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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토템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칭호로 나 혼자 무한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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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토템
작품등록일 :
2022.10.26 16:38
최근연재일 :
2023.05.19 20:56
연재수 :
1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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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5,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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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78,215

작성
23.04.26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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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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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1쪽

114화 - 소란의 마무리

DUMMY

총회의장은 방금까지의 소란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고요했다.

단 몇 초 전까지만 해도 쉬지 공기가 요동치며 폭발음이 들리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그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그저 지금의 상황을 이해하고자 눈을 껌뻑이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긴 적막을 끝낸 건 모두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사내, 최선호였다.


“더 할 건가?”


최선호가 눈앞에 서 있는 우 쉬안에게 질문했다. 한껏 기세에 눌려있던 우 쉬안이 입을 열었다.


“혹시 네 녀석이 최선호인가?”


착 가라앉은 목소리.

방금까지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고 난동을 피우던 게 거짓말 같은 차분한 모습.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의 얼굴에 당혹감이 어렸다.


“그렇다고 한다면?”


대답을 들은 우 쉬안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렇다면 답은 정해져 있지!”


우 쉬안의 신형이 제자리에서 사라졌다. 그와 거의 동시에 최선호가 서 있던 단상 앞쪽에서 폭발이 일었다.

폭음과 함께 피어오른 검은 연기가 총회의장 앞쪽을 뒤덮었다. 폭발의 초연에 넋을 놓고 있던 헌터들이 손을 쓰려던 것도 잠시, 가려진 시야 너머로 주먹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쾅! 콰앙! 콰광!


인간의 주먹이 맞부딪치는 거라곤 믿기 어려운 둔탁한 타격음이 총회의장 안에 울려 퍼졌다. 공방이 이어질 때마다 폭발하는 마기에 검은 연기가 요동쳤다.


“저, 저게 정말 인간의 싸움이란 말인가?”

“마기로 뒤덮인 싸움이라니······ 이래서야 마족 간의 싸움과 다를 게 없지 않은가.”


지켜보고 있던 헌터들이 두려움에 찬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은 대부분이 S급 헌터들이었다. 어디 가서 꿇리지 않는, 많은 경험과 뛰어난 실력을 가진 이들이었다.

하지만 지금 광경은 그런 그들에게도 생소하기 그지 없었다.


마족 하나 없는 곳에서 휘몰아치는 마기의 소용돌이. 그 안에서 격돌하는 두 인간의 모습을 보는 헌터들의 등줄기엔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렇게 보고만 있을 게 아니라 말려야 하는 것 아닌가?”

“관두게. 지금도 아슬아슬한 결계를 완전히 부술 생각인 건가?”

“그렇다고 그냥 이렇게 두고만 보자는 건가?”

“그건······.”

“걱정하지 말게.”


어쩔 줄 모르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헌터들의 뒤에서 송인준이 말했다.


“이제 곧 끝날 모양이니까.”


송인준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마기의 소용돌이가 걷혔다. 시야를 가렸던 검은 연기가 사라지며 두 사람의 모습이 나타났다.


“젠장! 대체 어떻게 되먹은 거냐!”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뒤로 물러나는 우 쉬안. 여유로운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초조함과 당혹감만이 그의 얼굴에 남아있었다.


싸움에서 우위를 점했던 건 분명 자신이었다. 최선호는 그저 공격을 받아내고 피하기만 할 뿐, 단 한 번의 유효타도 적중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이기고 있다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 전력을 쏟아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공격은 최선호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했다.

거기다 싸우는 내내 최선호의 시선은 자신에게 향해 있지 않았다. 그의 두 눈은 총회의장 너머 어딘가에 계속 향해 있었다.


세상 그 누구도 자신을 무시하지 못했다.

헌터로 각성하기 전에도 그러했고, 헌터로 각성한 뒤론 더더욱 그러했다. 자신에게 덤비는 이들은 모두 밟아줬고, 그렇게 모두가 자신을 올려다봤다.


그런 자신이 처음으로 무시당하고 있었다. 그것도 싸우는 중에, 아주 철저하게 말이다.

난생처음으로 당해보는 굴욕. 이걸 그냥 넘어갈 우 쉬안이 아니었다.


“어디 이것도 한번 받아봐라!”


우 쉬안이 자리를 박차고 달려 나갔다. 한 마리의 호랑이를 연상케 하는 마기의 잔상을 남기며 그가 맹렬한 기세로 최선호를 향해 돌진했다.

우 쉬안이 달려 나가는 길에 있던 모든 게 부서져 사방으로 흩날렸다. 지축을 뒤흔들며 달려드는 한 마리의 맹수를 본 최선호가 발을 내디뎠다.


콰아아앙!


총회의장 안에 울려 퍼진 굉음. 거침없이 달리던 우 쉬안이 바닥에 처박혀 있었고, 그 충격에 총회의장 바닥엔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끄으으······.”


우 쉬안이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었다. 그는 빠져나오려 발버둥 쳤지만, 우 쉬안의 목과 왼팔을 제압한 최선호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바, 방금 뭐가 일어난 거지?”

“자네는 봤나?”

“분명 손이 움직인 것까지는 봤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에 헌터들이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최선호는 고개를 들어 총회의장의 출입구 쪽을 바라봤다.


안을 내려다보고 있는 한 무리의 사람들. 방금까지는 없었던 그들은 최선호를 의미심장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



시간이 조금 지난 뒤.


“정말 면목이 없네!”


외침과 함께 내 앞에 서 있던 사내가 고개를 숙였다. 뒤에 있던 이들이 그 모습을 보고는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제자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내 잘못이네! 혼자 가겠다고 했을 때 막았어야 했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와선 민폐를 끼치다니······.”

“이봐, 리 아저씨! 내가 무슨 주인 몰래 땡깡 피우는 개새끼······.”

“뭘 잘했다고 시끄럽게 구느냐! 너도 어서 고개 숙이지 못할까!”


사내의 일갈에 우 쉬안이 인상을 팍 구겼다.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지은 녀석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 못 볼 거라도 본 얼굴을 하고는 고개를 숙였다.


지금 내게 사과하고 있는 남성은 중국의 S급 헌터 리 야오다.

뒤로 넘겨 묶은 짧은 갈색 머리카락과 강한 인상을 주는 굵은 눈썹, 티 한 점 없이 맑은 눈동자가 인상적인 중년 사내였다.

그 뒤에서 함께 사과하고 있는 건 그와 함께 온 중국 헌터들이었다. 그들은 아예 땅에 머리를 박을 정도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사과라면 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한테 하시죠. 다들 한 고생 한 것 같으니.”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네. 그렇지만 일단은 사건을 수습해준 자네에게 사과하는 게 올바른 순서라 생각했네.”


리 야오가 고개를 들었다. 그는 미안함이 가득한 얼굴로 다시 고개를 숙였다.


“폐를 끼쳐 미안하네. 이 일에 대한 건 나중에 꼭 갚겠네.”

“알겠습니다.”

“그럼 먼저 가보겠네. 방금 말했다시피 여기저기 사과해야 해서 말일세.”


리 야오는 그 말을 끝으로 일행들과 함께 걸음을 옮겼다. 그 뒤를 쫓고자 고개를 든 우 쉬안은 나를 한 번 노려보더니 그대로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한 번 잡았다고 바로 갱생될 거란 생각은 안 했다. 다만 저 모습을 보니 힘을 조금 더 쓸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리 야오 일행은 난장판이 된 총회의장 곳곳을 쏘다니며 헌터들에게 사과했다. 연신 고개를 숙이며 용서를 구하는 리 야오의 모습은 아들의 잘못에 대한 용서를 구하는 아버지 같았다.


‘그러고 보니 한 명이 안 보이는데?’


비행기에서 들은 바에 의하면 중국에선 총 세 명의 S급 헌터가 와 있었다. 그런데 지금 보이는 건 우 쉬안과 리 야오, 두 사람뿐이었다.


주변을 둘러본 나는 그 사람만 없는 게 아님을 깨달았다.

회의를 앞두고 하나둘 나라별로 자리에 앉은 헌터들. 앞서 본 자료와 비교하면 다들 한 명씩 인원이 비어 있었다.

우리 쪽도 마찬가지였다. 회의가 곧 시작될 시간임에도 김유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알아보고 싶었지만, 그럴 여유는 없어 보였다.


“최선호 헌터!”


날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한창 뒤처리에 여념이 없던 아이린이 내게 달려오는 게 보였다.


“괜찮아요? 다친 곳은 없어요?”

“생채기 하나 안 났으니 걱정하지 마시죠.”

“다행이네요. 바로 오고 싶었는데 회의 준비를 도와달라는 바람에······.”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아이린은 내 몸을 이리저리 훑었다. 행여나 다친 곳이 있는 건 아닌가 걱정하는 모습에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뭐, 바쁘면 어쩔 수 없는 거죠. 그래서 회의는 어떻게 한답니까?”

“아, 그거 말이죠.”


아이린이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눈은 임시 보수를 마친 총회의장을 향해 있었다.


“상황 수습이 끝나서 예정대로 진행할 거예요. 소란이 있긴 했지만, 그렇다고 미룰 수 없는 이야기이니까요.”

“틀린 말은 아니네요.”

“아이린 양.”


어느샌가 다가온 올리버가 아이린을 불렀다. 그녀와 함께 뒤치다꺼리에 여념이 없던 그는 말을 이었다.


“이제 시작할 겁니다. 최선호 헌터님과 함께 자리로 이동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알겠어요. 자, 그럼 가실까요?”


아이린이 몸을 돌렸다. 그녀의 뒤를 따라 총회의장 앞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저 사람인가.”


책상 사이로 난 길을 오가는데 들려온 목소리. 말은 그만이 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방금 우 쉬안과 싸웠던 헌터 맞지?”

“듣자 하니 오는 길에 마족 무리와 싸웠다고 하던 것 같은데······.”

“아까 보여줬던 힘은 다 어디 갔지? 일부러 숨기고 있는 건가?”


사방에서 쏟아지는 날카로운 시선. 경계심에 차 있는 차가운 눈빛과 함께 들려오는 말들을 듣고 있으니 기분이 묘했다.

조금이라도 힘을 주면 부서질 것 같은 얼음판 위를 걷는 기분. 여기서 내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이 안의 분위기가 바뀔 거란 느낌이 들었다.


맨 앞에 자리한 책상에 도달한 나는 의자를 꺼내 앉았다. 자리에 앉아 앞을 보니 발언대 뒤편에서 누군가 모습을 드러내는 게 보였다.



우 쉬안을 바닥에 처박았을 때 들어왔던 무리 속에 있던 사내.

어깨까지 내려오는 새하얗게 빛이 바랜 은발, 함박눈이 쌓인 것 같은 모습의 눈썹과 생기를 가득 머금은 황금빛 눈동자. 전형적인 미남이라 할 수 있는 사내는 각이 잘 잡힌 남색 정장을 입고 있었다.


사내가 단상 앞에 걸음을 멈췄다. 그가 그 자리에 선 것만으로 웅성거리던 장내가 고요해졌다.


“반갑네, 제군들. 나와 인사를 나눈 사람이 더 많겠지만, 직접 보는 게 처음인 이들도 있으니 다시 소개하겠네. 미국 헌터 협회장 윌라드 밀러일세.”


여기저기서 작은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윌라드는 인사하며 숙였던 고개를 들고는 청중을 둘러봤다.


“들어가기에 앞서, 조금 전 벌어졌던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 사과하겠네.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게 사전에 막았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미안하네.”


나는 우 쉬안이 있는 방향으로 슬쩍 고개를 돌렸다. 주변에서 쏟아지는 시선을 버티지 못한 건지 녀석은 고개를 일부러 먼 산을 보고 있었다.


“다음엔 이런 일이 없도록 심혈을 기울이겠네. 그건 그렇고, 한창 바쁜 시기에 자네들을 모은 이유는 잘 알거라 생각하네.”


윌라드가 나를 쳐다봤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황금빛 눈동자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최선호 헌터. 앞으로 나와주게.”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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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124화 - 괴이의 본모습 23.05.19 196 4 11쪽
124 123화 - 서로의 전장 23.05.17 153 5 11쪽
123 122화 - 괴이의 마왕 23.05.15 174 5 11쪽
122 121화 - 괴이와의 조우 (3) 23.05.12 175 4 12쪽
121 120화 - 괴이와의 조우 (2) 23.05.10 178 4 11쪽
120 119화 - 괴이와의 조우 (1) (수정됨) 23.05.08 216 3 13쪽
119 118화 - 반나절의 휴가 (2) (수정됨) +1 23.05.05 232 5 14쪽
118 117화 - 반나절의 휴가 (1) (수정됨) 23.05.03 228 6 13쪽
117 116화 - 함께 (수정됨) 23.05.01 252 8 13쪽
116 115화 - 인정과 각오 (수정됨) 23.04.28 256 6 14쪽
» 114화 - 소란의 마무리 23.04.26 250 6 11쪽
114 113화 - 시끄러웠던 사건의 전말 23.04.24 266 7 15쪽
113 112화 - 등장은 역시 소란스러운 23.04.17 305 8 13쪽
112 111화 - 마침내 도착한 (수정됨) 23.04.14 294 9 14쪽
111 110화 - 이제 시작일 뿐 (수정됨) 23.04.12 301 8 11쪽
110 109화 - 노리고 있는 것 (수정됨) 23.04.10 300 8 11쪽
109 108화 - 강적 출현 (수정됨) 23.04.07 312 10 12쪽
108 107화 - 증명의 시간 +1 23.04.05 334 11 16쪽
107 106화 - 불청객을 맞이하는 방법 (수정됨) 23.04.03 323 10 14쪽
106 105화 - 평화로운 여행은 없었다 (수정됨) 23.03.31 344 13 15쪽
105 104화 - 다시 모이다(수정됨) 23.03.29 381 12 12쪽
104 103화 - 최종 준비 (4) 23.03.27 370 13 12쪽
103 102화 - 최종 준비 (3) [수정됨] 23.03.16 509 11 11쪽
102 101화 - 최종 준비 (2) 23.03.15 519 14 13쪽
101 100화 - 최종 준비 (1) +1 23.03.14 492 1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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