이미 오염된 던전에서도 수없이 많은 외국인을 봤다.


“당신은 보디가드입니까? 오츠카 출신의 신도들이라고 말하는 거예요.”

“오츠카? 저들의 소속을 말하는 걸까요?”

“그런가 보죠. 신도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놈들인가 보죠.”


제멋대로 대충 해석한 후, 내가 그들에게 손을 흔들자, 그놈들도 우리를 경계하며 가볍게 묵례만 취할 뿐 다가오거나, 말을 걸지는 않는다.


“야. 신백호. 네가 한 말 확실해? 뭔가 이상한데?”

“나도 대충 의미만 알뿐이야.”


강승주가 괜히 내게 따지고 들었지만, 지금 상황에서 부딪혀서는 좋을 게 없었으니, 간단하게 말을 잘랐고, 그도 더 이상 뭐라 하지 않았다.


대기실은 대기실이라기보다는 살짝 규모가 있는 강당 같았다. 적당히 소파와 의자가 비치되어 있고, 주변엔 방음시설이 있었고, 창문은 존재하지 않았다.


‘정말 밀폐된 곳을 잡았군. 교주를 암살하기 최적의 장소다.’


교주가 죽으면 교주를 대신할 대역도 이미 피해자 단체에서 준비된 상황이다. 지금은 교주도 교주지만, 우리와 같은 공간에 있는 저 신도 놈들의 실력도 중요했다.


“혹시 저 사람들 실력이 가늠되나요?”

“아니요? 전혀 안 돼요. 그냥 볼 수 있는 곳만으로 전투력이 측정되는 스킬이 있다면 헌터들이 싸우다가 죽을 일도 없겠죠.”


아름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대답했다.


“하긴 그것도 그렇네요. 일단 진영은 선 하나, 악 셋이네요.”

“국내에 있는 헌터에게는 공유가 되진 않겠지만, 살해당한 소속 국가 유저들한테는 알림 창이 올 수 있겠네요.”

“그냥 아름씨를 포함한 여러분들은 악 진영 사람만 처리하세요.”


현재 김아름, 예설아, 강승주까지 모두 선(善) 진영에 소속되어 있다. 이미 수면 위에 오른 내가 고작 일본 헌터들 사이에서도 이름 알려지는 게 무서워 숨을 생각은 전혀 없다.


찬송가가 들린다.

살짝 열어놓은 문으로 음악 소리와 노래를 부르는 소리가 시끄럽게 들린다. 드디어 1부가 끝난 것 같다.


“준비하세요. 교주가 들어오면 나가지 못하게 설아는 문부터 점거해.”

“알았어.”


얼마 지나지 않아 교주가 비서의 안내를 받고 들어온다.


교주의 형색은 30대 중반으로 보였고, 인도의 승려들이나 입을 법한 화려한 가운을 입고 있었다.


앞으로 우리가 계획한 10분에서 20분 사이에 교주를 죽여야 한다.


“컥!”


예설아가 암살자답게 교주의 뒤를 노렸지만, 암습을 눈치 챈 비서가 몸을 날려, 예설아의 단검을 몸으로 막고 생을 마감했다.


비서가 공격당함과 동시에 미리 대기 하고 있던 신도 넷이 교주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피슉!

김아름의 소음기가 장착된 저격소총이 번쩍인가 싶더니, 신도 중 한 놈의 머리를 재빨리 비틀어 총알을 피해냈다. 상대해야 할 놈들이 생각보다 몸이 날랬고, 뛰어났다.


“바사카아!”


교주가 스킬명을 외친 건지, 교주를 지키고 있던 사인방의 몸에 붉은 기운이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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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65. 말 끊으면 죽는다고. 22.07.27 36 1 13쪽
64 64. 결과적으론 잘 처리됐는데. 22.07.25 43 1 13쪽
63 63. 그가 나설 거예요. 22.07.22 42 2 12쪽
62 62. 힉! 히드라. 22.07.18 50 2 11쪽
61 61. A급 던전 포탈. 22.07.15 59 2 12쪽
60 60. 부패한 박쥐같은 놈들. 22.07.14 36 1 13쪽
59 59. 준구의 희망에 부푼 인턴 생활의 결말. 22.07.12 48 1 12쪽
58 58. 오늘 점심은 뭘 먹을까? 22.07.11 49 2 13쪽
57 57. 자기 오랜만이네? 22.07.10 59 2 13쪽
56 56. 멈추긴 뭘 멈춰? 22.07.09 54 2 11쪽
55 55. 분석해서 뭐 할 건데? 22.07.05 55 2 12쪽
54 54. 사람 만들어 놓고 이야기하면 돼. 22.07.03 58 2 13쪽
53 53. 응원이라도 해주라는 건가? 22.06.29 70 2 12쪽
52 52. 명예 찾는 놈이 여기 또 있네. 22.06.27 74 2 12쪽
» 51. 교주암살. 22.06.25 69 2 12쪽
50 50. 가치 있는 일을 하는 준구 22.06.24 67 2 13쪽
49 49. 신으로 추앙받는 자. 22.06.22 72 3 15쪽
48 48. 습격과 납치. 22.06.20 69 2 12쪽
47 47. 스킬 빼줄 때까지 기다릴 계획. 22.06.19 72 4 13쪽
46 46. 연기 좀 부탁드립니다요. 22.06.18 83 4 14쪽
45 45. 따라 뛰었다. 22.06.17 81 3 13쪽
44 44. 공격을 피할 생각을 하지 않고 맞선다. 22.06.15 85 4 14쪽
43 43. 2년간 증발한 놈이 앞에 서 있다. 22.06.13 97 3 14쪽
42 42. 물통을 얻는 것은 나의 홍복. 22.06.12 91 4 12쪽
41 41. 추적하니 바닥에 마법진. 22.06.11 96 5 12쪽
40 40. 굳이 보상도 없는 던전. 22.06.10 97 4 15쪽
39 39. 스킬을 발동하면, 영장류 최강이다. 22.06.08 103 5 13쪽
38 38. 정말 이해가 안 된다. 22.06.06 102 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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