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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토템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칭호로 나 혼자 무한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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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토템
작품등록일 :
2022.10.26 16:38
최근연재일 :
2023.05.19 20:56
연재수 :
1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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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5,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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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78,215

작성
23.05.10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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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20화 - 괴이와의 조우 (2)

DUMMY

괴이의 마왕 나베스.


익숙한 이름의 등장에 미간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엘리고스를 납치해 키메라의 재료로 삼고, 수많은 키메라로 우리를 위협했던 마족 바르가스의 주인.

마왕 나베스와는 직접 얼굴을 마주한 적도, 카로스처럼 대화를 나눈 적도 없었다. 하지만 바르가스의 일로 녀석은 내 안에서 처리 최우선 순위에 있었다.


‘하지만 뭔가 이상해.’


나베스는 이종족 연구와 키메라 제작에 빠져있는, 인간으로 치면 연구자에 가까운 녀석이다. 녀석에게 붙은 ‘괴이’라는 이름은 녀석이 만들어낸 키메라들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었다.


녀석이 연구자로서 뛰어나단 건 알고 있었지만, 이런 식의 정신 공격을 할 수 있다는 건 금시초문이었다.


내가 예상했던 건 카로스나 루세프였다. 전자는 강령과 저주를 함께 사용하고, 후자는 정신을 오염시키는 마법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이름이 나와버렸다. 이건 좋든 싫든 나쁜 소식일 수밖에 없었다.


“정말 그 녀석입니까?”

“협회에 남아있는 녀석의 키메라 표본들에 남아있는 마기와 지금 피해자들에게서 탐지되는 마기를 분석한 결과, 서로 같은 것임을 확인했네.”

“누군가와 협력했을 가능성은 없습니까?”

“일리 있는 추측이긴 하군. 하지만 다른 마왕은 녀석과 협력하지 않을 걸세.”

“어떻게 단정할 수 있는 거죠?”

“거기서부턴 내가 설명하도록 하겠네.”


윌라드의 곁에 서 있던 갈색 머리의 사내가 입을 열었다. 에코를 켠 듯 중후한 목소리가 회의실 안을 채웠다.


“우선 내 소개부터 하겠네. S급 헌터, 가론 월트라고 하네.”

“가론 월트······?”


사내의 말에 수진이가 놀란 토끼 눈을 떴다.


“부동의 철벽, 절대 지지 않는 방패의 그 가론 월트요?”

“직접 그렇게 들으니 낯간지럽긴 하군. 맞네. 내가 그 가론 월트일세.”


가론의 대답에 수진이가 유하늘의 뒤로 숨었다. 고개를 살짝 내민 채 가론을 쳐다보는 녀석은 연예인을 눈앞에서 본 팬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평소라면 살짝 놀려주기라도 하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상황인지라 넘어갔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왜 이번 일이 마왕 나베스의 단독 행동이라고 단정 지었는지 알려주겠네.”


가론이 크게 숨을 골랐다. 윌라드를 한 번 쳐다본 그는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자네들을 부르기 전, 우리는 마왕 나베스를 쫓고 있었네.”

“네?”

“그게 무슨 소리예요, 가론!”


곁에 있던 아이린이 당혹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진심으로 우러나온 목소리는 그녀도 정말 몰랐던 사실이었단 걸 알려주었다.


“아이린, 이 자리를 빌어 사과하겠네. 미리 말하지 못해 미안하네.”

“대체 왜 그런 사실을 숨긴 거죠? 다른 것도 아니고 마왕을 추적하는 거였다면 제게도······.”

“사정이 있었네.”


가론이 자신의 앞에 있던 노트북에 손을 가져갔다. 검은 균열을 비추던 화면이 바뀌며 무언가가 비쳤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의 시체. 여러 생명체의 몸을 가져다 억지로 기워 붙인 것 같은 시체를 본 순간, 나는 본능적으로 중얼거렸다.


“······인간을 사용한 키메라.”


어째서 그런 말이 나왔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굳이 저런 걸 보여준다면, 그것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내 생각은 틀리지 않았던 모양이다.


“마왕 나베스는 지금 인간으로 키메라를 만들고 있네. 지금까지 확인된 것만 해도 50명이 넘네.”

“그런 일이 있었다면 빨리 공표해야 했던 것 아닙니까? 어째서 비밀로 했던 거죠?”

“당시 게이트 발생률이 사상 최대치를 찍고 있었네. 안 그래도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이런 소식까지 알려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 것 같나?”

“······대혼란이 벌어졌겠군요.”


여기저기서 발생한 게이트 때문에 사람들의 불안이 한껏 증폭된 상황. 그런 시기에 인간이 키메라의 재료로 희생되고 있다는 사실까지 알려진다면, 사람들은 미국을 떠나려고 안간힘을 썼을 거다.


“다행히 우리가 녀석을 추적하기 시작한 이후 희생자는 늘지 않았네. 우리는 계속 녀석을 추적했고, 녀석이 뭘 하고 싶은지 알아냈네.”


가론이 고개를 돌려 화면을 쳐다봤다.


“마왕 나베스는 신인류를 만들 생각이네.”

“신인류?”

“말이 신인류지, 실제로는 키메라의 재료로 삼겠다는 걸세.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괴물을 완성하기 위한 재료로 말이야.”


마족의 기준에서 가장 자신들과 가까운 형태를 가진 존재. 지성을 갖추고 있으며, 수도 많으며, 탐구할 게 넘쳐나는 실험 대상들.


“그런데 그게 어떻게 녀석이 다른 마왕들과 협력하지 않았다는 것과 관련이 있는 거죠?”

“마왕 나베스의 권속 중 한 녀석이 말하길, 녀석은 다른 마왕들도 키메라의 재료로 삼으려 했다던 것 같네. 그 일로 다른 녀석들에게 상당한 반감을 샀고, 지금은 반역의 마왕 못지않게 낙인이 찍혀 있다고 하더군.”


가론의 시선이 내게로 향했다. 눈이 마주친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어쨌든, 원인이 무엇이든 마왕 나베스의 단독 소행이라는 건 변함이 없네.”

“그렇다면 이 현상은 녀석이 만들어낸 키메라에 의한 거라 볼 수도 있겠네요.”

“게이트가 속임수라는 건가?”

“단순히 게이트가 열린 것만으로 이 정도 소란이 벌어지는 건 말이 안 되니까요.”


마왕의 게이트가 다량의 마기를 뿜어내는 건 주변의 환경을 마계와 비슷하게 만들기 위함이다. 워낙 농도가 짙기에 흡입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위험하지만, 어디까지나 직접 들이켰을 때의 이야기다.


상당히 거리가 떨어져 있음에도 사람들이 쓰러지는 일이 발생하는 건, 게이트만으로 보기는 어려웠다.


“그렇다면 녀석의 키메라를 쓰러뜨려야겠군.”

“어떤 녀석이 이 일을 벌이고 있는지 어떻게 압니까?”

“모르겠으면 전부 죽여야지. 원래부터 그래야 하고 말이야.”

“그런데 그 녀석이 그 키메라를 밖으로 가져오겠어?”

“아니겠죠. 가능한 안에 두고서 최대한 우리를 괴롭히려 하겠죠.”

“결국 해결하려면 게이트 너머로 가는 게 최선이란 거군.”


송인준의 말에 다들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마왕이 직접 게이트를 열었다는 건 전면전을 선포한 것과 다름이 없다. 녀석은 가능한 모든 전력을 동원할 거고, 그게 얼마나 될지는 모르는 일이다.

적의 수도 모르고, 마계라는 지리적 불리함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게이트로 들어가는 건 정말 모험이었다.


“지금껏 마왕의 게이트를 넘어간 사람이 있긴 했습니까?”

“없었네.”

“이거, 원하지도 않던 최초 업적을 달성하게 생겼는데.”


장대현이 헛웃음을 내뱉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는 언제 꺼냈는지 모를 스마트폰으로 누군가와 연락을 주고받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다른 헌터들은 다 어디 있습니까?”

“다른 이들은 지금 추가로 발생한 S급 게이트들을 처리하기 위해 그쪽으로 향했네. 그쪽 일이 끝나면 모두 합류할 걸세.”

“이 상황에서 S급 게이트라······ 이것도 나베스의 소행입니까?”

“그건 모르네. 이런 싸움은 우리도 처음인지라.”


김유건의 질문에 가론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확신하지 못했지만, 아마도 나베스의 소행이 맞을 거다.


내가 없애버린 역사 중 하나인 크샤크의 침공을 감안하면 게이트는 적어도 5개는 열릴 거다.

마왕과 그 대리인들. 각자 자신 있는 병력을 이끌고 쳐들어올 거다.


상황이 이러니 알려줘야 하나 싶었지만, 알려준다 해도 크게 변할 건 없었다. 어차피 한 번은 반드시 겪어야 할 일이고, 모두 제 역할을 해낼 거다.


“저희도 빨리 게이트로 가야 하는 것 아닙니까? 왜 저희만 여기로 부른 겁니까?”

“그거야 당연한 거 아니겠나.”


가론이 화면을 바꿨다. 안 본 사이에 한층 더 흉악스럽게 스멀거리는 검은 기운을 머금은 게이트가 비쳤다.


“저기 들어가기 위해서일세.”

“······이 인원으로 말입니까?”


말이 되냐는 듯 반문한 장대현이 날 쳐다봤다. ‘넌 저게 말이 되냐고 생각하냐?’고 묻는 표정이었다.


“걱정하지 말게. 우리만 들어가는 건 아니니까.”

“누가 함께 들어갑니까?”

“미국 5대 길드 중 세 길드에서 뽑아낸 정예가 함께 들어갈 걸세. 인원수로만 따지면 300명은 될 걸세.”

“그렇다면야 뭐······.”


장대현은 납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숫자만 들으면 턱없이 적다고 생각하겠지만, 이런 싸움은 원래 양보다 질이다.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은 아마도 다른 변수를 위해 대기하는 것일 거다.


“이제 움직이지. 다들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니.”

“어떻게 갈 겁니까?”

“따라오게.”


가론이 몸을 돌려 회의장을 나섰다. 그의 뒤를 따라 밖으로 나가려던 그때였다.


“최선호 헌터.”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다가온 윌라드가 내 바로 뒤에 서 있었다.


“자네가 더 잘 알겠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네.”

“그렇겠죠.”


이제 겨우 한 녀석과 싸움을 시작하는 거다. 앞으로 그런 녀석과 비등한, 혹은 더 강할지도 모르는 것과 네 번은 더 싸워야 한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궁극적으로는 그런 녀석들의 머리 위에 있는 놈과도 싸워야 하니까.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하겠네. 그러니 부디 몸 성히 돌아오게.”

“승전보와 함께 돌아오죠.”


내 대답에 윌라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잠깐의 눈빛 교환을 마친 나는 앞서 간 일행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



회의장에서 나온지 5분 뒤.

미국 헌터 협회 본부에 마련된 텔레포트 장치로 우린 필라델피아에서 마왕의 게이트가 있는 로스트 리버 캐번즈 근처로 이동했다.


“이게 마왕의 게이트······.”


균열을 올려다보던 준성이 중얼거렸다. 나는 심각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녀석의 어깨를 붙잡았다.


“긴장되냐?”

“안 된다면 거짓말이죠.”

“벌써 그러면 어떡해? 이제부터 시작인데.”

“어디든 형을 따라가겠다고 하긴 했지만, 이런 일까지 경험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야, 나 때문이 아니었어도 언젠간 경험하게 되었을 일이야. 오히려 나 때문에 오게 된 걸 다행으로 여겨.”


내 말에 준성이 고개를 저었다. 어깨엔 여전히 힘이 들어가 있었지만, 그래도 표정은 한결 나아져 있었다.


“뭐야. 둘이서 비밀 이야기라도 하는 거야?”


어느새 다가온 유하늘이 내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장난스럽게 행동하고 있지만, 녀석의 왼손은 언제라도 칼을 뽑을 수 있도록 칼 손잡이에 걸쳐 있었다.


“비밀은 무슨. 그냥 걱정하지 말라고 한 거지.”

“정말?”

“날 뭐로 보는 거냐?”

“뭐로 보기는. 우리 자랑스러운 길드장이지.”


유하늘이 고개를 돌려 균열을 쳐다봤다. 위로 호를 그리던 입꼬리가 언제 그랬냐는 듯 아래로 내려갔다.


“가론 씨가 준비 끝났다고 전해달래. 네가 들어가면 뒤따라오겠다더라.”

“그 양반, 은근슬쩍 나 부려 먹으려는 경향이 보인단 말이야.”

“부려 먹기는. 그만큼 믿고 있다는 거겠지.”

“알아. 그냥 농담해 본 거야.”


나는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눈앞을 완전히 뒤덮은 채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대는 검은 균열. 저 너머에서 기다리고 있을 녀석들을 떠올리며 나는 칼을 꺼냈다.


“그럼 시작해 보자고.”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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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124화 - 괴이의 본모습 23.05.19 196 4 11쪽
124 123화 - 서로의 전장 23.05.17 153 5 11쪽
123 122화 - 괴이의 마왕 23.05.15 173 5 11쪽
122 121화 - 괴이와의 조우 (3) 23.05.12 174 4 12쪽
» 120화 - 괴이와의 조우 (2) 23.05.10 178 4 11쪽
120 119화 - 괴이와의 조우 (1) (수정됨) 23.05.08 216 3 13쪽
119 118화 - 반나절의 휴가 (2) (수정됨) +1 23.05.05 232 5 14쪽
118 117화 - 반나절의 휴가 (1) (수정됨) 23.05.03 228 6 13쪽
117 116화 - 함께 (수정됨) 23.05.01 252 8 13쪽
116 115화 - 인정과 각오 (수정됨) 23.04.28 255 6 14쪽
115 114화 - 소란의 마무리 23.04.26 249 6 11쪽
114 113화 - 시끄러웠던 사건의 전말 23.04.24 266 7 15쪽
113 112화 - 등장은 역시 소란스러운 23.04.17 305 8 13쪽
112 111화 - 마침내 도착한 (수정됨) 23.04.14 294 9 14쪽
111 110화 - 이제 시작일 뿐 (수정됨) 23.04.12 301 8 11쪽
110 109화 - 노리고 있는 것 (수정됨) 23.04.10 300 8 11쪽
109 108화 - 강적 출현 (수정됨) 23.04.07 312 10 12쪽
108 107화 - 증명의 시간 +1 23.04.05 334 11 16쪽
107 106화 - 불청객을 맞이하는 방법 (수정됨) 23.04.03 322 10 14쪽
106 105화 - 평화로운 여행은 없었다 (수정됨) 23.03.31 344 13 15쪽
105 104화 - 다시 모이다(수정됨) 23.03.29 380 12 12쪽
104 103화 - 최종 준비 (4) 23.03.27 370 13 12쪽
103 102화 - 최종 준비 (3) [수정됨] 23.03.16 509 11 11쪽
102 101화 - 최종 준비 (2) 23.03.15 518 14 13쪽
101 100화 - 최종 준비 (1) +1 23.03.14 492 1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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