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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품은 꽃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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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er
작품등록일 :
2022.06.11 23:29
최근연재일 :
2022.06.19 16:00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1,366
추천수 :
122
글자수 :
132,905

작성
22.06.19 09:17
조회
39
추천
4
글자
9쪽

제10화 조선의 학자

조선시대로 돌아가 신선하고 흥미로운 이야기 속에 흠뻑 빠져보시길 바랍니다. 역사는 우리 미래의 거울이기도 합니다.




DUMMY

우정은 한 편 구석에서 몸을 웅크린 채 발발 떨고 있는 게이코의 왼쪽 팔을 잡아끌었다.

“아악! 제발 살려 주세요!”

게이코가 너무 놀라서 우정을 알아보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그는 피식 웃고는 그녀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나 우정입니다. 밤늦게 뒷골목을 다니니까 이런 꼴을 당하는 겁니다. 어서 집으로 갑시다.” “우정 오빠?”

그녀가 고개를 겨우 들고 그의 얼굴을 확인하곤 안심을 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곤 그녀를 양손으로 번쩍 들었다. 너무 충격을 받은 탓인지 그녀가 제대로 걷지를 못하자, 그는 후딱 그녀를 안아 인력거 안에 태웠다. 인력거를 타고 가면서 그는 그녀의 옷을 살펴봤다. 겉옷은 많이 찢어져 있었고, 치마도 온전치 않아 보였다. 그가 조금만 늦었어도 그녀가 큰 봉변을 당할 뻔했음을 알고는, 그녀가 무사한 것을 다행스럽게 여겼다. 도무지 조선에는 없는 일들이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걸 알게 된 그는 땅이 꺼져라,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골목길에서 지나가는 처자들을 끌고와 성폭행하려는 불량배들까지 생긴 걸까? 짐승 같은 놈들.”

그가 눈을 감고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하야시 오야봉! 뵐 면목이 없습니다.”

우정에게 손날로 목을 맞았던 야쿠자가 하야시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세 명씩이나 되는 놈들이, 한 놈 조센징을 당하지 못하다니, 그게 말이 되는 소리라고 생각하는가?”

“저도 그토록 빠르고 강한 자는 처음이었습니다. 아마도 조선 무술의 고수인 듯싶습니다.”

“한심한 놈들! 제 아무리 무술의 고수라도 길거리 칼싸움의 달인으로 알려진 우리 야쿠자들을 이길 순 없다. 당장 그놈을 잡아 와라! 아니다! 내가 직접 가서 그 놈을 일격에 쓰러뜨려, 하야시 상사의 힘을 다시금 보여줄 것이다. 그 조센징이 동경백화점에서 동양화를 팔고 있다지?”

“하이! 소데스네!”

“감히 하야시 상사의 야쿠자들을 세 명이나 길바닥에 눕히다니, 그것도 내가 관리하는 나와바리에서 말이야. 내일이면 네 놈도 숨을 거두게 될 것이다. 생명줄이 무척 짧은 조센징이로구나. 으하하하!”

하야시 오야봉이 장검을 손에 쥐고 핏발이 선 눈으로 허공을 쏘아보다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우정은 동경백화점에서 동양화를 팔고 있었다. 20여 점의 작품들도 액자에 넣어 진열해놓았다. 한동안 손님이 없자 그는 즉석에서 화선지를 펼쳤다. 그러곤 먹을 갈고 붓으로 먹물을 찍어 힘차게 난을 그리고 나비들도 여백에 그려 넣었다. 그날은 게이코가 백화점으로 나오질 않았다. 정신적으로 몹시 충격을 받은 탓인지 밤에 끙끙거리며 신음을 내기도 했다. 아마도 밤새도록 잠을 이루지 못하고 불안과 공포에 사로잡혀 있었다. 생전 처음 그런 황당한 일을 당했으니,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우정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이 단정한 모습으로 정신을 집중하여 동양화를 그리는 일에 최선을 다했다. 그가 그림을 완성했을 때 그의 등 뒤에서 낯선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본 동양화 중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작품이오. 내가 이걸 사겠소.”

검은 양복을 입고 있는 하야시가 그를 지그시 내려다보고 있었다.

“고맙습니다. 허면, 제가 액자에 넣어드리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아니오! 동경백화점 뒤에 있는 첫 번째 골목으로 들어가서 계속 앞만 보고 걸어가면 넓은 공터가 나옵니다. 그곳으로 직접 배달을 해주시오. 저녁때 정각 6시까지 와야 합니다. 대금은 그때 드리기로 하겠소.”

하야시의 눈에서 매서운 동물의 살기가 번뜩였다.

“알겠소이다. 내가 그곳으로 배달을 해드리겠습니다. 직접 나오셔서 받아 가십시오.”

그가 여유 만만한 표정으로 하야시의 얼굴을 힐긋 훔쳐봤다.

처음에 그 손님이 누군지 전혀 알 수가 없지만,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냉기가 흘러나오는 걸 느끼면서, 우정은 그가 누구인지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 아마도 그의 공격을 받고 뒷골목에 쓰러졌던 야쿠자들이 생각났ᄃᆞ. 그 부하들의 수치를 씻어주기 위하여 직접 온 두목이라는 걸 그는 알아차렸다. 그는 일부러 그 야쿠자 두목을 향하여 묘한 미소를 지어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가 직접 찾아올 줄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어차피 겪어야 할 일이라면, 겁을 먹고 피할 것이 아니라, 직접 호랑이 굴로 들어가서 맞닥뜨려보자고 하면서 그는 주먹을 단단히 말아 쥐었다. 비겁하게 칼잡이들을 보내지 않고, 직접 찾아와서 도전장을 던진 것을 보면, 그래도 일본인이지만 사내다운 자라고 속으로 인정을 했다.

하야시도 그의 뱃장과 용기를 인정한 탓인지, 빙긋 웃고는 그곳에서 기다리겠다는 말을 남기곤 어디론가 사라졌다.


우정은 저녁 6시가 되기 10분 전에, 액자에 든 동양화를 들고 약속장소로 찾아갔다. 만일을 대비해서 조금 긴 단검을 허리춤에 찔러두었다. 상대방이 칼을 들고 나오면 맨손보다는 단검이라도 있어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아서였다.

그가 약속장소에 도착했을 대였다. 수십 명이 되어 보이는 야쿠자들이 하야시의 뒤에서 팔짱을 낀 채 험악한 얼굴로 그를 쏘아보고 있었다. 그들은 일본도를 한 자루씩 겨드랑이에 끼고 있었다. 우정은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지만, 일부러 웃음을 보이며 하야시에게 천천히 다가섰다.

“손님께서 주문하신 그림을 액자에 담아 가져왔습니다.”

그가 액자를 내밀자, 하야시는 호탕하게 웃으며 그걸 받아 뒤에 서 있던 부두목에게 넘겨주었다.

“난 하야시 오야봉이다. 네가 우리 아이들을 때려눕혔다고 들었는데, 각오는 된 것이냐? 지금이라도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면 목숨은 살려주겠다.”

하야시가 사나운 얼굴로 그를 노려보며 협박을 했다.

“난 조선에서 온 학자 우정이라 하오. 내가 용서를 빌어야 할 이유는 없소이다. 당신 부하 세 명이 연약한 처자를 골목길에서 겁간하려고 해서, 내가 손을 좀 봤을 뿐이오. 허니, 용서를 빌어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바로 당신의 부하들이오.”

“우하하하! 조센징 주제에 배짱 하나는 두둑하구나. 좋다. 내가 너를 상대해주지. 나를 이기면 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 것이나, 패하게 되면 네 생명을 포기하는 게 좋을 것이다. 난 싸울 때 끝장을 보거든.”

하야시가 송곳니를 드러내며 징그럽게 웃었다.

“좋소이다. 허면, 시작합시다!”

그가 후굴 자세로 서면서 하야시의 눈동자를 주시했다.

몸놀림으로 볼 때, 전문적으로 무술을 배운 자는 아니라는 걸 파악해내곤, 그는 하야시의 약점을 찾아내려고 그의 자세를 바라봤다. 목과 복부에 허점이 보였다. 그때였다. ‘휘잉-’하고 바람 소리가 들리더니 하야시의 발이 허공을 가르며, 그의 턱을 향하여 날아왔다. 뒤로 물러서기는 했지만, 아래턱을 박살 낼 정도의 파괴력을 가진 발 공격이 그에게 공포를 주었다.

“이건 말로만 듣던 일본의 가라테가 아닌가?”

그가 휘청거리며 약간 뒤로 물러났다. 그 순간에 하야시의 왼발이 그의 가슴팍을 파고들었다. 가슴이 깨지는 것 같은 통증이 느껴지면서 그는 바닥으로 나뒹굴었다. 그의 주변으로 뿌연 흙먼지가 일어났다. 다시 하야시의 양발이 그의 얼굴을 향하여 날아올 때, 그는 양 손바닥으로 그의 발들을 막아내며 가까스로 일어났다. 수없이 정권과 발길이 그의 몸을 향하여 쉴 새 없이 날아왔다. 하야시는 야쿠자의 두목이 될 만한 실전 능력을 보유한 자였다. 서로 맞고 피를 흘리면서도 한 시간 동안이나 뒤엉킨 싸움은 끝나질 않았다.

“이젠 끝을 내야 할 것 같소이다.”

우정이 한 걸음 앞으로 나오면서 그에게 하는 말이었다.

그는 화살보다도 빠른 속도로 하야시의 목과 복부와 옆구리를 번개처럼 손날과 무릎과 주먹으로 공격을 했다. 세 번을 공격했는데, 얼마나 빠른지, 마치 한 번에 세 군데를 치고 지르며 때린 것처럼 보였다. 하야시는 짧은 비명을 토해내곤 그대로 땅바닥에 엎어졌다. 하야시의 입에서 붉은 피가 쏟아져 나왔다. 그걸 본 하야시의 부하들은 일본도를 뽑아들고 그를 향하여 칼끝을 겨누었다. 하지만 바닥에 쓰러져 있던 하야시는 오른손을 들어 부하들에게 멈추라고 명했다.

“우정 오야봉! 내가 패배했음을 인정하오. 이제 우리 하야시 공사의 오야봉은 내가 아닌 것 같소.”

하야시가 입에서 피를 흘리며 우정에게 무릎을 꿇자 30명이 넘는 야쿠자들도 땅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우정은 자신은 야쿠자가 아니라, 조선의 학자라고 거듭해서 자신을 소개했다.




여기가지 읽어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복되고 좋은 일들이 많아지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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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제32화 휘몰아치는 희락 +4 22.06.19 61 4 10쪽
31 제31화 일본 자객 22.06.19 41 3 10쪽
30 제30화 끊어진 밧줄 22.06.19 33 3 10쪽
29 제29화 철도부설권 22.06.19 33 3 9쪽
28 제28화 조선의 춤사위 +2 22.06.19 37 3 9쪽
27 제27화 국제파티 22.06.19 34 3 9쪽
26 제26화 노서아 공사관 22.06.19 35 4 9쪽
25 제25화 조선 왕비의 죽음 22.06.19 34 4 9쪽
24 제24화 여우 사냥 22.06.19 31 3 9쪽
23 제23화 서찰 22.06.19 29 3 9쪽
22 제22화 빈 무덤 +1 22.06.19 34 4 9쪽
21 제21화 사냥개 22.06.19 31 3 9쪽
20 제20화 꼬꼬뱅 22.06.19 35 3 9쪽
19 제19화 밑밥 +1 22.06.19 34 4 9쪽
18 제18화 불란서로 가다 +1 22.06.19 33 4 9쪽
17 제17화 밤하늘에 뜬 달 22.06.19 31 4 9쪽
16 제16화 도율 권법 22.06.19 30 4 9쪽
15 제15화 무형의 벽 22.06.19 33 4 9쪽
14 제14화 그의 이름 22.06.19 33 4 9쪽
13 제13화 무서운 싸움꾼 +1 22.06.19 39 5 9쪽
12 제12화 좋은 동지 22.06.19 36 4 9쪽
11 제11화 금상첨화 22.06.19 35 4 9쪽
» 제10화 조선의 학자 22.06.19 40 4 9쪽
9 제9화 동양화 +2 22.06.19 41 4 9쪽
8 제8화 운명 22.06.19 40 4 9쪽
7 제7화 밀담 22.06.19 46 4 9쪽
6 제6화 꽃 사슴 한 마리 22.06.18 48 4 10쪽
5 제5화 가비 차 22.06.18 51 3 10쪽
4 제4화 불란서 공사관 22.06.17 59 4 10쪽
3 제3화 향기로운 꽃과 나비 +2 22.06.17 71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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