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반반토템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칭호로 나 혼자 무한 성장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반반토템
작품등록일 :
2022.10.26 16:38
최근연재일 :
2023.05.19 20:56
연재수 :
125 회
조회수 :
315,845
추천수 :
6,318
글자수 :
678,215

작성
23.03.29 18:00
조회
380
추천
12
글자
12쪽

104화 - 다시 모이다(수정됨)

DUMMY

연락을 받고 이틀 뒤 오후.


“일단 도착은 했는데.”


버스에서 내린 나는 고개를 돌렸다.


건물 간판 위에 적혀 있는 GATE 3이라는 글씨. 그 아래로 사람들이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월요일이고 비교적 늦은 시간임에도 김포 국제공항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삼삼오오 모여 공항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이들의 얼굴엔 각기 다른 기대와 설렘으로 가득했다.


공항이니 당연한 모습이겠지만,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풍경이었다.


곳곳에서 연기와 화염이 피어오르던 도심, 여기저기서 들려오던 괴성과 비명, 공기를 가득 메웠던 진한 피비린내,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던 사람들.

그땐 그 누구도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당장 내일 살아남으면 다행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 비일상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했다.

부서진 건물과 도로를 정비하고, 새로워진 세상에 맞춰 체계를 구축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일상으로의 복귀를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 형태와 내용에 차이가 생기긴 했지만, 적어도 평범한 일상이라 부를만한 생활로 돌아오게 되었다.


지금도 많은 이들이 그 평범함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걸 하고 있다.


‘쓸데없이 감성적이게 되었네.’


이게 다 배가 고파서 그런 거다.

시계를 확인했다. 약속 시간엔 아직 5분 정도 여유가 있음을 확인하고는 움직이려는데 누군가 어깨를 두드렸다.


“아.”


고개를 돌리자 뺨에 닿은 손가락.

뻔한 장난에 당한 내 모습을 본 셋은 각기 다른 반응을 보였다.


“······정말 걸리시네.”

“내가 말했지? 이 상태면 절대 걸릴 거라고.”

“그냥 우스갯소리로 하신 말씀인 줄 알았죠. 설마 진짜 걸리실 줄은.”


날 쳐다보며 대화를 이어가는 유하늘과 두 제자.

안 본 지 며칠 안 되었지만, 그 짧은 시간에 저마다 준비를 마쳤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형. 어디 아픈 건 아니죠?”

“넌 이게 아픈 것처럼 보이냐?”

“······그건 또 그렇네요.”

“이 녀석이.”


내가 손을 들기 무섭게 준성이 뒤로 물러났다. 있던 자리에 잔상을 남기며 물러난 녀석은 금방이라도 달려들 태세를 갖췄다.


“이거, 딱밤 한 대 놓으려다가 한 대 맞게 생겼네.”

“어쩔 수 없어요. 요 며칠 동안 자는 중에도 기습당하는 게 일상이었던지라.”

“그래도 성과는 확실히 있었던 것 같네.”


얼핏 보면 맡겼을 때보다 몸이 홀쭉해진 것 같지만, 근육은 그때보다 훨씬 안정되어 있었다.

거기에 움직임이나 눈썰미 역시 훨씬 정교해졌다. 예전엔 동작 하나하나에 예열이 필요했다면, 지금은 언제든 다음 움직임을 취할 수 있어 보였다.


“어휴, 누가 남자들 아니랄까 봐.”


우리를 보고 있던 유하늘이 나와 준성 사이를 가로막았다.


“둘 다 거기까지 해.”

“야, 우리가 뭐 싸우려는 것도 아닌데······.”

“너희 지금 그 모습, 당장에라도 실력 확인하겠다고 달려들던 아저씨들이랑 똑 닮았어. 괜히 아침부터 힘 빼지 말고 여기서 끝내.”


그 말에 나와 준성은 서로를 쳐다봤다. 잠시 눈빛을 교환한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웃음을 터트렸다.


“뭐야, 왜 웃어?”

“아니, 그냥.”

“그런 게 있어요.”

“뭔데, 왜 둘만 웃어! 나도 좀 알려줘!”


유하늘이 내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설명을 요구하며 나를 올려다보는 녀석의 뺨엔 자잘한 상처가 남아 있었다.


“너 뺨에 그거······.”

“아, 이거? 이래저래 연습하다 보니까 좀 긁혔어.”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녀석은 손으로 자기 뺨을 훑었다. 뺨을 어루만지는 손은 잔상처와 함께 군데군데 물집이 생겨 있었다.


나는 녀석의 두 손을 붙잡았다.


“가, 갑자기 왜 이래?”

“가만히 있어.”


몸 안에서 끌어낸 신성력이 맞잡은 손을 감쌌다. 손 위에 있던 물집과 상처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고마워.”

“이런 건 제때제때 치료하라고 했잖아.”

“정신없이 하다 보니 까먹었어.”

“나 참.”


혀를 내두르면서 손을 놔줬다.

녀석은 한 번 꽂히면 어떻게든 해낼 때까지 쉬지 않는다. 끼니도 거르고, 잠도 안 잔다.

예전에도 그랬으니, 이번에도 별반 다르지 않았을 거다.


“그래서, 결과는 어때?”

“기대해. 생각보다 좋은 게 나왔으니까.”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답하는 유하늘. 확신에 찬 모습에 고개를 끄덕인 나는 옆으로 시선을 옮겼다.


“수진이 너는 어떻게 됐어?”

“딱히 크게 변한 건 없는데······.”


수진은 내 시선을 피했다. 뭔가 얼버무리려는 모습에 불현듯 장난기가 동했다.


“그 말은 뭐가 있긴 하단 거 같은데.”

“아니, 정말 없어요! 정말!”

“예로부터 강한 부정은 긍정의 표시라고······.”

“이건 진짜 부정이에요!”


수진은 입고 있던 로브에 달린 후드를 뒤집어썼다. 얼굴을 가리고 대답을 피하는 녀석을 본 나는 옆에서 쏟아지는 유하늘의 따가운 시선을 느끼며 뒤로 물러났다.


‘대충 뭔지는 알 것 같지만.’


제 딴엔 숨긴다고 노력한 것 같지만, 아까부터 조금씩 새어 나오는 정령의 기운 중에 일전에는 없던 것들이 있었다.

본인이 말하기 싫어하니 딱히 더 추궁할 생각은 없다. 다만 그게 녀석에게 비장의 패가 될 거란 느낌이 들었다.


짧은 시간 동안 다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는 게 느껴졌다.

뭐라도 보상을 줘야겠다고 생각하던 나는 이쪽으로 다가오는 이들을 발견했다.


건장한 체격의 사내 두 명과 여인 한 명.

가슴팍에 성조기를 연상케 하는 배지를 단 검은 양복 차림의 이들이 우리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오랜만이네요, 최선호 헌터님.”


청아한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는 금발의 여인. 예상 밖 인물의 등장에 나는 놀라서 물었다.


“아이린?”

“다시 보겠다고는 했지만, 여기서 보게 될 줄은 몰랐죠?”


아이린이 어딘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바쁘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 일정은 어제 다 끝내서요. 마침 데리러 올 사람이 필요하다고 해서 달려왔죠.”

“선호야, 아는 사이야?”

“언니, 그 사람이잖아요. 연말 파티 때 협회장님이랑 같이 나타났던······.”

“아, 그때 그 사람!”

“다시 한번 인사드리겠습니다, 여러분. 미국 헌터 협회 소속 아이린 엘레나입니다.”

“유하늘이에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정준성입니다.”

“이, 임수진입니다.”


서로 어딘가 어색한 인사를 주고받은 뒤, 아이린이 나를 쳐다봤다.


“데려오겠다고 했던 게 이 사람들이군요.”

“기대하던 거랑 다릅니까?”

“아뇨. 그 이상이네요. 이런 전력이 가세해준다면 저희로서도 든든하죠.”

“그렇다는데?”

“이게 다 길드장님의 안목이 좋다는 이야기 아니겠어?”


능글맞게 받아친 유하늘의 입가엔 미소가 걸려 있었다. 다른 두 녀석도 말은 안 하지만 내심 기뻐하는 게 보였다.


“다 모였다면 움직이죠. 다들 따라오세요.”



***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

재벌이나 연예인들이 이용하는 것으로 유명한 전용기 전용 터미널.


원래라면 인천 국제공항에서 정규 노선을 타야겠지만, 오늘 우리는 미국 헌터 협회 측에서 제공한 전세기를 탈 예정이라 이곳으로 왔다.


“TV에서만 보던 데를 다 오게 될 줄은 몰랐는데.”

“여기! 여기쯤에서 다들 손 흔들던 거 같은데!”


먼저 내린 제자들이 두 눈을 반짝이며 주변을 둘러봤다. 사진까지 찍어대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나와 함께 그 모습을 보던 유하늘이 내게 물었다.


“궁금한 게 있는데.”

“뭐가.”

“이 안에 면세점 있어?”

“······있겠냐?”

“역시 그렇겠지?”


어딘가 아쉬워하는 표정을 짓는 녀석과 함께 걸음을 옮겼다.


눈 깜짝할 사이에 출국 수속을 마친 우리는 활주로로 나갔다.

탁 트인 활주로 위에 세워진 전세기를 본 나는 두 눈을 의심했다.


“저거 설마······.”

“어머. 뭔지 아는 건가요?”

“모르는 게 이상하지 않을까 싶은데 말이죠.”


G-EX 히포그리프.

걸프스트림에서 만든 최신예 비즈니스 제트기. 기존의 넘버링을 버리고 환상 속 환수의 이름을 달고 나온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기체.


현존하는 모든 기술이 집약된 결정체로, 12시간 걸리는 비행을 4시간으로 단축하는 속도를 자랑했다.

게이트와 텔레포트가 아직 대륙을 오갈 정도로 완성되지 않은 시점에서 세상에서 가장 빠른 이동 수단이 바로 이 녀석이었다.


“성능이 뛰어난 대신 연비가 미쳐 날뛴다고 들었는데요.”

“맞아요. 그래서 탈 수 있는 사람에 제한을 두고 있죠.”

“국가 원수급이거나 긴급 파견을 나가야 하는 미국의 S급 헌터. 맞죠?”

“어머, 잘 아시네요?”

“뉴스에서 지나가듯 들어본 적이 있어서요.”


타고 싶다고 탈 수 있는 녀석이 아니었다. 살면서 한 번쯤 타보고 싶었지만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전세기를 보내겠다 했을 때 혹시나 했었는데, 설마 이걸 보내올 줄은 꿈에도 몰랐었다.


“아이린 덕에 이런 걸 타보네요.”

“그건 조금 정정할 필요가 있겠네요. 이건 제가 아니라 최선호 헌터를 위해 내준 거거든요.”

“그게 무슨······?”

“형! 빨리 와보세요!”


아이린의 대답을 듣고 싶었지만, 먼저 비행기에 들어갔던 준성의 외침에 그럴 수 없었다.


계단을 따라 전세기 안으로 들어섰다. 기장과 눈인사를 나누고 고개를 돌렸을 때, 나는 왜 준성이가 다급히 불렀는지 알 수 있었다.


전세기 안은 호텔 스위트룸, 그것도 VVIP를 위해 마련된 방을 그대로 가져다 놓은 것 같았다.


척 봐도 고급스러운 재질의 가죽으로 덮인 좌석. 유명 브랜드의 이니셜이 새겨진 좌석은 수수하면서도 고풍스러운 느낌을 풍겼다.


좌석 사이에 놓인 나무 협탁엔 제작자의 이니셜과 함께 미술품이 그려져 있었다.

협탁만이 아니었다. 벽이나 뒤에 놓인 책상, 하다못해 냉장고에까지 내로라하는 이들의 작품들이 각인처럼 그려져 있었다.


“이거 미술관이 따로 없는데?”

“저 뒤에는 칵테일 바랑 피팅룸 같은 게 있었어요.”

“어머, 그 뒤는 안 가봤나요? 샤워실이랑 침실도 있는데.”

“정말요?”

“이따가 가보세요. 지금은 이야기할 게 있으니 모두 앉아주세요.”


아이린의 말에 우리는 각자 자리에 앉았다. 푹신푹신한 좌석에 앉기 무섭게 곳곳에서 탄성이 튀어 나왔다.


“끝내준다······.”

“그러게.”

“잠깐만 정신 놓으면 이대로 자버릴 것 같아.”

-비행기 이륙합니다.


벨트를 매란 안내하나 없이 비행기가 활주로를 달렸다. 잔떨림 하나 없이 나아간 비행기는 이륙했다는 체감조차 들지 않을 정도로 부드럽게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다.


순식간에 궤도에 오른 비행기는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하늘 위를 거침없이 나아가기 시작했다.


“우와······.”

“뭐가 보이기도 전에 바로 지나가 버리는데?”

“이렇게 빠른데 아무 느낌도 안 드는 게 정말 대단하네.”


다들 창밖으로 펼쳐진 풍경을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저렇게 신난 데 찬물을 끼얹고 싶지는 않았지만, 어색한 표정으로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아이린을 그냥 둘 수는 없었다.


“그래서 아이린.”

“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당신이 직접 온 이유가 뭡니까?”


내 질문에 모두 아이린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단번에 시선이 집중된 그녀는 책상에 놓여 있던 노트북을 열었다.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 둘 중에 뭘 먼저 들으시겠어요?”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용 수정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EX급 칭호로 나 혼자 무한 성장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수정 진행 상황에 관한 안내 및 금주 휴재 안내입니다. 23.05.31 125 0 -
공지 연재 주기 변경에 대해 말씀드리려합니다. 23.03.17 101 0 -
공지 연재 관련 공지입니다. 22.11.30 683 0 -
공지 제목이 변경되었습니다. (12/08) 22.11.18 399 0 -
공지 연재 시간은 월/수/금 오후 6시입니다. [3/17 수정됨] 22.11.01 3,098 0 -
125 124화 - 괴이의 본모습 23.05.19 196 4 11쪽
124 123화 - 서로의 전장 23.05.17 153 5 11쪽
123 122화 - 괴이의 마왕 23.05.15 174 5 11쪽
122 121화 - 괴이와의 조우 (3) 23.05.12 175 4 12쪽
121 120화 - 괴이와의 조우 (2) 23.05.10 178 4 11쪽
120 119화 - 괴이와의 조우 (1) (수정됨) 23.05.08 216 3 13쪽
119 118화 - 반나절의 휴가 (2) (수정됨) +1 23.05.05 232 5 14쪽
118 117화 - 반나절의 휴가 (1) (수정됨) 23.05.03 228 6 13쪽
117 116화 - 함께 (수정됨) 23.05.01 252 8 13쪽
116 115화 - 인정과 각오 (수정됨) 23.04.28 255 6 14쪽
115 114화 - 소란의 마무리 23.04.26 249 6 11쪽
114 113화 - 시끄러웠던 사건의 전말 23.04.24 266 7 15쪽
113 112화 - 등장은 역시 소란스러운 23.04.17 305 8 13쪽
112 111화 - 마침내 도착한 (수정됨) 23.04.14 294 9 14쪽
111 110화 - 이제 시작일 뿐 (수정됨) 23.04.12 301 8 11쪽
110 109화 - 노리고 있는 것 (수정됨) 23.04.10 300 8 11쪽
109 108화 - 강적 출현 (수정됨) 23.04.07 312 10 12쪽
108 107화 - 증명의 시간 +1 23.04.05 334 11 16쪽
107 106화 - 불청객을 맞이하는 방법 (수정됨) 23.04.03 323 10 14쪽
106 105화 - 평화로운 여행은 없었다 (수정됨) 23.03.31 344 13 15쪽
» 104화 - 다시 모이다(수정됨) 23.03.29 381 12 12쪽
104 103화 - 최종 준비 (4) 23.03.27 370 13 12쪽
103 102화 - 최종 준비 (3) [수정됨] 23.03.16 509 11 11쪽
102 101화 - 최종 준비 (2) 23.03.15 518 14 13쪽
101 100화 - 최종 준비 (1) +1 23.03.14 492 12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