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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작가하안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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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독특하안
작품등록일 :
2021.07.26 15:39
최근연재일 :
2021.08.24 06:00
연재수 :
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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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18
추천수 :
492
글자수 :
217,572

작성
21.07.26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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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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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글자
8쪽

프롤로그. 천하의 거지 소년

DUMMY

자고로 인파가 많이 몰려드는 곳일수록 바람 잘 날이 없다고 한다. 중원에서도 미인이 많기로 소문난 도시, 항주는 바로 그런 도시였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수많은 인파가 북적이는 가운데 유난히 많은 사람들이 모여든 곳이 있었으니.


“자, 애들은 가라.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게 아닙니다.

오늘 이 기회를 놓치면 평생 후회할 일만 남을 것입니다요“


째진 눈에 입가의 점이 유독 눈에 띠는 한 남자. 그가 약병을 들고 열띤 설명을 하고 있다.


“이 약으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한 번 먹었다 하면 천하제일고수도 부럽지 않을 신속함을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에이, 그걸 어찌 믿나?”

“하, 나 참 이 할배가 어디서 속고만 사셨나? 여기 있는 누구든 제 1초식만 받아내도 이 앞에 있는 은자 1냥을 드리지요. 헤헤.”


탁자 위에 놓인 은자가 구경꾼들을 유혹하듯이 번쩍거린다.


“저의 신속한 발검술을 받아낼 분 계신가요? 상대가 누가 됐건 발검술 단 1초식만으로도 제압합니다요. 헤헤.”


구경꾼 중 제법 매서운 눈매를 한 남자가 팔을 걷어붙이며 나온다.


“내 어디서 무림 고수 소리 듣는 무림인까진 아니라도, 주먹이라면 나름 우리 동네서 꿀리지 않지. 저 비실비실한 약장수 정도라면 뭐. 하하하. 지고 나서 딴 소리나 하지 말게. 여기 있는 모든 분들이 증인이오."


팔을 걷어붙이니 겉보기와 다르게 은근히 근육이 상당하다. 자랑이라도 하듯이 튀어나온 심줄은 꿈틀거리기까지 한다. 약장수의 얼굴은 금세 하얗게 질려버리고 말았다. 그가 갑자기 주위를 두리번거리니 곧이어 뒤에서 거구의 사내가 인파 속을 헤치고 나왔다.


한 눈에 봐도 체격이 좋은 사내다. 6척 장신에 몸무게도 족히 200근은 넘을 듯해 보였다.


약장수는 거구의 사내를 보더니 므흣한 미소를 짓는다. 거구의 사내는 먼저 나선 이를 툭 치며 무섭게 노려봤다.


"어이, 형씨. 내가 먼저 좀 나서야겠는데 뭐 불만 있어?"


원래 싸움이란 것이 붙어봐야 안다지만 이 사내는 이미 체격과 인상만으로도 상대방을 제압한 상태였다. 그가 주위를 둘러보며 기세등등하게 말했다.


“이딴 말라깽이가 상대라면 저 약장수가 혹시 운 좋게 이길 지도 모르지 않겠소? 둘이 짜고 치는 거 아냐? 만만한 놈이 덤비고 제압한 것처럼 보이려고. 하지만 나한테야 어림없지. 내 주먹 한 방이면 저런 비리비리한 약장수 즈음은 한 달은 앓아누울 것이오. 하하하. 어이, 약장수 양반. 약값 물어주긴 없소이다. 으하하하."


“물론 입죠. 어디 여부가 있겠습니까요? 헤헤헤.”

“어제 꿈자리가 좋더니 은자 1냥을 날로 먹게 생겼군 그래. 흐흐흐.”


구경꾼들은 약장수가 상대를 잘못 만났다며 근심 어린 눈으로 바라봤다. 거구의 사내가 약장수 앞으로 다가가 어깨를 딱 벌리고 선다.


“자, 어디 맘대로 한 번 해보시오. 하하하.”


약장수는 입가에 미소까지 머금고 있었다. 가볍게 움켜쥔 그의 검 손잡이가 살짝 움직인다. 사삭 하는 소리와 함께 약장수는 검을 꺼내려다 말고 도로 넣는 것이다.


“승부는 이미 났습니다요.”


거구의 사내가 어이없다는 듯이 말한다.


“뭐야 겁먹어서 검을 꺼내지도 못하는구먼. 하하하. 윽!”


그런데 갑자기 거구의 사내가 외마디 비명소리와 함께 제자리에서 풀썩 쓰러지고 만 것이다.


“이게 뭔 일이래?”

“뭐야, 뭐야? 뭔 일 난 거야?”


약장수가 박수를 쳐 주위를 환기시킨다.


“발검술만으로 저 분의 명치를 정확히 공격했습니다요. 헤헤. 이제 믿으시겠습니까?”


구경꾼들은 거구의 사내를 흔들어 보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 컥컥 대며 땅바닥을 구를 뿐. 약장수가 누군가에게 눈짓을 보냈다. 구경꾼 중 한 사람이 앞으로 나와 큰소리로 외친다.


“이야, 이거 진짜네. 진짜야. 약장수 양반. 그거 나부터 주시게. 딴 사람들 사기 전에 나부터. 3병, 아니 한 10병 주시오.”


바람잡이의 말을 들은 구경꾼들이 동요되는 건 순식간이었다. 서로 먼저 달라며 아우성을 치기 시작한다. 그에 따라 약장수의 입꼬리도 기다닿게 올라갔다.


“걱정 마세요. 아직 충분합니다요. 줄 서세요. 줄!”


서로 먼저 사겠다는 북새통 속에 돌연 약장수가 이마를 잡으며 비명을 지른다.


“아악! 누구야! 어떤 놈이 돌멩이를.”


먼발치서 어린 소년이 그를 보며 낄낄 대고 있었다.


“쳇, 그렇게 신속하다면서 꼴랑 어린애가 던진 돌멩이도 못 피하나?”


사람들의 시선이 향한 곳엔 남루한 옷차림의 소년이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천아(天兒). 인근 객잔인 기천루의 점소이로 있는 고아 소년으로 그는 항주의 명물이었다. 타고난 발놀림이 어찌나 빠른지 무림고수들조차도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그 소년에게 돌을 맞은 약장수가 약이 올라 말했다.


“네 이놈! 어린놈이 감히 어른을 놀려? 혼쭐나고 싶어?”


장난기 어린 미소의 소년이 팔짱을 풀더니 삿대질을 해대기 시작한다.


“혼쭐은 그 쪽이 나겠지. 세상에 상도덕이 있지. 어디 남의 구역에서 약을 팔어?”


그렇다. 사실 저 장소는 평소 천아가 물건을 팔던 장소였던 것이다. 물론 그라고 해서 사기치지 않고 제대로 된 물건을 파는 것은 아니었지만. 약장수가 쌍심지를 켜고 말한다.


“이 놈이 진짜 혼나봐야겠구나.”

“글쎄 그게 가능하다면.”


소년의 발이 바닥에서 떨어지기가 무섭게 작은 먼지가 일었다. 그와 동시에 활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작은 몸이 앞으로 튀어나간다. 정말 순식간이었다. 소년이 약장수를 제압한 것은.

소년은 그가 허리춤에 차고 있던 칼자루까지 빼앗아 든다. 칼을 빼어드니 반토막 나 있는 검신이 초라하게 그 모습을 드러냈다.


“에게? 무술 좀 한다는 양반이 무슨 부러진 검을 들고 다니시나?”


약장수의 얼굴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는 땅바닥을 구르고 있던 거구를 흔들어 깨웠다.


“이봐 얼른 인나. 훼방꾼이 나타났다고.”


땅바닥에 엎드려 있던 사내가 게슴츠레한 눈을 치켜뜬다.


“뭐? 어떤 놈이?”


소년은 거구의 사내를 보더니 잽싸게 달려가 그의 낭심을 걷어차 버린다. 발재간이라면 천하에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자신 있는 소년이었다. 그렇다지만 무공의 무자도 모르는 입장에서 저런 거구를 당해낼 자신은 없다.

그렇다면 방법은 둘 중 하나. 삼십육계 줄행랑을 치거나 아니면 먼저 급소를 가격하는 것. 이번에 소년이 택한 것은 후자였던 것이다.


“으윽!”


거구의 사내는 거품을 물고 땅을 뒹굴었다.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소년이 약병이 있던 탁자 위로 올라가 외친다.


“자, 여러분. 저 천아는 저런 사기꾼 놈들과는 급이 다릅니다. 자, 저 약 말고 제 약을 사세요. 제 약을요. 이거야 말로 진짭니다. 방금 보셨죠? 저처럼 어린 녀석이 저런 어른들을 순식간에 제압하는 거요. 제 약을 먹음 진짜로 저처럼 빨라질 수 있다니깐요.”


그런데 구경꾼들의 반응은 약장수가 시범을 보였을 때만 못하다. 이미 같은 소재로 열기가 붙었다가 식은 탓이다. 거기에 다른 이유도 있었다. 소년이 이 동네 토박이인 지라 평소 그가 거짓말을 잘한다는 걸 아는 이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은 항주. 워낙 뜨내기도 많고 인파 자체가 많이 몰리는 곳이 아니던가? 방금 전 저 꼬맹이는 직접 보고도 믿기 어려울 정도로 빠른 몸놀림을 보여줬다. 그러다보니 그의 말을 신뢰하는 이들 또한 있기 마련. 결국 오늘 장사는 제법 잘된 것이다. 사기꾼 약장수들이 자리를 침범해준 덕분에.


“어이, 약장수 아저씨들. 고마워요. 덕분에 이렇게나 많이 벌고. 참, 그리고 제압하면 상금 준댔으니 은자 1냥도 내가 가져갈게요. 히히.”


비이냥 거리듯 인사를 하는 소년의 모습이 약장수 패거리들의 눈에는 더 얄미워 보일 뿐이었다.


***


작가의말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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