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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작가하안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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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독특하안
작품등록일 :
2021.07.26 15:39
최근연재일 :
2021.08.24 06:00
연재수 :
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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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10
추천수 :
492
글자수 :
217,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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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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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2화 오해 (2)

DUMMY

천아가 기분 나쁘다는 투로 말을 이었다.


“아니 뭐 내가 기분 나쁘게 생겼어요? 왜 나한테만 이런대? 거 스님들이 사람 함부로 의심하고 그러면 쓰나? 무슨 사기꾼 땡중도 아니고. 그것도 소림사라는 데에서.”


천아가 한 걸음 다가서자, 그들은 나한진의 대열을 유지하며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다시 한 걸음을 걸어가도 마찬가지다.


‘뭐야. 이거 폼만 잡고 사실 나한테 쫄은 거 아냐? 어제 내가 화산파 장문인한테 만독신공 날린 거 보고 쫄았는 지도 모르지. 화산파 장문인도 제대로 못 받아내고 밀려났잖아. 거기에다가 어제 김대협이 혈까지 뚫어줘서 지금은 위력이 더욱 세졌을 테니 한 번 해볼까?’


천아는 주위를 살피다가 재빠르게 발을 놀렸다. 소림파 제자 중 한 명이 외친다.


“소림의 제자들이여. 상대의 몸놀림에 현혹되지 마라. 원래의 대열을 유지하며 자신의 역할에만 충실하면 된다.”


소림 제자들의 무공 수위가 어떤지는 몰라도 그 눈빛만큼은 가히 절정고수도 뺨칠 것 같이 진지했다.


‘쳇, 겁주려고 그러나? 있어 보이는 척은 겁나 하네.’


천아는 바닥을 발로 연달아 차서 먼지를 일으킨다. 그러다가 한쪽이 연기로 시야가 가려지자, 그 사이로 튀어나갔다. 있는 힘껏 주먹을 휘두르니 권풍이 뻗어나간다. 소림 제자들은 순식간에 여섯 명이서 봉을 한데로 모아 권풍을 막아냈다. 첫 공격에 실패해서 제자리로 착지하려는데 어느새 상대방의 봉이 자신을 맞이하고 있다.


“아이쿠.”


바닥에 깔린 봉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이어 여섯 개의 봉이 쏜살같이 달려든다. 바닥을 굴러 간신히 피했다. 다행이다 싶어 한숨을 내쉬려니 틈을 주지 않는다. 굴러간 쪽에서 다시 여섯 개의 봉이 날쌔게 찔러 들어온다.


‘헐~ 이건 뭐 죽으라는 거야 뭐야?’


한 치도 안 되는 차이로 가까스로 비켜난 천아는 다음 번에 또다시 봉이 들어오는 게 보인다. 종전보다 빠른 몸놀림으로 벌떡 뛰어 올라 봉을 밟고 뒤로 1장 가량을 물러섰다.


‘휴~ 진짜 죽는 줄 알았네.’


방금 전 천아의 신기를 본 소림 제자들의 눈이 동그래진다. 분명 더 몰린 상황이었고, 자세 또한 더욱 불안정해져 있었다. 그런데 오히려 자신들의 봉보다 반수 빠른 몸놀림으로 피해낸 것이다.

천생신보(天生神步).

이것이 바로 한 수 위의 상대를 도리어 반 수 차이로 제친다는 천아가 가진 능력이었던 것이다.


소림파 제자들은 놀란 것도 잠시, 금세 전열을 가다듬어 빈틈을 보이지 않는다. 천아는 방금 전과는 조금 다르게 접근했다. 이번에는 바닥에 있는 흙을 한쪽으로 뿌리며 달려드는 척을 하다가 잽싸게 뒤돌아 권풍을 날린다. 당황한 소림의 제자들이 급하게 막아내나, 전열이 미세하게나마 흐트러졌다. 천아 역시 사소하게나마 허술해진 면이 있다는 걸 느끼고 그쪽으로 이어서 권풍을 날렸다.


퍼벙 하는 소리와 함께 뒤로 나가떨어진 건 오히려 천아다. 주위에 있던 여섯 명의 제자들이 위치를 바꿔 천아가 뚫으려던 곳에 합세하는 바람에 열두 제자의 봉이 권풍을 역으로 튕겨낸 것이었다.


“윽!”


입에서 선혈을 한 움큼 내뱉고 만다.


“피? 아이씨. 피잖아. 나 피 나는 거 되게 싫어하는데. 너네 땡중들 다 뒤질 줄 알아.”


흥분한 천아가 급하게 달려드니 사방팔방서 봉이 날아온다. 타다다닥 하는 소리와 함께 몰매를 두드려 맞고 만다. 상대가 흥분하니 나한진이 오히려 위력을 더욱 발휘한 탓이다.


‘이놈의 꺼는 무슨 놈의 빈틈이 하나도 없냐?’


바닥을 구르는 천아에게 몰매를 퍼붓던 소림 제자들은 먼지가 심하게 일어 헛손질을 하기 시작했다.


‘어라, 이거다.’


천아는 잽싸게 더욱 빨리 굴러대며 먼지를 뿌리기 시작했다. 먼지가 심하게 일자, 소림의 제자들은 뒤로 물러나며 다시 처음의 자세로 대열을 가다듬는다. 천아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잽싸게 한쪽으로 다가가며 한 손으로 권풍을 날리고, 다른 한손으로 닭다리를 집어 던졌다.


“아이고, 우리 땡중 형님들, 진짜 고기 안 드시려나? 맛 좀 보시죠?”


권풍은 막았는데 닭다리가 입에 물리고 말았다. 놀란 제자 한 명이 닭다리를 뱉느라고 미처 다른 데에 신경을 쓰지 못한다. 천아는 그걸 놓칠세라 그쪽으로 향했다. 다시 막아서는 두 명을 보고 한 명에겐 닭 날개를 던지고 다른 한 명에게는 방귀를 날렸다.


“음. 닭 냄새가 그리 싫다면 차라리 내 방귀 냄새는 어떤가요?”

“윽.”


세 명이나 흐트러진 틈을 타서 결국 십팔나한진을 빠져나오는데 성공하고야 말았다.


“음. 역시 비상용으로 객잔서 챙겨온 닭고기가 쓸모가 있군. 근데 형님들은 이게 맛이 없으신가?”


천아는 시시덕대며 닭고기를 물어뜯었다.


“맛만 좋네! 참, 아까 닭다리 입에 문 형님은 잘 생각해보니 침 한 번 삼킨 것 같은데. 그럼 이제 파계승이 되신 건가요? 축하해요. 같이 닭고기나 먹으러 가시죠. 히히.”


소림의 제자들은 닭다리를 물었던 제자를 미심쩍은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아, 아니. 제자는 정말 그러려고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상대가 갑자기 덤벼오기에 침을 한 번 크게 삼키는데 그 때마침 닭다리가 날아온 것 뿐이옵니다. 믿어주십시오.”


천아는 그 모습을 보며 낄낄댔다.


“이거 뭐야. 알고 보니 십팔나한진을 깨는 방법은 무공이 아니라, 이런 거였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렇게 두들겨 맞을 필요도 없는 건데. 히히.”


허유 대사의 눈빛이 마치 불난 데 기름 부은 것처럼 타올랐다.


“저 경박한 청년을 포박하라.”

“예.”


다시 열여덟 명의 제자들이 천아에게로 다가온다. 천아는 특유의 신속한 발놀림으로 금세 3장이나 떨어져 섰다.


“아휴. 이 형님들 왜 이러실까? 제가 방금 전에 그렇게 두들겨 맞고도 또 당하고 싶어 할 것 같아요? 저 그런 취향 아니에요. 우리 형님들 또 떡칠 때 때리는 취향이신가 보구나. 헤헤.”


천아의 말을 들은 소림의 제자들은 귀까지 빨개지며 갑자기 불경을 외우기 시작했다.


“신명아. 신명아.”


잘 살펴보니 안쪽 깊숙이 허유 대사의 옆에 소신명이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혈을 잡혀 꼼작 못하는 그녀가 뭐라고 눈짓을 보낸다.


‘먼저 개방으로 가라는 건가? 좀 전에도 보면 신명이에게 악한 감정이 있는 것 같진 않았고, 중원 최대 살수집단의 소단주한테 함부로 대했다간 아무리 소림사라도 후환을 감당하기가 만만치 않겠지.’


천아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를 피했다. 마차를 타고 가야 하나 그냥 가야 하나 고민하다가 마차는 그녀의 몫이란 생각이 들어 뛰어가기로 한다. 또한 마부의 표정을 보니 전주가 아닌 이상 데리고 갈 마음이 있어 보이진 않기도 했다.


거리가 거리인지라 내공이 상당히 깊어진 천아라고 해도 금세 갈 수 있는 거리는 아니다. 특히 예전 같으면 내공도 없고 체력도 딸려서 이 정도를 뛰어간다는 건 엄두도 못 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천아는 심호흡을 크게 한 뒤 잽싸게 달렸다.


‘우선 개방에서 김대협님과 난난을 만나게 되면 조금 더 머물러달라고 해야겠네. 신명이 덕분에 난난도 더 오래 볼 수 있고 잘 됐는 걸. 히히.’


난난을 볼 생각을 하니 한결 발걸음이 가벼워진 기분이다. 그렇게 반 시진 가량을 가다보니 숲이 우거진 곳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려온다.


‘뭐지? 에이. 괜히 남의 일에 끼어들었다가 골 아픈 일만 생길 수도 있잖아. 그냥 가지 뭐.’


무당파 복장을 한 무사가 쫓기고 있다. 한눈에 봐도 몸놀림이 예사롭지 않은 게 대단한 고수임이 틀림없어 보였다.


‘우와, 저 정도면 정말 나랑 비교해도 못지 않을 것 같은데? 저렇게 빠른 사람은 대체 누굴까?’


뒤에서 검풍과 도풍, 그리고 장풍까지 날아온다. 무당파의 고수는 간발의 차이로만 그것을 다 피해냈다. 멀쩡히 구경하고 있던 천아만 엉망이 되고 만 것이다.


“아, 씨팔. 어떤 새끼가 장난질이야?”


무당파 무사 뒤에서 쌍둥이로 보이는 5척 동자 두 명이 각각 검과 도를 휘두르며 쫓아간다. 그 위세가 어찌나 대단한지 직접 베지 않았는데도 검풍과 도풍에 의해 주위의 가지와 풀잎들이 셀 수 없이 잘려나간다.


‘오, 저건 어떻게 하는 거지? 한무공 하나 본데? 근데 저런 실력으로 일 대 일도 아니고 한 명을 쫓고 있냐?’


순간 자기도 모르게 훼방을 놓고 싶어졌다. 봐서 안 되겠다 싶으면 도망치겠단 생각으로.


“어이, 난장이 똥자루만한 양반들. 내 옷값은 좀 내고 가시지?”


무당파 고수를 쫓던 쌍둥이가 고개를 돌려 천아를 쳐다본다.


“저건 또 뭐야? 한 패인가?”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신경 끄고 어서 쫓기나 하자고.”

“이런 개호러 잡종놈들이 남의 옷을 이렇게 만들어 놓고 쌩까냐? 어? 쌩까?”


이때 뒤늦게 나타난 자가 천아에게 얼굴을 불쑥 내민다.


“지금 나에게 한 소리인가?”

“헉! 이, 이건 무슨 씹다 뱉은 굼벵이래?”


키가 7척에 달하며 삐쩍 마른데다 얼굴이 기이할 정도로 긴 사내였다. 놀라울 정도로 긴 손으로 깍지를 끼며 웃는다.


“별 애송이가 다 까부는군.”

“애송이? 야, 키만 크면 다인 줄 아냐? 가만 보니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아. 맞다! 우리 기천루에서 국물 우려내고 씹다버린 멸치 대가리였구나.”

“어린 놈이 죽고 싶어 환장한 모양이구나.”


‘보아하니 이 놈은 경공이 좀 딸리는 것 같으니 더 만만하겠네. 그러고 보니 이놈들 다 천상교였잖아!’


추격하는 삼인방은 모두 천(天)자가 새겨진 옷을 입고 있던 것이다. 천상교라는 걸 안 순간 주먹에 불끈 힘이 들어간다.


“내 너 같은 놈들 많이 봤지. 마작질하다 호구 잡혀서 집문서까지 싹 털리는 거. 히히히. 얼른 사과 안 해? 너 때문에 옷 버렸으니까 당장 나한테 옷 값 내놔. 그럼 내 특별히 한 번 봐주도록 하지.”


천아를 막아선 사내, 그는 천상이제 합마륜이라는 자이다. 특히 장법에 능하여 별호 또한 사량발천장(四兩撥千掌)으로 일신의 기운이 대단하기로 유명한 자였다.


천아가 잽싸게 3척 가량을 뛰어올라 권풍을 날리자, 합마륜은 귀찮다는 듯이 한 손으로 그것을 막아낸다.


‘이, 이럴 수가! 화산파 장문인도 한참을 밀려났는데, 한 손으로 막는다고?’


그의 표정을 보니 파리가 물었나 하고 대수롭지 않아 하는 것 같아 보였다. 그가 내공을 모으더니 앞서 간 쌍둥이들을 향해 사자후처럼 큰 소리로 외친다.


“뒤 놈을 해치우고 따라가겠다.”


내공이 어찌나 심후한지 심장이 벌렁대기까지 한다. 천아는 우연치 않게 무림에 발을 들이게 되고 정식으로 무공을 익힌 적도 없으며, 또한 정식으로 비무를 해본 적도 몇 번 되지 않았다. 하지만, 사창가 점소이 시절 동네 시정잡배들과의 싸움은 숱하게 많이 겪어봤다. 자기보다 나이가 몇 곱절은 되는 어른과도 싸워봤고, 때로는 맞고서 운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지금처럼 겁이 난 건 처음이었다.


‘내, 내 팔이 왜 이렇게 떨리고 있는 거지?’


상대가 입맛을 다시며 긴 다리로 성큼성큼 다가온다.


‘도, 도망쳐야 돼. 잡히면 끝이다. 경공은 분명 별로였잖아.’


있는 힘껏 뛰려는데, 헛걸음질을 하는 느낌이다.

허공섭물!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을 염력처럼 끌어당겨 취한다는 신기. 말로는 들어봤다고 해도 실제로 이런 신기를 두 눈으로 본 적 있는 무림인은 많지 않다. 천아는 어느새 그의 손에 매달린 채로 허공만 가르고 있던 것이다.

그가 고개를 숙여 씩 하고 천아를 쳐다본다.


‘이런 씨팔. X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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