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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작가하안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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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독특하안
작품등록일 :
2021.07.26 15:39
최근연재일 :
2021.08.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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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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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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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0화 개방 방주 살인 사건 (4)

DUMMY

“정명 사형이 그 사고를 치고 죽은 지가 벌써 25년이 지났소.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것이오?”

“아니. 정명 사형 말고는 저런 걸 알 수 있는 사람이 없을 것 같아서 그런 것입니다. 장문인. 노여움을 푸시지요.”


정명이란 이름이 나오자, 맹초수가 고개를 돌려 말한다.


“네 놈의 정체를 밝혀라. 네 놈이 정명 사형일 리도 없고. 웬 놈이더냐? 정명 사형과 계략을 꾸몄던 놈이더냐?”


은청자가 콧방귀를 뀌며 말한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더니 예나 지금이나 똑같구나. 정명이 죽었는지는 확실히 확인해보았는가?”


맹초수의 낯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그, 그야. 정확히 확인을 못했더라도 살았을 리는 없다. 그는 전신 대혈을 다 폐하고, 명문혈에 치명타를 입은 채로 사라졌다. 아마도 짐승의 밥이 되었던 걸로 알고 있다. 그 흔적도 나왔고.”

“흔적이라? 누군가가 조작한 건 아니고? 정명이 사라지길 바란 자. 그래야 자신이 장문인이 될 수 있는 자. 그런 입장에 있는 자라면 감히 그런 짓을 할 수도 있겠지.”


맹초수는 기어코 그의 도발에 넘어가고 말았다.


“네 놈이 뭘 안다고 그러는 것이냐? 내 검으로 네 놈의 잘난 세 치 혀를 뽑아주마.”


무당의 제자들은 장문인이 이토록 흥분하는 걸 본 적이 없었다. 은청자가 고개를 돌려 은비학을 보더니 말한다.


“원래의 반월도살참을 보여주겠네.”


은비학보다는 다소 느리다지만, 은청자 또한 펼치는 수법이 대단히 빨랐다. 멀뚱멀뚱 바라보던 은비학은 평소 반월도살참을 익힐 때 다소 이해가 가지 않던 부분이 있었는데, 그의 수법을 보니 깨닫는 바가 있었다. 무당에 있는 반월도살참이 원본도 아니고 완벽하지 않았다는 걸. 그리고 그 수법을 만든 게 현 장문인인 맹초수가 아니라 바로 그였다는 걸.


은청자는 일부러 맹초수에게 살초를 펼칠 수 있는 상황에서도 그러지 않았다. 분명히 제압할 수 있었단 것만 보여주고 다른 초식을 펼친다. 은비학은 그걸 보면서 그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은청자는 은비학에게 정확한 수법을 알려주고자 한 것이다. 아마도 이토록 대단한 기재는 전 무림을 통틀어서 수십 년에 한 명도 보기가 힘들다. 그래서 그 재주를 높게 사서 위해주고자 함이 깃들여 있었을 것이다. 원래 협객이란 그런 것이다. 단지 잇속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진정한 의와 협, 멋을 아는 것.


은비학은 상대가 분명 자신들의 큰 적임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로 존경하는 마음이 일어났다.


은청자는 반월도살참 12초식의 수법을 한 바퀴 다 돌리고 나더니 1장 밖으로 물러났다. 이번엔 자세를 바꿔 기마식을 취한다.


“이번엔 봐주지 않을 것이다. 반월도살참이야 내가 만든 것이니 네가 나에게 될 리가 없겠지. 같은 무당 출신으로서 태극권으로 상대해 주마.”

“이 미친. 네 놈이 정명 사형일 리가 없다. 누구의 사주를 받고 우리를 와해시키려는 것이냐? 무슨 수로 그 수법을 배웠는지는 모르겠으나 태극권으로는 어림없다.”


은비학은 기마식의 자세만 보고도 사부가 졌다는 걸 알아보았다. 아주 미세한 차이처럼 보이지만, 그 차이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잘 알고 있었다. 특히나 상대가 은청자와 같은 고수라면 그 미세한 차이에서 벌어지는 차이는 개울물이 바다로 나가 일어나는 파도와 같다는 것을.


맹초수가 백학량시의 수법으로 다가오자, 은청자는 여봉사폐의 수법을 써서 첫수부터 맹초수를 제압하려 들었다. 멍하니 바라보던 은비학이 나선다.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는 없던 것이다. 아무리 잘잘못이 있다고 해도 맹초수는 현재 자신의 사부이고, 무당의 장문인이다. 또다시 초상비를 방불케하는 제운종의 발놀림이 일어났다. 은비학의 연환퇴가 날아오자, 은청자는 재빨리 1장 밖으로 물러났다.

은청자는 방금 전 은비학의 수법을 보고 그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공격하려고 함이 아니라, 일부러 물러나도록 한 수법이었다는 걸. 자신이 젊은 후배에게 존경하는 마음이 일었던 것처럼 저 후배 또한 자신에게 그런 마음이 일었다는 걸.

은청자가 고개를 끄덕인다.


“아무리 장문인이 부족하다고 해도 저런 후기지수가 있으니 무당의 미래가 어둡지는 않겠소.”


이어 포권의 예를 취하고는 뒤로 물러난다. 맹초수는 아직도 분이 안 풀렸는지 그를 향해 삿대질을 했다.


“전 무당의 제자는 지금 당장 일적매화단을 쳐라.”


제자들과 장로들이 난색을 표명한다. 적이라고 해도 방금 전의 행동을 볼 때 그가 마음만 먹었다면 자신들의 수장은 이미 불귀의 객이 됐을 것이다. 아무리 장문인의 명이라지만, 협의지도를 놓고 볼 때 그것은 정파 무림인으로써 할 도리는 아니라고 느낀 것이다.


이때 화산파 장문 양현치가 거든다.


“자, 화산의 제자들도 일어나라. 무당과 합세하여 개방 방주 살해범을 옹호하는 사파의 세력들을 처단한다.”


그의 발언은 맹초수의 발언보다 나았다. 단지 자신의 노기를 누르지 못한 게 아니라, ‘개방 방주 살해범을 비호하는 적’이라는 대의명분이 있는 것이다. 그의 말을 듣자, 무당의 제자들도 마지못해 일어났다.


만독신괴 왕불선은 개판으로 돌아가는 걸 보고 불쾌하다는 듯이 침을 뱉고는 발길을 돌렸다.


“만독파의 제자들아, 우리는 돌아가도록 한다. 정파 무림인들이란 것들이 다 저 지경인 모양이로구나.”


만독파와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았던 영성방의 방주가 왕불선의 말을 잘랐다.


“그 무슨 무례한 말이시오?”


왕불선은 생전 처음 보는 노인이 자신에게 대들자 불쾌함을 감추지 않았다.


“웬 놈이 감히 나 만독신괴의 말을 가로 막는 것이더냐?”

“영성방의 방주인 해무자 우룡이라 하오.”


영성방은 작지만 나름 정파에 속하는 방파였다. 무림에 악명이 자자한 만독신괴라고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방금 전 그의 말을 듣고 참지 못한 것이다.


“내 무공이 일천하여 만독신괴처럼 위명을 높이진 못했소만, 그래도 대놓고 그런 말을 하는 것은 도리에 어긋나는 것 아니겠... 크헉!”


만독신괴는 허공섭물의 수법과 같은 방식으로 상대와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손가락을 모으는 시늉을 했다. 우롱은 그대로 목이 졸려 죽고 만 것이다. 왕불선의 입장에서 그는 아무런 영양가도 없는 인물이었고, 그와 말을 섞는 것 자체도 귀찮았던 것이다. 안 그래도 쓸데없이 시간만 낭비하고 왔단 생각에 화가 치밀어 있었다. 그런데 거슬리게 하니 그대로 죽여 버린 것이다. 사실 그가 가장 원한 것은 많은 이들이 모인 자리에서 자신의 무공을 뽐내고, 기회가 된다면 흡력신법으로 자신보다 강한 상대의 기운을 흡수까지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웬 걸? 오자마자 개방 방주 살해범으로 지목을 받질 않나? 그 이후로는 다른 놈들끼리 옥신각신하질 않나? 돌아가는 꼴을 보니 화산파의 장문인과 무당파의 장문인이 모두 정당하게 그 자리를 차지하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그런 주제에 자신들이 정파랍시고 광명정대한 척해온 걸 생각하니 꼴배기 싫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그런 거대문파를 함부로 쳤다가는 무림의 공적이 되기 십상이니 그럴 수도 없다.


영성방의 방원들은 믿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만독신괴가 대단하다고 한 들 직접 손도 대지 않고 방주를 죽일 수 있다니. 영성방의 방원 중 한명이 덜덜 떨리는 검을 붙들고 달겨들었다.


“사, 사부님의 원수! 가만두지 않겠...”


만독신괴가 손가락 하나를 튕기자 상대방은 머리통이 터져 즉사하고 말았다. 그걸 본 영성방의 제자들은 더 이상 덤빌 엄두도 내지 못한다. 그들의 눈에 만독신괴는 그냥 살아있는 신 같아 보였다. 사람 같아 보이지가 않은 것이다. 벌벌 떨고만 있었다. 분하고 억울하지만 다리가 떨어지지 않았다


“쳇, 저런 것들도 무림인이라고. 꼴랑 그런 무공을 배울 거면 검을 접고 농사나 지어라.”


이때 영성방의 제자 중 한 명이 다가온다.


“또 죽고 싶은가? 용기는 가상하구나.”


그는 가까이 다가와 무릎을 꿇고 말했다.


“저를 제자로 받아주십시오.”

“뭐라고?”

“어차피 무림에 몸을 담은 몸. 기왕 배울 거라면 당신처럼 강해지고 싶습니다.”

“후후후. 별 놈을 다 봤군. 우리 만독파가 개나 소나 다 받아주는 삼류문파인 줄 알았더냐?”


영성방의 제자들이 그를 욕했다. 하지만 감히 다가서진 못한다. 그런데 이어 또 한 명이 그의 옆으로 다가가 무릎을 꿇는다.


“저도 받아주십시오.”


그 광경을 본 정사의 군소문파 제자들이 다가와 무릎을 꿇는다. 제자로 받아달라는 행렬이 이어진 것이다.


‘이건 또 무슨 일인가. 생각지도 못한 일인데, 이렇게 되면 굳이 이곳까지 왕림한 게 아무 성과도 없는 게 아니겠군.’


만독파의 제자들은 자신이 만독파라는 사실만으로도 목에 힘이 들어갔다. 아무 생각 없이 영성방의 방주를 죽인 바람에 만독파의 위명이 더욱 높아진 것이었다.


‘이렇게 되면 이번 개방 방주 건으로 이득을 본 건 나만인가? 흐흐흐.’


만독신괴 왕불선은 자신의 제자가 되겠다는 군소방파의 희망인원들을 데리고 자리를 떴다. 단지 정파 대 사파도 아니고 정파끼리도 분쟁이 붙은 상황이라 만독파가 떠났다는 것도 몰랐다.


이런 혼란 속에서 모두의 이목을 한군데로 모으는 소리가 들려 왔다. 묘한 피리소리였다. 소리가 어찌나 신묘한지 정신이 나가 빨려 들어갈 것만 같다.

정신을 가다듬은 무당의 대제자 은비학이 음공을 갈랐다. 비학의 저지로 피리소리가 막히자 연주한 자가 콧방귀를 꼈다.


“하하하하. 그렇게 잘난 척들을 하시더니 서로 간에 죽이지 못해 안달난 꼴하고는.”

“호호호호. 비, 너무 그러지 마. 난 저들이 엉망진창인 걸 보니 너무나 즐거운 걸.”


연주자는 한 쌍의 남녀였다. 그들을 알아본 은비학이 외친다.


“비련쌍검 선배님들께 후배가 인사드립니다.”


비련쌍검 중 여인이 은비학을 보고 윙크를 날렸다.


“저 친구, 매력적인 걸? 우리의 음공도 잘라내고 말이야.”

“연, 지금 저 놈을 꼬시려는 거야?”

“아니 왜? 우리 비, 지금 질투하는 거야?”


비련쌍검의 남자인 비가 노기 띤 음성으로 말했다.


“네 이놈. 네가 그렇게 유명하다는 무림천재, 무림지존이라 불리는 자재검 은비학이더냐?”

“과찬이십니다.”

“내 연인, 연이 너를 마음에 들어하는가 보다.”

“저와는 관계 없는 일입니다.”

“관계가 없다니! 연, 저놈에게 눈길 준 거 맞지?”


연이 흐느적거리며 비의 몸을 더듬었다.


“왜 그럼 안 돼? 그런 거야?”


방금 전까지 차가운 표정을 짓던 비가 금세 표정을 풀더니 음탕한 말투로 말한다.


“얼른 와서 내 여인을 따먹도록 해라. 나는 구경해줄 테니.”

“뭐야? 자기 관음증도 있었어?”

“그럼. 내 여인이 따먹히는 걸 보는 괴로움이 반대로 쾌감을 증폭시키는 법이지.”


수많은 무림인들이 혀를 끌끌 찼다. 개방의 대호법이 외친다.


“비련쌍검. 네 놈들이 아무리 안타까운 사연이 있기로서니 무림을 어지럽히는 걸 용서할 수는 없는 노릇이오.”


비련쌍검의 비가 격하게 노여움을 띠었다.


“안타깝다니. 뭐가? 우린 원래 친남매인 걸 모르고 사랑했을 뿐인데. 우릴 지탄한 건 네 놈들이었다. 네깟 놈들이 뭘 안다고 우리에게 손가락질이더냐?”


대호법 서전천이 지팡이를 두들겼다.


“모르고 만난 거야 어쩔 수 없다지만, 알고 난 후에도 어찌 천륜을 어긴단 말이오!”

“우린 잘못이 없어. 우린 이미 서로를 탐하는데 너무 빠져 버렸을 뿐이거든. 그렇지 연?”

“두말하면 입 아프게 뭘 굳이 물어? 비~”


연이 비에게 진한 입맞춤을 한다. 보다 못한 대호법이 지팡이를 들고 귀신 같이 빠른 경공으로 그들을 덮쳐갔다.


탕~!


“응? 웬 놈이냐?”


막아선 이는 차기 방주 예정인인 호신위였다. 무공이 일류에 들지도 못한다고 소문난 호신위가 전임 방주 못지않은 무위를 지닌 대호법의 공격을 막아낸 것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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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11화 얼음 소녀와의 재회 (2) +5 21.08.11 574 13 13쪽
20 11화 얼음 소녀와의 재회 (1) +4 21.08.11 592 1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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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화 개방 방주 살인 사건 (4) +4 21.08.10 607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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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0화 개방 방주 살인 사건 (2) +2 21.08.09 646 12 14쪽
15 10화 개방 방주 살인 사건 (1) +2 21.08.08 708 14 12쪽
14 9화 추녀와의 악연(?) (3) +4 21.08.08 722 14 14쪽
13 9화 추녀와의 악연(?) (2) +4 21.08.07 770 11 18쪽
12 9화 추녀와의 악연(?) (1) +8 21.08.06 802 15 14쪽
11 8화 동상삼몽(同牀三夢) +10 21.08.05 802 1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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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7화 입문? (1) +8 21.08.02 942 19 14쪽
7 6화 만독파(萬毒派) +10 21.08.01 1,041 19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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