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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웅 님의 서재입니다.

롱 리브 더 데블킹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신현웅
작품등록일 :
2019.06.10 02:12
최근연재일 :
2020.01.06 14:45
연재수 :
90 회
조회수 :
8,645
추천수 :
142
글자수 :
510,676

작성
19.12.13 12:58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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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82화 저를 데려가세요.

DUMMY

레오나가 루가루의 숲에 다다랐을 땐, 이미 미겔과 알프레도는 숲을 떠난 이후였다. 남겨진 흔적을 보니 간발의 차였던 것 같았다. 레오나는 마법진의 흔적을 읽을 수 있었고, 곧 오스먼드의 마법임을 알 수 있었다.


“오스먼드, 만인의 적이 되었군.”


“오스먼드가 누구죠?”


“······그런 못된 녀석이 있어. 장난을 좋아하고, 현실 감각이 반쯤 맛이 가버리고, 그러면서 강력한 마법을 가지고 있고, 어쩌다 정신이 멀쩡하다 싶으면 금세 뒤통수를 치는.”


호세가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치매 걸린 분이시군요. 힘드셨겠어요.”


생각지도 못한 평가에 레오나가 호세를 돌아보았다.


“제가 살던 곳에도 그런 노인이 한 명 있었죠. 단 걸 좋아하셨는데, 구할 방법을 몰라서 사탕수수밭을 몽땅 불태워버린 적이 있었어요. 그러면 쿠키가 구워지는 줄 알았다나요. 그런데 한번 마을에 큰 홍수가 났는데, 그분이 커다란 나무를 베어 넘어트려서 도축장을 부수고 길을 막아버린 거예요. 모든 마을 사람들이 그 노인을 욕했죠. 그런데 웬걸요? 덕분에 물살의 방향이 바뀌며 피해가 번지는 걸 막을 수 있었어요. 다친 사람도 없었고요.”


“순전히 운이 좋았던 것뿐이겠지.”


레오나는 수많은 발자국 속에서 무언가 단서를 찾으려고 애썼다. 덕분에 그녀는 작은 천 조각을 손에 쥘 수 있었는데, 그 천에 자수된 실과 도안이 레오나의 눈에 익었다.


호세가 단호하게 말했다.


“아뇨. 그분은 별다른 피붙이도 안 계셔서 제가 그분의 임종을 지켜드린 적이 있었는데요. 알고 보니 그분은 일부러 미친 척하고 지내셨던 거였대요. 젊을 때 자신의 능력을 무서워한 사람이 많았다나요? 그래서 그동안 사람들을 떨어트려 놓느라 무척이나 외로우셨대요.”


호세가 품속에서 목걸이를 하나 꺼냈다. 목걸이 끝에는 푸른 물방울 모양의 보석이 달려있었다. 보석의 안에는 광석이라면 가져서 안 될 풀잎이 들어있었다.


“그분이 마지막으로 가시기 전에 제게 고맙다며 선물해주신 거예요. 행운을 불러다 준다고 하더라구요. 물론 제가 미신에 연연해 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어째선지 늘 차고 다니고 있었어요. 덕분에 짭짤하게 재미 본 것도 많았죠.”


레오나는 바닥에서 주운 천 조각이 어렵지 않게 스탕달의 옷자락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귀족인 주제에 험한 꼴 보고다니는구만.’이라고 생각한 그녀는 도로 천 조각을 진흙 위에 버리고 진흙으로 들어가도록 지근 밟았다.


그때 갑자기 머리 위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루가루다! 우리 동족이야!”


“처음 보는 얼굴인데, 다른 루가루 마을이 있었던 걸까?”


“설마! 루가루는 루가루 숲이 아니면 지내기 힘든걸? 맛있는 벌레도 없고, 달콤한 수액도 얻을 수 없단 말이야.”


두 사람을 보고 슈안과 엔버가 말다툼했다.


“이만 가지.” 레오나가 말했다.


하지만 엔버와 슈안은 길을 막고 저들끼리 수다를 늘었을 뿐이었다.


“쇠 냄새가 나.”


“이쪽은 묵은 나무 냄새가 나고!”


“이상하다, 그치?”


“보통은 인간이 쇠 냄새를 풍기고, 루가루가 나무 냄새를 풍길 텐데!”


“루가루 언니, 그 옷의 주인 쫓고 있어?”


“우리가 알고 있어!”


“그 대신이란 거엔 뭐하지만”


“우리 부탁을 들어줘!”


“우리가 꽃으로 목걸이를 만들었는데!”


“투스 할아버지에게 선물해주고 싶어!”


“어차피 근처를 지나야 할 테니까, 나쁜 얘기는 아니지?”


“그치?”


그렇지만 레오나는 단호했다.


“싫어. 어차피 테스널 왕국으로 향하는 게 아닌가? 너희들 도움은 필요 없어. 투스라면 나도 아는 녀석이다. 적으로 만나서 안 좋게 헤어졌지. 날 보면 죽이려 들 거다.”


“에이, 어차피 테스널 왕국으로 향한다면, 데려다주죠? 투스라는 사람하고 만나지 않고 근처까지 데려다주면 되는 거잖아요? 사람 사는 세상 그렇게 팍팍하게 살지 말아요, 우리.”


호세가 넉살 좋게 웃자, 레오나는 꿍한 얼굴을 지었다.


“······근처까지만 갈 거야. 그들의 마을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고.”


슈안과 엔버가 소리쳤다.


“야호!”






크리스티안의 일부를 잘라내면, 그 잘린 몸에서 새로운 슬라임이 태어난다. 그녀가 마더슬라임이라고 불리는 이유였다. 그리고 그녀는 자식의 위치를 알 수 있으며, 자식들도 마찬가지였다.


오스먼드가 넘어간 포탈 속으로 슬라임을 떼어낸 덕분에, 크리스티안은 그가 있는 곳이 시비스터임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크리스티안이 운반할 수 있는 인원을 훌쩍 넘은 사람들이었다.


크리스티안은 마왕성 동료인 게일과 벨라는 물론이고, 스탕달과 알프레도, 미겔과 챠오까지 운반할 힘이 없었다. 그러니 당장 싸울 수 있는 정예만 골라서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


일단 벨라는 시비스터에서 오래 지냈던 경력이 있었고, 게일도 포탈을 막을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 두 사람은 반드시 데려가야 했다. 그리고 스탕달이 슬라임으로 이동하기 싫어 한 발 뒤로 빼려 했으나, 그는 회복 아티팩트를 가지고 있었고, 권력으로 인간들을 다룰 수 있으니 필요한 인물이었다.


반면에 알프레도가 벨라와 함께 가길 강력하게 원했지만, 몸을 되찾은 미겔과 어린 챠오를 지켜줄 인물이 한 명은 꼭 필요했다. 그러니 그들은 마계에 남아서 루가루와 리저드맨의 지원을 요청하면 좋을 것이다.


이미 루가루들은 소식을 듣고 마족을 지키기 위해 움직일 채비를 하고 있었으니 남은 것은 리저드맨뿐이었다.





“······좋아요. 준비됐죠?”


크리스티안이 벨라와 게일, 그리고 스탕달을 집어삼켜 도약할 준비를 했다. 스탕달이 싫어하는 소리를 내었지만, 그 투정이 익숙한지 크리스티안은 가볍게 무시했다.


“아니, 나는 천천히······.”


“그럼 뜁니다!”


전투 인원들을 감싸고 뛰어오른 그녀를 보며, 챠오가 상황을 정리하며 말했다.


“저희는 리저드맨 마을과 키클 온천 쪽의 상황을 설명하고 지원을 요청할 거예요.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챠오가 미겔을 보았다.


“형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전 지금까지 몇 년 동안이나 결정석 속에 갇힌 당신을 여왕님으로 착각하고 살았다구요. 말하기 싫다면 억지로 잠재워서 꿈속을 뒤져볼 테지만, 남자의 꿈을 뒤져보는 건 썩 유쾌하지 않아요.”


갈 길이 바쁘니 먼저 앞장서는 챠오를 보고, 알프레도가 말했다.


“보기와 다르게 똑 부러지는 녀석이네. 그리고 당신도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어. 불과 몇 시간 전에는 뭐랄까······. 듬직했었는데 말이야.”


알프레도도 미겔을 두고 챠오를 따라 가버렸다. 미겔은 원하던 몸을 되찾았고, 가고 싶은 곳을 찾아가면 될 터였다. 그는 자유의 몸이 되었다.


하지만 미겔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빛이 들지 않는 숲속엔 끊임없이 무언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고, 무릎 위로 사람 머리만 한 벌레가 올라오려고 하고 있었다. 게다가 소란통에 그를 호기심 깊게 보는 루가루의 눈동자가 빛을 내고 있었고, 그 수가 많아지고 있었다. 아무리 쇠퇴해버렸다고 해도, 그가 서 있는 곳은 엄연히 마계였다. 마족들이 앞서 떠난 사람들과 호의적인 걸 생각하면, 그들을 따라가야 생존할 확률이 높은 게 당연했다.


미겔은 알프레도가 앞서서 쥐고 간 횃불을 따라 달려가기 시작했다.





우르슬라는 슈네트를 닦달하며 거울을 기어코 받아내었다. 사실 거울 같은 잡다한 장신구는 아폴이 만든 것이지만, 우르슬라에게 그런 사소한 것 따윈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다듬어진 붉은 뿔을 보며 자기 자신과 사랑에 빠져있었다. 우르슬라에겐 다른 잡다한 일보다 자신의 외모가 가장 중요했다.


“너처럼 아리따운 드래곤은 이 세상에 어디에도 없을 거야.”


“어쩜 그렇게 매끄러운 뿔을 갖게 되신 거죠? 비결이라도 있으신가요?”


“아이참, 타고난 거죠. 알에서 깨고 나왔을 때부터 이렇게 잘났답니다.”


우르슬라는 연신 자신의 외모에 대해 칭찬을 늘어놓았으며, 거울에 입을 맞추고 내려놓으니 그녀의 앞에 크룩스가 서 있었다.


“꺄악!”


“으악!”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보며 비명을 질렀다. 이미 붉은 레드 용의 얼굴이 더더욱 새빨개졌다. 우르슬라가 말을 더듬었다.


“너, 너. 어디서부터······, 어디서부터 본 거야.”


크룩스는 거울에 입을 맞춘 것밖에 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물론 ‘너처럼 아리따운 드래곤’이란 대목부터 봤지만, 사실대로 말했다간 사지가 갈가리 찢겨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레드드래곤은 헛기침했다.


“노크도 없이 숙녀의 방을 훔쳐보다니 말이야, 열등한 인간들은 그런 예의 같은 게 없는 거야?”


“서른 번은 족히 두드렸지만, 이젠 상관없는 일이겠지요. 이렇게 찾아뵙게 된 이유는 손님이 왔기 때문입니다.”


우르슬라는 꼬리를 바닥에 가볍게 두드려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했다. 그녀를 찾아온 손님은 다름 아닌 뿔을 다듬어준 챠오였다.


“챠오! 혹시 내 밑에서 일해볼 생각이 든 거야? 나는 언제나 환영이야.”


우르슬라의 환영에 챠오는 빙긋 웃었다.


“아니요, 제가 온 이유는 한가지 궁금증이 있어서예요. 답변에 따라서는 제가 화낼 수도 있을 거예요.”


미숙하고 어린 인큐버스가 드래곤에게 화를 낸다는 표현을 하니, 우르슬라의 눈에 그가 그렇게 귀여워 보일 수가 없었다. 그녀는 손을 가볍게 팔랑이며 질문을 허락했다.


“우르슬라님. 당신은 오스먼드가 모든 종족을 지워버리려는 걸 알고 있었습니까?”


하지만 챠오의 질문은 전혀 귀엽지 않았다. 우르슬라는 정색하며 말했다.


“꼬맹아. 지금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이해하고 있니?”


“물론이죠. 당신은 직간접적으로 오스먼드를 도와 모든 종족을 스켈레톤으로 바꾸는 것에 협력했어요. 비록 제가 당신을 벌할 힘은 없어도, 당신이 반론하지 않는다면 세상이 당신을 미워할 거예요.”


“세상에 스켈레톤? 스켈레톤이라고 말했어? 내가 그런 뼈다귀가 되는걸 원할 거라 생각한 거야? 물론, 아니지! 하지만 챠오.”


드래곤은 거울을 깨트려 그 조각을 챠오의 목에 겨누었다. 알프레도와 크룩스가 말릴 틈조차 없었다.


“네가 그런 망언을 하는 것은 증거가 있기 때문이겠지? 증거 없이 그저 떠본 말이라면, 더는 나의 총애를 바라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드래곤의 호의를 받았다고 분수를 잊는 녀석들을 벌하는 게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니까.”


챠오는 침을 삼켰다.


“증거요? 증거야 당연히 있지요. 지금 당장 시비스터로 날아가면 됩니다. 만약 우르슬라님이 무결하시다면······.”


챠오는 확실한 보험을 들고 싶었다. 우르슬라는 아크리치의 마나홀을 보관하고 있었을 뿐이니, 그의 계획이 뭔지 알리도 없었을 것이다. 그저 미친 해골이 무언가 저지르려나 정도만 알았을 테고, 설마 드래곤인 자신에게 피해가 오지 않았으리라 믿고 있었을 것이다. 챠오는 그런 레드드래곤을 아군으로 끌어들여 적극적인 개입을 시키려 했다.


챠오는 가만히 앉아서 구원받기를 원하지 않았다. 자신의 능력이 닿는 만큼, 누나에게 그리고 마족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 어린 그의 입에서 나온 것은 꽤 무거운 말이었다.


“저를 데려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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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마지막화 믿겠습니다. 20.01.06 60 1 13쪽
89 89화 이름은 곧 운명을 뜻하는 것이다. 20.01.01 40 1 12쪽
88 88화 아무도 네게 세상을 구하란 소린 안 해. 19.12.30 36 1 11쪽
87 87화 해치웠나? 19.12.27 32 1 11쪽
86 86화 마왕성에 온걸 환영하는 바다. 용사여. 19.12.25 30 1 11쪽
85 85화 아파하는 나 자신이 얼마나 가련하던지. 19.12.20 33 1 11쪽
84 84화 벨라! 으악! 으아악! 19.12.18 34 1 11쪽
83 83화 평등한 세상을 만들자구요. 19.12.16 31 1 11쪽
» 82화 저를 데려가세요. 19.12.13 38 1 11쪽
81 81화 방구석에 처박혀있던 쓰레기라고 했다! 19.12.11 31 1 12쪽
80 80화 나는 여왕이야. 19.12.09 35 1 12쪽
79 79화 저는 마왕이 아녜요. 약초꾼이죠. 19.12.06 35 1 11쪽
78 78화 후회할 거면 말썽을 부리기 전에 고민해주세요. 19.12.04 38 1 11쪽
77 77화 제발 좀 나를 내버려 둬! 19.12.02 57 1 11쪽
76 76화 늦었군, 후배 마왕. 19.11.29 53 1 12쪽
75 75화 말만 하라고! 뭘 갖고 싶은가! 19.11.27 36 1 12쪽
74 74화 만수무강하소서. 마왕 폐하. +1 19.11.25 35 1 12쪽
73 73화 에취! 19.11.22 31 1 12쪽
72 72화 일어나셨나요, 달링? 19.11.20 43 1 12쪽
71 71화 드래곤은 아직 한창 잘 시간이라고! 19.11.18 39 1 11쪽
70 70화 삼키라니까요! 19.11.15 35 1 12쪽
69 69화 모두 하나같이 멍청하고 잔인하기 짝이 없어. 19.11.13 35 1 11쪽
68 68화 스튜는 좋아하나? 좋아해야 할 거야. 19.11.11 38 1 12쪽
67 67화 그렇군. 하지만, 거절한다. 19.11.08 35 1 12쪽
66 66화 건들면 문다. 19.11.06 41 1 12쪽
65 65화 애는 착해. +1 19.11.04 37 1 11쪽
64 64화 도시락인가, 아폴의? 19.11.01 31 1 11쪽
63 63화 이것은 용사의 데뷔 무대인가. 19.10.30 35 1 12쪽
62 62화 단단히 홀리셨군요. 19.10.28 3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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