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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작가하안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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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독특하안
작품등록일 :
2021.07.26 15:39
최근연재일 :
2021.08.24 06:00
연재수 :
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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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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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0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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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7화 입문? (3)

DUMMY

천아는 하루가 다르게 매상을 올려댔다. 그렇다고 해도 만독신괴를 따로 볼 기회는 딱히 없었다. 영업 첫날 대단한 매상을 올린 후 그를 만난 이후로 가끔씩 몸 안에 기운이 뜨끔한 걸 종종 느끼곤 한다. 만독신괴가 주입한 독공은 신과를 통해 형성된 정순한 내공과 종종 충돌을 일으킨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만독신괴도 생각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천아의 몸 안에 충만한 기운이 일반적인 내공이 아니라는 것이다. 뜨끔한 느낌이 드는 건 독공이 혈을 잠식해서가 아니라, 내공이 독공을 태우면서 발하는 열 때문이었다. 주입해준 독공만큼 독에 대한 내성이 늘면서 그 위력만큼 내공이 증진하고 있는 상태였다.


천아가 약을 파는 방식은 일반 제자들과는 차이가 있었다. 그들처럼 독을 넣는 게 아니라, 원래 자신이 하던 방식대로 맹물을 넣고 신속함을 보여주는 방식이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예전에는 무명소졸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만독파의 제자라는 것을 내걸다 보니 매상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그렇게 열흘 쯤 지나자, 대제자 경오를 비롯한 모든 제자들만이 아니라, 왕불선조차도 깜짝 놀랐다.


‘천아라고 했지? 이 녀석 진짜 물건이로군. 이 녀석한테 당했던 네 놈이 그래도 제법 잘 파는 녀석들이었는데, 그 놈들 넷을 합친 것보다도 훨씬 낫구나.’


천아는 기대 어린 눈으로 왕불선을 바라보았다.


“사부님, 제자를 찾으셨다고요?”

“그래. 네가 막내로 들어와서 사형들보다도 잘 팔고 아주 잘하고 있다고 해서 한 번 보자고 했다.”

“다 사형들과 사부님의 가르침 덕분이죠.”


‘가르침은 개뿔. 니들이 나한테 뭐 하나 가르쳐준 거나 있냐? 잘 팔아서 마음에 들면 그 흡력신법인지나 가르쳐 주던지.’


“눈치도 있고. 그래 요즘 몸 상태는 어떠냐?”

“예? 몸이야 쌩쌩하죠. 제가 또 한 체력합니다. 헤헤.”


왕불선이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그럴 리가 없는데······.’


“정말 멀쩡하단 말이더냐?”

“예. 원래 뭔가 파는 사람은 잘 팔리면 힘이 들기보다 힘이 나는 법이죠. 헤헤.”

“그 말이 아니다.”

“예? 그럼 무슨······.”

“이리 와 보거라.”


왕불선은 다시 천아의 양계혈에 손을 갖다 댄다.


‘어라? 주입했던 독공이 거의 다 사라졌다. 그뿐만 아니라, 내공이 열흘 전보다 증진한 것 같은데? 운기행공도 모르는 녀석이 가만히 있는데 내공이 늘었다고?’


왕불선이 경외로운 눈빛으로 천아를 쳐다봤다.


‘이런 체질이 존재한다고? 타고난 최고의 무골인가? 아무리 그래도 이런 체질은 들어본 적조차 없는데!’


영업도 영업이고 매상도 매상이라지만, 천아의 특이체질에 관심이 쏠린다. 처음 봤을 때도 기이하게 빠른 몸놀림과 내공을 갖고 있긴 했지만, 그렇다고 큰 관심을 보이진 않았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간과하고 넘어갈 녀석이 아닌 것이다.


‘정말 타고난 무골, 천골인지도 모르겠다. 이놈의 체질이나 특이한 내공기운을 받는다면 정말 무림지존을 꿈꿀 수 있을 지도 모르겠군.’


천아는 왕불선의 표정을 보며 의아해한다.


“사부님,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험. 험. 아니다. 그냥 기특해서 그런다. 혹시 과로한 건 아닌가 싶어서.”


‘어라, 이 대마두 자식이 이럴 리가 없는데. 분명 뭔가 꿍꿍이속이 있을 거야.’


“그래, 천아야. 혹시 원하는 게 있다면 말해 보거라. 네가 그동안 잘해온 것도 있고 해서 내 특별히 너에게 포상을 하마.”

“저, 정말요? 그럼 혹시 사부님께서만 쓰신다는 그 천하제일의 흡력신법을 배울 수 있을까요? 조금만이라도요. 너무 신기한 것 같아서요.”


흡력신법이란 말에 왕불선이 화들짝 놀랐다.


‘이 자식이, 제 발로 걸어 들어오겠다는 건가? 후후후.’


“좋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승낙하는 걸 본 천아와 대제자 경오가 모두 놀랐다.


“사부님, 얘는 아직 입문한지 달포도 안 된 막내입니다. 그런데 부장문인님께도 안 알려주신 비공을 전수하시겠다는 것입니까?”


경오는 말을 마치고 나서도 몸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음. 우리 첫째가 많이 섭섭했던 모양이구나. 내 요즘 곰곰이 생각해보니 너희들에게 무공 전수가 소홀했던 것 같단 생각이 들어서이다. 흡력신법은 동시에 알려줄 수 있는 게 아니라서 우선 천아부터 알려주도록 하겠다. 이 신공은 연마하기가 워낙 까다로워서 타고난 무골이라고 해도 오랜 기간 연마하지 않고는 오히려 자신이 해를 입을 수 있다. 그래서 안 알려줬던 것이다. 천아야, 너도 내가 시범을 보일 테니 직접 느껴 보고 무리겠다 싶음 말하도록 해라. 아직 때가 된 것 같진 않은데, 네가 굳이 배우고 싶다고 하니 우선 간단히라도 알려주마.”

“예. 예. 사부님. 최고예요!”


천아는 흡력신법을 알려준다고 하니 제자리에서 폴짝 폴짝 뛰고 난리가 났다. 불만이 한 바가지였던 경오도 설명을 듣고 나니 누그러졌다. 왕불선은 천아의 명문혈에 손을 대더니 지긋이 눈을 감는다.


‘오오오. 내 생각보다 빨리 전개가 되네. 이것만 익히면 다들 각오해라. 히히히. 근데 이 대마두놈이 이렇게 온정을 베풀 리가 없긴 한데······.’


천아는 다소 미심쩍은 감이 있지만, 이내 떨쳐버리고 기분 좋게 받아들였다. 온몸에 진동이 오는 듯하더니 내공이 소용돌이를 친다. 원래대로라면 왕불선이 천아의 내공을 빨아들이고 마는 것인데, 천아의 특이함을 보고는 내공의 특성을 파악하려고 일부러 한 바퀴 돌게끔 한 것이다. 이로써 천아는 내공을 돌릴 줄도 모르고 도는 길도 몰랐던 것이 자연스레 운공의 길이 자리잡게 되었다. 왕불선도 생각지 못한 일이다. 천아의 장점만 빼내려고 한 것이 오히려 천아에게 득이 되는 짓을 한 셈이었다.


‘어, ... 어라? 이게 뭐지? 이 자식, 확실히 내공을 제대로 연성한 적은 없는 것 같은데 상당한 내공이 있잖아. 그것도 매우 정순하다. 아니 조금의 떼도 묻지 않는 아주 지고지순, 완전무결한 상태다. 어느 파의 내공이건 그 특성이 있어서 이렇게 완전무결, 지고지순할 수는 없는 법인데······. 이럴 수가 있나? 혹시 선천진기?’


“천아야, 혹시 선천진기라고 들어봤느냐?”

“예? 또 그딴 말은 첨 듣네요. 그게 뭔데요?”

“아, 아니다. 그럼 언제부턴가 몸에서 기운이 막 샘솟는 느낌을 받거나 하진 않았느냐?”


왕불선의 말을 들은 천아가 잠시 망설인다.


‘말한다고 믿을까? 말해도 큰 상관은 없겠지?’


“그게 실은 제가 예전에 사고를 당해서 어디 이름 모를 산에 몇 년간 갇혀있었는데요. 거기 있는 산열매를 먹고 나서부터 몸에서 막 힘이 나고 하는 것 같더라고요.”


왕불선의 눈이 번뜩인다.


“혹시 봉래산?”

“...”


천아는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을 뿐이다. 대제자 경오가 갑자기 떠오른 바가 있어 물었다.


“혹시 첫날 네가 갖고 있던 복숭아가 그거니?”


‘앗, 씨발. 들켰다. 괜히 말했나? 아니라고 우기다 걸림 더 골 아플 것 같긴 하고.’


“아... 예, 예.”


경오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최근 만독파에서 가장 화제의 인물이 천아다 보니 경오도 천아와 같은 방을 쓰는 막내들에게 천아에 대해 이것저것을 물어본 적이 있었다.


‘첫날 그렇게 호되게 맞고 나서 딸랑 복숭아 하나를 먹고 나더니 쌩쌩해졌다고 했었지. 설마 그 복숭아가 그런 효능이 있을 줄이야.’


“천아야, 너 그 복숭아 아직도 가지고 있니?”


천아가 잠시 머뭇거린다.


“빨리 대답해.”

“실은 두 개 갖고 있었는데요. 첫날 하나 먹고, 지금 하나 남았어요. 그런데 오래 돼서 이거 상하지 않았으려나 싶네요.”


왕불선도 눈을 동그랗게 뜬다.


“봉래산의 신도(神挑)?”


천아는 왕불선과 경오가 하는 말이 무슨 소린지 알지 못했다. 왕불선은 신도란 생각이 들자, 천아의 내공을 살피던 것을 급히 멈추려고 했다. 그런데 웬걸?


‘어, ... 어라. 이게 무슨 일이지?’


자신의 내공이 천아에게로 되레 빨려나가는 것이다.


“으, 으윽!”


힘을 주어도 소용이 없다. 자석같이 달라붙은 손이 떨어지질 않는다. 왕불선은 하는 수없이 만독신장을 펼쳐 천아를 1장 밖으로 날려버렸다.


“아이쿠. 사부님. 제자 죽습니다.”


순식간에 내동댕이쳐진 천아는 겉모양과 다르게 온몸의 기운이 오히려 충만한 느낌이 들었다. 내공을 뺏긴 왕불선이 노려보며 앙칼진 목소리로 말한다.


“그 복숭아를 어서 꺼내 보거라.”


천아가 냉큼 꺼내 갖다 바쳤다. 왕불선은 그에게 내공을 뺏긴 게 분한지 노기 띤 눈빛이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신도를 받아든 왕불선은 바로 한입을 베어 물었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놈이로구나. 신도가 일반 복숭아처럼 금방 상하는 줄 아나보군.’


경오는 천아가 왕불선에게 만독신장을 맞고도 멀쩡한 걸 보고 어안이 벙벙해져 있었다.


‘아무리 사부님께서 손에 사정을 두셨다고 해도 그렇지 제대로 된 무공도 배우지 않은 놈이 사부님의 만독신장을 맞고 멀쩡하다고?’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보니 왕불선이 신도를 먹고 있는 게 눈에 들어온다.


“사부님, 제게도 한 입만 주시면 안 될까요?”


안 그래도 천아에게 기를 뺏겨 심기가 불편한데 잘못 건드렸다. 고깝다는 듯이 눈을 내리깔더니 경오에게 그대로 만독신장을 날려버린다. 경오 역시 만독신장을 펼쳐 맞받아쳤지만 1장 밖으로 나가떨어지고 만다.


“윽...! 사, 사부님. 죄송합니다. 제자가 눈치 없이 헛말이 나, 나온 것 같습니다. 헉헉. 손에 사정을 두시어 감사합니다.”


천아는 경오의 행동을 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참 나, 뭔 잘못을 했다고 저러나? 잘못을 했다고 해도 그렇지, 저렇게 호되게 당하고선 저런 말이 하고 싶나?’


그렇다. 만독파는 그런 곳이었다. 경오가 대제자까지 오를 수 있던 건 단지 무공만이 아니다. 평상시 이런 자세를 항상 갖추고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만독파의 서열 상승에 대해 말하길, 겉으로는 무공 실력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 이상으로 만독신괴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것과 그의 환심을 사는 것이 중요했다. 누구보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던 그였다. 그런 그에게 있어서 방금 전의 행동은 엄청나게 큰 실수를 한 것이다.


신도를 다 먹고 난 왕불선은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천아를 매서운 눈으로 노려본다.


“사, 사부님. 복숭아는 남은 게 딱 그거 하나가 다였는데요. 사부님께서 이렇게 복숭아를 좋아하시는 줄 알았다면 진작에 몇 개 더 가지고 있을 걸 그랬나 보네요. 헤헤.”


한참을 노려보던 왕불선이 입을 열었다.


“혹시 모산파를 알고 있더냐?”

“모산파요? 모산파라면 강시 부리고 법술 부리는 문파 말씀하시는 거 아닌가요?”

“그렇다. 이실직고 말해라.”

“알다마다요. 제가 객잔 점소이 시절에 시장 이야기꾼들에게 많이 들었죠. 강시도 부리는 문파라고요. 히히.”

“장난치는 게 아니다. 모산파와 무슨 관계냐?”

“아이고. 사부님. 제자는 평생 문파라면 만독파 하나 밖에 모릅니다요. 다른 문파에 입문한 적도 없고요. 믿어주세요.”


천아의 말을 듣고 생각에 잠긴다.


‘그러고 보면 천상절매수와 개방 장로 양지운의 수조공을 사용하긴 했지만, 정식으로 배운 건 아니었지. 내공도 어디 한 곳 특정 문파의 것도 아니고. 대체 뭐지 이 녀석은?’


“혹시 천지문?”

“예?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신가요? 하늘과 땅에 문이 어디 따로 있겠어요?”

“흠. 하긴 그럴 리야 없겠지.”


천지문(天地門)은 사실 왕불선, 본인조차도 잘 모르는 신비 문파였다. 과거 자신의 사부였던 흡력신괴가 흡력신법을 익히게 된 것이 천지문의 고수에게 도움을 받고 나서 흉내내어 만든 것이라고 했었다. 장백산에 위치한 천지문은 무공 하나하나가 절세의 신공이어서 그 중 하나만 배워도 능히 천하를 호령하고도 남는다고 한 적이 있었다. 자신의 흡력신법이 사부를 뛰어 넘었다고는 하지만 그들의 수법이라면 자신의 흡력신법으로도 감당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순 없었다.


‘사부님이 말하길, 그 문파는 중원무림에 함부로 관여하지 않는다고 했었지. 봉래산에 입산했던 게 사실이라면 모산파의 법술이나 천지문 같은 신선들의 문파가 아닌 이상에 불가능할 텐데. 알 수 없는 일이다. 어찌 됐건 이번엔 지난번처럼 미미한 수준이 아니라, 강력한 독공을 주입해놨으니 어떻게 되나 보자.’


“천아는 앞으로 내 옆에 붙어있도록 해라. 내 너에 대해서 흥미가 생겼다. 잘만 하면 만독파의 수제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정말요?”


선혈을 닦으며 일어난 경오가 눈을 부라린다.


“사부님,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닌 것 같은데요. 막내를 수제자로 삼다니요!”

“닥쳐라. 요즘 우리 만독파의 기강이 너무 해이해졌다. 우리 만독파의 서열이 무엇으로 정한다고 했느냐?”

“시, 실력입니다.”

“그렇다. 실력이다. 저 녀석의 자질은 당금 무림에서 두 번째 간다. 첫 번째는 바로 나고, 저 녀석이 두 번째다. 그런 녀석을 두고 우리 만독파가 천하제일 문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느냐?”

“아, 아니 그래도······.”

“지금 내 말을 거역하겠다는 거냐?”

“사부님, 그럼 저한테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 제가 저 녀석보다 낫다는 걸 증명해보이겠습니다.”


경오 역시 어떻게 올라온 대제자 자리인데 쉽게 넘겨주진 않겠다고 한다. 왕불선은 천아를 향해 고개를 한 번 돌려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좋다. 그럼 내 너희 두 명에게 똑같은 무공을 전수해주고 내일 비무를 갖도록 하겠다.”

“예? 하루만에요?”

“내 말하지 않았더냐? 저 녀석은 당금 무림에서 자질이 두 번째 간다고. 자질이 뛰어나다면 하루만 배워도 그 오의를 깨우칠 수 있는 법이다.”

“예. ... 알겠습니다.”


왕불선이 만독신공의 비급을 꺼냈다.


“자, 이걸 보고 같이 익힌 뒤 내일 비무를 하도록 한다.”


그걸 본 대제자 경오는 승리를 확신하며 득의만면한 웃음을 띠었다.


‘난 이미 만독신공을 3성까지나 익혔다. 저 녀석의 자질이 아무리 빼어나다고 해봐야 하루아침에 기초나 익힐 수 있을까? 정말 경이로울 정도로 자질이 빼어나서 1성을 연마했다고한들 어림 없다. 사부님께서 그래도 내 체면을 살려주시려나 보군. 후후.’


만독신공 비급을 펼쳐 본 천아는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왕불선이 그 모습을 빼꼼히 쳐다봤다. 빠르게 비급을 넘긴 천아가 그대로 넘기다가 덮어버리고 말았다.


“왜 그러느냐? 벌써 다 봤을 리는 없을 테고.”

“사부님, 저는 글자를 모릅니다. 저기에 뭐라고 쓰여 있는 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익히겠습니까?”

“글자를 모른다고?”

“예. 사부님.”


경오도 그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맞아. 그러고 보니 저 녀석이 며칠 전에 그 글자를 가지고 물어봤었지. [태양신공을 익힌 자만이 그녀를 깨울 수 있을 것이다.] 분명 글자는 모르는 눈치였는데, 그대로 그렸어. 삐뚤빼뚤하긴 했지만. 그럼 확실히 나의 승리겠군. 후후.’


천아가 굶주린 고양이가 밥 달라는 듯이 애처로운 눈빛으로 왕불선을 바라봤다.


“사부님, 혹시 글자 없이 그림으로 된 비급은 없을까요?”


경오가 말을 자른다.


“사부님. 안 됩니다. 지금 저 녀석이 이길 자신이 없으니 수를 쓰는 것입니다.”


턱을 괴고 잠시 생각에 잠긴 왕불선이 자신의 머리를 톡톡 치더니 입을 연다.


“좋다. 그럼 내 특별히 흡력신법을 알려주마.”


왕불선의 손에서 흡력신법이 나왔다. 이 비급에도 글자가 있긴 한데 거의 그림 위주로 나와 있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기본적으로 운기행공조차 모르고선 따라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경오 또한 한 번도 배우지 못한 흡력신법을 운운하니 귀가 솔깃하다.


‘그래. 정 안 되면 흡력신법을 쓰다가 만독신공으로 제압해도 그만이지 뭐. 보아하니 사부님도 어차피 내 체면 세워주시려는 것 같으니.’


“좋습니다. 사부님. 그럼 둘 다 처음 배우는 흡력신법으로 하는 게 공평한 것 같습니다.”


왕불선이 경오를 므흣한 표정으로 경오를 쳐다봤다.


‘요 약은 녀석 같으니라고. 이번 기회가 아니면 언제 또 흡력신법을 배울 기회가 있을지 모르니 배우겠다는 거지? 사람이 저런 약은 수는 좀 쓸 줄 알 필요가 있지. 그래서 이 녀석이 대제자까지 오를 수 있던 것이기도 하고.’


천아는 흡력신법의 비급을 봐도 어떻게 연마하는지 방법을 몰랐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조금 전 왕불선이 자신에게 흡력신법을 알려주겠다며 손을 댄 뒤로 몸 안에서 뭔가의 기운이 원활하게 돌고 있는 느낌이다. 비급을 보고 그 방향대로 기운이 움직이고자 하니 또 그게 된다.


‘오! 이게 되네?’


천아 역시 득의만면한 미소를 짓는다.


“네. 저도 좋습니다.”


경오는 천아에게 먼저 보라고 양보한다. 천아는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는 빠르게 넘겼다. 글자는 많지도 않은데다 잘 모르니 그림을 위주로 빠르게 넘겼다. 향 하나 태울 시간 정도가 지나자 천아가 비급을 덮었다.


“사형, 감사해요. 저는 다 본 것 같아요.”

“뭐, 벌써 다 봤다고?”

“예. 이 이상 봐봐야 더 알지도 못할 것 같고요.”

“그, 그래. 그럼 먼저 들어가 봐.”


‘이 녀석이 진짜로 포기한 건가? 그냥 사부님께 인정받은 걸로 만족하고 나 다음인 둘째 제자라도 차지하려는 건가?’


천아는 포권의 예를 취하고 먼저 숙소로 돌아갔다. 왕불선은 그런 천아의 뒷모습을 보고 껄껄대며 웃었다.


“물건이로구나. 하하하. 봤느냐? 경오야.”

“예. 뭐 거의 포기한 것 같은데요.”

“너의 승리다. 아마도 저 녀석은 너 다음인 둘째 제자 자리를 노리는 것 같다. 내 너에게 요령을 알려주마. 흡력신법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고 따라하면 주화입마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저 녀석은 어차피 글자도 모르고 하니 그림만 구경하고 대충 흉내나 내보려는 것 같구나. 우선 1단계만 반복해서 보도록 하거라. 그리고 아까 내가 저 녀석에게 만독신공을 주입해 놓았으니 네가 흡력신법 1단계만 시전해도 녀석이 당할 것이다.”

“아, 사부님 감사합니다.”


대제자 경오는 그렇게 자신의 승리를 확신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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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6화 만독파(萬毒派) +10 21.08.01 1,043 19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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