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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품은 꽃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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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2.06.11 23:29
최근연재일 :
2022.06.19 16:00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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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1
추천수 :
122
글자수 :
132,905

작성
22.06.19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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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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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9쪽

제27화 국제파티

조선시대로 돌아가 신선하고 흥미로운 이야기 속에 흠뻑 빠져보시길 바랍니다. 역사는 우리 미래의 거울이기도 합니다.




DUMMY

일본의 이토 히로부미 총리는 망설임 없이 일백만 달러를 미국에 건네주고 경인선 철도부설권을 샀다. 하지만 문제는 불란서로 넘어간 경의선 철도부설권이었다. 그것을 다시 빼앗아 일본제국으로 가져와야 청나라의 대륙으로 진출할 수 있는 대로(大路)가 열린다는 고집과 집념을 버리지 못하고, 그걸 얻기 위해 일본인들은 골몰하게 되었다.


우정은 불란서 공사를 만나서 경의선 철도부설권을 일본제국에 넘기지 말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그리고 그는 고종을 알현한 자리에서도 경의선 철도부설권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무슨 일이 있어도 그걸 일본제국에 넘겨서는 안 될 거라고 주장하며 충언을 아끼지 않았다.

“전하! 일본인들이 경인선 철도부설권을 매입했다고 합니다. 게다가 경성에서 신의주로 이어지는 경의선 철도부설권을 빼앗기 위하여 혈안이 되어있습니다. 이것이 무얼 말하는 것이옵니까? 소신의 생각으로는 제물포에서 경성을 거쳐 신의주를 지나 청나라의 대륙으로 진출하려는 일본제국의 야망을 드러내는 일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그리되면, 조선은 저들의 전쟁터가 될 것이고, 조선의 백성들은 무가치한 피를 흘리며 수없이 죽임을 당하게 될 것이옵니다. 전하! 일본제국이 경의선 철도부설권까지 가져가는 일이 없도록 하여 주시옵소서. 전하!”

우정이 머리를 조아리며 간절한 마음으로 자신의 충언을 고종께 아뢰었다.

“알겠소. 이미 경의선 철도부설권이 불란서로 넘어갔지만, 짐이 불란서 공사를 불러 철도공사를 불란서에서 진행하라고 명할 것이오. 만약 공사비용이 너무 부담스럽다면, 그걸 일본 쪽에 팔아넘기지 말고, 차라리 노서아에 넘기라고 할 것이니, 너무 심려하지 마시오.”

고종은 차분한 목소리로 경의선 철도부설권이 일본제국에 넘어가지 않도록 돕겠다고 하면서 마른 침을 겨우 삼켰다.


일본 공사 가토 마스오는 무슨 일이 생겨도 경의선 부설권을 반드시 손에 넣고야 말겠다며 뒷짐을 진 채로 어금니를 굳게 다물었다. 몇 년이나 조선 땅에서 일본공사로 근무를 하게 될 것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는 이토 히로부미 총리의 뜻을 받들어 충성을 다할 것을 속으로 다짐했다.

오정도는 몇 년 사이에 일본공사들이 여러 명 바뀌었지만, 한결같은 것은 그들의 욕망이었다. 매섭고 잔인하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자들이 바로 일본 정치인들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가장 침착하면서도 온유한 얼굴로 조선인들을 대하지만, 실상 그들의 뒤에는 칼날이 숨겨져 있었다. 그들 중에 가장 대표 격인 인물은 이노우에 공사였다. 그리고 고종의 아관파천 후에 경성으로 오게 된 가토 마스오도 만만치 않은 일본공사였다.

“알게 뭐냐? 조선이 망해가는 데.”

오정도가 내뱉는 말이었다.

누가 주인이 되든지 간에, 오정도는 일본제국에 충성하는 사냥개 노릇을 하기로 오래전부터 마음을 먹은 터라, 도둑놈이든 아니면 강도든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하면서 얼굴을 심하게 찡그렸다.

“오정도 통역관! 이번에 일본공사관에서 주관하는 국제파티가 열리는데, 이번에는 불란서 공사가 빠지지 않도록,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고 애를 써보시오.”

“하이! 가토 마스오 공사님의 말씀대로 시행하겠습니다.”

“혹시 고종의 오른팔 노릇을 하고 있는 우정이라는 자를 아시오?”

“알다마다요! 불란서로 유학을 떠나기 전에 저와 함께 놀던 자이옵니다. 내 말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달려오는 친구입니다. 헌데, 우정을 왜 찾으시옵니까?”

“그자가 경의선 철도부설권을 일본제국에 넘기지 말라고, 고종에게 상소문을 올리고 있다는 정보가 내게 들어왔소. 허니, 그자를 국제파티에 꼭 초청토록 하시오.”

“각하! 허나, 그자는 일본인들을 상당히 싫어하고 증오하는 자이옵니다. 일본공사관에서 주관하는 국제파티라면 절대로 참석하지 않을 겁니다.”

“그자가 사귀는 기생이 있다지요?” “예에? 기생이라면 누굴 뜻하시는 건지 모르겠사옵니다. 헤헤헤!”

“설아라는 기생이 있다면서요?”

“설아요?” “그 기생을 국제파티에 불러서 춤을 추게 하면 되잖소?”

“설아는 일편 기생이고, 지금은 궁중 무희가 되었습니다. 경복궁 외에 다른 곳에서 열리는 파티에는 참석할 수 없도록 못이 박힌 무희이옵니다.”

“일편이면 어떻고, 삼편 기생이면 어떻소? 국제파티는 각국 공사들과 친일파 인사들이 참석하는 상당히 중요한 파티요. 그까짓 궁중 무희가 뭐 그리 대수란 말입니까? 내가 국제파티에 춤 공연을 해달라고 부탁을 하면 될 것 아니오? 조선의 전통과 춤을 각국 공사들에게 보여주는 일이 얼마나 가슴 뿌듯한 일이오?”

“굳이, 궁중 무희 설아를 부르시는 이유가 우정을 참석시키기 위한 것이옵니까?”

“그렇기도 하지만, 조선에서 가장 뛰어난 춤사위를 각국 공사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대단한 무희라고 들었소. 정치를 떠나 문화예술의 차원에서 조선무용의 공연만큼은 내가 꼭 좀 보고 싶소. 그래야 조선이 무너져도 우리 일본제국이 조선무용의 전통을 보존해 줄 수 있을 테니까요. 하하하!”

“알겠습니다! 역시 가토 마스오 공사님의 혜안은 놀랍습니다.”

오정도 절도 있게 허리를 굽히며 야릇한 미소를 흘려내며 아부를 했다.

“설아라는 기생을 미끼로 해서, 우정을 우리 편으로 만들어야 하오. 오정도 통역관이 그 일을 잘 감당해낼 수 있겠소? ”하이! 가토 마스오 공사님의 손바닥 안에서 우정이 숨을 쉬도록, 제가 기필코 그렇게 만들어놓고야 말겠습니다.”

“허면, 무슨 좋은 방법이라도 있소?”

“그자는 설아라는 무희를 위해서라면, 고종이 하사한 관직과 생명도 버릴 수 있는, 그런 사내이옵니다.”

“요시! 그자가 사내중에 사내라는 말인가? 하하하! 음! 어떤 인물인지 더욱더 궁금해지는군!”

일본공사가 거울을 보면서 소름이 끼치는 눈빛으로 삐죽 웃었다.


오정도는 국제파티에 우정을 초대하기 위해서 무슨 패를 써야 할 것인가를 놓고 고심을 했다. 돈과 황금으로도 안 되고, 정치적인 유익을 얻게 해준다고 해도 통할 인물이 아니었다.

“단 한 가지 길이 있다면. 그것은 설아를 볼모로 해서 그자를 유인하는 거야.” 오정도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고종이 노서아 공사관에 안주해있는 통에, 조선의 행정관리체제는 다소 소홀해졌다. 경복궁의 궁중 무희들과 장악원의 업무를 담당하는 관리들도 나라가 어수선하여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었다. 조선은 안팎으로 이런저런 불안한 상황 속에서 뭔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일본공사가 각국의 환심을 사기 위한 국제파티를 열게 되었으니, 우정은 그 진의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그래서 국제파티에 관한 일들을 남몰래 조사하면서 나름대로 다양한 분석을 하고 있었다. 오정도는 우정의 일거수일투족을 면밀하게 관찰하면서 그의 머릿속에 숨겨져 있는 생각들을 파악해내려고 애를 썼다.

“만약 궁중 무희 설아가 국제파티에서 특별공연을 하게 된다는 걸 우정이 알게 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당연히 오지 말라고 해도,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을 게야. 헤헤헤!”

오정도는 우정의 마음을 손바닥처럼 들여다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녀가 걱정되는 까닭에, 어김없이 그는 국제파티에 참석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오정도는 손바닥을 치면서 승리를 예감한 듯 사악한 얼굴로 길게 웃었다.


설아는 일본공사관의 주관으로 열리는 국제파티에 참석하고 싶은 마음이 추호도 없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서 압력을 받은 것인지, 장악원의 청련 스승과 궁중 무희들을 담당하고 있는 김상궁도 그녀를 국제파티에 참석시키려고 노골적으로 떠다밀었다. 마음이 좀 편치 않았지만, 그녀는 어쩔 수 없이 국제파티에 참석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오정도는 설아를 불러내어 직접 협박을 하기도 했다. 만에 하나 국제파티에 그녀가 참석하지 않는다면, 훗날 뒷감당을 할 수 없는 심각한 일들이 벌어질 거라고 하면서, 오정도는 그녀에게 으름장을 놓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녀가 국제파티에서 특별공연을 해야 한다고 큰소리를 내며, 비위가 상하는 협박질도 마다치 않았다. 사실 그녀는 몸이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일본공사가 주관하는 특별공연에 빠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시간이 지나갈수록 그러고 싶지가 않았다. 청련 스승의 말대로, 외국공사들 앞에서 조선의 춤사위가 어떤 것인지 확실하게 보여줄 이유가 있을 것만 같았다. 더군다나 정황상 그 행사에 일부러 빠진다면, 뭔가 좋지 않은 후폭풍이 불어닥칠 거라는 예감이 들기도 했다.




여기가지 읽어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복되고 좋은 일들이 많아지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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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제32화 휘몰아치는 희락 +4 22.06.19 61 4 10쪽
31 제31화 일본 자객 22.06.19 42 3 10쪽
30 제30화 끊어진 밧줄 22.06.19 33 3 10쪽
29 제29화 철도부설권 22.06.19 33 3 9쪽
28 제28화 조선의 춤사위 +2 22.06.19 38 3 9쪽
» 제27화 국제파티 22.06.19 35 3 9쪽
26 제26화 노서아 공사관 22.06.19 35 4 9쪽
25 제25화 조선 왕비의 죽음 22.06.19 34 4 9쪽
24 제24화 여우 사냥 22.06.19 31 3 9쪽
23 제23화 서찰 22.06.19 30 3 9쪽
22 제22화 빈 무덤 +1 22.06.19 34 4 9쪽
21 제21화 사냥개 22.06.19 31 3 9쪽
20 제20화 꼬꼬뱅 22.06.19 35 3 9쪽
19 제19화 밑밥 +1 22.06.19 34 4 9쪽
18 제18화 불란서로 가다 +1 22.06.19 33 4 9쪽
17 제17화 밤하늘에 뜬 달 22.06.19 31 4 9쪽
16 제16화 도율 권법 22.06.19 30 4 9쪽
15 제15화 무형의 벽 22.06.19 33 4 9쪽
14 제14화 그의 이름 22.06.19 33 4 9쪽
13 제13화 무서운 싸움꾼 +1 22.06.19 39 5 9쪽
12 제12화 좋은 동지 22.06.19 37 4 9쪽
11 제11화 금상첨화 22.06.19 35 4 9쪽
10 제10화 조선의 학자 22.06.19 40 4 9쪽
9 제9화 동양화 +2 22.06.19 41 4 9쪽
8 제8화 운명 22.06.19 40 4 9쪽
7 제7화 밀담 22.06.19 46 4 9쪽
6 제6화 꽃 사슴 한 마리 22.06.18 48 4 10쪽
5 제5화 가비 차 22.06.18 51 3 10쪽
4 제4화 불란서 공사관 22.06.17 59 4 10쪽
3 제3화 향기로운 꽃과 나비 +2 22.06.17 71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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