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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웅 님의 서재입니다.

롱 리브 더 데블킹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신현웅
작품등록일 :
2019.06.10 02:12
최근연재일 :
2020.01.06 14:45
연재수 :
90 회
조회수 :
8,625
추천수 :
142
글자수 :
510,676

작성
19.12.09 13:13
조회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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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80화 나는 여왕이야.

DUMMY

“마왕성이 함락당하고 이렇게 한군데에서 다 모이는 건 처음인 것 같아. 그렇지 않아? 친구들아. 나만 빼놓고 무슨 이야기를 했었던 거야?”


포탈을 넘어온 그는 분명 오스먼드의 목소리였지만, 그는 해골이 아닌 멀쩡히 피부와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모습을 보고 스탕달이 외쳤다.


“카그라!”


오스먼드는 카그라의 몸으로 검은 망토를 두르고, 굵은 나무 지팡이를 쥐고 있었다. 물론 눈앞에 반쯤 눈을 감고 헤실헤실 웃는 그가 스탕달이 알던 카그라가 아닐 것은 당연했다.


오스먼드는 발치의 작은 슬라임을 보았다. 그리고 미겔과 교차하며 비교해 봤는데, 영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 꺾고 턱을 잡았다.


“원래 이렇게 작고 초록색이었던가? 못 본세에 많이 키가 줄으셨네요? 용량이 줄어들면 마법에 지장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책임질 것도 아니면서······. 뭐하러 저 녀석의 몸에 계셨는데, 왜 굳이 비집고 빠져나온 거예요?”


크리스티안이 슬라임과 오스먼드의 사이를 가로막았다.


“오스먼드. 당신이 모든 종족을 스켈레톤으로 만든다는 말이 사실인가요?”


오스먼드는 장난과 웃음 섞인 말로 대꾸했다.


“사실이라면 어떡할 건데? 몽글몽글한 젤리 따위로 날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해?”


오스먼드가 손가락을 휘두르자, 마법진이 그녀의 몸을 갈라, 그녀의 몸을 지나는 통로를 만들었다.


모욕을 당해 부글거리는 크리스티안은 그대로 마법진을 짓눌러 깨트려버렸다.


“날 화나게 하지 마.”


상대하기 귀찮은 오스먼드가 크리스티안의 발밑에 포탈을 만들어 어딘가 멀리 보내버리려 했지만, 지면에 얼음이 깔리며 포탈을 막아버렸다. 게일이 땅에 찍은 폴암을 짚고 일어섰다.


“오스먼드. 예전부터 그래왔지만 난 네 생각을 이해할 수 없다. 그래도 그땐 유쾌한 면이라도 있었지. 그런데 지금의 너는 아집에 사로잡혀있다. 무엇이 널 이렇게 만들었지?”


“나는 언제나 같았는데, 너희들이 멋대로 나를 다르게 보는 것뿐이야. 듀라한 부하들을 모두 잃어놓고 너는 아무 생각도 안 들어?”


이번에는 그들의 머리 위에서 마법진이 열리며 마그마가 쏟아지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용량 플라스크가 깨지며, 차갑고 풍성한 안개가 피어올라 순식간에 불덩어리들을 굳혀버리고 말았다. 벨라는 또 다른 포션을 쥐었다.


“제가 알고 있는 한 오스먼드님은 가장 똑똑하시고, 유능하신 분입니다. 당신 덕분에 그 전쟁에서 저희가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어째서 이런 일을 하시는 거죠? 부탁이에요. 저희가 알고 있는 아크리치로 되돌아와 줘요.”


“그야 전쟁에서 이기는 것보다 전쟁을 막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야. 모든 사람의 차이가 없어지면 더는 다툼으로 괴로워하는 이는 없어질 거야. 물론 반발이 있을 거라 예상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무릇 예방이라는 건 통제를 듣기 좋게 포장한 단어일 뿐이지. 그러니 내 이상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면 순순히 내 통제를 받도록 해.”


마지막으로 작은 슬라임이 앞장섰다. 그는 오스먼드를 부르는 호칭 외에 별다른 말을 붙이지 않았다. 하지만 앞선 그 누구보다 무거운 단어였다.


“스승님.”


매번 즉각적으로 답변을 하던 오스먼드의 입이 그제야 굳어졌다. 한참 슬라임을 노려보고 있던 오스먼드가 겨우 꺼낸 말은 싸늘했다.


“······저는 당신의 스승이 아닙니다. 감히 영면하고 있던 당신을 깨운 건 미안하게 생각해요. 곧 당신이 있던 곳으로 되돌려 드리겠습니다. 당신이 원하던 이상향을 이뤄드리겠습니다.”


슬라임은 자세를 갖췄다. 오스먼드가 어린 그를 데리고 방랑하며 가르쳐준 엘프의 무술이었다. 오스먼드의 표정이 팍 찌그러졌지만, 그는 간결하게 말했다.


“대련을 부탁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오스먼드는 그를 애써 무시하며 제 할 말만 했을 뿐이었다.


“의식의 밑준비가 다 끝났는데, 시간이 지체되는군요.”


쾅!


오스먼드는 지팡이를 바닥에 내리꽂았다. 그러자 슬라임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견고한 마법진 속에 갇혔고, 오스먼드가 슬라임을 데려가려 했다.


하지만 그가 순순히 오스먼드를 따라갈 리 없었다. 슬라임이 장타를 날리려 하자, 오스먼드가 혀를 차며 가볍게 피했다.


“인간의 몸으로 익힌 기술을 슬라임의 몸으로 쓸 수 있을 리 없잖습니까.”


“자기 몸이 아닌 건 스승님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스승님이 아니라 몇 번을 말해야······!”


쇄액!


오스먼드가 달라붙는 슬라임에게 지팡이를 휘둘렀지만, 슬라임은 그 지팡이를 빠르게 타고 올라가 얼굴에 일격을 박아넣었다.


“보법을 제외한 모든 기술은 응용이라고 하셨지요?”


일격을 먹이고 떨어진 슬라임이 같은 자세를 잡았다. 하지만 아무리 그라고 해도 오스먼드가 투명해지는 것까지는 예상하지 못했고, 그의 손아귀가 바로 앞까지 다가온 것조차도 눈치채지 못했다.


오스먼드는 슬라임이 움직이지 못하게 바닥에 눌렀고, 몸이 작은 탓에 오스먼드의 손에 슬라임의 핵이 잡혔다. 그는 가차 없이 그 핵을 뜯어내고, 포탈을 만들어 반대편으로 사라졌다.


그제야 겨우 봉인을 깨고 나온 크리스티안이 포탈을 넘어 손바닥을 뻗었지만, 포탈이 끊기며 손이 잘려버리고 말았다. 크리스티안이 자신의 잘린 손을 보다가, 일행에게 말했다.


“어디로 갔는지 알았어요. 절 따라오세요.”





결정석 드래곤이 아가리를 벌려 쫓아오고 있었지만, 근육조직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는지 결정석이 무거워서 그랬는지 날지 못해 뛰어오고 있었다. 하지만 르댕고트가 빠르게 뛰어간다 해도, 거대한 줄리엣의 한 발자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왕성은 도대체 언제 도착하는 거야!”


반쯤 썩어 무너진 농가가 나타났을 때 그녀가 소리쳤다.


“아직 한참 더 가야 해! 난 먼저 가서 준비하고 있겠다!”


“야! 너! 이대로 도망갈 셈인 거지! 야, 이 자식아!”


솔개로 변한 알폰스가 그들을 두고 빠르게 앞장서 왕성으로 향했다.


르댕고트가 아무리 바위 등을 던지며 싸울 수 있다고 해도 결정석에 흠집 하나 낼 수 없었고, 동생인 테일코트와 짐 덩어리인 네드도 전투에 전혀 쓸모없는 마법을 가지고 있었다. 그나마 동생이 그들의 모습을 가려주었지만, 저 괴물이 어떻게 알아차리는지 르댕고트를 향해 날카로운 비늘을 쏘아댔다.


그나마 칼날 비늘은 네드라는 녀석이 양털로 막아주었지만, 그들은 막는 게 아니라 반격의 수단이 필요했다. 르댕고트는 이럴 줄 알았다면 지하에서 용액을 많이 챙겨둘걸, 오비디언이란 녀석의 말을 듣지 말고 나가버릴걸, 애초에 동생 말을 듣지 않고 지하로 내려가지 말 걸 후회하고 있었다.


또다시 결정석 드래곤이 날카로운 비늘을 날렸다. 남매들은 네드가 양털로 막아준 덕분에 무사했지만, 그들의 머리 위로 드리운 숲은 그러지 못했다. 나무가 쓰러지며 르댕고트의 머리 위로 덮쳤고, 그녀가 미처 마법으로 무게를 조작할 틈이 없어 그대로 나뭇가지에 긁히며 발이 묶여버리고 말았다.


하필 네드가 멀리 튕겨 나가는 탓에 양털로 막을 수도 없었다. 드래곤은 투명한 이빨이 박힌 아가리를 벌리며 그들을 씹어 삼키려 했다.





콰광!


검은 타르를 뒤집어쓴 바위가 별안간 튀어나와 남매를 지키며 공격을 막아내었지만, 곧 부서지고 말았다. 남매와 네드는 바위가 나타난 쪽을 보았다. 솔개가 하늘로 솟아오르며 사람들을 이끌며 온 것이다. 그것도 왕과 마왕을 필두로 내세운 군사들이었다.


“저게 오스먼드라는 녀석인가!”


거츠가 소리쳤지만, 실크는 드래곤을 유심히 보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 아니다. 저것은 내가 알던 오스먼드가 아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국민을 위협하는 녀석임은 틀림없어요.”


꼭두각시가 부서져 버려 새로운 바위에 타르를 바른 엘라이자가 말했다.


네드가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그는 실크를 보자마자 얼굴이 밝아지며 외쳤다.


“실크 형님!”


“네드? 네가 어째서 마을에 있지 않고 여기에 있는가.”


두 사람의 재회의 기쁨도 잠시, 테일코트가 소리쳤다.


“조심해요! 저 녀석은 칼날 같은 비늘을 날려댄다고요!”


실크는 그들을 뒤쫓아오는 괴물을 올려다보았다. 마법으로 만든 생물인가 싶었지만, 가슴께에 줄리엣이 희번득 눈을 뜨고 있었다. 그 눈은 실크를 향해 있었으며, 그녀는 실크를 발견하자마자 공격을 준비하기 위해 커다란 날개를 퍼덕였다.


실크는 줄리엣을 향해 터벅터벅 걸어갔다. 검을 쥐고 있는 그는 두려운 것 없다는 듯이 당당했다.


줄리엣이 날개에 박힌 결정석 칼날을 모두 실크에게 쏟아 날렸다.


질끈 검을 쥔 실크는 왼발에 체중을 싣고 한 발짝 내디뎌 마왕의 검을 크게 휘둘렀다. 눈 폭풍을 휩쓸고 날아간 참격은 결정석 칼날을 모두 바닥에 떨어트리고 드래곤의 목을 베며 지나갔다.


거대한 드래곤의 머리가 바닥에 떨어지며 숲 위로 떨어졌다.





“크큭, 나를 막아도 내가 풀어놓은 복제들을 되돌릴 순 없어.”


실크가 그녀의 앞에 다다르자 떨어진 드래곤의 머리는 온데간데없고, 마법을 바닥까지 사용한 줄리엣이 쓰러져있었다. 그녀는 실크를 보자마자 침을 뱉었다.


“선대 마왕이 불쾌해하셨다. 어째서 이렇게까지 하는 것인가.”


그녀의 동공이 커지며 실크를 꼬나봤다.


“고작 불쾌했다고? 고작? 하하하······.”


허탈한 소리를 내며 웃던 줄리엣은 이젠 배를 부여잡고 발작하듯이 웃어젖히고 있었다.


“하하하! 힉! 히! 하하하하! 흐흐!”


줄리엣이 눈이 녹은 바닥을 구르는 탓에 그녀의 흰 가운이 검게 더럽혀졌다. 웃음이 뚝 그친 그녀가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나는 여왕이야. 모든 서큐버스와 인큐버스의 우두머리지. 우리는 다크엘프처럼 허무하게 사라지지 않을 거야. 오비디언은 죽었어도, 아직 내가 노리는 건 따로 있지.”


“인큐버스킹에 대해서는 유감이라고 생각한다.”


“함부로 그의 이름을 그 더러운 입에 올리지 마! 마왕인 네 녀석이 부를 이름이 아니야!”


악을 쓰는 동시에 그녀의 피부에 자잘한 결정석 가시가 돋아났다. 그녀는 더듬더듬 말을 이어나갔다.


“······그이가 사망하고 슬퍼하던 와중에도 배는 고프더군. 웃기는 일이야. 결국, 허기를 이기지 못해 홀린 듯이 들어간 마을에서 나는 봤어.”


“귀를 자른 엘프가 인간 꼬마에게 부활의 오브를 먹여, 죽은 초대 마왕을 되살리는 장면을.”


“어째서 그를 되살렸는지 나는 몰라. 중요한 건 죽은 자를 다시 이곳으로 끄집어내는 방법이 있다는거야.”


주변을 흩어보던 줄리엣의 시선이 실크에게 꽂혔다.


“너는 알고 있어. 부활의 오브가 어디에 있는지. 순순히 말할 거라 기대하지 않아. 나는 반드시 알아낼 거야. 반드시······.”


줄리엣의 품에서 포션병이 나왔고, 그걸 깨트리자 검은 안개가 근방을 자욱하게 덮었다. 혹한의 바람에 금방 쓸려버리긴 했지만, 이미 줄리엣은 떠나버려 사라진 후였다.


“저 마족, 나와 닮았어.”


엘라이자가 거츠에게 말했다. 죽은 남편을 되살리기 위해 무엇이든 불사하며 연구에 몰두한 것이 겹쳐져 보였기 때문이었다.


고개를 저은 실크는 아직 사라지지 않은 결정석 파편을 쥐었다.


“줄리엣은 당신과 전혀 다릅니다. 그녀는 마왕에 대한 증오를 품고 있습니다. 제가 풀어내야할 업보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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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마지막화 믿겠습니다. 20.01.06 59 1 13쪽
89 89화 이름은 곧 운명을 뜻하는 것이다. 20.01.01 39 1 12쪽
88 88화 아무도 네게 세상을 구하란 소린 안 해. 19.12.30 35 1 11쪽
87 87화 해치웠나? 19.12.27 31 1 11쪽
86 86화 마왕성에 온걸 환영하는 바다. 용사여. 19.12.25 30 1 11쪽
85 85화 아파하는 나 자신이 얼마나 가련하던지. 19.12.20 33 1 11쪽
84 84화 벨라! 으악! 으아악! 19.12.18 34 1 11쪽
83 83화 평등한 세상을 만들자구요. 19.12.16 30 1 11쪽
82 82화 저를 데려가세요. 19.12.13 37 1 11쪽
81 81화 방구석에 처박혀있던 쓰레기라고 했다! 19.12.11 30 1 12쪽
» 80화 나는 여왕이야. 19.12.09 35 1 12쪽
79 79화 저는 마왕이 아녜요. 약초꾼이죠. 19.12.06 34 1 11쪽
78 78화 후회할 거면 말썽을 부리기 전에 고민해주세요. 19.12.04 37 1 11쪽
77 77화 제발 좀 나를 내버려 둬! 19.12.02 56 1 11쪽
76 76화 늦었군, 후배 마왕. 19.11.29 52 1 12쪽
75 75화 말만 하라고! 뭘 갖고 싶은가! 19.11.27 35 1 12쪽
74 74화 만수무강하소서. 마왕 폐하. +1 19.11.25 34 1 12쪽
73 73화 에취! 19.11.22 31 1 12쪽
72 72화 일어나셨나요, 달링? 19.11.20 43 1 12쪽
71 71화 드래곤은 아직 한창 잘 시간이라고! 19.11.18 38 1 11쪽
70 70화 삼키라니까요! 19.11.15 35 1 12쪽
69 69화 모두 하나같이 멍청하고 잔인하기 짝이 없어. 19.11.13 35 1 11쪽
68 68화 스튜는 좋아하나? 좋아해야 할 거야. 19.11.11 37 1 12쪽
67 67화 그렇군. 하지만, 거절한다. 19.11.08 34 1 12쪽
66 66화 건들면 문다. 19.11.06 40 1 12쪽
65 65화 애는 착해. +1 19.11.04 36 1 11쪽
64 64화 도시락인가, 아폴의? 19.11.01 30 1 11쪽
63 63화 이것은 용사의 데뷔 무대인가. 19.10.30 35 1 12쪽
62 62화 단단히 홀리셨군요. 19.10.28 3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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