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신현웅 님의 서재입니다.

롱 리브 더 데블킹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신현웅
작품등록일 :
2019.06.10 02:12
최근연재일 :
2020.01.06 14:45
연재수 :
90 회
조회수 :
8,623
추천수 :
142
글자수 :
510,676

작성
19.12.25 14:05
조회
29
추천
1
글자
11쪽

86화 마왕성에 온걸 환영하는 바다. 용사여.

DUMMY

“갑자기 안개가······.”


“뭐야? 재수 없게.”


시비스터 전체에 자욱한 수증기가 깔리자, 휘시스와 렙틸리아 난민들이 이를 불길하게 받아들였다. 가뜩이나 자신들의 고향이 불타오르고 도망친 타국에서도 거인들이 땅에서 솟으니, 마음 편히 잠을 잔 게 까마득한 옛날일 같았다. 그들은 하나같이 피곤해질 대로 피곤해져 한껏 예민해져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습한 안개를 피해 움직이니 유독 말끔하게 수증기가 거둬진 구역이 있었다. 시비스터의 중앙광장에 정확히 자를 대고 자른듯한 안개는 그 둘레를 에워쌌을 뿐, 그 안으로 먹구름 낀 하늘이 열리고 태양 빛이 내려오고 있었다. 난민들은 자연스럽게 광장으로 모이고 있었다.


그 빛 속에서 내려오는 그림자가 그들을 덮었다. 사람들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열린 하늘에서 날개를 달고 내려오는 것이 있었다. 강렬한 후광으로 난민들을 인도하는 그것은 마치 천사 같았다. 그 천사가 말했다.


“각자 본래 살던 터전으로 돌아가세요. 그곳의 시련은 이미 끝났습니다. 곧 여러분들 앞에 길이 나타날 거에요.”


아폴이 자신이 만든 비행장치위에서 사람들에게 말하고 있었다. 물론 만일에 대비해서 자신의 모습은 천으로 덮어 철저하게 숨겼다. 더불어 하늘에 구멍을 뚫은 것은 투스의 토템으로 만든 결계 덕분이었으며, 수증기는 온천장인 키클롭스의 마법이었다.


그들의 연출에 깜빡 속아 구원에 감사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의심하며 손가락질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마족들은 그런 인간들에 대해서도 계획을 짜두었다. 마침 난민들의 등 뒤에서 고블린 들과 리저드맨 무리, 그리고 불을 뿜으며 날뛰는 슈네트가 그것이었다.


혼란에 빠진 난민들 가운데로 알프레도와 크룩스가 달려와 외쳤다.


“배가 준비되었어요! 여기보다 각자 살던 나라가 안전합니다! 어서 배를 타고 달아나세요!”


뱃일이 익숙한 휘시스 사람들 덕분에 그들은 난민들을 배 위에 태우기만 하면 되었다.





“굳이 이런 번거롭고 귀찮은 짓을 해야 하나?”


키클롭스가 수증기를 거두며 툴툴댔다.


투스가 끌끌 웃으며 말했다.


“군중들의 난동만큼 무질서하고 무서운 게 없지. 이왕이면 방해꾼들이 없는 게 낫지 않겠나. 그보다 마왕성을 통째로 소환하다니. 오스먼드, 그 늙은 놈도 드디어 노망이 난 거야. 그보다 도련님은 어디 계시지?”


다행히 투스는 지팡이 걸음으로 멀리 가지도 않아 실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실크는 마왕성 앞에서 레오나와 대치하고 있었다.


“도련님!”


깜짝 놀란 투스가 결계로 실크를 보호하기 위해 달려갔지만, 생각과 다르게 두 사람은 싸울 기색 없어 조용했다. 오히려 레오나가 자리를 피하려 하고 있었다.





“난 너와의 결투에 패배한 걸 만회한다거나, 앙갚음하려고 여기에 있는 게 아니야. 그저, 저 안에 보고 싶은 사람이 있는 것뿐이야.”


실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미겔이라면 아마 성안에 있을 것이다. 따라오겠는가.”


“뭐? 내가 너랑?”


레오나가 질색하며 찡그렸지만, 실크는 대수롭지 않았다.


“이상한가?”


“아니야, 갈 거야. 마왕성으로.”


실크가 용사를 맞이하는 역대 마왕들처럼 목소리를 내리깔았다.


“마왕성에 온걸 환영하는 바다. 용사여.”


실크와 레오나가 성의 문을 열려고 할 때, 설리반이 막아섰다.


“잠깐만, 오스먼드가 무슨 짓을 할지도 모르는데 들어가겠다는 말이야?”


용사와 마왕의 대답은 간결했다.


“그렇다.”


“그렇다면 미겔을 구하러 가야지.”


설리반은 아직도 창포를 손에 쥐고 있었다. 오스먼드가 그녀에게 믿는다는 의미를 담아 창포를 준 건 아직 그녀가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일 텐데, 설리반은 아직도 그의 의중을 알지 못했다.


“나는 경고했어.”


설리반이 창포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이미 시들기 시작한 꽃은 축 처져 있었다.


“나와 용사는 각오했다.”


두 사람은 각자의 검을 쥐고 마왕성 안으로 들어갔다.





“챠오, 네 말이 맞다. 아주 고약한 마법이야.”


우르슬라가 마법의 생김새를 보건대, 챠오가 말한 대로 모든 생명체의 종족을 바꿔버리는 대규모 변이마법인 건 맞았다. 하지만 오스먼드의 꿈속에서 빠져나온 서큐버스의 정보와 합쳐보면, 제물 중 무언가 결함이 있는 게 문제였다.


이대로 마법이 진행되면 스켈레톤으로 변이하기 위해 몸이 분해될 때, 재구성하지 않고 마법이 끝나버리고 말 것이다. 그 말인즉슨, 모든 생명체의 소멸이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차라리 소멸마법이었다면 우르슬라가 상쇄라도 해보겠지만, 변질한 변이마법을 잘못 건드렸다간 또 다른 문제가 생겨버리고 말 것이다. 그러니 역으로 변이마법을 완성하고, 취소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안전한 방법이었다.


“오스먼드, 머리 좀 썼는걸? 하지만 우르슬라, 이 몸이 풀지 못할 마법은 이 세상에 없어. 제대로 된 제물만 다시 고치면 변이마법은 정상대로 굴러갈 거야. 그러면 내가 마법을 풀어주지.”


“무엇이 잘못된 제물인지 알 방법은 없는 것인가?”


챠오의 어깨를 잡은 스탕달이 우르슬라에게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부질없었다.


“개인사까지 꿰뚫어 보는 건 드래곤이 하는 일이 아니야. 이 제물들은 너희들과 잘 아는 사이가 아니야? 그러면 금방 찾아낼 수 있지 않겠어? 서큐버스가 오스먼드의 꿈속에서 알아낸 건 없는 거야?”


벨라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아크리치인 그의 명성에 걸맞게 정보의 양이 너무 많았어요. 저로선 마법의 구조를 알아낸 게 고작이었어요.”


우르슬라가 마법이 발동되기까지 약 반나절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고, 잠시 마왕성 안에 침묵이 흘렀다. 겨우 입을 뗀 건 게일이었다.


“제물의 조건이 뭐였지?”


게일의 물음에 크리스티안이 답했다.


“이름 마법의 창시자인 초대마왕과 엘프들의 신목. 그리고 인간들의 왕이에요.”


그들은 각자 제물들에 대해 알고 있는걸 말하기로 했다.


“거츠는 바크만 왕이 죽고, 내가 내정해둔 왕가의 핏줄이 닿아있는 왕손이다. 그리고 현재 유일한 테스널 왕국의 왕이지. 이점은 내가 보증한다.”


“저 나무에는 설리반이 사용하던 마법과 같은 종류의 마력을 가지고 있어요. 저 신목도 엘프들의 세계수임이 분명해요.”


거츠에 대해선 스탕달이 증언하고, 신목에 대해선 크리스티안이 확신하며 말했다.


게일은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는 초대마왕에 대한 의심을 품었다.


“반면에, 초대마왕님은 오스먼드가 부활의 오브로 되살린 인물이지. 그렇다면 그가 변질한 제물이 아니겠는가. 애초에 초대마왕이 아니라 다른 무언갈 소생시켰는지도 모르고, 애초에 살아생전의 기억이 있지도 않잖아.”


그러자 크리스티안이 바락 화를 내었다.


“천만에요! 저는 일평생 초대마왕님부터 지금까지 마계를 꾸리고 있었어요. 제가 초대마왕님을 못 알아볼까 봐서요? 물론 육체가 아닌 영혼만 되돌아와 인간의 몸에 들어가 계셨지만요.”


크리스티안은 괜히 불똥을 다른 곳에 돌렸다.


“그런데 당신은 왜 가만히 있어요? 당신도 가고일처럼 굳어있지 말고 뭐라도 좋으니까 알고 있는걸 말해요. 당신도 피해갈 수 없는 문제란 말예요.”


그녀가 노려본 사람은 미겔이었다. 마더슬라임을 따라 마왕성에 모인 사람들이 미겔을 보았다.


미겔은 챠오를 따라 레드드래곤을 타고 날아왔지만, 쓰레기를 뒤지던 부랑아가 해결할 문제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이곳에 있어야 할 이유도 모르겠고, 기껏 되찾은 몸을 다시 잃어버리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다. 미겔은 마법도, 검도 쓰지 못하는 빈민 출신이었다.


“나, 나라고 해서 쓸모 있는걸 알 리 없잖아. 난 그저 오랫동안 잃어버린 내 몸을 되찾았을 뿐이야! 마침 실크와 초대마왕이 이름 계약을 하면서 마족의 문장이 생겼길래, 문장의 목소리던가, 마법의 사념체 같은 시늉 하면서 그와 대화를 시작한 것뿐이라고.”


“그렇다면 미겔 당신의 몸에 초대마왕이 심어졌을 때부터 쭉 그와 감각을 공유하며 지켜봤다는 뜻이겠네요?”


벨라가 묻자 미겔이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그렇게 말하자면 그런 셈이지.”


“노목이란 사람도 당연히 봤을 테고.”


이번에는 게일이 물었다.


“그렇지. 약초엔 관심 없었지만, 초대마왕이 얼마나 열성적으로 배우는지, 나도 독버섯 정도는 구별할 줄은 알게 되었어.”


“그렇다면 부활 후의 초대마왕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바로 당신이에요. 미겔.”


크리스티안이 정리하며 말했다. 하지만 그래도 미겔은 확신을 두지 못하고 있었다.


“그건, 그렇지만.”


“잠깐 괜찮을까요.”


미겔이 어물거리며 망설여 할 때, 우르슬라가 찢으며 열어낸 아공간 속에서 거츠가 말했다.


“결함이라고 할 때부터 마음에 걸린 게 있습니다. 저는 테스널 왕국의 국왕이지만, 저에겐 결함이 있지요.”


스탕달이 거츠를 노려봤다. 주위에 아무도 없었다면 섭정 받는 꼭두각시 주제에 입을 다물라며 일갈했을 테지만, 거츠는 후작의 상상을 뛰어넘는 말을 꺼냈다.


“나는 엘라이자가 만든 골렘입니다.”


“골렘······?”


우르슬라가 흥미를 느끼며 그의 면모를 뜯어보았다.


“믿기 어려우시다면 혈관을 흐르는 수은을 확인하셔도 좋습니다.”


크리스티안이 단호하게 말했다.


“고백해줘서 고맙지만, 겨우 그런 걸 가지고 결함이라 말하는 게 아니야. 오스먼드는 자신이 직접 왕이 되려고 했어. 중요한 건 종족이 아니라 직위란 거지, 그 이야기는 네가 골렘이든 루가루든 제물로써는 아무 상관없다는 뜻이야. 바크만 선왕이 죽지 않았다면 문제겠지만. 그는 확실히 죽었지?”


스탕달이 답했다.


“내가 직접 이 손으로 찔렀지. 바크만은 죽었고, 현왕은 두말할 것도 없이 거츠다. 다른 왕가의 핏줄이 있었다면 내가 모를 리가 없을 것이고.”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각각의 제물 모두 결함을 뜯어보면 짚일만한 게 있었고, 반대로 말하자면 하나같이 대수롭지 않은 것이기도 했다.





딱!


지팡이가 바닥에 찍히는 소리가 홀 안에 울렸다.


“늙은이라고 제쳐두고 젊은 사람들끼리 모여서 머리를 맞대면 뭔가 답이라도 나올 줄 알았나?”


“투스!”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라 마왕성의 식구들이 투스를 반겼다. 뒤이어서 슈네트와 실크가 들어왔다. 손님들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고, 엘프 설리반과 왕비 엘라이자, 마지막으로 용사 레오나가 홀 안으로 들어왔다.


레오나가 마왕성 안에 들어오며 제일 먼저 찾은 인물은 당연히 미겔이었다. 하지만 미겔은 레오나의 시선을 애써 외면하고 있었다. 초대마왕과 레오나 사이에 묘한 분위기가 있었다는 건 자신도 익히 알고 있는지라, 가장 불편한 장소에서 가장 불편한 사람이 바로 그녀였다.


“모두 모였군요.”


벨라의 수면제로 얌전히 자는 줄 알았던 오스먼드가 눈을 떴다. 그의 앞에는 마족과 엘프, 그리고 인간 할 것 없이 자신을 막으려는 자들로 가득했다. 그는 만족스러워 턱관절을 딱딱 부딪쳤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롱 리브 더 데블킹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휴재 공지] 12월 23일 연재는 쉬어갑니다. 19.12.23 22 0 -
90 마지막화 믿겠습니다. 20.01.06 59 1 13쪽
89 89화 이름은 곧 운명을 뜻하는 것이다. 20.01.01 39 1 12쪽
88 88화 아무도 네게 세상을 구하란 소린 안 해. 19.12.30 35 1 11쪽
87 87화 해치웠나? 19.12.27 31 1 11쪽
» 86화 마왕성에 온걸 환영하는 바다. 용사여. 19.12.25 30 1 11쪽
85 85화 아파하는 나 자신이 얼마나 가련하던지. 19.12.20 33 1 11쪽
84 84화 벨라! 으악! 으아악! 19.12.18 34 1 11쪽
83 83화 평등한 세상을 만들자구요. 19.12.16 30 1 11쪽
82 82화 저를 데려가세요. 19.12.13 37 1 11쪽
81 81화 방구석에 처박혀있던 쓰레기라고 했다! 19.12.11 30 1 12쪽
80 80화 나는 여왕이야. 19.12.09 34 1 12쪽
79 79화 저는 마왕이 아녜요. 약초꾼이죠. 19.12.06 34 1 11쪽
78 78화 후회할 거면 말썽을 부리기 전에 고민해주세요. 19.12.04 37 1 11쪽
77 77화 제발 좀 나를 내버려 둬! 19.12.02 56 1 11쪽
76 76화 늦었군, 후배 마왕. 19.11.29 52 1 12쪽
75 75화 말만 하라고! 뭘 갖고 싶은가! 19.11.27 35 1 12쪽
74 74화 만수무강하소서. 마왕 폐하. +1 19.11.25 34 1 12쪽
73 73화 에취! 19.11.22 31 1 12쪽
72 72화 일어나셨나요, 달링? 19.11.20 42 1 12쪽
71 71화 드래곤은 아직 한창 잘 시간이라고! 19.11.18 38 1 11쪽
70 70화 삼키라니까요! 19.11.15 35 1 12쪽
69 69화 모두 하나같이 멍청하고 잔인하기 짝이 없어. 19.11.13 35 1 11쪽
68 68화 스튜는 좋아하나? 좋아해야 할 거야. 19.11.11 37 1 12쪽
67 67화 그렇군. 하지만, 거절한다. 19.11.08 34 1 12쪽
66 66화 건들면 문다. 19.11.06 40 1 12쪽
65 65화 애는 착해. +1 19.11.04 36 1 11쪽
64 64화 도시락인가, 아폴의? 19.11.01 30 1 11쪽
63 63화 이것은 용사의 데뷔 무대인가. 19.10.30 35 1 12쪽
62 62화 단단히 홀리셨군요. 19.10.28 38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