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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작가하안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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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독특하안
작품등록일 :
2021.07.26 15:39
최근연재일 :
2021.08.24 06:00
연재수 :
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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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36
추천수 :
492
글자수 :
217,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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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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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3화 엇갈림 (3)

DUMMY

아미의 제자들은 딱히 손쓸 방도가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괜히 사숙 뻘 된다는 분의 아들이란 녀석이 와서 이것저것 묻는 바람에 태사부가 더 위독해진 것 같기만 하다.

이때 멀리서 다시 한 번 먼지를 일으키며 누군가가 쏜살 같이 달려온다. 아미의 제자들은 검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뉘시오!”

“저 천아요!”


천아의 또래로 보이는 제자 한 명이 입을 삐죽 내밀며 말한다.


“왜 또 왔니? 빨리 꺼져. 정말 너 죽여 버리고 싶다고. 우리 태사부님 괴롭히지 말란 말이야. 흑흑.”

“아무대로 제가 좀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천아는 지금 이러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이해가지 않았다. 사창가 점소이 시절 같으면 남이 힘든 거 따위 굳이 신경 쓰지 않았을 것도 같은데, 언제부턴가 바뀌어가는 느낌이다.


“태사부님, 잠깐만 맥 좀 짚어 봐도 될까요?”


제자들이 경계를 했지만 망아사태가 고개를 끄덕이며 팔을 내민다.


‘어라, 이건 경오 대사형 수준이 아니다. 분명 만독 늙은이가 직접 펼친 것 같은데.’


천아는 크게 심호흡을 한 뒤 기합을 넣고는 그녀의 내공을 빨아들였다. 어찌나 강렬한지 어지간해서 아파도 티도 안 낸다는 망아사태의 입에서 미세한 신음소리가 세어 나온다.


천아가 흡입을 계속 시전하자 망아사태의 안색이 차츰 원래의 혈색으로 돌아오기 시작한다. 제자들도 그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다. 그 상태에서 멈출 줄 모르고 계속 흡입한다. 망아사태는 피골이 상접한 것처럼 온몸의 기운을 빼앗기는 것 같아 보였다. 아미의 제자들이 깜짝 놀라 천아에게 검을 겨누었다.


“흡력신법? 시주는 당장 멈추시오!”


천아 또래인 여자가 말했다.


“거봐요. 쟤 만독파랑도 관계 있는 게 뭔가 수상하댔잖아요. 만독신괴가 일부러 보낸 거 아녜요? 우리 태사부님 어떡해요? 흑흑.”


듣다 보니 짜증이 살살 밀려온다.


“아, 정신 사납게 진짜. 조용히 안 하면 진짜 확 다 흡입해버린다!”


집중을 못한 채로 말을 내뱉다보니 호흡이 흐트러지고 말았다.


“쿨럭!”


천아의 입에서 검붉은 피가 흘러 나온다.


“윽. 피까지 뱉고. 너 이따 보자.”


기운을 다 빼앗겨가던 망아사태의 몸이 다시 원래대로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다. 원래의 기운이 다시 들어오는 모양이었다. 아직 기운을 다 회복하지 못한 망아사태가 눈짓으로 말한다.


‘얘야, 그만해도 된단다. 너무 무리하지 마라.’


천아가 고개를 가로젓는다. 만독신공을 어찌나 주입해놨는지 천지창조의 북명 단계를 넘어서 대곤 단계까지 이른 천아의 내공심법으로도 완벽한 해소가 어렵다. 천아는 세 번이나 자신의 입으로 검붉은 선혈을 뱉어내고 나서야 멈출 수 있었다.

천아가 양계혈에서 손을 떼자 망아사태가 그대로 운기행공을 한 번 했다. 원래 자신의 내공보다 오히려 더 정순해지고 내력의 깊이가 한층 성장한 느낌까지 든다.


“천아야, 이런 신공은 대체 어디서 익힌 거니?”


숨을 크게 몰아쉬고 난 천아가 답했다.


“음.. 아무래도 그냥 천재라서요? 히히히.”


천아 또래의 여자애가 다시 천아를 째려봤다.


“아무리 태사부님 구해줬다고 해도 얄밉네요. 피.”


천아는 이어서 기절해있던 장로 금철계에게도 같은 방법으로 독공을 빼내어 주었다. 다만, 그는 아예 정신을 잃은 상태라 손목에 있는 양계혈을 통해서 시전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다소 위험할 수 있지만 단전 부근에 있는 기해혈에 대고 시전했다. 흡입된 독공의 양만 치면 망아사태가 금철계보다 적어도 5할은 많은 것 같았다. 하지만 몸 상태의 심각성은 금철계가 훨씬 심각했다. 그 차이는 둘의 내공의 깊이 차이였다. 그걸 본 천아는 망아사태의 내력이 사뭇 심후한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들어 다시 한 번 고개를 돌려본다. 아미파의 장문인인 망아사태는 그저 가벼운 미소를 띄울 뿐이다.


‘이게 바로 양 할아버지가 말하던 상대의 무위를 보고 존경심을 갖게 된다는 건가? 이러니까 왠지 내가 진짜 협객의 길에 한 발짝 다가선 것 같기도 하네. 히히히.’


금철계 역시 결국 깨어났고, 그 또한 원래 자신이 갖고 있던 내공보다 더 정순해지면서 내력의 깊이 또한 한층 성장한 느낌을 받았다. 사실 천아가 망아사태의 내력을 보고 감탄했다지만, 그것은 망아사태나 금철계가 천아의 신공을 보고 감탄한 것에 비하면 새발에 피도 안 되는 수준이었다. 저토록 어린 청년이 일신에 절정의 신공을 지니고 있다니 놀랍고 또 놀라울 뿐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망아사태는 그런 천아가 대견스럽기까지 했다. 자신의 애제자의 아들이니 손주 뻘이나 다름없다. 평생을 엄마와 떨어져 살고 원수 년의 감시 하에 사창가 점소이로 살았다고 한다. 그런데 남들이 평생을 익혀도 얻기 힘든 무위를 약관도 안 된 나이에 이미 지니고 있는 것이니. 하지만 망아사태는 몰랐다. 천아에게 이런 능력이 있다지만 정식 무공으로 따지면 가장 기초 중의 기초라는 금나수법조차 모른다는 것을.


천아는 중독된 이들을 모두 치료해준 후, 무림인들이 보통 하던 행동이 떠올라 포권의 예를 갖추고 나서 발걸음을 돌린다.


‘아, 왠지 존나 멋있어. 간지 작살! 이 문파는 여자들이 많던데 다들 나한테 뻑간 거 아냐? 비구니들이던데, 나한테 반해서 때려 치고 시집오겠다고 하면 받아줘야 하려나?’


혼자 또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어깨엔 뽕이 한 두 개쯤은 들어간 것만 같다. 멀찌감치 천아 또래인 여자애가 자기 사저에게 말하는 게 들려왔다.


“근데 쟤 너무 있어 보이는 척 하려는 것 같지 않아요? 쳇, 잘나 봐야 나이도 내 나이 또래 같은데요.”

“야, 너 이름 뭐야?”

“그건 알아서 뭐하게?”

“빨리 말 안 해? 이게 그냥 확 만독신공으로 제압해 벌라.”


태사부와 태사백조차 만독신공에 당해 중상을 입은 걸 똑똑히 봤다. 그리고 천아가 그걸 해결해준 것까지. 천아의 행동이 얄미워서 뭐라고 했다지만 막상 만독신공을 쓴다고 하니 겁이 덜컥 났다.


“여, 연화에요. 천연화.”

“알았어. 천연화, 넌 나중에 보자.”


천아는 엄마를 볼 생각에 마음이 들떠 신속하게 발을 놀렸다.


‘한바탕 힘 쓰고 계속 뛰어다니려니 숨이 차긴 차네. 그래도 쫌만 참자. 금방 엄마 볼 수 있을 테니깐.’


부리나케 달리는데, 누군가가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천아야, 천아야.”


‘아, 또 누구야. 나 엄마 보러 가야 되는데. 여자 목소리도 아니고 엄마도 아닌 것 같은데.’


쌩 까고 가려는데 자꾸 부른다.


‘목소리가 낯설지 않은데?’


고개를 돌려 보니 만독파의 복장이다.


‘이런 x발. x됐다.’


그런데 잘 보니 혼자다.


‘누구지? 기분 나쁘지 않은 음성.’


유심히 보니 아화였다. 만독파에서 유일하게 천아에게 잘해줬던 친구.


“어, 아화구나?”

“어. 엄마는 만난 거니?”

“아니 아직. 지금 만나러 가는 길이야. 그러는 너는 어떻게 혼자야?”

“지금 정신 없어. 소림을 쳤다가 아미를 치고 어쩌고 하는데, 나는 무공을 전혀 모르다 보니 쫓아갈 수가 있어야지. 혼자 낙오돼버렸어.”

“그래? 잘 됐다. 그럼 너 이 참에 만독파 관 둬. 솔직히 너도 네가 원해서 입문한 것도 아니잖아.”

“하긴 그렇긴 하지. 하지만 만약에 만독파에게 잡히게 되면 정말 피골이 상접해서 죽을 지도 몰라.”


아화의 말을 듣고 보니 만독파 제자들이 자기한테 영업장을 뺏기고 무공까지 패하고 나서 왕불선한테 기운을 다 빨려서 피골이 상접됐던 게 떠올랐다.


“걱정 마. 내가 있잖아. 나랑 같이 개방으로 가자. 개방에서 보호해줄 거야.”

“너는 몰라도 나는 아무 상관도 없는 걸?”

“야, 친구 좋다는 게 뭐냐? 내가 만독파에서 죽을 뻔한 걸 네가 구해줬다고 하면 분명히 널 함부로 내칠 일은 없을 거야.”


천아의 말을 듣자, 눈물이 글썽인다. 덥석 끌어안고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린다.


“야, 징그럽게 왜 이래. 남자끼리.”

“천아야, 정말 미안해. 날 용서하지 마. 흑흑.”

“그건 또 무슨 말이야?”


갑자기 졸음이 쏟아진다.


“야, ... 너 ... 뭐한 거...야?”


아화는 천아를 끌어안았을 때 귓불과 뒷목 사이에 움푹 패인 곳에 위치한 안면혈(安眠穴)을 누른 것이다. 안면혈은 잠이 들게 하는 혈도였다.


눈이 감기는데, 만독파의 셋째 제자인 한고가 일부의 무리들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잘 했다. 아화. 천아를 잡았으니 경오 대사형보다 내가 뛰어난 업적을 세운 게 되겠군.”


아화은 울음을 그칠 줄 몰랐다.


“미안해, 천아야.”


한고가 다가와 아화의 뺨을 세차게 내리쳤다.


“약해 빠진 놈 같으니라고. 시킨 거 똑바로 안하면 너네 가족 다 어떻게 되는지 알지?”

“예... 사형. 흑흑. 천아야....흑흑.”

“울음 안 그쳐? 이 개x끼가 재수 없게.”


옆에 있던 다른 제자가 한고를 말렸다.


“사형, 참으시죠. 그래도 저 녀석 덕분에 천아도 잡았지 않습니까? 사부님께서 크게 기뻐하실 거예요.”


한고가 손을 털며 말했다.


“쳇, 한 번만 봐준다. 야, 아화. 너 명심하라고. 앞으로 똑바로 해. 멍청한 줄만 알았던 놈이 그래도 가르쳐주니까 혈은 정확히 짚었네. 아강아, 네 계략이 아주 좋았다.”


아강이 아화의 어깨를 밀치며 지나간다. 천아가 만독파 제자들과 한 방을 쓸 때 고깝게 보며 아화와 시비가 붙었던 녀석이었다. 천아는 점혈을 당했지만 가물가물한 속에서나마 그들의 대화를 들을 수 있었다.


‘아, 아화에게 그런 사연이 있었구나.’


멀찌감치서 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나며 누군가가 나는 듯이 빠르게 다가왔다. 흰 복면을 한 사람이었다. 복면인의 속도는 천아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한고를 비롯한 만독파의 제자들은 그의 경공을 보고 깜짝 놀라 경계를 했다.


“웬 놈이냐?”

“분명 네 놈들은 만독파 놈들이렸다?”


한고의 눈에서 살기가 일었다.


“만독파 놈들? 겁대가리 없는 놈. 잘난 발재간 하나 믿고 설치나 본데. 표풍상구검으로 제압해주마.”


한고가 자세를 잡는데 어느새 복면인이 자신의 눈앞까지 당도해버린다. 발놀림만 빠른 것이 아니다. 공속도 얼마나 빠른지 그의 손놀림 자체가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다.

순식간에 파바바박 하는 소리와 함께 네 명이 순식간에 나가떨어졌다. 천아를 잡고 있던 제자들은 그를 잡았던 손을 놓았다. 어차피 점혈을 당해 도망가지도 못할 테니 내버려둔 것이다. 당장 강적을 만났으니 손을 보태야 할 판이다.

바로 검집에서 검을 꺼내려는데 검이 도로 들어간다.


“엥? 이게 왜 이러지?”


다시 꺼내려는데 역시나 검이 도로 검집으로 들어가고 만다.


“사형, 검이 이상해요.”


한고가 매서운 눈빛을 날린다.


“머저리 같은 놈들. 저런 것들을 사제라고. 잘 봐라. 나의 표풍상구검을.”


그 역시 마찬가지다. 검을 꺼내려는데 검이 도로 들어가고 만다. 몇 번을 해도 마찬가지였다.


“만독파의 실력이 이 정도 밖에 되지 않는가 보지?”


한고가 발악을 한다.


“이 찢어죽일 놈이. 내 표풍상구검으로 네 놈의 아가리를 찢어주마.”

“문답무용.”


복면인은 위로 솟구치는가 싶더니 발로 어깨에 있는 견정혈을 노리고 검으로 천령개를 노리는 수법을 사방팔방 돌면서 연달아 8회를 시전했다. 이어서 무영각과 같은 빠른 발차기의 수법으로 연결시킨다. 십 수 명에 달하던 만독파의 제자들이 모두 땅을 뒹구르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수초에 불과했다.

이 수법은 전날 무당의 자재검 은비학이 일적매화단의 단주보좌총수 은청자를 상대할 때 사용했던 반월도살참이라는 무공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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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11화 얼음 소녀와의 재회 (2) +5 21.08.11 574 1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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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9화 추녀와의 악연(?) (2) +4 21.08.07 771 11 18쪽
12 9화 추녀와의 악연(?) (1) +8 21.08.06 803 15 14쪽
11 8화 동상삼몽(同牀三夢) +10 21.08.05 803 1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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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7화 입문? (1) +8 21.08.02 943 19 14쪽
7 6화 만독파(萬毒派) +10 21.08.01 1,043 19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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