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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웅 님의 서재입니다.

롱 리브 더 데블킹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신현웅
작품등록일 :
2019.06.10 02:12
최근연재일 :
2020.01.06 14:45
연재수 :
90 회
조회수 :
8,640
추천수 :
142
글자수 :
510,676

작성
19.12.02 01:53
조회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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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1쪽

77화 제발 좀 나를 내버려 둬!

DUMMY

오비디언이 실크에게 한 방 먹었지만, 여전히 태평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여긴 어디지?”


실크는 오비디언을 타격 했을 때도 그렇고, 풀밭에서 눈을 떴을 때부터 마치 물속을 걷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오비디언은 턱을 매만지며 답했다.


“마왕의 검의 내부라고 하면 맞는 말인지 모르겠군. 이전 마왕으로부터 설명을 들었지만, 그렇다고 이해하긴 쉽지 않았지. 확실한 건 자네는 마검에 정신을 먹혀버린 것이다.”


오비디언은 메말라진 공기를 들이쉬더니, 이어 말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도 마왕의 검을 쥐고 있는 네 녀석은 또 다른 왕국을 부수고 있군. 젊어서 좋구만.”


“나는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그런 걸 알고 있는 것인가?”


“마왕의 검에는 내 마력도 들어있지. 그러니 바깥의 상황을 알 수 있다. 내가 인수인계라고 했지. 그것은 역대 마왕들처럼 검에 자기 마력을 바치는 일이다. 나는 이제 떠나고, 네가 이 자리를 지킬 것이다. 그러니 마력을 최대한 발산하며 붙어보자는 얘기다!”


오비디언이 실크의 다리를 걸어 그대로 뒤로 넘어트렸고, 그의 분신이 넘어진 실크의 머리에 주먹을 내리꽂았다. 오비디언이 내리꽂은 주먹을 치우니, 그 밑에는 성난 곰의 얼굴이 나타났다.


“그어엉!”


곰으로 변한 실크가 앞발을 휘둘러 분신의 목을 후려치자, 분신은 그대로 쓰러져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오비디언이 그 틈을 놓칠세라 실크의 머리를 붙잡아 조르며 소리쳤다.


“좋아, 좋아! 마음에 든다! 내가 사람을 잘못 보지 않았지! 그날 내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선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어! 이렇게 훌륭하게 강해지다니!”


실크는 등에 매달린 오비디언을 달고 뛰며, 숲속 깊은 곳까지 끌고 갔다. 그리고 두꺼운 나무와 바위 따위에 등으로 내려찍어 달리며 오비디언을 떨어트리려고 했다.


덕분에 실크의 등과 옆구리에 크고 작은 상처들이 생겼지만, 그것은 오비디언에게도 무시 못 할 데미지가 박히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조여오는 숨통 탓에 의식이 희미해질 무렵, 실크는 눈앞에 보이는 호수에 몸을 던졌다. 덕분에 목을 조르던 오비디언의 팔이 풀리고, 실크는 수면으로 올라가고 나서야 숨을 틜 수 있었다.


그동안 오비디언이 실크의 목을 졸랐으니, 이젠 그의 차례였다. 사실 곰은 둔중한 덩치에 비해 수영을 잘하는 편이다. 그 때문에 물에 익숙지 않은 오비디언의 목을 노리는 것은 쉬운 일이었고, 실크는 날 선 이빨이 박혀있는 주둥이를 벌렸다.


결국, 오비디언이 제 목에 이빨이 닿자 두 손을 들고 항복 의사를 밝혔다. 그리고 호수에서 나온 두 사람은 젖은 몸으로 마른 바위 위에서 숨을 골랐다.


“내 패배다. 이것으로 인수인계를 종료한다.”


오비디언의 말과 함께 실크가 마왕의 검에 동화되며 이성을 잃은 자신의 모습을 제삼자의 시선으로 볼 수 있었다. 이성을 잃은 자신은 온몸에 피 칠갑을 하고 쉼 없이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럼······. 모두 끝난 건가?”


“이미 끝났다. 마왕으로서 추구하는 바를 듣고, 마력을 방출하면 되는 것이다. 만약 네게 자질이 부족했다면, 지금 이 단계에서 쫓아내 버리려고 생각했었지. 하지만 넌 합격이다. 네가 원하는 마계를 꾸리기 위해 해야 할 일을 하라. 내 마지막 명령이다.”


오비디언이 실크의 가슴께를 밀쳐내자, 실크는 제정신을 되찾아 전장 한가운데서 눈을 떴다. 모래바람이 살갗을 때리고 피 얼룩에 엉겨 붙었다. 그런 실크의 기분이 썩 유쾌할 리 없었다.


게다가 시선을 두는 곳마다 부서진 건물이나 피를 흘리는 시체가 누워있었다. 그들의 복장을 보아하니, 높은 신분의 왕족 내지는 고위 귀족들이었다. 따라서 해당 왕국은 이미 망국이 되어버린 것과 다름없었다. 살아남은 사람들이 국가를 다시 바로 세우려 수습을 할지라도, 아주 오랜 시간이 필요할 듯싶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갑자기 발밑에 포탈이 열리며 실크는 그 밑으로 떨어져야 했다. 포탈은 오비디언의 마법이었다. 자신에게 검을 쥐여준 것도 그의 의도였다. 아크리치는 이성을 잃은 자신을 본인의 뜻대로 움직이려 하고 있었다. 이제 실크는 아크리치의 꼭두각시가 되지 않을 것이다.


포탈의 반대편은 테스널 왕국, 그것도 거츠와 엘라이자가 있는 집무실 안이었다. 거츠와 엘라이자가 검을 쥐고 나타난 마왕과 대화를 시도할 리 없었다. 다만 왕과 왕비는 테스널 왕국 이름으로 침입자를 막을 준비가 되어있을 뿐이었다.





“일이 그렇게 된 거구나.”


알프레도가 미겔이 툭 던지듯 뱉은 말에 대답했다.


“네? 뭐가요?”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렇게 말한 미겔은 스스로 자신의 뺨을 때리며 소리쳤다.


“이건 내 몸이야! 네 멋대로 말하지 말란 말이야!”


그러자 미겔이 스스로 팔을 움켜쥐고 항변했다.


“네 멋대로 끼어든 건 내가 아닌 것 같은데. 나는 지금까지 미겔로 살고 있었어. 이제 와서 나보고 초대마왕이었다는 말을 쉽게 이해할 리 없잖아. 심지어 나는 용사지망생이었어!”


미겔이 같은 목소리로 두 가지의 말투를 쓰니, 알프레도가 보기에 영 꺼림칙했다. 추위에 오랜 시간 방치되다 보면 또 하나의 인격이라도 생기는 걸까.


간혹 그런 사람들이 있었다. 미겔의 나이쯤 하는 또래들은 자신이 세상의 최강자라고 믿으며, 저주의 걸린 눈이나 블랙 드래곤이 봉인된 왼팔 운운하면서 스스로 붕대를 감기도 했다. 먼 훗날 술자리에서 친구들에게 “야 그러고 보니 너 예전에 왼팔에 봉인된 블랙 드래곤 뭐시기라고? 그때 그거 다시 한번 해봐봐!”라면서 안줏거리가 되곤 하는 그런 것이었다.


알프레도는 그런 미겔을 안쓰러운 시선으로 봤다. 외모도 곱상하고, 능력도 있는 사람이 왜 저럴까. 알프레도가 무슨 생각을 갖고 있든, 미겔은 자신과의 언쟁을 멈추지 않았다.


“내가 미겔로 태어났고, 그 망할 노목에게 이상한 걸 당해서 영혼을 빼앗기고, 서큐버스에게도 협박당해서 그동안 잠자코 있었을 뿐이야! 내가 피해자란 말이야! 어째서 네가 당당한 거지?”


“스승님을 모욕하지마. 게다가 네가 네 몸으로 산 시간보다 내가 차지한 시간이 더 길지? 그러면 이제 내 몸이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


“저기 좀, 무섭기 시작해지는데요.”


알프레도가 방패를 올려잡고 뒷걸음치기 시작했다. 그가 스스로 자해하는 미겔을 말려야 하나 고민할 때, 미겔이 돌연 다가와 알프레도의 어깨를 붙잡았다.


“으악!”


알프레도가 괴성을 질렀지만, 미겔은 여전히 이중인격에 사로잡혀 있었다.


“다 필요 없어! 어차피 이 녀석이 벨라란 서큐버스를 꺼낼 때, 그 옆에 있는 내 몸도 꺼내 달라고 하면 되잖아!”


“이 녀석이 아니라, 알프레도셔. 추운 눈밭에서 우리에게 옷을 준 고마운 분이고.”


“알았어요! 알았다고요! 벨라를 구해줄 때, 그 옆에 있는 당신의 몸······. 도 꺼내줄게요. 됐죠? 그게 무슨 뜻인진 전 잘 모르겠으니, 더는 절 쏘아붙이지 말아요. 진짜 농담 안 하고 무섭다니까요!”


알프레도가 질렸다며 소리쳤다.





루가루의 숲은 여전히 빛이 한점 들어오지 않는 밀림 속이라, 두 사람은 빛을 내는 벌레에 의지해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 빽빽한 밀림이 눈과 찬 바람을 막아주었지만, 간간이 관목 사이로 바스락대는 짐승들의 소리가 영 거슬렸다.


“뭔가 저희를 노리고 있는 것 같아요.”


앞서가던 알프레도가 가는 끈으로 연결된 함정을 보지 못하고 그대로 발로 걸어 작동시켜 버렸다. 그 탓에 머리 위에서 커다란 바구니가 알프레도를 덮어버렸다. 멀찌감치 뒤에서 따라오던 미겔이 바구니에 올라가 있는 두 사람을 알아보아 손을 흔들었다.


“슈안과 엔버잖아. 오랜만이야.”


여우 루가루인 슈안과, 마나홀이 파괴되어 인간이 되어버린 엔버가 고개를 들었다.


“마왕님은 안 보이네?” 슈안이 말했다.


“왜 혼자 온 거야?”


“이 사람은 누구고?”


“쇠 냄새가 나.”


“병사인가 봐.”


“있지,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어!”


“루가루 출신의 인간들이 돌아와서 살고 있어.”


“우리 아버지는 돌아오지 않았지만, 어차피 잘됐어. 반갑지도 않았거든.” 엔버가 고개를 돌리며 투정 부렸다.


어린 루가루들의 끊임없는 수다가 끝나자, 미겔이 용건을 말했다.


“우린 결정석에 갇혀있는 사람들을 구출하기 위해 왔어. 중요한 사람들이거든.”


“그렇구나아. 그 사람들, 우리가 이끼 같은 게 끼지 않도록 매일 매일 닦아주고 있어.”


“그런데, 인제 그만 알프레도를 풀어주지 않을래? 그 사람이 결정석을 녹일 수 있거든. 슬슬 숨이 막힐 것 같고.”


슈안과 엔버가 물러나며 알프레도를 덮어뒀던 바구니를 열어주었다. 어린 루가루들이 바구니 안을 어찌나 공들여 막았는지, 풀과 진흙을 뒤집어쓴 알프레도가 기어 나왔다.


“켁, 켁. 어릴 때 이런 식으로 작은 들쥐나 새를 잡았었는데, 그대로 제가 당할 줄 몰랐네요.”


엔버와 슈안이 두 사람을 안내했다.


“우릴”


“따라와!”





루가루들이 보호하고 있던 벨라의 결정석은 예전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찡그리며 웅크린 그녀를 안쓰럽게 보던 알프레도가 아폴이 일러준 대로 방패를 조작해 토템의 모양으로 바꾸었다. 그가 토템을 결정석에 꽂자, 토템이 결정석을 마나로 분해하기 시작했다. 마나는 분해되자마자 흩어지며 사라졌다.


결정석에서 풀려난 벨라는 오랜 시간 갇혀있던 탓에 몸에 힘을 주지 못해 그대로 앞으로 쓰러져 버렸다. 알프레도가 가까스로 그녀를 받아내었지만, 벨라는 없는 힘을 긁어모아 말했다.


“저 결정석을 녹이면 안 돼······!”


“뭐?”


알프레도가 뒤돌아보자, 미겔이 알프레도가 쥐고 있던 토템을 빼앗아 자신의 영혼이 갇혀있는 결정석에 꽂으려 했다. 벨라의 경고를 듣고 뒤늦게 알프레도가 막으려 했지만, 벨라가 품에 있는 탓에 미겔을 막기 힘들었다.


찰박!


“뭐야, 이건!”


미겔의 손목을 잡아 토템을 막은 것은 슬라임이었다. 슬라임으로 이루어진 몸이 토템 탓에 마력으로 분해되고 있었지만, 절대 미겔의 손을 놓지 않았다.


먼저 온 크리스티안을 쫓아 스탕달과 챠오, 그리고 게일이 나타났고, 게일이 벨라에게 외쳤다.


“벨라! 오랜만이지만, 그게 무슨 뜻이야?”


“저 안에 봉인된 건, 서큐버스 여왕님이 아니에요······.”


그러자 미겔이 외쳤다.


“그래! 안에 들어있는 것은 내 영혼이야! 바로 내 것이라고!”


하지만 미겔이 슬라임을 찌르고 있던 토템을 다른 팔로 저지하며 말했다.


“그만! 마더슬라임이 괴로워하잖아! 토템에서 손을 떼라고!”


“너도, 저 병사도! 이미 약속했잖아! 인제 와서 딴소리하지마!”


미겔에게서 이중인격의 모습이 나타나자, 스탕달이 앞장서서 말했다.


“제정신이 아니군, 그 안에 있는 건 내 아내이다.”


“헛소리하지마! 이 안에 있는 건 내 영혼이야! 네 아내인지, 내 영혼인지 결정석을 녹여보면 알 수 있는 일이잖아! 제발 좀 나를 내버려 둬!”


미겔은 방해되는 슬라임을 치워버리고, 결정석에 토템을 박아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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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89화 이름은 곧 운명을 뜻하는 것이다. 20.01.01 40 1 12쪽
88 88화 아무도 네게 세상을 구하란 소린 안 해. 19.12.30 35 1 11쪽
87 87화 해치웠나? 19.12.27 32 1 11쪽
86 86화 마왕성에 온걸 환영하는 바다. 용사여. 19.12.25 30 1 11쪽
85 85화 아파하는 나 자신이 얼마나 가련하던지. 19.12.20 33 1 11쪽
84 84화 벨라! 으악! 으아악! 19.12.18 34 1 11쪽
83 83화 평등한 세상을 만들자구요. 19.12.16 31 1 11쪽
82 82화 저를 데려가세요. 19.12.13 37 1 11쪽
81 81화 방구석에 처박혀있던 쓰레기라고 했다! 19.12.11 31 1 12쪽
80 80화 나는 여왕이야. 19.12.09 35 1 12쪽
79 79화 저는 마왕이 아녜요. 약초꾼이죠. 19.12.06 35 1 11쪽
78 78화 후회할 거면 말썽을 부리기 전에 고민해주세요. 19.12.04 38 1 11쪽
» 77화 제발 좀 나를 내버려 둬! 19.12.02 57 1 11쪽
76 76화 늦었군, 후배 마왕. 19.11.29 52 1 12쪽
75 75화 말만 하라고! 뭘 갖고 싶은가! 19.11.27 36 1 12쪽
74 74화 만수무강하소서. 마왕 폐하. +1 19.11.25 35 1 12쪽
73 73화 에취! 19.11.22 31 1 12쪽
72 72화 일어나셨나요, 달링? 19.11.20 43 1 12쪽
71 71화 드래곤은 아직 한창 잘 시간이라고! 19.11.18 38 1 11쪽
70 70화 삼키라니까요! 19.11.15 35 1 12쪽
69 69화 모두 하나같이 멍청하고 잔인하기 짝이 없어. 19.11.13 35 1 11쪽
68 68화 스튜는 좋아하나? 좋아해야 할 거야. 19.11.11 38 1 12쪽
67 67화 그렇군. 하지만, 거절한다. 19.11.08 35 1 12쪽
66 66화 건들면 문다. 19.11.06 41 1 12쪽
65 65화 애는 착해. +1 19.11.04 37 1 11쪽
64 64화 도시락인가, 아폴의? 19.11.01 30 1 11쪽
63 63화 이것은 용사의 데뷔 무대인가. 19.10.30 35 1 12쪽
62 62화 단단히 홀리셨군요. 19.10.28 3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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