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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토템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칭호로 나 혼자 무한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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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토템
작품등록일 :
2022.10.26 16:38
최근연재일 :
2023.05.19 20:56
연재수 :
125 회
조회수 :
315,843
추천수 :
6,318
글자수 :
678,215

작성
23.05.15 18:02
조회
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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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1쪽

122화 - 괴이의 마왕

DUMMY

촤라라락!


매서운 기세로 날 향해 쇄도하는 드래곤의 앞발. 몸을 비틀어 피하기 무섭게 눈앞에 날카로운 창끝처럼 생긴 마수의 팔이 날아왔다.

가까스로 칼을 휘둘러 받아쳤다. 날카로운 금속음이 울려 퍼지며 주먹이 저 멀리 날아갔다.


“네가 괴이의 마왕이냐?”


내가 던진 질문에 마족은 긍정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네. 나는 개인적으로 그 이름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말이야.”

“좋아하고 자시고, 아주 어울리는 이름 같은데.”


괴이.

정상적이지 않고 별나며 괴상하다는 의미.


탑에 들어오면서 본 생물 박제도 정상적인 편은 아니었지만, 지금 내가 도달한 공방은 그 이상으로 아찔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사방에서 진동하는 피비린내와 시체 썩은 냄새. 코가 마비될 정도로 지독한 냄새가 이 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igo nah noes nis······.”


그리고 마정석의 희미한 빛만이 남아있는 짙은 어둠 너머에서 들려오는 기괴한 목소리. 생물 몇 개의 소리를 합쳐 한 번에 말하는 것 같은 느낌의 소리였다.

그 사이로 들려오는 살점이 뜯겨 나가는 소리. 살점만이 아니라 뼈째로 부서뜨리는 소리에 반사적으로 등골이 서늘해졌다.


주변의 풍경이나 전체적인 환경도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나베스도 평범한 모습이라 하기엔 상당히 거리가 멀었다.


샤아아.


가운이라 생각했던 옷은 여기저기 벌어져 있었다. 얼핏 보면 헤진 옷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틈처럼 생긴 것들엔 자잘한 이빨들이 돋아 있었다.

살아있는 생물의 아가리. 저런 존재에 대해 들어본 적은 없었지만, 기분 나쁘다는 것 하나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녀석의 오른손은 촉수 뭉치에 휘감겨 있었다. 붉은 스파크를 번쩍이며 꿈틀거리는 게 닿으면 좋은 꼴은 못 당할 게 분명했다.

왼손은 기계로 개조한 듯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움직이고 있었다. 마력 탐지로 확인해보니 마정석이 상당량 박혀 있는 물건이었다.


조금 전 나를 덮쳤던 마수들의 팔은 녀석의 등에서 솟아난 것들이었다. 드래곤의 앞발부터 식충 식물의 머리를 연상케 하는 다리, 끝이 예리한 창처럼 생긴 다리 등등 하나같이 흉흉한 물건들이었다.


녀석의 얼굴은 여기저기 수술한 흔적이 엿보였다. 어디를 보아도 수술 자국이 남아 있었고, 길게 늘어진 귀에도 이어 붙인 흔적이 엿보였다.

형태만 그럴싸할 뿐, 녀석이 원래 어떤 얼굴이었을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말 그대로 괴이에 어울리는 모습. 살아있는 콜라주 미술품, 아니 프랑켄슈타인이 잘못된 개조를 거치면 이렇게 될 것 같은 느낌이다.


“그것 참 유감이군.”


나베스가 무덤덤한 표정으로 답했다. 말은 아쉬움을 표하고 있었지만, 목소리엔 일말의 감정도 실려있지 않았다.


“나처럼 이단이라 칭해지는 자네라면 다른 대답을 말할 줄 알았는데 말이야.”

“누구랑 다른 대답인데?”

“자네 이외의 마왕들을 말하는 거네. 내 이야기를 들은 녀석들도 자네 같은 말을 하더군. 정말이지, 이 모습의 어디가 괴이하다고 하는 건지.”

“날 그 녀석들이랑 같은 부류로 취급한 게 기분 나쁘긴 한데, 그 녀석들도 보는 눈은 있는 모양이네.”

“사실을 말했을 뿐인데 기분이 나쁜 건가? 나는 이해하지 못하겠군.”


나베스는 어깨를 으쓱했다.

눈앞에 적을 두고도 너무나도 여유로운 모습. 누가 보면 ‘왜 공격하지 않는 거야?’라고 묻겠지만, 이쪽도 나름의 사정이 있었다.


사방에서 느껴지는 수많은 시선. 살점을 뜯어먹는 소리가 멈췄고, 경계심이 가득한 그르렁대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내가 조금이라도 나베스를 향해 공격을 가하기라도 한다면, 어둠 속에서 저들이 튀어나와 날 향해 달려들 거다.


여기 굳이 남겨둔 걸 보면 나베스가 상당히 아끼는 녀석들인 게 분명하다. 당장 녀석이 나를 눈앞에 두고도 저렇게 태연자약하게 있을 수 있는 건 아마도 저 녀석들이 있기 때문일 거다.


나베스는 나를 깔보고 있지 않다. 여유로운 체하면서도 계속 뿜어내고 있는 마기, 언제라도 나를 향해 달려들 준비를 하고있는 촉수와 다리들. 그리고 대기시켜둔 키메라들까지.


녀석에 대해 아는 건 키메라를 만들 수 있는 연구자라는 것밖에 없었다. 녀석이 자기 자신을 개조해 키메라가 되었다는 건 지금 처음 알았다.


정보가 부족한 이상, 섣불리 다가설 수는 없었다. 하다못해 녀석들이 얼마나 있는지, 저 녀석이 어떤 녀석인지에 대해 알아야 할 시간이 필요했다.


‘겸사겸사 정보도 얻을 수 있다면 좋고.’


시간. 아주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나는 지면에 꽂힌 칼을 뽑아냈다. 그리곤 언제든 휘두를 수 있게 갖춰두고는 나베스에게 말했다.


“그러고 보니, 저번엔 신세 많이 졌어.”

“신세라······ 아, 기억났네. 마신이 내게 맡겼던 마족에 관한 이야기인가?”

“그래. 덕분에 고생 좀 했다.”

“그 나이트메어 키메라는 여태 만들어진 것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잘 만들어진 녀석이었는데, 회수하지 못한 게 아쉽군.”

“그것참 유감이네. 내가 아주 가루로 만들어버렸거든.”


내 말에 나베스의 미간이 꿈틀했다. 아주 잠깐이긴 했지만, 어지간히 아쉬웠던 모양이다.


“그래서, 실험이나 하고 있을 것 같이 생겨선 왜 게이트를 열고 우리한테 쳐들어오려는 거냐?”

“그야 당연한 것 아니겠나.”


나베스가 주변에 자리한 시험관들을 가리켰다. 방금의 소란에도 깨지지 않은 시험관엔 인간의 형태를 한 미라가 담겨 있었다.


“실험을 위한 재료 수집이지.”

“재료를 이딴 식으로 수집한다는 건 듣도 보도 못한 발상인데.”

“우리 쪽에선 흔한 일이지.”

“대체 뭘 하려는 건데?”

“완벽한 생물의 완성.”


나베스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어딘가 황홀하기까지 한 표정은 그냥 봐주기 어려울 정도였다.


“죽지 않으며, 늙지도 않고, 단점이라곤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존재. 난 그걸 만들기 위해 모든 생을 바쳤지.”

“꿈도 크셔라. 그런 게 정말 가능하다고 생각해?”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이지. 그리고 이건 비단 나만이 꿈꾸는 게 아니잖나.”


나베스가 고개를 들었다. 녀석의 시선은 지금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방향을 향해 있었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언젠가 다가올 죽음을 두려워하면서 영원히 이어지는 삶을 동경하지. 이따금 영원한 삶 같은 것에 관심 없다고 말하는 녀석들이 있지만 그 녀석들은 관심이 없는 게 아니야. 스스로 그게 불가능하다고 단정 짓고 채 포기한 패배자들인 거지.”

“그러는 너는 포기하지 않은 쪽이라는 거냐?”

“초월하려는 자라고 해주면 좋겠군. 모든 생물이 가진 한계를 넘어서려는 것이니 말이야.”


나베스가 손을 들었다. 녀석의 손 끝은 내가 뚫고 들어온 하늘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렇게 되면 나는 마신의 자리에 오르게 되겠지. 정말이지, 생각만 해도······.”

“창조신한테 도전하겠다고?”


내 질문에 나베스가 미간을 찌푸렸다. 방금 보였던 것보다 더 격한 감정 변화였다.


“지금 창조신이라고 했나?”

“내 말이 어디 틀렸어?”

“······정말 모르는 건가.”


나베스가 의미심장한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녀석은 뭔가 말하려는 듯 입술을 달싹였지만, 이내 입을 다물어버렸다.


‘뭔가 이상해.’


시스템적으로 마신은 이름 그대로 신, 다시 말해 절대적인 권능을 가진 존재였다. 지금까지 세간에 알려진 정보와 마족들의 반응만 보더라도 녀석은 신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존재였다.


그런데 방금 녀석이 보였던 반응은 명백히 그러한 정보에 반하는 것이었다. 창조주라는 말에 저렇게까지 반응하는 건 분명 뭐가 있다는 이야기다.


거기다 방금 녀석이 말했던 마신의 자리에 오른다는 목표.

그건 마치 마신이라는 게 어떠한 하나의 존재가 아니라 계승되는 자리의 의미가 있다는 이야기와 다를 게 없었다.


확실한 건 하나도 없었다. 다만 만에 하나의 가능성에 걸려있던 이야기인 만큼 일말의 기대 정도는 걸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지금의 상황을 넘겼을 때의 이야기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나는 칼을 휘둘렀다. 코앞까지 다가온 드래곤의 앞발이 칼의 궤적을 따라 깔끔하게 잘려 나갔다.


“언제까지 이렇게 깔짝깔짝 간만 볼 생각인 건데?”


원래는 시간 벌이용으로 하려던 대화였다. 하지만 나베스 녀석은 대화하는 내내 자기 등에 달린 팔들로 내게 공격을 가해왔다.

그 과정에서 두 개를 잘라냈지만, 녀석은 별다른 타격이 없어 보였다.


“자네가 할 소리는 아닌 것 같은데. 그 얄팍한 탐지로 계속 여기저기 들쑤셔보고 있는 걸 내가 모르리라 생각한 건가?”

“하긴. 마왕쯤 되는데 모르는 게 이상한 거겠지.”


나는 들고 있던 칼을 집어넣었다.


-“las ko eh······.”


사방에서 느껴지는 인기척. 방금까지와 다르게 조금씩 다가오기 시작한 녀석들을 확인하고는 나베스를 쳐다봤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물어보자.”

“그건 유언인가?”

“그렇게 생각하고 싶으면 그런 셈 치지, 뭐.”

“물어보게.”

“게이트 너머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람들이 악몽을 꾸며 쓰러지고 있는 소동. 네가 벌인 짓이 맞냐?”


내 질문에 나베스는 대답이 없었다. 손으로 턱을 쓰다듬으며 골똘히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지은 녀석은 긴 고민 끝에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모르는 일이군. 난 그저 게이트를 열었을 뿐이야.”

“의외네. 분명 ‘맞아. 내가 한 짓이지.’라고 할 줄 알았는데.”

“내가 그런 무지몽매한 녀석들에게 들어줄 의리 같은 건 없어서 말이야. 애당초 녀석들도 나와 척진 지 오래기도 하고.”


나베스가 손을 들었다. 소매 사이로 빠져나온 촉수 다발이 붉은 전류를 튀기며 그 끝을 내게로 향했다.


“그럼 이제 잡담은 그만하고 싸워볼까. 자네 정도 되는 실험체라면 분명 내 연구도 엄청난 진보를 이룰 수 있을 테니까.”

“높이 평가해주는 것 같아 몸 둘 바를 모르겠네. 그런데 이걸 어쩌나.”


나는 아껴뒀던 텔레포트로 단번에 거리를 좁혔다. 나베스의 등에서 뻗은 손들이 날 향해 다가왔지만, 공격 한 방을 때려 넣기엔 시간이 차고 넘쳤다.


“난 누구 실험체가 될 생각은 전혀 없어서 말이야!”


칼을 집어넣음과 동시에 미리 끌어올려두었던 마기를 손에 집중시켰다. 검붉게 타오르는 마기의 주먹을 그대로 나베스의 얼굴에 정통으로 꽂아 넣었다.


“커헉!”


대비했음에도 공격을 허용한 녀석이 저 멀리 날아갔다. 녀석이 벽에 부딪히자 그 충격에 탑 전체가 진동했다.


이렇게까지 충격이 일어날 건가 싶은 것도 잠시.


-“las ko eh!!”


나베스에게 주먹을 휘두른 순간 쏜살같이 날아온 키메라들이 내게 달려들었다. 사방에서 날아드는 주먹과 이빨을 보며 나는 몸을 비틀었다.


“반역의 마왕!”


크게 일어난 먼지구름을 뚫고 나베스가 쇄도해왔다. 키메라들 사이로 쏟아낸 녀석의 촉수들을 피해주고는 마나를 끌어 올렸다.


“그래, 어디 한번 제대로 싸워보자고!”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중간 후반부 약간 수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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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 시간은 월/수/금 오후 6시입니다. [3/17 수정됨] 22.11.01 3,098 0 -
125 124화 - 괴이의 본모습 23.05.19 196 4 11쪽
124 123화 - 서로의 전장 23.05.17 153 5 11쪽
» 122화 - 괴이의 마왕 23.05.15 174 5 11쪽
122 121화 - 괴이와의 조우 (3) 23.05.12 175 4 12쪽
121 120화 - 괴이와의 조우 (2) 23.05.10 178 4 11쪽
120 119화 - 괴이와의 조우 (1) (수정됨) 23.05.08 216 3 13쪽
119 118화 - 반나절의 휴가 (2) (수정됨) +1 23.05.05 232 5 14쪽
118 117화 - 반나절의 휴가 (1) (수정됨) 23.05.03 228 6 13쪽
117 116화 - 함께 (수정됨) 23.05.01 252 8 13쪽
116 115화 - 인정과 각오 (수정됨) 23.04.28 255 6 14쪽
115 114화 - 소란의 마무리 23.04.26 249 6 11쪽
114 113화 - 시끄러웠던 사건의 전말 23.04.24 266 7 15쪽
113 112화 - 등장은 역시 소란스러운 23.04.17 305 8 13쪽
112 111화 - 마침내 도착한 (수정됨) 23.04.14 294 9 14쪽
111 110화 - 이제 시작일 뿐 (수정됨) 23.04.12 301 8 11쪽
110 109화 - 노리고 있는 것 (수정됨) 23.04.10 300 8 11쪽
109 108화 - 강적 출현 (수정됨) 23.04.07 312 10 12쪽
108 107화 - 증명의 시간 +1 23.04.05 334 11 16쪽
107 106화 - 불청객을 맞이하는 방법 (수정됨) 23.04.03 322 10 14쪽
106 105화 - 평화로운 여행은 없었다 (수정됨) 23.03.31 344 13 15쪽
105 104화 - 다시 모이다(수정됨) 23.03.29 380 12 12쪽
104 103화 - 최종 준비 (4) 23.03.27 370 13 12쪽
103 102화 - 최종 준비 (3) [수정됨] 23.03.16 509 11 11쪽
102 101화 - 최종 준비 (2) 23.03.15 518 14 13쪽
101 100화 - 최종 준비 (1) +1 23.03.14 492 1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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