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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작가하안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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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독특하안
작품등록일 :
2021.07.26 15:39
최근연재일 :
2021.08.24 06:00
연재수 :
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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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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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17,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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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0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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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화 입문? (2)

DUMMY

반 죽어가는 천아를 방에 눕힌 말단 제자들이 한숨을 쉬었다.


“우리 만독파가 무슨 삼류 문파도 아니고 거대 명문 정파들도 꺼리는데 꼴랑 어서 주워 배운 몇 수까지고 까분다 했다.”

“그러게. 아픈 놈 하나 들어와서 괜히 우리만 피곤하게 생겼네. 에잇.”


한 녀석이 골골 대고 있는 천아를 발로 걷어차 버렸다.


“윽!”

“이 새끼 빌빌 싸네. 아까는 기세등등한 척 하더니.”

“야, 그만해. 다 같은 처지 아냐? 낼부터 같이 약 팔아야 하는 동료인데, 조금이라도 잘해주자고.”


천아를 발로 찬 놈이 말리는 녀석을 노려본다.


“아화, 또 천사표인 척 하는 거냐? 그래, 그럼 니가 잘 챙겨줘라. 난 저딴 놈 관심 없으니까. 괜히 저 자식 빚 늘은 거 때문에 우리 할당도 늘어나는 거 아냐? 에이, 씨팔.”


아화라는 청년이 천아에게 물을 떠서 먹여줬다.


“괜찮니? 뭐라도 먹어야지? 어떻게 객잔 주방에다가 죽이라도 좀 써 달라고 해볼까?”


천아를 발로 찼던 녀석이 소리친다.


“야, 아화. 너 진짜 미친 거 아냐? 죽 따로 써달라고 했다가 식비 늘어나면 그거 또 다 우리 빚 아냐. 그거 어떡하려고? 걍 주는 대로 처먹던지 못 먹겠음 굶는 거지. 에이, 씨팔. 내 인생은 왜 이렇게 꼬이기만 하냐!”

“아강, 너야말로 너무한 거 아냐? 너나 나나 이 친구나 다들 비슷한 처지인데 같은 처지끼리 도와야지, 사형들이 도와주겠냐? 사부님이 도와주시겠냐?”


아강이 째진 눈을 부라리며 아화의 멱살을 잡았다.


“야, 너 지금 뭐라고 했어. 정말 죽고 싶어?”

“무공 한 수도 제대로 못 배운 건 너나 나나 마찬가진데 싸워봐야 도찐개찐 아니겠어?”


순해 보이는 아화도 기세에서 밀리지 않았다. 아강이 콧방귀를 끼며 말한다.


“쳇, 무공을 모른다고 해도 급이라는 게 있지. 네깟 놈 열 놈이 덤벼도 안 무섭다고.”


다 죽어가는 소리를 내던 천아가 ‘으으’하는 신음소리를 내며 힘겹게 발을 들어 아강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아강은 퍽 하는 타격음과 함께 그 자리서 바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다리에는 주먹 만한 멍이 시퍼렇게 들었다. 자신의 정강이를 부여잡은 아강은 비명소리만 지를 뿐 더 이상 큰소리치진 못했다.


“아, 아화라고 했니? 내가 힘들어서 그런데, 내 주머니에 있는 복숭아 하나만 꺼내줄래?”

“아, 맞다. 아까 사형들이 네 몸 수색할 때, 복숭아 있는 거 보고 뺏으려다가 어차피 데리고 있어야 하니 그거라도 먹이라고 했었다.”


아화가 꺼내준 복숭아를 힘겹게 베어 물었다. 같은 방의 동료들은 저런 만신창이 상태에서도 아강을 가벼운 발길질 한 번으로 제압한 걸 보고는 찍소리도 못하고 있다. 한 입을 삼키고 나니 아픈 곳이 금세 낫는 느낌이었다.


‘어라? 왠지 복숭아 땡겨서 달라고 한 건데, 이게 치료약이야, 뭐야?’


기운이 조금 회복된 것 같자, 벌떡 일어나 나머지 부분을 금세 다 먹어치웠다. 다 죽어가던 몸에서 금세 날아갈 듯 기운이 솟구친다. 그리고 느꼈다. 그 산에서 먹은 산열매가 평범한 열매가 아니었다는 걸.

정식으로 무공을 배운 적이 없던 천아는 운기조식이나 운기행공 같은 것도 전혀 알지 못하는 상태였다. 사실 산열매가 주는 효과는 사뭇 대단한 것이었으나, 내공의 기초조차 닦지 못한 상태에서 먹다 보니 스스로 운용할 줄도 모르고 있던 것이다. 그런데 마침 각종 혈들을 첫째 제자 경오가 고맙게도 두들겨 줌으로써 기운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압 당한 후의 타작에선 전신의 혈을 골고루 두드려 맞음으로써 기운이 알아서 돌기 시작한 것이다. 다만 육체의 타박상 등이 너무 심하고 출혈이 컸던 것뿐이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열매를 먹으니 부상이 치유되며 막혔던 혈들에 더욱 강한 기운까지 스며든 것이다.


‘적어도 지금 상태라면 초식은 몰라도 힘만으로 싸운다면 8대 제자라고 해도 일대일로 붙으면 지지 않을 것 같은데······.’


천아의 느낌은 틀리지 않았다. 일반 문파에서 내공을 익힌 이들과 비교하자면 이미 수십 년을 갈고 닦아야 이룰 수 있을 정도의 내공이 몸에 충만해진 것이다.


기운이 충만해진 천아가 물었다.


“야, 사부님께 잘 보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 내일부터 영업 엄청 잘하면 좋게 보시려나?”


동료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멍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을 뿐이다.


“야, 왜 다들 말이 없어?”

“그, 근데 넌 억울하지도 않아? 말도 안 되는 노예계약 당한 거잖아.”

“노예계약?”

“얘가 기절해있어서 못 들었나 보네. 네가 쓰러뜨린 사형들 네 명 몫의 열 배를 갚아야 한다고. 네가.”

“뭐. 열 배?”


‘이런 씨발. 개호러잡종놈을 봤나?’


아화는 오히려 안심한 듯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래도 다행이네. 보통 도망칠 궁리를 하기 마련인데 도망치다 잡히면 정말 큰일나거든. 정말로 두 다리가 잘리거나 아니면 아까 낮에 그 사형들처럼 사부님의 흡력신법에 당해서 불구가 되버리니깐.”


천아는 흡력신법이란 말에 귀가 솔깃해졌다.


“흡력신법? 그게 뭔데?”

“그게 사부님 외에는 아무도 사용할 줄 모르는 신공인데, 상대방의 기를 흡수해서 빼앗는 거래. 기를 뺏기고 나면 죽지 않는다고 해도 기력이 쇠해서 산송장 상태나 다름없게 된다더라고.”

“우와! 나, 나, 그거 배울래!”

“말했잖아. 그건 대사형조차 못 배웠다고. 사부님 혼자만 사용하시는 신공이야.”

“오라. 그렇단 말이지. 어쨌건 사부님 눈에 잘 들어야겠군.”


동료들은 천아가 자기들과 달리 무공도 제법이고 해서 도망치거나 아니면 사고라도 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남들보다 의욕을 불태우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다음날. 천아가 멀쩡한 걸 보고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8대 제자 중 셋째인 한고가 첫째인 경오를 보며 비이냥 거렸다.


“대사형, 손이 많이 물러지신 거 같네요? 저 녀석 쌩쌩한 것 좀 보세요.”


첫째 경오는 가슴이 뜨끔했다.


‘저 자식이 어떻게 저리도 멀쩡할 수가 있지?’


이때 천아가 특유의 날렵한 발놀림으로 쏜살같이 다가온다. 저 멀리서 둘의 말을 들었는지 다가와 포권의 예를 취하며 경오에게 말한다.


“아이고, 대사형. 감사합니다. 어제 정말 사형 아니었음 저 세상 갈 뻔했네요. 저 제압하실 때 귓속말로 그러셨잖아요. ‘겉보기엔 호되게 당한 것처럼 보여도 내일 멀쩡히 일어날 수 있게끔 해주마. 어차피 너도 내일부터 내 사제가 될 터이니까.’라고요.”


천아의 말을 들은 경오가 헛기침을 했다.


“험험. 내, 내가 그랬지. 몸은 괜찮고?”

“예. 대사형 덕분이죠. 아, 맞다. 대사형께서 괜히 다른 사형들 앞에서 말하면 민망하니까 비밀로 하라고 하신 걸 깜빡했네요. 잘못했습니다. 요 놈의 입이 방정이네요.”


천아가 자신의 입을 내리치자, 경오가 말렸다.


“아니, 뭐 그럴 수도 있지. 괜찮아. 괜찮아.”


셋째 한고는 천아와 경오를 번갈아 보다가 분하다는 듯이 돌아서버렸다. 경오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말한다.


“그래, 힘든 건 없고? 앞으로 힘든 거 있음 나, 대사형 경오한테 다 말하라고. 내가 사부님, 부장문인님 다음으로 서열 3위라고. 이 거대한 만독파에서 말이야. 하하하.”

“아이고. 대사형께서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말만 들어도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습니다. 헤헤.”

“그래. 영업 열심히 하고. 만독파 이름 대면서 팔면 이전에 팔던 것보다 더 수월할 거야. 열심히 하고.”

“예. 대사형. 열심히 하겠습니다.”


‘우선 첫째라는 놈에게 호감은 좀 산 것 같네. 내가 잊을 줄 알아? 어제 나 뒤지게 팬 게 넌데. 나중에 보자. 아주 곱절로 갚아줄 테니. 히히.’


예로부터 과하지욕(胯下之辱)이라는 말이 있다. 초한지에서 한신이 무명시절 동네 불량배의 가랑이 밑을 기었다고 한다. 대장부가 큰 뜻을 이루기 위해서는 사소한 다툼으로 인한 피해는 피하는 것이 좋다는 의미를 가진 말이다. 천아는 점소이 시절 시장의 이야기꾼들에게 들었던 고사를 떠올리며 오늘의 분함을 마음 한편에 고스란히 비축해두었다.


약 판매 영업을 해보니 왜 만독파, 만독파 하는 지 알 것 같았다.


‘이야, 이래서 개나 소나 만독파 이름 팔면서 약 팔아댄 거였구만. 이런 식이면 진짜 열 배? 그것도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히히.’


가지고 나간 약은 완판이었다. 하루 영업을 마친 후, 모두 모여 정산을 했다. 천아의 판매액을 본 8대 제자 전원이 깜짝 놀랐다. 셋째 한고가 입을 삐죽거리며 말한다.


“야, 너 그거 진짜 네가 판 거 맞아? 어디 지나가던 부자한테 갈취한 거 아냐?”

“아이고, 형님. 어디 그러겠습니까? 만독파 이름만 대도 이렇게 잘 팔리는데, 괜히 그런 짓하다가 제가 만독파인 거 들키면 사형들과 사부님께 누만 끼치잖아요.”

“음, 음. 그렇긴 하지.”


대사형 경오가 씨익하고 미소를 짓는다.


“내가 진작부터 알아봤다니깐. 오늘은 특별히 사부님께 말씀드려서 너네도 일류객잔서 맛난 것 좀 먹을 수 있도록 해볼게.”


대사형의 말 한마디에 금세 축제 분위기가 됐다. 천아를 고깝게 보던 제자들도 노기를 풀고 미소를 짓는다.


“다들 도와주신 덕분이죠. 헤헤헤.”


‘니들이 돕긴 뭘 도와. 내가 잘 나서 그런 거지. 히히히.’


잠시 후, 만독신괴에게 보고한 경오가 돌아오더니 다른 말은 없이 천아 보고 따라오라고 했다. 놀라운 매출을 올려서 만독신괴가 따로 보자고 한 모양이었다. 천아는 가자마자 큰절부터 올렸다. 만독신괴가 부른 이유는 사실 따로 있었다. 영업보다도 천아의 몸 상태가 멀쩡하다는 것에 관심이 있던 것이다.


“그래, 몸은 괜찮고?”

“예. 사부님. 어제 사형께서 손에 사정을 두셔서 괜찮습니다. 헤헤.”


만독신괴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진다.


“흥. 그래? 일루 가까이 와 봐라.”


천아가 가까이 가자, 만독신괴는 손목 부근의 양계혈을 재빠르게 잡는다.


‘이, 이 녀석 봐라. 진짜 내공이 심상치 않네? 딱 봐도 제대로 무공을 익힌 녀석은 아니고, 눈썰미가 좋아서 어디서 주워 배운 걸 가지고 연습한 모양이던데. 이 내공은 대체 뭐지?’


“내공을 따로 연마한 적이 있더냐?”

“예? 내공이라면 사부님께서 가르쳐주신다면 감사할 따름이죠. 헤헤.”


만독신괴는 일부러 독공을 미미하게 주입시켜본다. 천아는 뭔가 뜨끔함이 느껴져 자신도 모르게 몸 안의 기운이 그것을 밀어내려했다. 만독신괴는 기의 움직임을 살피며 천아가 확실히 운공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걸 확인했다.


“좋다. 네 자질이 남다르구나. 그만 가 보거라.”

“예. 알겠습니다. 사부님.”


만독신괴는 천아의 무공 등에 의아함을 느껴 일부러 독공을 밀어 넣은 채 빼내주지 않았다. 혹여 도망가거나 할 경우에 자신이 주입시킨 독공 때문에라도 돌아올 수밖에 없는 족쇄를 채운 셈이었다. 천아는 그런 줄도 모르고 고수가 손목을 잡아서 뜨끔한 느낌이 있는 줄로만 알았다. 대사형 경오가 입을 열었다.


“사부님, 전체 회식은 어떻게 할까요?”

“전체 회식? 난 들은 적 없는데. 다들 고생했으니 얼른 돌아가서 쉬도록 해라.”


경오는 만독신괴의 태도가 의미하는 게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예. 알겠습니다. 사부님.”


뒤돌아선 경오의 얼굴엔 불만이 가득했다.


‘이런 개새끼. 그 많은 돈은 죽을 때 싸들고 갈 거냐? 이렇게나 많이 벌었음 전체 회식도 좀 시켜주고 하지. 씨발.’


***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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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9화 추녀와의 악연(?) (1) +8 21.08.06 803 15 14쪽
11 8화 동상삼몽(同牀三夢) +10 21.08.05 803 1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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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6화 만독파(萬毒派) +10 21.08.01 1,043 19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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