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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토템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칭호로 나 혼자 무한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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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토템
작품등록일 :
2022.10.26 16:38
최근연재일 :
2023.05.19 20:56
연재수 :
1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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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5,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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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18
글자수 :
678,215

작성
23.05.12 18:18
조회
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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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2쪽

121화 - 괴이와의 조우 (3)

DUMMY

“이거 참······.”


눈앞에 자리하고 있는 검은 균열에 다가갔다. 코앞까지 다다랐을 때, 검은 균열에서 기괴한 소리가 들려왔다.


동물의 울음소리, 사람의 비명,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날카로운 금속음이 뒤섞인 소리.

안 그래도 꿈틀거리는 모습이 영 보기 그런데, 이상한 소리까지 나니 이걸 정말 들어가야 하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들어가야 한다.

기분이 나쁘고 자시고, 여기서 멈출 것 같았으면 오지도 않았다.


‘거기다 저쪽은 이미 손님맞이 할 준비도 마친 것 같고.’


균열 너머에서 느껴지는 수많은 기척. 어림잡아도 세 자릿수는 가뿐히 넘길 수의 적이 이 너머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마왕의 군세라고 해서 많을 거로 생각하긴 했는데······.”


균열 너머의 기척을 알아챈 건지 수진이 미간을 찌푸렸다. 녀석이 지팡이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게 보였다.


“지금 생각해봐야 의미 없어. 실제로 들어가면 이것보다 더 많을 거야.”

“그때 상대했던 키메라들보다 훨씬 강하겠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전쟁을 선포한 마왕의 군세다. 손쉽게 처리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다.


“지금이라도 아니다 싶으면 돌아갈래?”

“아뇨. 앞으로 이런 녀석들만 상대하게 될 텐데, 여기서 물러나면 언제 경험을 쌓겠어요.”


수진의 말이 옳다는 듯 그녀의 곁에 있던 바람의 정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특하네. 머리라도 쓰다듬어주리?”

“사양할게요. 지금은 보는 눈이 워낙 많아서.”

“뭐, 그것도 그렇네.”


피식 웃은 나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곤 언제 들어올 거냐는 듯 꿈틀대는 게이트를 향해 발을 내디뎠다.


검은 장막을 가르며 안으로 향했다. 전신에 얽혀오는 마기에 불쾌함을 느낄 틈도 없이 주변 풍경이 바뀌었다.


끝을 모르고 펼쳐진 검은 대지. 발을 디딘 지면에서 느껴지는 다량의 마기는 여태 느껴본 것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짙었다.

생명을 잉태하지 못하는 대지. 원래라면 아무것도 없어야 하는 곳이지만, 지금은 그 위에 수많은 존재가 발을 디디고 서 있었다.


“그르르······.”


게이트에서 500m 정도 떨어진 지점에 정렬해있는 마수 무리. 그 끝이 어딘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길게 늘어선 수는 짐작했던 것보다 훨씬 많았다.


와이번의 날개를 달고 있는 섀도 울프부터 하반신을 켄타우로스의 것으로 교체하고서 거대해진 두 발을 늘어뜨린 헬 하운드, 리자드맨의 비늘을 다리에 갑옷처럼 두르고서 산성 액을 뚝뚝 흘리고 있는 거미 등등.


저걸 마수라 불러야 할지 의문인 것들이 한가득 있었다. 그것만 해도 충분히 기괴한데,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으그그그······.”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리며 주변을 걸어 다니는 마물들. 한때는 고블린, 오크, 오우거 등등이었을 녀석들은 자신의 것이 아닌 존재의 몸을 이식받은 상태였다.

제대로 서 있는 게 신기할 정도인 녀석들은 몸을 질질 끌다시피 하며 걸어 다니고 있었다. 보기엔 그렇지만, 절대 쉽게 볼 상대가 아니란 건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녀석들을 보고 있던 그때, 무리 속에서 무언가 들려왔다.


“신선한······.”

“더······ 더 줘······.”


무리 틈에서 들려온 사람의 목소리. 쇳소리처럼 날카롭고, 제대로 된 문장을 완성하지는 못했지만, 그 발성은 틀림없는 인간의 것이었다.


목소리를 쫓아 무리를 살핀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목소리의 주인들은 윌라드가 보여줬던 사진 속에 있던 것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목소리와 이족보행이라는 특성만 남았을 뿐, 나머지는 뱀, 사자, 와이번, 마족 등등 다른 생물의 무언가로 바뀌어 있었다.


“저게 대체······.”


뒤따라 도착한 유하늘이 할 말을 잃고 앞을 바라봤다.

녀석은 일전에 바르가스의 키메라들을 본 경험이 있다. 저런 것들을 보는 데 있어 어느 정도는 면역이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표정도 그렇고 칼을 쥔 손도 보면 그렇지 못한 것 같다.


“그르르윽?”


맨 앞에 있던 키메라 하나가 고개를 치켜들었다. 헬 하운드의 머리로 킁킁대던 녀석과 눈이 마주쳤다.


“크와아아아!”


키메라가 사방이 떠나가라 울부짖었다. 그 외침에 앉아있던 키메라들이 일제히 일어났다.


-“갑자기 왜 그러는 거냐!”


울부짖음에 놀란 건지 저 멀리서 마족들이 날아왔다. 보랏빛으로 물든 가운을 걸친 녀석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하나같이 안경을 끼고 있었다.

여태 싸워온 다른 마족들에 비하면 녀석들은 상당히 마른 편이었다. 근육은 찾아볼 수 없었고, 따로 단련했다는 느낌도 없었다.

전투와는 전혀 인연이 없어 보이는, 말 그대로 연구원에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잘 있다가 갑자기 이렇게 흥분하다니.”

-“곁에 있던 녀석과 싸운 것도 아니네.”

-“그렇다면 대체 무엇 때문에······.”


녀석들이 키메라를 보는 동안 나는 녀석들이 날아온 방향을 쳐다봤다. 커다란 키메라들 사이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지만, 덩치들 사이로 거대한 탑 같은 게 세워져 있는 게 보였다.


‘목적지는 정해졌네.’


드래곤 하트에 모아둔 마나를 끌어 올렸다. 혈관을 타고 두 손에 모여든 마나를 확인한 나는 손을 앞으로 뻗었다.

손을 타고 빠져나간 마나와 함께 눈앞에 화염의 구체가 생겨났다. 녀석의 열기에 버티지 못한 지면이 살짝 녹아내렸다.


메테오 버스터.

최대한 압축시킨 메테오를 날려 폭발시키는 고위 마법.


-“다, 다들 저기 좀 보게!”


키메라의 용태를 살피던 녀석들이 이쪽을 쳐다봤다. 당황한 표정으로 뭐라 말을 꺼내려 했지만, 내가 구체를 쏘는 쪽이 빨랐다.


손을 떠난 구체가 불꽃의 잔상을 남기며 날아갔다. 구체는 매서운 열기를 내뿜으며 빠르게 앞을 향해 나아갔다.


“크롸아아아아!”

“샤아아아악!”


키메라들이 포효하며 구체를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여기저기서 산성 액과 팔, 촉수 같은 게 구체를 향해 날아왔다. 하지만 그 어떤 공격도 불꽃을 꺼뜨리지 못했다.


콰아아아앙!


키메라 무리 사이를 가르고 지나간 구체가 굉음과 함께 폭발했다. 핵폭발을 연상케 하는 폭발력과 함께 작열하는 대지로 만들어진 길이 생겨났다.


“크, 크르윽······.”

-“이, 이게 대체 무슨······!”

“칭호 ‘드래곤 마스터’ 장착.”


으르렁대며 주춤하는 키메라들과 놀라 주저앉은 마족들을 보며 드래곤의 날개를 펼쳤다. 녀석들이 정신을 차리고 길을 막기 전에 도약했다.


“전원, 적들을 향해 돌격해라!”

“선제 공격이 들어간 지금이 기회다! 허투루 낭비하지 마라!”

“으랴아아아!”


뒤에서 가론의 외침과 함께 헌터들의 함성이 들려왔다. 그에 맞서 달려 나가는 키메라들을 뒤로한 채 앞을 향해 나아갔다.


텔레포트를 사용하면 단번에 탑까지 도달할 수 있을 거다. 그런데도 구태여 날개를 사용해 이동하는 걸 택한 건 정보를 전하기 위함이었다.


앞에 가려서 보이지 않았지만, 뒤에 포진하고 있는 키메라 중에는 상당히 위험한 기운을 뿜어내는 녀석들이 있었다. 먼 거리에서도 그 존재감이 느껴질 정도였으니, 어떤 녀석들이 있는지 정도는 알려줘야 할 것 같았다.


“캬아아아아!”


나를 발견한 키메라들이 날 향해 달려들었다. 녀석들은 불꽃이 타오르는 대지에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날렸다.


사방에서 퍼부어지는 공격을 피하며 주변을 살폈다. 예상대로 뒤에 있던 녀석들이 주 병력이었는지 사용된 소재부터가 달랐다.


A급 개체인 오크 로드부터 시작해 케르베로스, 펜리르, 드레이크, 드라칸, 고위 마족, 하물며 드래곤까지.


어디 가서 쉽게 볼 수 없는 녀석들이 각자의 장점만을 뽑아내 만들어진 키메라들이 하나도 아니고 스물이 넘었다. 일전에 상대했던 바르가스의 역작이라던 나이트메어 키메라도 그중에 있었다.


‘이거 좀 많이 성가시겠는데.’


뒤에서 싸우는 사람들이 무사할지 모르겠다. 뭐, 지금 내가 남 걱정할 때가 아니라는 게 문제라면 문제였지만.


“이 정도면 된 것 같은데요.”

-그런 것 같네.


귓가에 들려오는 목소리. 게이트에 들어서기 전 시야 공유 마법을 걸었던 하새벽의 목소리였다.


-예상하긴 했지만 상당한 숫자네.

“다른 곳 이야기는 혹시 들려온 거 있습니까?”

-나베스의 수하라고 지칭하는 녀석들이 게이트에서 나타났대. 녀석들과 함께 나온 키메라 군세와 현재 전투 중이래.

“그 정도 수를 분산시키고도 이곳에 이 정도 병력이라······.”

-이걸로 끝이 아니란 것도 있지만 말이야.


하새벽의 말대로다.

기감을 펼쳤을 때 포착된 탑 안에서의 기척들. 앞서 나타난 마족들의 수가 대부분이었지만, 그런 녀석들 사이로 S급에 필적하는 힘을 가진 존재들이 몇 있었다.


S급 마수가 이렇게까지 득실거리는 상황은 처음이었다. 그만큼 헌터의 수를 늘리긴 했지만, 여기저기 분산된 이상 그 효과를 100% 보는 건 어려울 것 같다.


-그럼 이만 끊을게. 나도 슬슬 싸움에 참여해야 하니까.

“건투를 빌죠.”

-우리 갈 때까지 쓰러지면 안 돼. 잘 알지?

“걱정마시죠.”


마나가 끊어지는 감각과 함께 마법이 해제되었다. 뒤편에서 내리쳐지는 거대한 발을 피한 나는 마침내 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지구라트를 연상케 하는 신전 형태의 탑. 너머를 볼 수 없는 커다란 출입구가 있고, 끝이 안 보일 정도로 아득히 높이 올라간 탑은 신화 속 바벨탑을 떠올리게 했다.


지체할 것 없이 바로 안으로 들어섰다.


“이게 다 뭐야.”


건물 안에 들어선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겉으로 본 깔끔한 인상과 달리 내부는 상당히 그로테스크했다.

벽에 길게 늘어져 있는 마수와 마물의 표본들. 단순한 박제가 아니라 뼈, 피부, 장기를 따로 나눠 전시해두고 있었다.


보존 마법을 이딴 걸 위해 썼다는 건 둘째치고, 사방에서 진동하는 지독한 피비린내가 숨 쉴 때마다 코를 찔러왔다.


용케도 이런 곳에서 연구 같은 걸 하고 산다고 생각하며 기감을 펼쳤다. 탑 전체에 퍼져있는 마기 때문에 시간이 걸렸지만, 딱 하나 이질적이면서도 약간의 동질감 같은 게 느껴지는 감각이 있었다.


‘그 부하에 그 보스인가.’


보통 이런 구조의 건물에서 최종 보스는 최상층에 있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 느껴지는 감각은 지하 저 아래를 가리키고 있었다.

바르가스도 그렇고, 연구는 꼭 지하에서 해야 한다는 룰이 있는 모양이다.


“크라아아아!”


울음소리와 함께 어두운 조명 너머에서 키메라들이 튀어나왔다. 헬 하운드와 섀도 울프의 머리를 하나씩 달고 있는 녀석들이 날카로운 이빨을 들이밀어 왔다.


“미안한데 개랑 놀아줄 시간은 없어서 말이야!”


키메라들이 달려들기 전에 나는 마나를 끌어올렸다. 머리 위에 마법진이 생겨나며 끝이 날카로운 운석이 튀어나왔다.


쩌저적!


운석이 부딪치며 바닥이 갈라졌다. 빠르게 떨어지기 시작한 돌덩어리가 가로막는 바닥을 계속해서 부쉈고, 나는 바닥이 갈라지며 생겨난 틈 사이로 낙하했다.

끝을 모르고 내려가던 운석이 마지막 바닥을 뚫고 낙하했다. 운석이 그대로 바닥에 닿으려던 순간, 운석이 깨지며 커다란 드래곤의 앞발이 모습을 드러냈다.


쥐고 있던 칼로 앞발을 내리쳤다. 견고한 비늘과 칼이 부딪쳤고, 내 공격을 견디지 못한 앞발이 그대로 지면에 처박혔다.


“······제법이군.”


땅에 닿으며 일어난 자욱한 먼지 너머로 들려온 노인의 목소리. 얼핏 들으면 힘없는 노인이라 생각했겠지만, 그 목소리 안에는 생기가 가득했다.


먼지가 걷혔을 때 나는 목소리의 주인을 볼 수 있었다.


검 보랏빛 가운을 걸치고 있는 백발노인. 붉은빛 십자 동공과 두 눈 사이에 솟아있는 작은 뿔, 길게 늘어진 귀와 기이할 정도로 긴 송곳니를 보이는 녀석은 압도적인 양의 마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괴이의 마왕 나베스.

그 녀석이 지금 나와 눈을 마주하고 있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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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124화 - 괴이의 본모습 23.05.19 196 4 11쪽
124 123화 - 서로의 전장 23.05.17 153 5 11쪽
123 122화 - 괴이의 마왕 23.05.15 173 5 11쪽
» 121화 - 괴이와의 조우 (3) 23.05.12 175 4 12쪽
121 120화 - 괴이와의 조우 (2) 23.05.10 178 4 11쪽
120 119화 - 괴이와의 조우 (1) (수정됨) 23.05.08 216 3 13쪽
119 118화 - 반나절의 휴가 (2) (수정됨) +1 23.05.05 232 5 14쪽
118 117화 - 반나절의 휴가 (1) (수정됨) 23.05.03 228 6 13쪽
117 116화 - 함께 (수정됨) 23.05.01 252 8 13쪽
116 115화 - 인정과 각오 (수정됨) 23.04.28 255 6 14쪽
115 114화 - 소란의 마무리 23.04.26 249 6 11쪽
114 113화 - 시끄러웠던 사건의 전말 23.04.24 266 7 15쪽
113 112화 - 등장은 역시 소란스러운 23.04.17 305 8 13쪽
112 111화 - 마침내 도착한 (수정됨) 23.04.14 294 9 14쪽
111 110화 - 이제 시작일 뿐 (수정됨) 23.04.12 301 8 11쪽
110 109화 - 노리고 있는 것 (수정됨) 23.04.10 300 8 11쪽
109 108화 - 강적 출현 (수정됨) 23.04.07 312 10 12쪽
108 107화 - 증명의 시간 +1 23.04.05 334 11 16쪽
107 106화 - 불청객을 맞이하는 방법 (수정됨) 23.04.03 322 10 14쪽
106 105화 - 평화로운 여행은 없었다 (수정됨) 23.03.31 344 13 15쪽
105 104화 - 다시 모이다(수정됨) 23.03.29 380 12 12쪽
104 103화 - 최종 준비 (4) 23.03.27 370 13 12쪽
103 102화 - 최종 준비 (3) [수정됨] 23.03.16 509 11 11쪽
102 101화 - 최종 준비 (2) 23.03.15 518 14 13쪽
101 100화 - 최종 준비 (1) +1 23.03.14 492 1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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