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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작가하안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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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독특하안
작품등록일 :
2021.07.26 15:39
최근연재일 :
2021.08.24 06:00
연재수 :
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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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19
추천수 :
492
글자수 :
217,572

작성
21.08.0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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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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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글자
12쪽

10화 개방 방주 살인 사건 (3)

DUMMY

소신명이 천아를 달래며 이끌었다.


“빨리 가자고. 내가 도와줄게. 이러고 보니 진짜 나보다도 동생 같네.”


왕불선이 천아를 범인으로 몰은 바람에 벌어진 혼전 속에서 빠져나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개방인들만 있는 것도 아니고, 전 무림 수많은 방파에서 상당한 인원이 모인 자리인 만큼 잠시만 한눈을 팔아도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나마 4대 장로와 일적매화단, 아미파가 비호해주어 빠져나갈 틈이라도 있는 것이다.


열심히 도피하던 중에 눈에 익은 얼굴이 보였다. 방주실에서 본 사내. 나이는 서른 전후해보이며 보통의 체격을 가진 사내였다. 신임 방주 예정자.


“소형제들 이제 오시는가?”


천아가 소신명에게 말한다.


“아까 방주실에 있던 사람 맞지?”

“응. 아마도 저 사람 이름이 호신위일 거야. 무공이 높지 않아서 신임 방주로 적합하겠냐고 말이 많았던 걸로 알고 있어.”


호신위는 미소를 띤 채 박수를 쳤다.


“꼬마 아가씨가 신분에 맞게 무림에 대해 해박하시군요. 하하하.”

“네?”

“아마도 제가 그쪽은 이길 것 같은데요. 다른 사람들을 부른다면 당신을 죽일 거예요. 제가 중원 최대 살수집단의 소단주인 건 알고 계시죠?”


호신위가 몸을 움츠려드는 자세를 취했다.


“아이고 이거 무서워서 어쩌나? 아시는 바와 같이 제가 일신에 지닌 공부가 미력하니 좀 봐 주시겠소?”

“근데 왜 저희 길을 막고 서시나요?”


호신위가 바닥에 있는 잡초를 뽑고 먼지를 털자 문 하나가 나왔다.


“이 시국에 아무리 비호세력이 있다고 해도 어디 쉽게 도망갈 수 있겠소? 이리로 가시오.”


천아와 소신명이 눈빛을 교환했다.


“신명아, 저거 어떻게 믿지? 함정 아닐까?”

“내가 듣기로 무공은 높지 않은데 마음씨는 거의 천사라고 하는 것 같더라고. 악의를 갖진 않은 것도 같은데.”

“하긴 아까부터 어떤 반응도 없었긴 한데. 그래도 믿어도 되려나?”


이어 호신위가 주머니에서 알약 같은 것을 꺼내어 준다.


“환영탄?”

“갖고 있어서 불리할 건 없을 것이오.”

“저희한테 왜 이러시는 거죠?”

“난 범인이 누군지 짐작이 가기 때문이오. 그대들은 확실히 아니니까.”

“범인이 누군데요?”

“아마도 천상교?”


천아와 신명의 눈이 동그래졌다.


“천상교가 죽고 싶어 이곳까지 왔다고요?”

“방주님의 증상은 오늘만 있던 게 아니오. 아마도 중독된 상태로 있다가 결국 오늘 돌아가신 것 같소. 얘기를 하자면 기니 우선 빨리 몸부터 피하시오. 아무리 여기라도 시간을 끌다보면 눈치챌 지도 모르니.”


호신위의 얼굴이 분명 잘생긴 얼굴은 아니었다. 차라리 조금 사나워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천아는 왠지 모르게 그가 싫게 느껴지진 않았다.


‘지금 호의를 베풀어서인가? 내가 사람을 그렇게 쉽게 믿는 편은 아닌데······.’


“고마워요. 신위형. 기회가 되면 배로 갚을게요.”


호신위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이다.


한편, 무대는 도검이 난무하며 어지러운 상황이 되고 말았다. 일적매화단이 신명과 천아를 비호하고 나서자, 화산 장문인이 버럭했다.


“내 이 배신자들 같으니라고. 우리 화산에서 훔쳐 배운 몇 수를 가지고 막아서려는 게냐?”


일적매화단의 단주보좌 총수인 은청자가 말했다.


“꼴랑 대단하지도 않은 무술 몇 수를 가지고 생색내는 것이오? 그리고 언제 우리 단주님께서 훔쳐 배웠단 말이오? 장문인 자리를 훔친 건 오히려 그대 아니었소?”


은청자의 말에 화산 장문 양현치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뭐라? 네 놈이 뭔데 남의 일에 끼어드느냐?”

“일적매화단 단주보좌 총수, 은청자라고 하오. 단주님께 직접적인 일인 만큼 우리 단과 무관하다고 할 수 없소.”


눈빛 하나 바뀌지 않고, 입 하나 뻥끗거리지 않으면서 말하는 게 몇 번을 봐도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양현치가 검으로 은청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네 놈, 대체 무슨 요법으로 말을 하는 게냐?”

“언제부터 무림에서 복화술이 금지되었소? 내 얼굴이 다 망가져 안면 근육 하나도 움직일 수 없어서 그러거늘 그게 무슨 문제라도 된다는 것이오?”


안면 근육이 다 망가져서 그렇다고 하니 이자에게도 나름 사정이 있는 모양이다.


“이런 요괴같은 놈, 썩 꺼져라.”

“화산 장문인께서는 거대 문파의 일대종사로 왜 이리 옹졸하시오? 단주님을 보좌하는 게 내 역할이오. 그대가 덤빈다면 막아설 수밖에.”


은청자의 말투에는 자신이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는 뉘앙스가 담겨 있었다. 그만큼 화산 장문은 노기를 띠었다.


“좋다. 네 놈이 어디서 허접대기들 좀 상대했나본데, 너네 단주도 그렇고 나한테 안 된다는 걸 확실히 보여주지. 소강, 보이느냐? 예전과 다르다. 나의 완벽한 매화십삼소(梅花十三笑)를 보여주마!”


양현치가 검촉을 튕기자 퉁소소리 마냥 귓전을 울렸다. 그는 은청자의 주변을 빙글빙글 돌며 연달아 검촉을 튕겨 소리를 내었다. 한 번의 소리는 그냥 귓전을 울린단 느낌이었지만, 그게 중첩되자 단지 귓전을 울리는 게 아니라 내기를 흔드는 것이었다. 심지어 주변에서 구경하던 이들조차 내력이 높지 않은 이들은 구토까지 하며 멀리 떨어진다. 많은 고수들은 양현치의 이런 신공을 보며 감탄을 금지 못했다.


“매화십삼소가 초식만 해도 대단하다더니 말 그대로 그 소(笑)가 더욱 대단하구나!”


은청자는 묵묵히 서 있을 뿐이다. 안면 근육이 망가져서 표정 또한 없다보니 그가 겁을 먹었는지 아직도 자신이 충만한지조차 알 길이 없었다. 양현치는 열세번의 음공을 만든 다음 예리하게 찔러 들어갔다.


휘이익!


맞았다. 아니 맞은 줄 알았다. 검촉이 닿았다고 생각되는 순간, 간발의 차이로 은청자가 옆으로 비켜선다.


“개화만발이라 훌륭한 초식이었소.”

“네까짓 게 뭘 안다고 평가질이냐?”

“...”


양현치는 앞발로 걷어차는가 싶더니 어느새 몸을 돌려 크게 검을 휘두른다. 변화가 기이하여 피하려고 해도 유도탄 마냥 따라온다. 검조차 꺼내들지 않고 있던 은청자도 더 이상 안 되겠다고 느꼈는지 검을 들고 재빠르게 뒤로 세 걸음을 물러난다. 이어 음공을 일일이 쳐내며 음공이 펼친 진법 밖으로 빠져나왔다.


“매화십삼소를 뚫었다고? 이런 말도 안되는!”

“피~ 매화십삼소라고 하면 이렇게 하면 되겠소?”


은청자가 검촉을 튕기자 양현치가 냈던 소리와는 다른 소리가 났다. 양현치의 소리가 다소 둔탁한 감이 있다고 하면 은청자의 소리는 맑으면서 은은했다. 그러면서 귀 안 깊숙이까지 스며들어오는 느낌이다. 다시 말해 양현치의 음공은 듣는 순간, 방어기재가 발동하는 반면, 은청자의 음공은 소리에 매료되어 내기가 와해되는지도 모르고 빠져들게 하는 면이 있는 것이었다. 따라서 내공이 약한 이들이라고 해서 멀리 피할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쉽게 빠져들어 당하기 십상인 것이다.

양현치 스스로도 그 음공에 빠져들고 있었다. 동공이 풀리며 자신도 모르게 춤을 추기 시작한다. 화산의 제자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보다 못한 무당파의 제자 한 명이 활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쏜살같이 튀어나갔다. 재빠른 솜씨로 음공을 다 처내버린다.


“후배, 무당의 은비학이라고 합니다. 선배님께 한수를 청해보겠습니다.”


은청자가 고개를 돌리니 양현치는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춤을 추고 있었다. 은비학이 양현치에게 달려가 기해혈을 짚어 내공이 뒤틀리던 것을 막아주었다. 은청자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은비학이 검을 들고 크게 휘두르는가 싶더니 반원을 그리다가 돌연 방향을 틀어 가슴팍의 전중혈을 파고든다. 은청자는 뒤로 물러서며 튕겨냈다. 이어 은비학이 위로 솟구치는가 싶더니 발로 어깨에 있는 견정혈을 노리고 검으로 천령개를 노리는 수법을 연달아 8회를 시전한다. 마치 폴더를 8번 접었다 폈다하는 것과 같아 보이는 수법이다. 그 동작이 어찌나 민첩한지 무당의 제자들조차 입을 떡하니 벌리고 쳐다본다. 그런데 상대 또한 만만치 않다. 은청자는 그 수법 또한 완벽하게 막아내는 것이다.


“훌륭한 수법이오. 반월도살참이라.”


은비학이 뒤로 1장 가량을 물러나 포권의 예를 갖추고 물었다.


“본 검법은 당파에서도 아는 이가 몇 안 되는 검법인데 선배님께서는 이것을 어찌 아시는지요?”

“흠. 그건 맹초수에게 물어보면 알겠지.”


무표정한 얼굴의 은청자가 고개를 돌려 맹초수를 쳐다봤다. 맹초수는 현 무당의 장문인이었다. 손속이 매섭고 사나운 것으로 유명한 인물이기도 했다. 맹초수가 은청자를 사나운 눈빛으로 노려본다.


“비학아, 그자를 없애버리도록 해라. 살수집단의 총수이고, 개방 방주 살해범을 비호하는 자다. 화산의 수법을 훔쳤나 했더니 우리의 수법까지 훔친 모양이구나.”


은청자 역시 질세라 대꾸한다.


“그러는 장문인께선 무엇이 두려워 직접 나오지 못하는 것이오? 실력 대로 장문을 가리는 게 옳다는 주의 아니었소? 제자가 스승을 능가했으니 그럼 이제 무당의 장문인은 저 청년, 자재검 은비학인 것이오?”


은청자가 고개를 다시 돌려 은비학을 바라보며 포권의 예를 갖춘다.


“무당의 장문인을 뵈오.”


이 행동은 무당파를 모욕하는 것과 다름없는 아주 무례한 행동이었다. 은비학 역시 이런 모욕을 받고 참을 수는 없었다.


“선배님의 무위에 놀라 감탄했지만, 이런 대접을 받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습니다.”


은비학의 발놀림은 분명 무당의 정통 경공법인 제운종의 수법이었다. 헌데 무슨 제운종이 초상비처럼 빠르다. 모든 무림인들의 비학의 무위에 혀를 내둘렀다.


“과연 군계일학 무림지존이란 표현이 과언도 아니군. 내 평생에 제운종이 초상비를 능가할 정도라는 건 듣도 보도 못했던 일이로구만.”


비학은 서른도 되지 않은 나이에 당금 무림에서 최고라고 인정을 받은 인물이었다. 그는 어떠한 기연도 없이 젊은 나이에 그런 자리까지 올랐다. 워낙 타고난 자질이 빼어난 데다 취미가 무공수련이라 하루도 수련을 게을리한 적이 없었다.

은청자가 주먹을 내뻗자 은비학은 태극권의 수휘비파라는 초식을 펼쳐 양 손으로 누른다. 이어 운수의 수법으로 상대방의 팔을 마구 돌리다가 돌연 옥녀천사라는 초식으로 공격을 비껴낸다. 이어 금계독립의 초식을 펼쳐 옆으로 돌더니 야마분종의 수법으로 은청자의 왼발을 쳐냈다. 뒤이어 맞닿은 손을 추수로 밀어내더니 이어 반월도살참의 맹룡과강이라는 초식을 펼쳐 무영각과 같은 빠른 발차기의 수법으로 연결시켰다. 이와 같은 수법을 펼치는데 걸린 시간이 정말 순식간이었다. 남들 같으면 한, 두 가지 수법을 펼치기도 힘든 시간에 이런 일련의 수법을 다 펼쳐낸 것이다.

당황한 은청자는 은비학의 발차기를 일일이 막는다. 결국 뒤로 10여 장이나 밀려나고 말았다. 다시 거리를 둔 상태에서 은청자가 자신의 팔에 점혈을 시전했다. 은비학의 맹룡과강을 막느라고 이상이 생긴 모양이었다. 점혈을 마친 그는 갑자기 박수를 쳤다.


“맹초수라는 도둑놈은 확실히 운이 좋군. 장문인 자리도 도둑질로 얻더니 제자까지도 운 좋게 잘 얻은 모양이로군.”


그의 태도를 보면 확실히 무당의 장문인인 맹초수와 아는 사이 같아 보였다. 장로들이 물어도 맹초수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러던 중 장로 한 명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말했다.


“설마 그가 정명일리는 없을 테고.”


장로의 말을 들은 맹초수가 흠칫 놀라며 그를 노려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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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0화 개방 방주 살인 사건 (2) +2 21.08.09 646 1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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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9화 추녀와의 악연(?) (2) +4 21.08.07 771 11 18쪽
12 9화 추녀와의 악연(?) (1) +8 21.08.06 802 15 14쪽
11 8화 동상삼몽(同牀三夢) +10 21.08.05 802 1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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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6화 만독파(萬毒派) +10 21.08.01 1,042 19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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