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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토템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칭호로 나 혼자 무한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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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토템
작품등록일 :
2022.10.26 16:38
최근연재일 :
2023.05.19 20:56
연재수 :
125 회
조회수 :
315,830
추천수 :
6,318
글자수 :
678,215

작성
23.05.17 19:01
조회
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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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1쪽

123화 - 서로의 전장

DUMMY

최선호가 탑에 들어서 마왕 나베스와 마주해 싸우고 있을 무렵.


나베스의 하수인들과 헌터들이 한데 뒤엉킨 탑 외부의 상황은 말 그대로 아비규환이었다.


당연하게도 절대적인 수는 나베스의 하수인 쪽이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단순히 많다는 수준이 아니었다. 어디를 둘러봐도 그곳엔 키메라와 마족이 있었고, 전장은 그들이 뿜어낸 지독한 마기 때문인지 암운이 드리운 것처럼 어두웠다.


이러한 수적 열세에 헌터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뒤에서 온다!”

“앞에서도 온다고!”

“알아서들 잘 막아봐!”


사방에서 달려드는 키메라들을 향해 무기를 휘두르는 헌터들. 키메라의 손톱과 금속제 무기가 부딪치며 날카로운 금속음이 울려 퍼졌다.

혼자서 셋 이상의 적을 상대해야 하는 불리한 상황. 싸움에 임한 헌터들의 몸에서 피가 튀고, 여기저기서 고통스러운 비명이 터져 나왔다.


누가 보더라도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열세였지만, 자세히 보면 마냥 그렇지만도 않았다.


”캬아아아악!!“


공기를 타고 울려 퍼지는 커다란 괴성. 건물 3층 높이의 크기를 자랑하던 키메라 하나가 뒤로 넘어지며 대지가 요동쳤다.


그와 함께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폭발음과 함께 하늘 높이 치솟는 녹색과 보랏빛의 선혈. 검은 대지 위에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갈기갈기 찢어진 키메라의 시체들이 하나둘 쌓여갔다.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전장의 상황이 박빙인 건 물러서지 않고 싸운 헌터들의 용맹함도 있었지만, 그런 수적 열세를 아무렇지 않게 만드는 실력자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여긴 지나갈 수 없다!”


전장이 떠나가라 쩌렁쩌렁 큰 소리로 기합을 외치는 가론. 중세 기사의 모습을 연상케 하는, 군데군데 빛이 바랜 새하얀 갑옷을 입은 그는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키메라의 머리를 잡아 땅에 처박았다.


쿠우웅!


묵직한 소리와 함께 지면이 뒤흔들렸다. 땅에 머리가 꽂힌 키메라가 경련했지만, 뒤이어 내리쳐진 가론의 주먹에 녀석의 몸이 축 늘어졌다.


“이, 이런 제길!”


앞에서 들려온 신경질적인 목소리에 가론이 고개를 들었다. 키메라 하나가 피가 철철 흐르는 한쪽 팔을 축 늘어뜨린 사내를 향해 독이 발린 가시 다발을 퍼붓고 있었다.


“어딜!”


가론이 앞을 향해 강하게 손을 내질렀다. 헌터의 앞에 생겨난 반원 형태의 새하얀 보호막이 가시들을 튕겨냈다.


“가론 님!”

“고개 숙여! 어서!”


감사의 인사를 표할 틈도 없이 고개 숙인 사내의 머리 위로 무언가 날아갔다. 빠르게 날아온 커다란 불의 형체가 키메라의 몸을 그대로 꿰뚫었다.


“괜찮습니까!”


전신을 휘감았던 화염을 거둔 헤럴드가 외쳤다. 고개를 끄덕인 사내를 본 그는 곧바로 몸을 돌려 저 멀리서 독 구름을 쏟아내는 도마뱀 형태의 키메라를 향해 쇄도했다.


멀어져가는 헤럴드를 본 가론이 사내를 부축했다.


“괜찮은가?”

“덕분에 살았습니다.”

“가서 치료받게. 지금이라면 다시 싸울 수 있을 거야.”

“하지만 지금 자리를 비우면······.”

“그 정도 시간은 괜찮네. 더 심해지기 전에 빨리 가게.”

“알겠습니다. 무운을.”


곧장 자리를 이탈한 사내를 뒤로한 가론이 고개를 돌렸다.


키메라들은 여전히 끝이 안 보일 정도로 득실거렸다. 여기저기 널린 시체들을 보면 상당히 많은 수를 쓰러뜨렸지만, 거기서 끝이 아닌 게 문제였다.


“아직 더 움직일 수 있다!”

“이 정도로 부서지게 만들지 않았다! 어서 일어나 싸워라!”


여기저기 널브러진 키메라의 사체들을 그러모은 마족 무리. 녀석들은 아공간을 열어 미리 준비해뒀던 재료와 함께 사체들을 융합해 실시간으로 키메라들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물론 헌터들이라고 가만히 있는 건 아니었다.


“그쯤하지 못해!”


S급 헌터들 다수가 투입되어 마족들을 처리하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하지만 으레 그렇듯 마족들은 손쉽게 당해줄 녀석들이 아니었다.


“크롸라아아!”


포효와 함께 고막이 찢어질 것 같은 포효를 내뱉는 키메라. 드레이크의 머리 두 개를 단 녀석의 입에서 브레스가 터져 나왔다.


“거 잘 좀 해보십쇼!”

“노력 중이지 않나!”


티격태격하며 싸움에 임하고 있는 송인준과 장대현. 그슬린 옷을 정돈한 두 사람 뒤에서 날아온 불꽃의 검기가 키메라의 몸에 충돌했다.


“지금입니다!”


김유건이 외침과 함께 뛰쳐나갔다. 그의 칼이 번쩍이는가 싶더니 폭발의 충격에 주춤하던 키메라의 머리 하나가 땅으로 떨어졌다.


“캬아아아아!”


남은 머리가 김유건의 허리께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반응하기 어려운 속도였지만, 키메라의 머리는 이미 칼에 썰려 양옆으로 갈라지고 있었다.


“마, 말도 안 돼!”

“드래곤의 비늘을 삼중으로 뒤덮어 만든 녀석이 이렇게 손쉽게 제압당했다고······?”

“동요하지 마라! 적이 아직 쓰러지지 않았······.”


동요하는 마족들을 향해 하늘에서 벼락이 내리쳤다. 위에서 흔적 하나 남기지 못하고 사라진 녀석들을 내려다보는 하새벽이 귓가에 손을 가져갔다.


“가론.”

-“왜 그럽니까?”

“그 녀석들이 오고 있어요.”


하새벽의 말에 가론의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앞서 최선호의 시야를 공유해 확인했던 키메라들. 하나하나가 S급에 맞먹는 존재감을 자랑하는 녀석들이 지금 저 뒤편에서 대기하는 걸 멈추고 다가오고 있었다.


“뭐, 뭐야! 왜 이렇게 흔들리는 건데!”

“다들 틈 사이로 빠지지 않게 조심해!”

“크아아아!”


녀석들이 움직이는 것만으로 땅이 지진이 난 것처럼 출렁였다. 같은 편도 개의치 않고 다가오는 녀석들의 모습을 본 가론이 외쳤다.


“동요하지 마라! 저 녀석들은 우리가 맡을 테니, 단 한 놈도 게이트를 넘어서게 두지 마라!”

“알겠습니다!”


우렁찬 기합과 함께 전열을 가다듬는 헌터들. 여전히 동요에서 벗어나지 못한 키메라들을 향해 달려드는 그들을 보고 있던 가론은 자리를 박차고 도약했다.


“샤아아아아!”


쉰 소리를 연상케 하는 외침과 함께 날아드는 거대한 키메라. 녀석을 향해 주먹을 내지른 그는 저 멀리 검은 기둥이 솟구쳐 오르는 걸 발견했다.


“저건······!”


커다란 마기의 폭발. 화산처럼 터져 나오는 마기가 사방으로 흩어지며 그 여파가 일행을 덮쳤다.


“가론!”


공중에서 자세가 무너진 가론을 헤럴드가 낚아챘다. 재빨리 자리를 이탈한 둘은 탑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한창 싸우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런 것 같군.”


마왕과 마왕의 싸움.

한 번도 본 적 없던 싸움이 지금 저 너머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가론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최선호는 이곳을 ‘맡기겠다’라고 했다. 홀로 적진을 뚫고 들어가 적과 일기토를 벌이고 있는 그의 기대에 부응해야 할 때였다.


“카라라라!”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세 갈래의 브레스를 보며 가론을 손을 높이 들었다. 촘촘히 집약된 마나로 만들어진 보호막이 브레스를 받아내너디 그대로 키메라를 향해 공격을 반사했다.


“카아아아!”


예상치 못한 공격에 당황한 키메라가 뒤로 밀려났다. 그 틈을 놓치지 않은 가론과 헤럴드가 키메라를 향해 달려들었다.



****



“역시 제법이야.”


여전히 무덤덤한 목소리로 말하는 나베스. 녀석은 내게 시선을 고정한 채 분주히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칭찬 참 고맙네!”


퉁명스럽게 답한 나는 마나를 끌어올렸다. 마법진을 생략하고서 만들어낸 화염의 파도가 사방에서 달려드는 가시 달린 덩굴들을 덮쳤다.

순식간에 덩굴들을 태운 화염의 파도는 그대로 나베스를 향해 날아가 녀석을 휘감았다. 그대로 타죽었다면 좋았겠지만, 그럴 일은 없었다.


“별말씀을.”


불꽃이 사그라지며 모습을 드러낸 나베스. 녀석이 입고 있던 가운은 불꽃을 집어삼키고는 입맛을 다시듯 쩝쩝거렸다.


“오해할까 봐 말하는 거지만, 시간 벌이를 위한 빈말 같은 게 아니네.”

“보통 그렇게 말하면 그런 의도인 게 맞지 않나?”

“판단은 자네 자유일세.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내 아이들을 이렇게까지 제압한 건 자네가 처음이란 걸세.”


주변을 둘러보는 나베스. 녀석의 시선이 향하는 곳엔 조금 전 내가 제압했던 키메라들이 쓰러져 있었다.

사방에 널브러진 녀석들의 몸엔 칼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녀석들은 전부 숨이 끊어진 채 어느 하나 움직이는 녀석이 없었다.


“라이칸 슬로프를 베이스로 자이언트 오우거와 상급 마족, 거기에 드래곤까지 섞은 녀석들이었어. 방어력부터 끈질긴 재생 능력과 수많은 전투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날카로운 움직임까지. 어지간해서 쓰러지지 않는, 자네들 기준대로 따지자면 S급에 가까운 녀석들이었어.”

“잠깐. 네가 어떻게 그런 것까지 알지?”

“간단한 걸세.”


나베스가 손으로 자기 머리를 가리켰다.


“나는 키메라를 만들 때 대상의 뇌를 가장 먼저 연구하네. 어떤 지식을 가졌는지, 어떻게 사고하고 어떻게 행동할지 알기 위해서 말이야.”

“그렇단 소리는······.”

“내가 지금까지 연구한 인간의 수가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나?”

“별로 알고 싶지 않네!”


나는 외침과 함께 마기를 끌어 올렸다. 미리 준비해뒀던 마법진이 기동하며 바닥에서 검은 쇠사슬 다발이 솟아올라 나베스의 전신을 속박했다.


“처형의 시간을 선언한다!”


[처형의 시간이 선언되었습니다.]

[칭호 ‘마왕’에 의해 효과가 대폭 강화되었습니다.]


오랜만에 떠오르는 메시지와 함께 지면 곳곳에서 솟아오르는 단두대들. 그와 함께 땅에서 터지듯 뿜어져 나온 검은 기운이 쇠사슬에 휘감겼다.


“큽······.”


쇠사슬에 붙들려있던 나베스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녀석은 온갖 걸 동원해 어떻게든 속박을 풀고자 안간힘을 썼지만, 사슬은 그런 녀석을 더 강하게 옥죄어 완전히 움직임을 봉쇄했다.


“이건······ 제법 위험한 것 같군.”

“표정부터 바꾸고 말하지, 그래? 인간 공부한 거 맞냐?”


난감한 척하면서 여전히 입꼬리가 올라가 있는 녀석의 심장을 향해 칼을 찔러 넣었다. 나베스의 오른팔에서 튀어나온 촉수 다발이 날 묶고자 휘감겨왔지만, 그보다 공격이 들어가는 쪽이 빨랐다.


“커헉······.”


달려들던 촉수들이 전기라도 통한 듯 떨리며 축 늘어졌다. 그와 함께 나베스의 입술 사이로 검은 피가 흘러내렸다.


“이 감각······ 두 번 느껴도 여전히 신선하군······.”


나베스가 각혈하며 나를 쳐다봤다. 녀석의 얼굴은 어째서인지 환희로 가득 차 있었다.


“뭐가 그렇게 즐거운 거지?”

“인간인 자네라면 잘 알겠지. 죽기 직전에 어떻게든 살 방법을 찾기 위해 주마등이라는 걸 보게 된다는 사실을.”

“그게 뭐 어쨌단 거지?”

“찾아냈단 이야기네. 내가 살 방법.”


그 말과 함께 나베스가 마기를 방출하더니 그대로 폭발했다. 그와 함께 지면이 갈라지며 거대한 틈이 생겨났다.


갑작스러운 폭발과 함께 하늘 높이 검은 기둥이 치솟았다. 조금 전 키메라들을 쓰러뜨릴 때 내가 사용했던 것과 똑같은 기술이었다.

차이가 있다면 사슬에 묶여있던 나베스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점이었다. 녀석의 모습이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아 기감을 펼치려던 그때.


“─────────!”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불길한 울음소리와 함께 땅이 갈라졌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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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124화 - 괴이의 본모습 23.05.19 196 4 11쪽
» 123화 - 서로의 전장 23.05.17 153 5 11쪽
123 122화 - 괴이의 마왕 23.05.15 173 5 11쪽
122 121화 - 괴이와의 조우 (3) 23.05.12 174 4 12쪽
121 120화 - 괴이와의 조우 (2) 23.05.10 177 4 11쪽
120 119화 - 괴이와의 조우 (1) (수정됨) 23.05.08 215 3 13쪽
119 118화 - 반나절의 휴가 (2) (수정됨) +1 23.05.05 232 5 14쪽
118 117화 - 반나절의 휴가 (1) (수정됨) 23.05.03 227 6 13쪽
117 116화 - 함께 (수정됨) 23.05.01 251 8 13쪽
116 115화 - 인정과 각오 (수정됨) 23.04.28 255 6 14쪽
115 114화 - 소란의 마무리 23.04.26 249 6 11쪽
114 113화 - 시끄러웠던 사건의 전말 23.04.24 265 7 15쪽
113 112화 - 등장은 역시 소란스러운 23.04.17 304 8 13쪽
112 111화 - 마침내 도착한 (수정됨) 23.04.14 294 9 14쪽
111 110화 - 이제 시작일 뿐 (수정됨) 23.04.12 301 8 11쪽
110 109화 - 노리고 있는 것 (수정됨) 23.04.10 299 8 11쪽
109 108화 - 강적 출현 (수정됨) 23.04.07 312 10 12쪽
108 107화 - 증명의 시간 +1 23.04.05 334 11 16쪽
107 106화 - 불청객을 맞이하는 방법 (수정됨) 23.04.03 322 10 14쪽
106 105화 - 평화로운 여행은 없었다 (수정됨) 23.03.31 343 13 15쪽
105 104화 - 다시 모이다(수정됨) 23.03.29 380 12 12쪽
104 103화 - 최종 준비 (4) 23.03.27 370 13 12쪽
103 102화 - 최종 준비 (3) [수정됨] 23.03.16 508 11 11쪽
102 101화 - 최종 준비 (2) 23.03.15 518 14 13쪽
101 100화 - 최종 준비 (1) +1 23.03.14 491 1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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