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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웅 님의 서재입니다.

롱 리브 더 데블킹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신현웅
작품등록일 :
2019.06.10 02:12
최근연재일 :
2020.01.06 14:45
연재수 :
9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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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32
추천수 :
142
글자수 :
510,676

작성
19.11.04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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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65화 애는 착해.

DUMMY

“그래 좋아. 너희들은 저 망나니에게 무슨 약점이 잡힌 거야?”


골리아투스산 정상에서 레드드래곤 우르슬라가 엘프 설리반과 귀족 카그라, 그리고 용사 레오나에게 물었다.


“망나니라고? 하하하! 정말 그러네. 나는 걔한테 잡힌 약점 같은 거 잡힌 적 없어. 그냥 나와 망나니는 오래 알고 지낸 친구일 뿐이야. 이 두 사람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설리반이 오스먼드의 새로운 별명이 마음에 들었는지, 실소를 터트렸다. 되려 놀란 것은 우르슬라였다.


“친구라고? 저런 녀석에게 친구가 있었다고?”


“어릴 때부터 별난 녀석이긴 했는데, 심성은 고와. 응······. 애는 착해.”


“허.”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던 우르슬라는 인간 두 사람을 봤지만, 더 캐묻지 않았다. 이 녀석들도 오스먼드와 같이 다니는 걸 보면 머릿속 회로가 어딘가 망가져 있을게 분명할 테니까.


우르슬라가 손짓하자, 등을 받칠 수 있는 평평한 바위가 올라왔다. 그중 가장 큰 바위에 비뚤게 앉은 우르슬라는 모인 사람들에게 자리를 권했다.


우르슬라에게 내던져진 오스먼드가 다시 포탈을 타고 돌아왔을 때, 오스먼드에게도 자리가 하나 만들어져 있었다. 다른 사람들의 자리는 평범한 돌의자 모양이었지만, 오스먼드의 자리는 글자 그대로 가시방석이었다.


“친구야, 나만 접대가 박한 것 같지 않아?”


“영광으로 여겨도 좋아.”


별수 없이 오스먼드는 가시방석에 앉아야 했다. 어차피 찔릴 살이 없어 가시방석 사이에 뼈를 끼운다는 느낌이었지만, 오스먼드는 여전히 투정을 부리고 있었다.


“그래서 왜 날 찾아온 거야?”


우르슬라가 묻자, 오스먼드가 답했다.


“내 마나홀을 돌려받으려고. 요긴하게 쓸 데가 있어서.”


“마나홀을 들고 있다가 실수로 고꾸라져 깨트려 죽을 셈인 거야? 죽는 방법도 가지가지겠지만, 참 신박한 방법이 아닐 수가 없어. 오스먼드, 마나홀은 내가 가지고 있는 게 안전한 거 알잖아.”


“평범히 죽을 생각은 없지만, 적어도 이 불로불사의 몸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 생겼어.”


그렇게까지 말하자 우르슬라가 이해한 모양인지, 자신의 보물상자에서 리치의 마나홀을 꺼내 오스먼드에게 돌려주었다.


“그러면 이걸로 계약은 끝난 거야. 드디어 연구가 끝나가는 모양이군.”


“맞아.”


이야기를 듣던 설리반이 내용이 이상한 것을 깨닫고 끼어들었다.


“잠깐만, 오스먼드. 그 연구란 게 뭐지? 그리고 불로불사의 몸을 포기해? 그 말인즉?”


“언데드인 나도 죽음을 각오해야 한다는 의미인 거겠지? 언데드가 죽음을 각오하다니······. 아이러니하지 않아?”


오스먼드가 턱을 달그락거렸다. 우르슬라가 일행들을 둘러보았다. 그들의 표정은 멀뚱멀뚱해, 처음 듣는 이야기라는 얼굴이었다.


“뭐야. 친구라면서 얘기 안 한 거야?”


우르슬라가 묻자, 오스먼드가 망토 끝을 잡아 괜히 손가락 끝으로 비볐다. 레드드래곤은 오스먼드의 행동에 이미 대답을 들은 셈이었고, 한숨을 내쉬어 돌의자에 깊게 기대어 앉았다. 그녀는 망나니 대신 설명을 해줄 생각이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이 녀석은 자신을 분해 연구해서, 모든 생명체를 리치로 만들어버릴 생각이야. 리치가 무리라면 적어도 스켈레톤으로 변하겠지.”


카그라가 가장 먼저 지적했다.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어! 그보다도 모든 종족이 사라진다면······!”


레오나는 카그라의 말을 자르고 견해를 밝혔다.


“그렇군. 모든 종족이 하나로 통일되면 적어도 종족 간의 갈등은 사라지겠어. 모든 생명체가 불로장생하는 셈이니 환영하는 몇몇도 있긴 할 거야. 게다가 스켈레톤은 대부분 환경에서 적응할 수 있지. 하지만 어째서 그런 일을 하려는 거지?”


설리반도 동의했다.


“맞아, 이봐 오스먼드. 어째서 그런 짓을 하려는 거야?”


아크리치는 여전히 굽은 등으로 힘없이 앉아 있었다.


“설리반. 나는 골방에 틀어박혀 세계 곳곳을 관찰하던 엘프였어. 그리고 종족이 없었더라면 엘프와 마족, 그리고 인간들이 싸우지도 않았을 거라 생각해.”


“그렇다면 네가 원하는 게······.”


“맞아, 세계평화야.”


해골이 헤벌쭉 웃었다. 설리반은 황당해서 다물지 못한 입으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참, 그 답다고 할지. 설리반은 그가 이토록 허무맹랑한 걸 진지하게 파고들 줄 몰랐다.


“세계평화라니! 그건 갓 임관한 기사들도 꾸지 않는 허깨비야.”


카그라는 다친 다리를 얼추 추스를 수 있을 정도로 회복이 된 모양인지,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는 스탕달만큼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세상을 보고 오며 살았지, 그래야 돈을 버니까. 미안하지만 오스먼드, 자네의 생각은 틀렸어. 인간들은 종족 간의 격차가 사라져도 얼마든지 상대를 해칠 수 있고, 종이 한 장의 몇 글자만으로도 타인의 평생을 사고팔기도 한단 말이야. 다시 생각해봐도 종족은 상관없어.”


카그라의 말에 오스먼드도 부분적으로 동의했지만, 의견을 조금 더 자세하게 말했다.


“그야 평범히 종족을 없애기만 한다면 그렇겠지. 나는 그들을 관리할 공간을 만들 생각 중이야.”


“그게 무슨 뜻이지?”


레오나가 침착하게 내용을 파고들었다.


“무슨 뜻이긴, 원래 내가 하던 일이야. 감시하는 것이지. 그리고 모든 것을 통제할 거야. 그러면 모두가 안심하며 살 수 있어. 분쟁이 일어나면 내가 나설 테니까.”


“그건 마치······.”


레오나가 감상을 말하려다, 설리반에게 말을 빼앗겨 버렸다.


“오스먼드! 그건 마치 신이라도 되겠단 말이잖아. 해골바가지들의 신이 되겠다고? 그래서 엘프들의 보물인 부활의 오브를 흠······. 잠깐만, 야! 너, 너, 너!”


설리반은 무언가 깨달아 버렸는지, 말을 끝맺지 못했다. 텅 빈 눈을 가진 해골은 오랜 친구인 설리반을 보다 이를 딱딱 부딪쳤다. 그들의 얼굴을 하나씩 천천히 뜯어보던 오스먼드가 말했다.


“친구들은 날 이해할 줄 알았는데. 친구들이 반대한다면 우린 여기서 헤어져야겠어.”


그가 망토를 펄럭여 포탈을 열고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오스먼드! 아니, 프로메테우스! 기다려!”


설리반이 외쳤지만, 그는 이미 포탈을 타고 사라진 이후였다.


침묵을 지키고 있던 골리아투스의 주인인 우르슬라가 말했다.


“이제 너희들도 내 둥지에서 나가줘. 지금까지 오스먼드의 얼굴을 봐서 참아준 것이지만, 너희는 엄연히 남의 사유지를 무단침입한 거야. 이게 내 마지막 호의란 걸 알아주길 바라.”


그렇게 세 명은 산 밑으로 쫓겨나 버렸다.





챠오가 엘라이자를 위로하는 도중에, 그녀가 일어서서 말했다.


“저는 남편을 되찾으러 갈 거예요.”


이대로 두면 엘라이자는 혈혈단신으로 왕성으로 찾아갈 기세였다.


“잠깐만요, 그 오두막이란 곳. 정말로 아무것도 없었나요?”


크룩스가 갑자기 의문점이 들어 말을 꺼냈다. 엘라이자와 챠오, 게일이 그를 주목했다.


“그토록 서로 아껴주는 부부였는데, 무언가 단서 같은 걸 남겨놓지 않았을까요? 그 오두막에요.”


엘라이자는 고개를 저었다.


“오두막은 전부 확인했어요. 나름 마법을 부리기 위해 이것저것 재료를 찾으러 뒤졌으니까요.”


“예를 들자면 기와 밑이나 아궁이에 쌓인 잿더미도 확인하셨나요?”


“그건······.”


엘라이자가 거기까지는 뒤져보지 않은 모양인지, 확신 없이 말끝을 흐렸다.


“다시 찾아보는 게 좋겠어요. 그는 떠나고 난 뒤 무언가 메모라도 적어놓았을 거예요. 그 뒤에 왕성으로 가도 늦지 않습니다.”


게일이 감탄하며 크룩스를 추켜세웠다.


“오오, 우리 크룩스 한똑똑하는데?”


“용병들이 얼마나 조심스럽게 비밀을 숨기는지 너는 모를 거야. 의뢰 중에 비밀엄수하는 것들이 있는데, 그 과정에서 용병들이 얼마나 많은 실패를 딛고 배우는지 말이야.”


하지만 그들이 엘라이자가 안내한 오두막집에 도착하자, 그들은 자세를 낮추고 경계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도 없어야 할 오두막에 인기척이 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레오나는 설리반과 카그라와 함께 드래곤의 둥지에서 쫓겨나자, 산 위에서 미리 내려다보았던 오두막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설리반이 자신의 씨앗으로 마왕성이든, 인간들의 왕성이든 엘프들의 자치령이든 이 잡듯이 쑤시며 오스먼드를 찾겠노라 이성을 잃고 노발대발했지만, 일단은 휴식이 먼저였다. 게다가 상대는 포탈마법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아크리치인데 어디서 어떻게 찾을지도 캄캄했다.


카그라의 다친 다리를 핑계 삼아 들어온 오두막 안은 단출해도 꽤 실용적이었다. 두꺼운 눈 속에 파묻혀도 무너지지 않을 정도로 견고했고, 채광이 좋아 그리 어둡지도 않았다. 희미하게 약초 냄새가 풍겼고, 양은 적지만 질이 좋은 책들도 갖춰져 있었다.


그리고 가마솥이 따듯했다.


레오나의 갈기가 힘이 들어가 뻣뻣해졌다. 자신들은 아직 불을 피우지 않았는데, 가마솥이 따듯하다는 건 누군가 방금까지 있었다는 증거였다.


레오나가 솥안의 내용물을 확인해보니, 음식이 아니라 검은색 타르가 진득하게 덩어리져 있었다. 그는 왕성의 용사로서 그 정체를 단번에 알아보았다. 꼭두각시라고 부르는 흑마법사들의 마법이었다. 흑마법사들은 마법사들과 달리 마나홀이 없었지만, 이런 고약이나 포션등을 만들어 마법을 구사했다.


이미 회복포션등 일부를 제외하고 맥이 끊겨 더는 존재하지 않는 비법이라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금단의 마술에 손을 뻗은 자가 살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가장 먼저 ‘체포해야 한다.’라고 레오나는 생각했다. 그러다가 문득 자신은 이제 용사가 아니며, 오히려 반역을 위해 마족이 된 사람이란 걸 깨닫고 허탈한 마음을 숨겨야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위험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이 흑마법의 주인이 자신들을 반가워하지 않을 게 뻔했기에.


때마침 밖에서 인기척 또한 나고 있었다. 레오나가 슬며시 밖을 내다보았다. 밖에는 성인 남녀 한 쌍과 어린아이, 그리고 해골마에 올라탄 게일이 있었다. 외견이 하얗게 바뀌었지만, 레오나의 눈을 속일 순 없었다. 그는 다름 아닌 듀라한의 군단장임이 분명했다.


레오나가 용사로서 마왕을 토벌했을 때, 살아남은 자 중 하나인 군단장이 여기서 뭘 꾸미는 걸까. 모르긴 몰라도 평범하게 자연의 품속에서 전원생활을 누리려는 건 아닌 게 분명했다. 레오나는 뒤를 돌아봤다. 설리반은 무언가 계산하고 있었고, 카그라는 전투능력이 없었다.


게일은 같은 편인 줄 알았던 오스먼드가 배신했다는걸 알고 있을까? 용사와 아크리치가 손을 잡아 마왕성과 왕성을 둘 다 무너트리려 했다는걸 알고 있을까? 그렇다면 복수를 위해 지금까지 뒤를 쫓아 따라왔다는 말이 되었다.


레오나의 귀에 피가 쏠리며 먼지가 쌓이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예민해져 있었다. 무언가 두런두런 얘기하는 소리가 들렸는데, ‘국왕’과 ‘레드드래곤’이란 말을 엿들을 수 있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레오나는 자신이 밖으로 뛰쳐나가 상대할 필요가 없었다. 마침 마족의 군단장이 오두막 안으로 들어오려 했기 때문이다.


레오나는 열리는 문을 꼬나보며 칼을 굳게 쥐어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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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88화 아무도 네게 세상을 구하란 소린 안 해. 19.12.30 35 1 11쪽
87 87화 해치웠나? 19.12.27 31 1 11쪽
86 86화 마왕성에 온걸 환영하는 바다. 용사여. 19.12.25 30 1 11쪽
85 85화 아파하는 나 자신이 얼마나 가련하던지. 19.12.20 33 1 11쪽
84 84화 벨라! 으악! 으아악! 19.12.18 34 1 11쪽
83 83화 평등한 세상을 만들자구요. 19.12.16 30 1 11쪽
82 82화 저를 데려가세요. 19.12.13 37 1 11쪽
81 81화 방구석에 처박혀있던 쓰레기라고 했다! 19.12.11 3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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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74화 만수무강하소서. 마왕 폐하. +1 19.11.25 34 1 12쪽
73 73화 에취! 19.11.22 31 1 12쪽
72 72화 일어나셨나요, 달링? 19.11.20 43 1 12쪽
71 71화 드래곤은 아직 한창 잘 시간이라고! 19.11.18 38 1 11쪽
70 70화 삼키라니까요! 19.11.15 3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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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68화 스튜는 좋아하나? 좋아해야 할 거야. 19.11.11 38 1 12쪽
67 67화 그렇군. 하지만, 거절한다. 19.11.08 35 1 12쪽
66 66화 건들면 문다. 19.11.06 40 1 12쪽
» 65화 애는 착해. +1 19.11.04 37 1 11쪽
64 64화 도시락인가, 아폴의? 19.11.01 30 1 11쪽
63 63화 이것은 용사의 데뷔 무대인가. 19.10.30 35 1 12쪽
62 62화 단단히 홀리셨군요. 19.10.28 3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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