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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작가하안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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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독특하안
작품등록일 :
2021.07.26 15:39
최근연재일 :
2021.08.24 06:00
연재수 :
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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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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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0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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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9화 추녀와의 악연(?) (2)

DUMMY

일돈은 흥분해서 초식이고 뭐고 할 것도 없이 막무가내로 주먹을 날려버렸다. 그런데 웬 걸? 자신이 올라타서 몸도 못 움직이는 녀석이 다 피해낸다. 그것도 고개만 까딱거리는 걸로.


“어, 뭐야? 이건 무슨 무공이야? 얼굴 신공이니?”

“뭐? 푸하하하. 세상에 얼굴 신공이라는 것도 있냐?”


말을 내뱉은 일돈은 자기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는지 같이 웃는다.


“야, 말이 그렇다는 거지.”


별도의 초식 같은 것 없이 내지른다면 천하제일의 고수가 온다고 해도 딱히 겁나진 않는 천아였다.


“내가 또 한 빠름하거든.”


일돈이 미심쩍은 눈빛을 보내자 천아가 다시 한마디 한다.


“어라, 얘가 못 믿네? 너 초식 같은 거 안 쓰고 그냥 공격해 봐. 내가 다 피할 테니까.”

“뭐? 속도를 놓고 보면 나도 어디 가서 꿀리지 않는다고. 내가 어디 출신인 줄 알고. 흥!”


일돈이 십여 차례의 주먹을 날렸지만 모두 헛손질일 뿐이다. 멍하니 천아를 쳐다봤다.


“히히히. 중원 천하에 알아주는 고수들도 속도만 치면 나한테 안 된다고. 천상교의 미친 년, 개방의 4대 장로, 천상일제, 만독파의 고수들도 모두 나한테 안 됐다고. 히히.”

“뭐? 네가 그런 대단한 고수들과 다 붙어봤다고?”

“어. 사람을 뭘로 보고 그래. 왜 이러셩!”


추호의 거짓도 없는 만큼 목소리엔 자신감이 충만하다.


“너 대체 뭐야? 나이도 얼마 안 되는 것 같고, 무공도 별 볼 일 없는 것 같은데, 네가 그런 고수들하고 정말 다 붙어봤다고?”

“그렇다니깐. 얘가 또 어디서 속고만 살았나? 실은 말이지. 그게 다 비법이 따로 있는 거거든.”

“비법?”

“그래.”


자고로 지 버릇 개주지 못한단 말이 있다. 천아는 신속하게 약병을 꺼내든다.


“자, 이 약으로 말할 것 같음 한 병만 마셔도 남들이 눈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빠른 속도를 자랑할...”


짝하는 소리와 함께 천아의 뺨에 손바닥 자국이 새겨진다.


“야, 뭐하는 짓이야?”

“뭐야, 피하지도 못하네!”


못 피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그게 단지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일돈이 초식을 썼기 때문이다.


“야, 내가 언제 이 약 먹음 무공 초식이 는다고 했냐? 그냥 속도만. 속도만 는다고!”

“쳇, 이게 진짜 어디서 약을 팔아? 너 이 집 사람들하고 똑같은 꼴 한 번 당해 볼래?”


방금 전 채가장 사람들 전원이 몰살됐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잘은 몰라도 분명 초식으로 대결하면 일돈이 자신보다 한 수 위인 것 같았다.


“야, 정식으로 속도만으로 붙어볼래? 거리 좀 두고. 내가 싸워서 이기진 못해도 도망치는 건 자신 있다고.”

“잡히면 너 가만 안 둔다.”

“잡기나 하고 말하시던지.”


천아가 먼저 발을 놀리자, 일돈이 바로 쫓는다. 대궐 같은 집을 몇 바퀴를 돌아도 도무지 잡히질 않았다.


“와아, 진짜 쥐새끼처럼 잘 피하네!”

“뭐? 쥐새끼? 지는 돼지새끼 같은 게.”

“뭐라고? 너 진짜 오늘 나한테 한 번 죽어볼래?”

“뭐 잡아야 죽이건 살리건 할 거 아냐. 잡지도 못하는 주제에. 히히히.”

“쉿!”


일돈이 갑자기 천아에게 조용히 하라고 했다.


“야, 왜?”

“조용히 하라고. 누군가 왔어. 우선 우리 저기 뒤에 숨자.”

“이게 어디서 수작질이야? 그러고선 잡았다고 하려고?”

“무공의 무자도 모르는 게 머리는 좀 굴러가나 보네. 피.”

“야, 내가 왜 무공의 무자도 모르냐? 이래봬도 말이야.”

“쉿! 조용히 해 봐.”

“안 먹힌 수법을 연달아 쓴다고 통하겠니?”

“조용히 하라고. 이번엔 진짜야. 저기 뒤에 숨건 다른 데 숨건 우선 빨리 숨고 봐.”


일돈의 표정이 사뭇 진지했다. 천아는 일돈과 같은 위치가 아닌 다른 곳에 숨었다. 잠시 후 삐거덕 거리는 소리와 함께 한 무리의 무사들이 집 안으로 들어왔다.


“어차피 마차 안에 있던 놈이 갈 곳이라곤 채가장 밖에 없을 것이다. 이 주변은 인가도 별로 없고, 오면서 나머지 인가도 모두 몰살시켰으니.”


일돈은 그들의 말을 듣고 천아에게 손짓, 발짓을 했다.


(야, 마차 안에 있던 놈이란 게 너야?)


‘하, 저 놈들이 여기까지 쫓아올 줄이야.’


“형님, 부엌을 보니 놈이 와서 뭔가 집어먹은 것 같습니다.”

“음. 그 놈도 담 하나는 큰 놈인가 보군. 이렇게 일가가 몰살당한 걸 보고도 아무렇지 않게 음식까지 집어먹고 숨어 있다니.”


이번엔 천아가 일돈을 가리키며 손짓, 발짓을 했다.


(야, 음식 먹은 건 너잖아.)


일돈은 삐진 척하며 고개를 휙 돌려버렸다.


“이, 쥐새끼 같은 놈아. 얼른 나와라. 숨어 있는다고 해서 돌아가지 않는다. 채가장 멸문지화 사건에 대해서 아는 이는 그 누구도 없어야 한다.”


그들의 말을 들으니 채가장 전원이 그들의 흉수에 당한 모양이었다.


“형님, 어디 숨었는지 영 보이질 않는데요?”

“좋다. 그럼 구석구석을 무기로 찔러 보거라.”

“예.”


십여 명의 사내가 구석구석을 각자 자신의 무기로 찔러본다. 일돈과 천아가 들키는 건 시간문제였다.


“빨리 나오면 가급적 고통 없이 보내주마.”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일돈이 모습을 드러낸다. 어느새 얼굴은 다시 흉해보이게 분장까지 한 상태다.


“그러는 네 놈들이야 말로 어디 소속의 누구더냐?”


무리 중 우두머리인 듯한 자가 흠칫거리며 고개를 돌렸다.


“계집? 막내야, 아까 네가 당한 게 저 계집이었더냐? 남자라고 하지 않았느냐?”

“저 계집이 아닙니다. 기생오라비 같이 생긴 뺀질해 보이는 남자 녀석이었습니다.”

“흠. 어찌 됐건 채가장 사건에 대해 안 이상 저 계집도 함께 제거한다.”


일돈은 그들의 말을 듣더니 콧방귀를 꼈다.


“제거하긴 누가 누굴 제거한대? 어디 그럴 실력은 있고?”

“어린 계집이 건방지게 어디다 대고 반말이냐?”

“그럼 내가 너네 같이 미천한 것들한테 존대하게 생겼니?”


천아는 그 모습을 보고 혀를 끌끌 찬다.


‘헐, 쟤 또 저러네. 저거 병이야. 병. 진짜 지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봐?’


“이봐, 못생긴 꼬마 아가씨. 안 됐지만 그 입 놀리는 것도 이걸로 마지막이라고. 끌끌끌.”


우두머리는 말을 마침과 동시에 심장이 철렁거렸다. 일돈이 귀신같은 솜씨로 수리검을 날린 것이다. 챙 하는 소리와 함께 가까스로 막긴 했으나, 이 일격만 봐도 상대가 만만치 않다는 것쯤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고수다. 전원 저 계집을 포위해라.”

“예. 형님.”

“그럼 뭐, 독이라도 쓸까요?”


일돈은 적들이 독을 운운하는데도 태연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소매 품에서 작은 병 하나를 꺼내더니 말한다.


“이 가루에 대해서 들어본 적 있으려나? 중화분(中和粉)이라고. 천하의 오대 극독이 아닌 이상에 모든 독을 중화시킬 수 있는 가루라고.”


사내들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다만 복면을 쓰고 있어서 일돈에게 들키지 않았을 뿐이다. 일돈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중화분을 그들에게 뿌리며 신속하게 발차기를 시전했다. 솜씨가 어찌나 날렵하고 경쾌한지 동쪽을 치는가 싶으면 어느새 서쪽에 있던 녀석이 나가떨어진다. 천아는 그녀의 무공을 보고 넋을 놓고 바라봤다.


‘우와, 디게 이쁘게 생겨가지고, 무공도 디게 세잖아? 멋지다. 이쁜 애가 무공까지 잘하니 더 멋져 보이네!’


일돈이 확실히 우세를 점하고 있다고는 하나, 상대들도 허접한 삼류 따위가 아니었다. 게다가 수적 열세까지 겸하고 있으니 생각처럼 쉽게 제압되진 않는다.


“야, 기생오라비. 너 뭐해? 너 때문에 여기까지 쫓아온 거잖아.”

“어? 어. 그래. 근데 밥 먹어서 걸린 건 너 때문 아냐?”

“뭐, 이게 진짜. 너 이 복면인들 제압하고 나면 죽을 줄 알아.”

“저건 맨날 죽인데. 니가 무슨 살인자냐? 그렇게 사람 많이 죽여 봤어?”

“피~. 내가 어디 신분인지 알고. 살인이 뭐 대수니? 걍 죽이면 죽이는 거지. 뭐.”


말하면서 등 뒤로 수리검을 날리자, 복면인 중 한 명의 명치 부근에 적중했다.


“이런. 막내가 당했다.”


이때 천아가 잽싸게 달려와 표풍상구권의 초식을 써서 한 명의 등 뒤를 기습했다.


“표풍상구권? 만독파 놈이더냐?”


그렇다. 표풍상구권은 만독파의 무공이었다. 하지만 천아는 이 또한 정식으로 배운 적이 없어 사형들이 쓰는 걸 보고 몇몇 초식만을 따라할 줄 아는 게 다였다. 물론 상대방들이 그런 사실까지 알리는 없었다.


“이런 제길. 만독파랑 엮이면 안 된다. 모두 후퇴.”


일돈이 우두머리를 매섭게 째려봤다.


“흥! 누구 마음대로?”


복면인 중 우두머리가 손짓을 하자, 일제히 연막탄을 던졌다. 연기가 가시고 나니 부상을 당한 막내까지 모조리 자취를 감춰버린 후다.


“쳇, 도망치다니. 아 참. 근데 너 만독파 제자였니?”

“만독파? 하하하. 뭐 그렇다고 할 수도 있고, 아니라고 할 수도 있고.”

“그건 또 무슨 말이니?”

“제대로 뭐 하나 배운 적도 없으니까.”

“너 방금 표풍상구권도 썼잖아.”

“아, 그거. 무공 이름도 몰랐네. 걍 거기 사람들 쓰는 거 한 번 보고 몇 동작만 따라한 게 다거든.”


일돈의 동공이 확대된다.


“한 번 보고 그대로 재현했다고?”

“응. 나 사실 알고 보면 천재거든. 한 번 보면 다 따라할 수 있어.”

“이게 어디서 뺀질뺀질하게 생겨가지고 약이나 팔려고 들고. 내가 그렇게 둘러 대는 말에 넘어갈 줄 알았니?”

“얘가, 얘가 진짜 어디서 속고만 살았나 보구나. 자, 바로 보여줄게.”


천아는 바닥에 떨어져있는 일돈의 수리검 하나를 주워들었다. 이어 그녀가 한 것과 똑같은 동작으로 수리검을 날린다. 그것도 뒤돌아보지도 않고 등 뒤로 날렸던 그 수법을 똑같이 재현한 것이다.


“어머, 어머. 한 번 보고 그게 된다고?”

“왜 이러니까 좀 멋져 보여?”


천아가 던진 농담에 일돈의 볼이 발그레해졌다. 망나니 같다고 생각했던 녀석이 정말 순간적이지만 조금은 멋있어 보인 것이다.


“야, 누, 누가 멋져 보인대? 못하는 말이 없어. 흥!”

“안 멋있나? 난 이 동작 멋진 것 같아서 일부러 한 건데. 다음에 누군가 보여줄 일 있으면 이거 말고 다른 동작으로 해야겠다.”

“야, 보여주긴 뭘 보여줘. 얘가 진짜 너 엉망진창이구나.”

“내가 또 뭘?”

“무림에서 남의 무공을 함부로 배우는 건 아주 큰 무례라고.”

“그런 것도 있었어?”

“아 참 나. 진짜 어이가 없네. 기방 출신이라더니 진짜 딱 그 정도 수준인 녀석이구나.”

“뭐? 야, 기방 출신이 뭐 어때서.”

“솔직히 기방 점소이면 뭐 가장 밑바닥 아냐?”

“야, 기방 점소이가 가장 밑바닥이라니, ... 흠. 뭐 그건 그렇고.”


아무리 자기가 생각해봐도 일돈의 말에 틀린 게 없었다.


“암튼 너 내 능력보고 함부로 반하고 그러지 마라. 오빠 임자 있는 몸이거든.”

“오빠? 이게 나이 몇 개나 먹었다고 지가 오빠래?”


그러고 보니 서로 나이도 안 물어봤다.


“그러는 너는 몇 살인데?”


일돈은 천아의 눈치를 봤다. 천아 역시 일돈의 눈치를 본다.


“야, 그러지 말고 하나, 둘, 셋 하면 동시에 나이 말하는 걸로 하자.”

“좋아.”

“하나, 둘, 셋! 열아홉.” / “열여덟.”


엥. 일돈이 천아보다 한 살이 위란다. 사실 천아 딴에는 나이를 한 살 올려 말했는데도 불구하고 자신보다 오히려 한 살이 더 위라고 한다.


“야 니가 진짜 열아홉이라고? 암만 봐도 나보다 어려 보이는데······.”


천아의 말을 들은 일돈의 눈썹 아래가 경미하게 흔들렸다. 다행히 분장을 하고 있어서 천아는 그걸 눈치채진 못했다.


“뭔 땅꼬마 같은 게 열아홉이나 먹었대?”

“그러는 넌 뭔 키만 멀대 같이 커 가지고, 나이는 열여덟 밖에 못 먹었대?”

“쳇. 말을 말자.”

“야, 멀대. 너 이름은 뭐니?”

“나? 그리고 보니 이름도 말 안했구나.”

“내 이름은 소아상이라고 해.”

“소아상(蘇阿象)? 코끼리?”

“왜? 이름이 좀 이상하면 안 되니? 지는 돼지 주제에.”

“뭐? 너 그거 진짜 니 이름 맞아?”


순간 뜨끔했지만 일절의 내색도 하지 않는다.


“그럼. 맞지 왜? 그러는 너야말로 그거 니 진짜 이름 맞아?”


일돈 역시 뜨끔했지만 일절의 내색도 하지 않았다.


“그럼. 맞지. 무슨 문제 있어?”


서로 이름을 속이고 있는 것 같단 눈치를 챈 상황이다.


“있지. 넌 이미 얼굴부터 속였잖아.”

“내가 왜 그러는지 모르겠니? 너도 그렇고 아까 그 복면자객들도 그렇고 내 원래 얼굴을 보였어 봐. 벌써 반응부터 다를 거고. 내 얼굴로 다니면 남자들이 하도 쫓아다니거든.”

“아, 그래서 너 이쁘다고 한 사람들 다 모으면 뒷산을 다 채워도 모자를 거라고 한 거구나.”

“그래, 이제 알았니?”

“음. 그래도 그 정도까진 아니야. 세상에 너보다 이쁜 여자도 얼마나 많은데.”

“있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많다고?”


입에서 나오는 대로 지르고 봤는데 또 생각해보니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우선 진짜 제일 예쁜 건 얼음 동굴의 그 소녀였고. 그 다음으론 음... 얼마 전 만독파 빠져나올 때 객잔에서 봤던 그 여자분. 그리고 원수 년. 죽일 년이긴 하지만 미모가 확실히 빼어나긴 하지. 그런데 굳이 따지자면 쟤가 얼음소녀보단 못해도 그 다음 급은 되겠는데? 그리고 보니 쟤 진짜 예쁘네?’


천아는 내뱉은 말을 번복하기가 싫었다.


“그럼. 내가 원래 기방 출신이라고 했잖아. 그것도 아주 큰 일류 기방이거든. 천하에서 알아주는 무림 고수들이 엄청나게 드나드는 그런 대였어. 그래서 우리 기방엔 정말 대단한 미녀들이 즐비했다고.”


일돈의 눈빛이 갑자기 싸늘하게 바뀐다.


“거기가 어딘대? 혹시 우리 아빠도 자주 다닌 거 아냐?”

“너네 아빠가 누군대?”

“우리 아빠로 말할 것 같음 중원 최고의 살.... 아니다.”

“살, 뭐? 말을 했음 끝을 맺어야지.”

“아니 됐어. 내가 왜 너한테 우리 아빠가 누군지를 말해줘야 해?”

“뭐. 하기 싫음 말고. 암튼 세상에 너보다 예쁜 여자는 엄청 많다고. 너 얼굴 감추고 다닐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더 예뻐질 수 있을까 노력을 해도 한참은 더 해야 할 것 같은데? 히히히.”

“너 지금 일부러 뻥치는 거지? 세상에 나보다 예쁜 사람이 있다고 해도 그렇게나 많다는 게 말이 돼? 나도 우리 지역에선 가장 예쁘다고 소문났는데!”

“너네 동네가 미인이 말라 죽었나 보구나.”

“뭐? 그러는 넌 어디 출신인데?”

“나? 소주.”


‘원래 항주도 미인이 많기로 유명하지만, 항주보다 소주가 크니 소주라고 하는 게 낫겠지. 히히.’


천아가 소주 출신이라고 하자, 일돈은 머릴 긁적였다.


“야, 근데 소주에 미인이 진짜 그렇게 많아? 원래 미인 가장 많은 도시라고 들어보긴 했는데.”

“그럼 많지. 얘가 아직 세상 물정을 모르네. 나이 헛먹었어.”


‘사실 소주에서도 너 정도 미인은 만독파 도망칠 때 내 그림 들고 왔던 여자분 정도 말고는 없긴 했지.’


천아는 입에 침이 마르기도 전에 말을 잇는다.


“왜 그런 말도 있잖아. 어디서 한 미모 한다고 소주 가서 함부로 미모 자랑하지 말라고.”

“그런 말이 있었어?”

“응. 소주 사람들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 말이야.”


‘응, 그거 내가 방금 지어낸 말이야. 히히.’


“쳇, 그래 너 잘 나셨어. 소주 안 가면 그만이지 뭐. 너 갈 길이나 가보셔.”

“갈 길? 나 오늘 묵을 데가 없어서 여기서 하룻밤 청하려고 온 거였는데.”

“너 지금 이 집 흉가된 거 보고도 여기서 하룻밤을 묵고 싶니?”


일돈의 말을 들어보니 또 그 말이 맞다.


“휴~ 근처에 인가도 별로 없는데다, 아까 그 놈들이 인근의 인가도 다 몰살시켰다던데 그럼 어서 자지? 넌 어떻게 하려고?”

“나? 난 돌아가도 돼. 갈 곳이 있거든.”

“이 늦은 시간에 갈 데가 있어?”

“어. 개봉.”

“개봉? 그럼 너도 혹시 개방 방주 바뀌는 행사에 참석하는 거야?”

“무림의 무자도 모르는 줄 알았더니 또 그런 소식은 어디서 들었대?”

“걍 오다가다 들었어. 거기 가려면 무슨 초대장 같은 거라도 있어야 하나?”

“응. 너는 못 들어갈 걸.”

“우씨. 어떻게든 거기 가야 하는데. 사람 많은데 대충 섞여서 들어가도 안 되려나?”

“응. 안 돼.”

“전국 개방 인구가 수천만도 넘는다나 그러던데.”

“야,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하냐? 무림인 전부 다 개방인이니? 아니, 무림인 전부 합쳐도 수천만은 안 되겠다.”


‘하, 안 먹히네.’


“그런가? 암튼 엄청 많다던데. 거지들이 그렇게 많은데 섞여 들어가는 게 안 된다고?”

“어. 안 돼지. 개방이 아닌 거지들도 들어갈 수 있는데 넌 안 돼.”


천아는 그제서야 일돈이 자신을 놀리고 있단 걸 알았다.


“뭐? 이게 진짜. 아까부터 우씨.”

“너 은근 아둔하구나. 깔깔깔. 근데 거긴 왜 가려고? 누구 만날 사람이라도 있어?”

“있지. 말해도 안 믿겠지만.”

“그래 하지 마. 보나마나 헛소리겠네.”

“쳇. 근데 너 개봉까지 갈 거면 나 좀 같이 데리고 가면 안 되냐?”

“뭐라고? 얘가 미쳤나? 오밤중에 남녀 단둘이 말 하나를 타고 같이 가자고?”

“같이 자는 것도 아니고, 뭐 어때?”


같이 잔다는 말을 듣자, 일돈의 볼이 발그레해졌다.


“흠흠. 그래. 뭐. 근데 너 부탁하는 사람 태도가 그게 뭐니? 게다가 내가 한 살 누나인데.”

“아... 그렇구나. 아이고 우리 누님. 사랑스런 동생 한 번만 데려가주시겠어요? 뿌잉뿌잉~”

“뿌잉뿌잉? 우웩! 키는 멀대 같은 게 지금 애교 떠는 거니?”

“아, 정말! 하라고 해서 했거늘, 해도 뭐라고 하네.”


이때 밖에서 딸랑딸랑 대는 종소리가 들려왔다. 이어 삐거덕 거리며 문 열리는 소리가 났다.


“뭐지? 놈들이 다시 돌아온 건가?”

“쉿!”


최대한 자세를 낮추고 구석으로 숨었다. 일돈이 고개를 살짝 들어 주위를 살피고는 말한다.


“어? 저분은 유환도사 금할아버지인데?”

“유환도사라면.. 강시 부리는 사람?”

“어, 그래.”


***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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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7화 입문? (1) +8 21.08.02 942 19 14쪽
7 6화 만독파(萬毒派) +10 21.08.01 1,041 19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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