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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토템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칭호로 나 혼자 무한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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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토템
작품등록일 :
2022.10.26 16:38
최근연재일 :
2023.05.19 20:56
연재수 :
125 회
조회수 :
315,828
추천수 :
6,318
글자수 :
678,215

작성
23.05.19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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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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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1쪽

124화 - 괴이의 본모습

DUMMY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그린빌.


“이 새끼들이······!”


우 쉬안이 신경질적인 목소리와 함께 팔을 휘둘렀다. 궤적을 따라 생겨난 검은 칼날이 눈앞에 있던 키메라의 몸을 양단했다.

깔끔하게 잘린 단면. 원래라면 죽어야 했지만, 반으로 갈라진 키메라의 몸뚱이가 꿈틀거리더니 다시금 제 모습을 갖추었다.


“언제까지 까불 생각이냐!”

“그롸아아아!”


묵직한 울음소리와 함께 맹렬히 달려오는 키메라를 향해 우 쉬안이 주먹을 내질렀다. 키메라의 단단한 뿔과 주먹이 부딪치며 그 충격에 공기가 요동쳤다.


방금까지만 해도 싸움은 중국의 헌터들이 우위를 점한 상태였다.

등장과 동시에 자신을 대장이라 칭했던 마족의 목을 우 쉬안이 따냈다. 통솔자를 잃은 무리는 혼란에 빠졌고, 헌터들은 본능에 따라 저항하는 녀석들을 마무리하는 중이었다.


이대로라면 누구보다 먼저 마왕 토벌에 합류할 수 있다고 전장에 있던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


조금 전까지는 말이다.


-“nue nui gi······.”

-“ag noeg nis ahg noe sna w e anmi cam!”

-“ad si us li gin ey maro egi!”


아등바등 살길을 찾고자 헌터들과 싸우던 마족들의 입에서 터져 나온 환희와도 같은 외침. 의아함을 품기도 잠시, 게이트에서 쏟아져 나온 대량의 마기가 전장을 뒤덮었다.


“이게 대체······.”

“왠지 속이 이상한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뭘 꾸물거리고 있어! 어서 물러서지 않고!”


상황 변화에 어리바리한 헌터들을 뒤로 물린 우 쉬안은 미간을 찌푸렸다.


게이트에서 터져 나온 짙은 농도의 마기. 최선호와 마주했을 때 느꼈던 것과 거의 흡사한, 아니 그 이상의 기운이었다.

그리고 그런 마기에 접촉한 키메라들의 모습은 어딘가 달라져 있었다. 몸집이 커지기도 했지만, 한층 더 예리해진 발톱과 이빨, 그리고 전신으로 뿜어내는 무거운 압박감이 같은 녀석인지 의심이 될 정도였다.


“스승!”

“알고 있다.”


리 야오는 굳은 표정으로 자세를 고쳐 잡았다.

게이트 너머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다. 그게 어떤 건지는 모르겠지만, 결코 좋은 게 아닌 것은 분명했다.


-“ad nis ip la sob! liru oe sek nu bue ara!”


혼란을 바로잡은 마족의 외침에 키메라들이 헌터들을 향해 돌진했다. 수는 1/10로 줄어들었지만, 녀석들의 기세는 원래 있던 수를 압도할 정도였다.


촤아악!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살이 찢어지는 소리. 그와 함께 터져 나오는 비명은 사람의 것이었다.


“으아악!”

“이, 이 녀석들······!”

“팔! 내 팔이!”


현장에 있던 헌터들 대부분이 A급의 경지에 오른 이들이었다. 어지간한 상황에서 쉽게 지는 이들이 아니었지만, 키메라들은 그런 헌터들을 케이크 먹듯 아주 손쉽게 제압해나갔다.


“이거라도 먹어라!”


그래도 개중엔 제때 반격에 나선 이들도 있었다. 몸을 베고, 불로 지지고, 얼음의 감옥에 가두는 등 안간힘을 썼지만, 키메라들은 공격을 받아내며 유유히 자신들이 할 일을 했다.


“이 자식들, 싸워도 싸워도 끝이 없잖아!”


간신히 키메라 하나를 해치운 우 쉬안이 고개를 들었다. 그렇게 잠시 숨을 돌리려던 그는 뒤에서 느껴진 기척에 급히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가아아아!”


그가 있던 자리에 머리를 처박은 키메라가 울분에 찬 소리로 씩씩댔다. 자신을 올려다보는 녀석을 본 우 쉬안은 비웃는 표정으로 말했다.


“짜증이 나냐? 막 화가 치밀어서 주체를 못 하겠냐?”

“그르르······.”

“그런데 그건 니까짓 게 느낄 감정이 아니라고, 이 새끼야!”


천둥과도 같은 포효와 함께 우 쉬안이 키메라를 향해 낙하했다. 키메라의 주먹과 부딪친 그의 주먹에 지면이 무너지며 커다란 균열이 생겨났다.


균열 저 아래로 처박힌 키메라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완전히 움직임을 멈춘 녀석을 본 우 쉬안은 여전히 마기가 흘러나오는 게이트를 쳐다봤다.

안에서 느껴지는 흉흉한 기운. 좋지 않은 징조였지만, 그는 단 한 가지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가기 전에 뒤지지 마라.”


이딴 녀석들쯤은 후딱 해치우고 들어간다. 그렇게 다짐한 우 쉬안은 저 멀리 헌터 하나를 잡아 메치려는 키메라를 향해 날아갔다.



****



촤라라락!


끝이 보이지 않는 깊은 틈에서 솟아오른 촉수 다발. 사람 정도의 두께를 하고서 수십 개의 가시가 돋아있는 촉수들이 나를 향해 뻗어왔다.


이런 좁은 곳에서 저것들을 전부 상대하는 건 불가능했다. 일단 위로 빠져나갈 생각으로 날개를 움직여 들어왔던 곳으로 빠져나가고자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컥······!”


복부에 꽂힌 묵직한 한 방.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사고가 따라가지 못하는 사이, 나는 그대로 위를 향해 밀려났다.

탑 꼭대기를 뚫고 하늘 높이 올라오게 되었을 때, 나는 저 깊은 지하에서 무언가 튀어나오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


탑이 무너지며 들려오는 기괴한 울음소리. 높은 기계음과 쇠 긁은 소리, 그리고 여러 동물의 울음소리를 한 데 모아둔 것 같은 포효와 함께 탑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탑이 완전히 무너졌을 때, 나는 그 자리에서 일어난 무언가와 마주할 수 있었다.


칠흑의 어둠과도 같은 피부를 가진 거인. 탑과 맞먹는 키의 녀석의 얼굴은 양옆으로 길게 찢어진 입만이 남아있었다.

녀석의 가슴팍엔 검은 수정이 박혀 있었고, 그 주변엔 갈비뼈였어야 할 것 같은 뼈들이 가시처럼 솟아 있었다. 녀석의 전신은 검은 비늘로 뒤덮여 있었고, 등에서 솟아난 뼈로 만들어진 두 쌍의 날개는 막대한 양의 마기를 담고 있었다.


녀석의 머리 위에는 커다란 눈동자가 자리하고 있었다. 일전에 마주했던 마신의 눈을 연상케 하는 모습이었다.


모습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바뀌었지만, 나는 이게 뭔지 알고 있었다.


나를 노려보고 있는 눈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시선, 전신에 휘감고 있는 마기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감각.


마왕 나베스.

조금 전 마주했던 그 녀석임이 분명했다.


-“그, 그만둬라!”

-“나는 너희를 만들어낸 창조······ 아아악!”

-“죽고 싶지 않아!”


별안간 아래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고개를 내리니 마족들이 키메라들에게 덮쳐지고 있는 게 보였다.

갑자기 자기들끼리 치고받는, 평범하게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뒤이어 일어난 변화에 왜 저 녀석들이 그런 행동을 한 건지 알 수 있었다.


“그르르······.”


마족을 잡아먹은 키메라들이 흉흉한 오러를 내뿜었다. 입가에 피를 뚝뚝 흘리는 녀석들은 방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마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변화는 단순히 키메라들에게만 생긴 게 아니었다.


“모두 물러나라! 어서!”

“공중에 발판을 만들어라! 지면에 발이 닿아선 안 된다!”


가론의 다급한 외침과 함께 생겨나는 공중 계단. 여기저기서 헌터들이 뛰어오르기 무섭게 지면이 검 보랏빛 진흙으로 뒤덮였다.

질척거리며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진흙에서 느껴지는 지독한 마의 기운. 평범한 인간이라면 닿기만 해도 죽을 게 분명하다.


저런 치명적인 독 위에서 키메라들은 아무렇지 않았다. 오히려 한껏 힘을 끌어올리며 위로 후퇴한 헌터들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키메라의 수는 처음 볼 때보다 확실히 줄어들었다. 다들 노력한 게 보였지만, 여전히 수적 열세에서 벗어나진 못한 상태였다.

거기다 발판 위에 보이는 이들 중 절반은 다쳐 있었다. 힐러들이 분주히 회복에 힘쓰고 있었지만, 사방에서 달려드는 키메라들 때문에 쉽지 않아 보였다.


거기다 문제는 더 있었다.


“저 거인은 뭐야······.”

“이길 수 없어······.”

“이봐, 그게 무슨 소리야!”

“이기지 못해! 우린 질 거라고!”


나베스의 등장과 함께 겁에 질린 이들이 생겨났다. 싸울 의지를 잃고 주저앉은 그들의 얼굴엔 공포의 감정이 선명히 새겨져 있었다.


“모두 우선 방어에 전념해라!”

“공격이라면 우리가 알아서 나갈테니까!”


불행 중 다행이라면 핵심 전력인 S급 헌터들은 여전히 싸움에 임하고 있다는 거였다. 다들 고전하는 모양새긴 하지만, 그들이 싸우고 있다는 것 자체로 의미가 컸다.

만일 저들 중 한 명이라도 전투 불능 상태가 된다면, 이 싸움의 승패는 결정 난 것과 다름없었으니까.


마음 같아선 당장 저기 달려가 상황 정리부터 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내 앞에 있는 녀석은 그걸 허락해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콰아아아아!


입이 크게 벌어지며 고온의 브레스가 날 향해 날아왔다. 마기로 강화된 화염을 본 나는 망설임 없이 손을 뻗었다.


“칭호 ‘돌격대장’ 장착.”


메시지를 확인하기도 전에 브레스가 날 덮쳤다. 보이지 않은 장막에 부딪혀 소멸하는 브레스를 보며 나베스를 향해 쇄도했다.

예기를 최대한으로 끌어 올린 오러 소드를 나베스의 팔을 향해 휘둘렀다. 견고한 비늘을 자른 칼날이 그대로 살을 파고들었지만, 얼마 안 가 멈추고 말았다.


힘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잘라냄과 동시에 회복된 살에 칼이 붙잡혔다. 그것도 단순한 살점이 아니라, 살아있는 촉수처럼 얽혀오는 살이었다.


“어떻게 되먹은 신체인 거야?”


짜증 섞인 말과 함께 칼을 뽑아냈다. 칼날에 피 한 방울 묻지 않음에 어이없는 것도 잠시, 녀석의 몸을 뒤덮고 있던 비늘들이 꿈틀거렸다.


“이거 설마······.”


내 불안이 들어맞듯 나베스의 몸을 덮고 있던 비늘들이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총알처럼 퍼부어진 비늘 세례에 나는 급히 뒤로 물러났다.

비늘들은 매서운 기세로 나를 쫓아왔다. 유도 기능이라도 있는 듯 계속 따라오는 녀석들을 떼어내려던 내 앞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욕지거리 하나 내뱉을 틈 없이 나베스의 주먹이 내 몸을 강타했다. 운석에 맞은 것 같은 묵직한 압박감과 함께 땅에 처박혔다.


“커헉······!”


저절로 튀어나오는 신음. 정신을 잃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허리가 한 번 부러졌던 것 같긴 하다.

땅에 처박힌 나를 향해 주변에 있던 진흙들이 다가왔다. 의지를 가진 것처럼 휘감겨오는 진흙에서 풍기는 죽음의 향기에 고개를 들었다.


대체 무슨 깨달음을 얻은 건지 모르겠지만, 저게 녀석의 전력인 건 분명하다. 연구자가 자랑하던 연구실까지 부수고, 부하들까지 전부 재료로 써버린 걸 보면 이 뒤는 없을 거다.

그리고 이게 녀석의 전력임을 확인한 이상, 이쪽도 상황 파악이고 뭐고 할 필요는 없다.


“칭호 해제. 칭호 ‘마왕’ 장착.”


메시지와 함께 전신에 차오르는 마기. 복잡해졌던 머리가 상쾌해지며 하나의 목표만이 떠오른다.


-강한 녀석은 철저하게 처부순다.


이 힘의 원래 주인이었던 마왕 크샤크가 추구하던 것. 마왕이라는 힘에 익숙해질수록 녀석이 남겼던 욕망도 내 일부였던 것처럼 들어오고 있었다.


이성을 제어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싸우는 행위에 매몰되어 생각이 좁아지고 내 힘을 과신하게 되는 경향이 생기는 것 같아 처음부터 꺼내지 않았다.


‘이것도 고쳐봐야 하는데.’


뭐, 아무튼.

요점만 말하자면 그거다.


이제 어떻게 되어도 모른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원고 완성에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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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 시간은 월/수/금 오후 6시입니다. [3/17 수정됨] 22.11.01 3,098 0 -
» 124화 - 괴이의 본모습 23.05.19 196 4 11쪽
124 123화 - 서로의 전장 23.05.17 152 5 11쪽
123 122화 - 괴이의 마왕 23.05.15 173 5 11쪽
122 121화 - 괴이와의 조우 (3) 23.05.12 174 4 12쪽
121 120화 - 괴이와의 조우 (2) 23.05.10 177 4 11쪽
120 119화 - 괴이와의 조우 (1) (수정됨) 23.05.08 215 3 13쪽
119 118화 - 반나절의 휴가 (2) (수정됨) +1 23.05.05 232 5 14쪽
118 117화 - 반나절의 휴가 (1) (수정됨) 23.05.03 227 6 13쪽
117 116화 - 함께 (수정됨) 23.05.01 251 8 13쪽
116 115화 - 인정과 각오 (수정됨) 23.04.28 255 6 14쪽
115 114화 - 소란의 마무리 23.04.26 249 6 11쪽
114 113화 - 시끄러웠던 사건의 전말 23.04.24 265 7 15쪽
113 112화 - 등장은 역시 소란스러운 23.04.17 304 8 13쪽
112 111화 - 마침내 도착한 (수정됨) 23.04.14 293 9 14쪽
111 110화 - 이제 시작일 뿐 (수정됨) 23.04.12 301 8 11쪽
110 109화 - 노리고 있는 것 (수정됨) 23.04.10 299 8 11쪽
109 108화 - 강적 출현 (수정됨) 23.04.07 312 10 12쪽
108 107화 - 증명의 시간 +1 23.04.05 334 11 16쪽
107 106화 - 불청객을 맞이하는 방법 (수정됨) 23.04.03 322 10 14쪽
106 105화 - 평화로운 여행은 없었다 (수정됨) 23.03.31 343 13 15쪽
105 104화 - 다시 모이다(수정됨) 23.03.29 380 12 12쪽
104 103화 - 최종 준비 (4) 23.03.27 370 13 12쪽
103 102화 - 최종 준비 (3) [수정됨] 23.03.16 508 11 11쪽
102 101화 - 최종 준비 (2) 23.03.15 518 14 13쪽
101 100화 - 최종 준비 (1) +1 23.03.14 491 1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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