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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토템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칭호로 나 혼자 무한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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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토템
작품등록일 :
2022.10.26 16:38
최근연재일 :
2023.05.19 20:56
연재수 :
1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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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8,036
추천수 :
6,320
글자수 :
678,215

작성
23.03.09 18:00
조회
526
추천
15
글자
12쪽

97화 - 또 익숙한 천장이다

DUMMY

쿠구궁!


굉음과 함께 땅이 요동쳤다. 자욱이 일어난 먼지가 걷혔을 때 헌터들은 키메라가 혀를 축 내민 채 죽어있는 걸 발견했다.


“해, 해치웠다!”

“마침내 쓰러뜨렸어!”

“우리가 이긴 거야!”

“만세!”


플래그란 플래그는 전부 꽂아가며 환호하는 헌터들. 끝났다는 안도감과 승리의 기쁨이 뒤섞인 함성을 들으며 송인준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어떻게든 해냈군.”

“그러게나 말입니다.”


옆으로 다가온 장대현이 한시름 덜어낸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손에 든 약병을 송인준의 왼팔에다 들이부었다.

미간을 찌푸린 송인준이 고개를 돌렸다. 화상으로 검게 변한 팔에서 연기가 일어나며 새살이 조금 돋아났다.


“살살 좀 하게. 아파 죽겠어.”

“살살 부어도 아프니까 참으십쇼.”


투덜거리는 장대현은 반대편에 들고 있던 스마트폰을 앞으로 내밀었다. 화면 속에 보이는 헌터들은 모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다들 끝났나?”

-방금 끝났네요.

-저희 쪽은 지금 정리 중입니다. 그런데 그 상처는 괜찮으신 겁니까?

“병원 가면 괜찮아질 걸세. 그나저나 다들 수고했어.”

-다들 수고했어요!

-이번엔 정말 단체 회식을 한 번 해야 하겠는데.


한결 편해진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는 헌터들.

피를 뒤집어쓰고 몸에 붕대를 감고 있는 등 모두 꼴이 말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대화를 주고받는 그들의 입가엔 옅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들이 고된 싸움 끝에 맞이한 승리를 만끽하고 있던 그때.


투콰아아아앙!


굉음과 함께 게이트가 있던 자리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으아악!”


갑자기 일어난 폭발로 인한 광풍에 헌터들이 저 멀리 날아갔다.

무언가의 절규가 뒤섞인 것 같은 폭발은 주변의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다들 괜찮나!”


장대현이 급히 불러낸 방패 뒤에서 일어난 송인준이 외쳤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모두 당황하긴 했지만, 다행히 심각한 부상을 입은 이는 없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저기, 방금 다들 뭐 못 느꼈어?

-저만 느낀 거 아니었어요?


하새벽과 유미나의 말에 다른 헌터들은 대답이 없었다.


그들은 모두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지만, 눈빛만으로도 서로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


등골을 스치고 지나가는 불길함.

무슨 일이 더 벌어지려고 하기 때문이 아니라, 이미 벌어진 어떤 일에 대한 불길한 예감.


-설마······.

-아닐 거야. 분명 그라면 괜찮을 거야.

-그렇······ 겠죠?

“그럴 걸세.”


송인준은 게이트가 있던 자리를 쳐다봤다.


“무사히 돌아오겠다던 약속, 지키게.”



***



그 시각 타르타로스 지하.


티폰의 시체가 폭발하며 터져 나온 피의 홍수가 대지를 뒤덮고 있었다.


“끔찍하네.”


하늘에 떠오른 대지 위에서 그 광경을 내려본 유하늘이 질린다는 표정을 지었다.


끝없이 퍼져나가는 붉은 파도. 대지가 워낙 광활하기에 수위가 조금씩 낮아지고 있지만, 독성을 머금은 피는 대지를 부식시키며 그 안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조금만 늦었다면 우리도 저기에······.”

“말도 마.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하니까.”

“자, 다들 이야기는 거기까지.”


유하늘이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시선이 향한 곳엔 블랙 드래곤이 날개를 펄럭이고 있었다.


유하늘은 내려왔을 때부터 최선호의 상태가 말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힘을 방출하고 있어 다들 모르는 낌새였지만, 싸움이 끝나면 그대로 쓰러질 것 같았다.

그래서 계속 주시하고 있었는데, 그 불길한 예상대로 최선호는 폭발이 일어났을 때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걸 본 순간 유하늘은 자리를 박차고 달려 나가 최선호를 붙잡았다.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 그를 낚아채는 것까진 성공적이었지만, 그 다음이 문제였다.


파도는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텔레포트 수정을 쓸 시간도, 도움을 받을 방법도 없었다.


그 상황에서 어떻게든 그를 살리기 위해 분신과 함께 자신을 희생하려던 그때, 갑자기 나타난 블랙 드래곤이 파도를 밀어냈다. 그리곤 모두가 서 있던 땅을 파내 하늘로 띄웠다.


예상치 못한 도움에 모두가 살았다. 티폰과의 결전 때도 도움을 주었기에 아군이라 생각했지만, 마냥 안심할 수는 없었다.


자신들을 향해 뿜어내는 짙은 살기. 당장에라도 녀석이 입을 벌려 브레스를 뿜는다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유하늘이 잔뜩 긴장한 손으로 칼을 고쳐 쥐었다. 자신을 향해 칼을 휘두르려는 모습을 본 블랙 드래곤은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언니. 저 녀석, 싸울 생각은 없나 본데요?”

“나도 그렇게 생각하긴 하는데······.”

“다들 긴장 풀어. 원래 저런 녀석이니까.”

“야, 아무리 그래도······.”


자연스럽게 대답하던 유하늘이 고개를 돌렸다. 들것에 누워 쓰러져 있던 최선호가 일행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형!”

“쌤!”

“주군!”

“다들 표정 풀어라. 누가 보면 사람 뒤진 줄 알겠다.”

“지금 그런 말 할 때예요?”

“너, 진짜······.”


너덜너덜해진 채로 아무렇지 않다는 표정을 짓는 최선호를 본 유하늘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


“유하늘. 우냐?”

“울긴 누가 운다고······.”

“눈가가 촉촉한데?”

“시끄러워!”


일갈과 함께 손으로 눈가를 훑는 유하늘. 그걸 본 최선호는 시선을 돌려 드래곤을 쳐다봤다.


“어이, 게으름뱅이. 슬슬 돌아가자.”

“────.”

“섭섭하게 그러지 말고. 자, 빨리.”


능청스럽게 말하는 최선호를 본 드래곤이 혀를 찼다. 그런 녀석이 손가락을 튕기자 옆에 게이트가 나타났다.

드래곤이 손을 내밀었다. 공격하려는 건가 싶어 모두 경계했지만, 녀석은 어쩌라는 표정을 지으며 최선호를 들어 손으로 감쌌다.


“다들 너무 날이 서있는 거 아니냐? 빨리 올라와.”

“아니, 그렇게 말해도······.”

“됐으니까 빨리. 안 그러면 여기 두고 간다?”


잠시 고민하던 일행은 별수가 없음을 깨닫고는 드래곤의 위에 하나둘 올라탔다. 어색한 탑승감을 느낄 틈도 없이 드래곤이 게이트를 향해 날아갔다.


게이트를 넘어가자 푸르른 하늘이 모습을 드러냈다. 구름을 뚫고 내려간 일행의 앞에 병원이 눈에 들어왔다.


“꺄아악!”

“저, 저게 뭐야!”


갑작스러운 드래곤의 등장에 놀란 사람들이 외쳤다. 경비들과 근처에 있던 경찰들이 급히 병원을 향해 달렸다.

바람을 가르며 내려간 드래곤이 착지하기 직전, 녀석은 몸을 돌려 타고 있던 이들을 전부 등에서 떨어뜨렸다.


“으아아!”

“이, 이게 대체 뭐 하는 짓이야!”

“다들 받아요!”


임수진의 손에서 불어온 바람이 일행을 받아냈다. 안정적으로 착지한 이들 사이로 최선호가 사뿐히 떨어졌다.

난폭한 착지를 시킨 드래곤은 사람 반 정도로 몸을 작게 만들고는 최선호의 옆에 내려왔다. 자신을 노려보는 시선들을 본 녀석은 콧김을 내뿜고는 그 자리에 똬리를 틀었다.


“저걸 진짜······.”

“다 큰 어른인 네가 참아. 그보다 부탁이 있는······.”


뭔가 말하려던 최선호가 말을 잇지 못하고 그대로 옆으로 고개를 떨어뜨렸다. 그 모습을 본 일행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그를 데리고 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



“아, 진짜.”


또 익숙한 천장이다.

침실 천장보다 더 많이 본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익숙한 새하얀 천장. 은은한 빛을 내는 조명에서 고개를 돌리자 창밖으로 새하얀 눈이 내리는 게 보였다.


‘시간이 얼마나 흐른 거지?’


침실 옆에 달린 커다란 달력을 쳐다봤다. 12월이라 적힌 글귀를 보며 나는 마지막 기억이 언제였는지 되짚었다.


“어?”


문 쪽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손에 들고 있던 바구니를 떨어뜨린 유하늘과 눈이 마주쳤다.


“너, 너. 일어났······.”

“그 대사 뭔가 데자뷰 같으니까 그만두지 않을······.”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하늘이 달려왔다. 녀석은 아무 말 없이 내 손을 잡고는 혼자서 무어라 중얼거렸다.


예상하지 못한 반응에 아무것도 못 하고 있는데 지나가던 간호사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날 보더니 소스라치게 놀라선 급히 어딘가로 달려갔다.


잠시 후.


“최, 최선호 씨!”


황급히 달려온 듯 거친 숨을 내쉬는 의사가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내 몸에 달린 기계와 몸 곳곳을 살피더니 내가 잠들어있는 동안 있던 일을 이야기해줬다.


병원에 실려 온 내 몸 상태는 살아있는 사람이라고 볼 수 없었다고 한다.

온몸의 뼈는 하나도 남김없이 전부 부러졌고, 부러진 뼈들이 장기들을 찔러 내부 출혈도 심했다고 한다.

근육 역시 성하지 못했고, 숨 쉬고 있는 것 자체가 기적일 정도라고 했다.


수술해도 가망이 없다고 생각하며 모두가 포기하려던 그때, 내 몸이 알아서 치유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엇나갔던 뼈들이 제 자리를 되찾고, 멈추지 않던 출혈도 잠깐이나마 멈췄다고 한다.

완벽하게 고쳐지진 않았지만, 적어도 수술로 손 써볼 수 있는 정도까지는 나아졌다고 한다. 그걸 확인한 병원 측에선 곧장 수술을 진행했다고 한다.


하루가 꼬박 넘게 진행된 대수술은 무사히 끝났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나는 일어나지 못했고, 중간중간 상태가 나빠져 몇 번이고 다시 수술을 했다고 한다.


‘이 정도면 정말 신이 돌봐주신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의사가 건넸던 말.

솔직히 말하면 그게 맞긴 하다.


[주신들의 영웅]

[신을 죽이기 위한 결전 병기를 쓰러뜨린 위대한 영웅. 그 업적에 경의를 표합니다.]

[장착 시 상황에 맞는 신의 가호가 내려집니다.]

[이 칭호는 한 달에 한 번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티폰을 쓰러뜨리며 얻었던 칭호. 기절하기 직전 착용하고 쓰러졌는데, 갑자기 회복한 게 그것과 관련이 있는 거겠지.

신의 권능이라도 해도 완벽히 낫지 못한 건 칭호의 부작용일 거다.

뛰어난 신성력조차 튕겨내는 절대적인 약속이다. 그걸 완전히 상쇄시키기엔 제 아무리 신의 권능이라 해도 그 한계가 있던 거겠지.


아무튼 정신이 들긴 했지만 당장 병원을 나설 수는 없었다.

한 번 완전히 망가졌던 몸이었기에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당장 움직일 수 있다고 썼다가 중요할 때 문제가 생기면 어찌할 수 없으니까.


“결국 또 누워있어야 하네.”

“어쩌겠어. 기왕 이렇게 된 거 병원에 살림 차리는 게 어때?”

“이젠 더 안 다칠 거라 그럴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은데.”

“정말? 우리 내기할까?”

“뭐 이런 걸로 내기를.”


피식 웃으며 농담을 주고받고 있는데 문이 열렸다.


“최선호 헌터!”


우렁찬 소리와 함께 들어오는 송인준. 그 뒤로 익숙한 얼굴들이 하나둘 안으로 들어왔다.


“깨어났다는 소식 듣고 바로 왔네. 좀 괜찮은가?”

“나쁘진 않네요. 그보다 다들 어디 다녀오는 길입니까?”

“별 건 아닐세. 그냥 S급 게이트 하나 처리하고 오는 길이지.”


S급 게이트가 별거 아니라니. 하도 하드 모드로만 일하고 있으니 감각이 이상해진 건가.


“좋아 보여서 다행입니다.”

“병문안 선물은 여기에 두면 되나?”

“자기. 깁스에 낙서해도 돼?”

“아, 펜은 여기 있어요.”

“저기 다들······.”


갑자기 몰려든 S급 헌터들의 병문안에 유하늘이 얼 타고 있을 무렵, 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왔다.


“쌤!”


쪼르르 달려와 옆에 앉는 제자 녀석들. 어딜 다녀온 건지 옷이 아주 엉망이었다.


“괜찮아요?”

“우리 알아보겠어요?”

“그걸 말이라고 하냐? 그보다 어디 다녀온 거야?”

“당연히 게이트죠.”

“그보다 정말 괜찮아요? 아픈 데는 없어요?”

“죽을 만큼 아프지는 않아.”


농담조로 웃으며 말한 나는 고개를 돌렸다.

시장 바닥을 연상케 하는 왁자지껄한 풍경.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베개에 머리를 뉘었다.


이런 것도 나쁘지 않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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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124화 - 괴이의 본모습 23.05.19 202 4 11쪽
124 123화 - 서로의 전장 23.05.17 158 5 11쪽
123 122화 - 괴이의 마왕 23.05.15 179 5 11쪽
122 121화 - 괴이와의 조우 (3) 23.05.12 179 4 12쪽
121 120화 - 괴이와의 조우 (2) 23.05.10 181 4 11쪽
120 119화 - 괴이와의 조우 (1) (수정됨) 23.05.08 220 3 13쪽
119 118화 - 반나절의 휴가 (2) (수정됨) +1 23.05.05 235 5 14쪽
118 117화 - 반나절의 휴가 (1) (수정됨) 23.05.03 234 6 13쪽
117 116화 - 함께 (수정됨) 23.05.01 257 8 13쪽
116 115화 - 인정과 각오 (수정됨) 23.04.28 260 6 14쪽
115 114화 - 소란의 마무리 23.04.26 255 6 11쪽
114 113화 - 시끄러웠던 사건의 전말 23.04.24 272 7 15쪽
113 112화 - 등장은 역시 소란스러운 23.04.17 311 8 13쪽
112 111화 - 마침내 도착한 (수정됨) 23.04.14 297 9 14쪽
111 110화 - 이제 시작일 뿐 (수정됨) 23.04.12 304 8 11쪽
110 109화 - 노리고 있는 것 (수정됨) 23.04.10 304 8 11쪽
109 108화 - 강적 출현 (수정됨) 23.04.07 318 10 12쪽
108 107화 - 증명의 시간 +1 23.04.05 338 11 16쪽
107 106화 - 불청객을 맞이하는 방법 (수정됨) 23.04.03 328 10 14쪽
106 105화 - 평화로운 여행은 없었다 (수정됨) 23.03.31 348 13 15쪽
105 104화 - 다시 모이다(수정됨) 23.03.29 388 12 12쪽
104 103화 - 최종 준비 (4) 23.03.27 373 13 12쪽
103 102화 - 최종 준비 (3) [수정됨] 23.03.16 512 11 11쪽
102 101화 - 최종 준비 (2) 23.03.15 525 14 13쪽
101 100화 - 최종 준비 (1) +1 23.03.14 499 1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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