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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웅 님의 서재입니다.

롱 리브 더 데블킹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신현웅
작품등록일 :
2019.06.10 02:12
최근연재일 :
2020.01.06 14:45
연재수 :
90 회
조회수 :
8,646
추천수 :
142
글자수 :
510,676

작성
19.11.22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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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73화 에취!

DUMMY

별안간 검게 변색한 목인형이 나타나 스탕달의 머리를 노리며 달려들었다. 인형이라고 했지만, 머리가 없이 두꺼운 기둥에 짧은 각목이 박혀있었을 뿐이었고, 기둥의 중간이 회전할 수 있도록 특수제작 된 인형이었다.


스탕달이 가까스로 목인형의 공격을 피하자, 맹렬하게 회전하는 몸체로 튀어 올라 다시 스탕달의 머리 위에서 떨어졌다. 나무 몽둥이를 휘두르는 것뿐이지만, 단련하지 않은 사람의 급소에라도 맞았다간 크게 다치고 말 것이다.


크리스티안이 공중에서 떨어지는 목인형을 받아내었다. 목인형이 발악하듯 요동쳤지만, 그녀에게 아무런 충격도 줄 수 없었다.


마더슬라임은 검게 변색한 목인형이 흑마법의 산물임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목인형에 실처럼 연결된 마나를 쫓아 눈으로 훑어보니 멀지 않은 숲속을 가리키고 있었다.


“당신, 여러모로 미움받고 있네요.”


크리스티안이 스탕달을 흘겨봤다. 스탕달은 몸에 덕지덕지 붙은 눈을 털지도 못하고 말했다.


“어서 자리를 뜨지, 내가 습격당했다는 말은 내 아들에게도 위험한 일이 닥쳤다는 말이기도 하니!”


“자식이 중요한 것은 저도 그 누구보다 잘 알아요. 하지만 위협의 뿌리를 뽑지 않으면 언제나 몇 번이라도 다시 되풀이될 뿐이에요.”


“순서를 제대로 해야지! 구할 수 있는 사람을 먼저 구하는 게 당연하지 않나!”


마더슬라임은 전장에서 죽어 나간 자신 아이들의 얼굴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에겐 많은 자식이 있었고, 모습도 모두 비슷비슷했지만, 크리스티안은 그들 하나하나를 구별해낼 수 있었다. 챠오가 위험에 빠졌다면, 챠오가 데리고 있는 슬라임 두 마리도 위험하다는 뜻이었다.


“제가 잘못 생각했어요. 다시 한번 똑같이 튕겨 날아갈 거니까 각오 단단히 해요.”


크리스티안은 목인형을 내던지고 스탕달을 감싸 안아 튀어 올랐다.





엘라이자도 스탕달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비록 그녀는 스탕달이란 인물을 좋아할 수 없었지만, 그녀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말이었다.


거츠를 구출하는 게 그 어느 것보다 위에 깔려야 한다. 그녀는 그래스호퍼 쪽으로 서둘러 움직이기 시작했다.





“챠오!”


스탕달이 어지러움을 이겨내고 겨우 정신을 차려 두 다리로 버텨냈을 때, 그는 드래곤의 뿔을 다듬는 자기 아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챠오는 자신을 부르는 귀에 익은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아버지?”


“드래곤이 실제로 있었다니······.”


스탕달은 믿을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물러나지 않았다.


크리스티안도 자신의 얼음과 불의 슬라임이 챠오와 함께 뿔을 다듬는 걸 발견했다. 파이어 슬라임이 뿔을 달구면 챠오가 연해진 뿔을 갈아내고, 아이스 슬라임이 다시 식혀내 광택을 내고 있었다. 드래곤이 아이들을 납치해 용역으로 부려먹는 꼴을 보니 크리스티안이 반가울 리가 없었다. 실제로 두 사람이 생각하는 그런 상황이 아니었지만, 부모인 두 사람의 눈에 오해를 사기 딱 좋았다.


그들은 즉시 공격태세를 갖추었다. 마더슬라임은 몸을 키웠으며, 스탕달은 숨겨두었던 아티팩트 반지를 꺼냈다.


뒤늦게 그들을 발견한 게일이 두 사람이 뭔가 단단히 오해한 듯 보여서 말리려고 했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우르슬라가 그들에게 화염을 쏟았기 때문이었다.


“이런 거! 슈네트의 화염에 비하면 아무렇지도 않아!”


크리스티안이 화염을 헤치며 몸을 늘렸다. 우르슬라의 주둥이만 묶어버리면 그녀가 못 이길 이유는 없었다. 물리 공격이 통하지 않아 발톱이나 꼬리 따윈 무섭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체내의 수분이 빠르게 말라버리는 게 문제였다.


그녀의 뒤에서 스탕달이 보조했다. 스탕달은 약지에 낀 반지에 새겨진 마법을 사용했다. 그 안에 담긴 마법은 힐링이었다.


스탕달의 힐링을 받아 새살이 돋아서 나는 크리스티안은 기세를 모아 드래곤의 주둥이를 움켜쥐었다. 그대로 우르슬라의 얼굴을 덮어 입과 코를 막고, 챠오와 슬라임들을 안전하게 뒤쪽으로 옮겼다.


챠오와 게일이 동시에 외쳤다.


“아버지! 아버지가 생각하신 그런 게 아니에요!”


“크리스티안! 네가 생각한 그런 게 아니다!”


그제야 일이 뭔가 잘못된 걸 깨달은 두 사람은 우르슬라에 대한 공격을 거둬들였다. 그리고 갑자기 날벼락을 맞은 우르슬라가 포효를 내지른 건 당연한 일이었다.


“이 젠장맞을 녀석들!”


레드드래곤이 포효하자, 골리아투스산에 잠들어있던 마그마가 폭발하며 뿜어져 나왔다.





쿵!


시비스터에서 물자가 끊겨버린 건 아쉬웠지만, 그래스호퍼에서 기착지를 마련한 덕분에 왕국에서 들여오는 식량은 오히려 늘었다. 덕분에 마왕성 주변에 마을을 세우는 일도 이제 안정되었고, 마차에서 마지막 화물을 내리던 호세도 겨우 숨을 돌릴 수 있게 되었다.


그는 왕국의 병사였지만, 규칙적이고 고된 병사의 업무에 적성에 맞지 않아 고민에 빠져있었다. 때마침 고향에 계시던 어머니의 소개로 마왕성 근처에 개발 중인 토지사업에 뛰어들게 되었다. “얘, 이젠 공무원보다 자영업이 대세라더라. 내가 아주 유망 있는 상단을 찾았는데 말이야······. 일단 시장이 굴러가는 줄 알아야 돈을 좀 만질 수 있지 않겠어?”라고 시작하는 편지에는 이미 자신의 서명이 적혀있는 계약서가 동봉되어 있었다. 그걸 보고 삼촌인 볼프강도 눈썹을 찌푸리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하여튼 호세는 새로운 직장에 나름 만족하는 중이었다. 아직 새로 세워지는 마을엔 없는 게 많고 불편한 것도 한 두 가지도 아니었지만, 조금씩 바뀌는 모습에 재미가 붙었기 때문이었다.


쿠르르릉!


하지만 갑자기 마왕성의 지하에서 굉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단순히 잘 못 들은 거라 믿고 싶었지만, 굉음은 여러 번 연달아 울리고 있었다.


결국, 누군가가 성의 안쪽을 확인하러 가봐야 하는데 하필 병사출신인 호세가 대표로 뽑혀버리고 말았다. 알프레도나 볼프강이 있었다면 앓는 소리라도 내 볼 텐데, 주변엔 온통 낯선 얼굴들 앞이라 싫은 소리를 낼 수 없었다.





마왕성의 지하는 축축했다. 왕성 지하도 축축하던데, 이 정도면 모든 성의 특징이라고 봐도 좋지 않을까 호세는 생각했다. 지하로 내려가는 길고 긴 계단을 내려갈 때마다 그 굉음은 점점 더 커지고 날카로워졌다. 호세는 곧 그 소리가 검과 검이 맞부딪히는 소리라 확신했다.


지하는 버려진 가구와 병장기 그리고 무너진 흙더미 따위로 가득해 몰래 숨어서 관찰하기에 좋았다. 호세는 검을 들고 싸우는 두 사람을 보았다.


한 명은 용사 레오나였다. 하지만 모습이 많이 달라져 있었다. 튀어나온 주둥이, 무성한 갈기. 그녀는 루가루의 모습을 띄고 있었다.


루가루를 상대하는 자는 검은 피부에 흰머리, 그리고 붉은 뿔이 돋아나 있었다. 그 모습만으로도 아주 무서웠는데, 동공이 하얗게 타버린 채 이성을 잃고 날뛰고 있었다.


특히 그가 쥐고 있는 대검이 인상 깊었다. 보통 무기는 쇠로 제련하는 탓에 하얗거나, 하다못해 그을음을 먹여 검은빛을 내는 게 보통이었다. 하지만 그가 쥔 검은 그의 뿔처럼 붉었다.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야 한다.’라고 호세는 생각했다. 지금이라도 사람들을 대피시켜 각자의 마을로 돌려보내야 한다. 그렇지않으면 많은 사람이 다치게 될 것이다.


끼기긱!


호세가 저도 모르게 뒤로 발을 제친 탓에 녹슨 검을 밟고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내버렸다. 당황한 그가 황급히 도망치려 하자, 그의 눈앞에 아크리치가 나타나 그를 가로막았다.


“불청객에게 케이크를 나눠주던 집주인은 이제 없는데, 이걸 어쩐다?”


눈앞의 해골이 발작하듯 웃자, 호세는 그대로 기절하고 말았다.





용사와 마왕은 호세의 등장에도 아무 신경 쓰지 않았다. 되려 그런 인간 따위에 정신이 팔렸다간, 일격에 목숨을 잃고 말 것이다.


오스먼드는 용사와 마왕 중 어느 쪽이든 인간들을 위협하기에 적합한 인물이 될 거라고 점쳤고, 기왕이면 두 사람 중 더 우월한 녀석이 인간들의 재앙이 되었으면 했다. 그러니 방해하지 않도록 둘을 내버려 두고, 오스먼드는 호세를 안고 지상으로 올라왔다. 요란한 소리가 멎으면 싸움도 끝났다는 뜻일 테니 그때 내려가서 살아남은 자를 세상에 풀어 놓으면 된다.


그는 호세의 턱을 잡고 요모조모 얼굴을 뜯어보았다. 이왕이면 주름진 카그라의 얼굴보다 젊은 녀석의 몸이 탐났지만, 계약을 맺지 않았으니 함부로 몸을 앗아갈 순 없었다.


생각난 김에 오스먼드는 카그라의 위치를 찾기 시작했다. 마침 마법진을 통해 설리반을 엿봤더니, 그녀는 그의 계획대로 카그라를 엘프 왕국으로 데려가고 있었다.


그렇다면 미겔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하이페리온도 미겔을 엘프 왕국으로 데려가고 있을 게 분명했다. 그러면 세계수와 더불어 세 가지의 마법 재료가 모두 엘프 왕국에 모이는 것이다.


다만, 하이페리온이 미겔의 몸에서 부활의 오브를 꺼내면 말짱 도루묵이 되어버린다. 게다가 인간들이 규합하기도 전에 카그라를 손에 넣지 못한다면, 역시 돌이킬 수 없는 문제가 생겨버리고 만다. 그래도 오스먼드는 그 시기를 맞출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겨버리고 말았다. 하이페리온이 미겔을 놓쳐버리고 만 것이다.


오스먼드는 다급히 미겔을 찾아 인간 마을 곳곳을 뒤져 보기 시작했다. 그가 도망간다면 익숙한 테스널 왕국으로 향했으리라 예상하면서.





실크가 오스먼드의 포탈을 타고 마왕성의 지하실로 넘어갔을 때야말로 미겔과의 계약이 종료되는 순간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라는 단순한 계약이 마침내 만료되고, 미겔의 몸이 다시 원래대로 복구되고 있었다. 미겔은 자신의 두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앙상한 뼈마디 위에 근육조직과 지방, 그리고 피부가 덮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그의 몸은 사념체가 쥐고 있었다.


사념체가 미겔에게 계약을 핑계로 마계로 향해야 한다는 것은 물론 거짓말이었다. 그의 목적지는 마왕성이 아닌, 루가루의 숲이었다. 정확히는 그곳에 있는 결정석이었다.


“에취!”


슬슬 겨울이 끝날 시기였지만 여전히 추운 날씨였다. 그리고 스켈레톤의 모습으로 옷을 입을 필요도 없었으니, 그는 지금 당연히 맨몸이었다. 맨발에 모래가 박히고, 다급하게 나무껍질을 뜯어내 몸을 감싸도 맹렬한 추위가 막힐 리도 없었다. 손끝 발끝이 붉어지다 못해 검은빛을 띠었고, 콧물이 흐르며 오금이 떨리고 있었다. 겨우 잡은 단검은 행인이나 짐승이 보이면 바로 사냥할 생각으로 굳게 쥐고 있었다.


마침내 사념체의 눈앞에 발자국이 보였다. 인간의 발자국이었고, 달리 동료도 없이 홀로 걷는 중인 것 같았다. 그는 길게 이어진 발자국을 숨죽여 따라갔다.


사념체는 드디어 발자국의 주인을 찾아 기습했다. 하지만 병사는 오른팔에 찬 방패로 그 공격을 막았다. 서로 얼굴을 보게 되자, 그는 사념체를 알아보았다.


“다, 당신은 루가루의 숲에서 오비디언과 맞서 싸우던 분 아니신가요?”


알프레도였다. 비록 미겔과 사념체가 병사들의 무리 속에 섞인 알프레도를 알아볼 수 없어도, 알프레도는 오비디언과 맞서 싸운 이의 얼굴을 똑똑히 알아볼 수 있었다.


“그런데 그, 뭐냐······. 혹한 속에서 강행하는 수련이라 홀딱 벗고 계신 거죠?”


알프레도가 물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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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89화 이름은 곧 운명을 뜻하는 것이다. 20.01.01 40 1 12쪽
88 88화 아무도 네게 세상을 구하란 소린 안 해. 19.12.30 36 1 11쪽
87 87화 해치웠나? 19.12.27 32 1 11쪽
86 86화 마왕성에 온걸 환영하는 바다. 용사여. 19.12.25 30 1 11쪽
85 85화 아파하는 나 자신이 얼마나 가련하던지. 19.12.20 33 1 11쪽
84 84화 벨라! 으악! 으아악! 19.12.18 34 1 11쪽
83 83화 평등한 세상을 만들자구요. 19.12.16 31 1 11쪽
82 82화 저를 데려가세요. 19.12.13 38 1 11쪽
81 81화 방구석에 처박혀있던 쓰레기라고 했다! 19.12.11 31 1 12쪽
80 80화 나는 여왕이야. 19.12.09 35 1 12쪽
79 79화 저는 마왕이 아녜요. 약초꾼이죠. 19.12.06 35 1 11쪽
78 78화 후회할 거면 말썽을 부리기 전에 고민해주세요. 19.12.04 38 1 11쪽
77 77화 제발 좀 나를 내버려 둬! 19.12.02 57 1 11쪽
76 76화 늦었군, 후배 마왕. 19.11.29 53 1 12쪽
75 75화 말만 하라고! 뭘 갖고 싶은가! 19.11.27 36 1 12쪽
74 74화 만수무강하소서. 마왕 폐하. +1 19.11.25 35 1 12쪽
» 73화 에취! 19.11.22 32 1 12쪽
72 72화 일어나셨나요, 달링? 19.11.20 43 1 12쪽
71 71화 드래곤은 아직 한창 잘 시간이라고! 19.11.18 39 1 11쪽
70 70화 삼키라니까요! 19.11.15 35 1 12쪽
69 69화 모두 하나같이 멍청하고 잔인하기 짝이 없어. 19.11.13 35 1 11쪽
68 68화 스튜는 좋아하나? 좋아해야 할 거야. 19.11.11 38 1 12쪽
67 67화 그렇군. 하지만, 거절한다. 19.11.08 35 1 12쪽
66 66화 건들면 문다. 19.11.06 41 1 12쪽
65 65화 애는 착해. +1 19.11.04 37 1 11쪽
64 64화 도시락인가, 아폴의? 19.11.01 31 1 11쪽
63 63화 이것은 용사의 데뷔 무대인가. 19.10.30 35 1 12쪽
62 62화 단단히 홀리셨군요. 19.10.28 3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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