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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품은 꽃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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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2.06.11 23:29
최근연재일 :
2022.06.19 16:00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1,359
추천수 :
122
글자수 :
132,905

작성
22.06.19 13:35
조회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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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9쪽

제14화 그의 이름

조선시대로 돌아가 신선하고 흥미로운 이야기 속에 흠뻑 빠져보시길 바랍니다. 역사는 우리 미래의 거울이기도 합니다.




DUMMY

“그런 조센징 따위는 단숨에 숨통을 끊어놓을 자신이 있으니, 염려하지 마십시오. 그 대신 내게 줄 상금이나 넉넉히 준비해 놓아야 할 것이오. 내가 동경에서 쉴 수 있는 집도 하나 마련해주시고.”

요시무라가 자리에서 일어나 무라카미의 집무실 밖으로 나가며 등 뒤로 툭 던지는 말이었다.

“교만하기 짝이 없는 놈! 만약 네가 패배를 당한다면, 이 바닥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다.”

무라카미는 책상을 두드리면서 냅다 소리를 질러댔다. 요시무라가 사라지자 무라카미는 부하들을 불러, 조센징 우정의 동태를 살펴보도록 명했다. 여차하면 요시무라와 싸우기 전에 우정의 팔이나 다리에 치명적인 부상을 입히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우정이 확실하게 패배하도록 만들기 위해서였다. 아무래도 하야시가 자신 있게 추천한 조센징이라 보통 싸움꾼이 아닐 거라는 예감이 들어 속으로 걱정이 되기도 했다. 대결이 임박할 무렵에 팔이나 다리에 깊은 상처를 받게 하면, 유리한 입장에서 싸우는 요시무라가 반드시 승리하게 될 거라고 그는 확신했다.

“하하하! 이제 하야시 상사도 내가 접수하게 될 것이니, 일본의 젖줄과 같은 동경도 내 손아귀에 들어온 거나 다름이 없지 않은가. 들개 같은 하야시! 내 놈의 목이 떨어질 날이 가까이 오고 있구나!”

무라카미가 충혈이 된 두 눈에 힘을 주면서 혼잣말로 뇌까렸다.


일본 공사 곤도 마스키는 자꾸만 검기무를 추었던 궁중 무희의 모습이 떠올라 심기가 불편했다. 궁중연회에 초대된 외국공사들과 대신들 앞에서 망신을 당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하필이면 궁중 무희가 자신에게 칼끝을 겨눌 때, 많은 관객들 앞에서 소스라치게 놀랐으니, 이미 개망신을 당한 거나 다름이 없었다. 태연하게 검기무를 관람하고, 입가에 여유로운 미소를 보이며 박수를 치지 못한 것이 내내 아쉽기만 했다. 얼핏 보았지만, 중전이 그 꼴을 보면서 비실비실 웃고 있었던 모습이 떠올라, 일본 공사는 고개를 뒤흔들었다.

“이런 사악한 불여우가 있나? 궁중 무희를 시켜서 칼끝을 내게 직접 겨누도록 은밀하게 지시를 했을 거야. 조선을 삼키려는 일본을 향해 겁을 주겠다는 뜻인가? 아니면 쥐도 새도 모르게 자객을 보내어 나를 암살하겠다는 협박일 수도 있지. 아무튼, 기분이 아주 나빠!”

일본 공사가 핏대를 올리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눈에 박힌 가시와 같은 중전을 제거하지 않는 한, 일본의 전략은 성공하기 어려울 거라고 여겼다. 온갖 짓을 하며 일본을 견제하려고 청나라와 불란서와 미국 공사까지 궁궐로 끌어드리고 있는 중전이 살아있는 한, 일본제국은 건널 수 없는 다리 앞에 서 있는 꼴이 될 거라고 하면서 그는 분통을 터뜨렸다.

“경복궁에 있는 불여우 한 마리가 일본제국을 흔들고 있어. 저걸 제거하지 않는다면 일본의 전략에 차질이 생기고, 나중엔 내게도 큰 화가 될 것이야.”

일본공사 곤도 마스키는 두 주먹을 쥐고 부르르 몸을 떨었다.


중전의 부탁으로 고종을 자주 알현하게 된 설아는 마음이 바빴다. 궁중연회에서 춤사위를 보이는 건 가슴이 뛰는 일이었으나, 어쩐지 고종 앞에서 애교를 부리며 춤을 춘다는 게 다소 부담이 되어서였다. 게다가 중전도 그 자리에 합석해서 공연을 관람했는데, 어쩐지 시샘을 하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것만 같아, 연실 불안하고 두려움까지 엄습해왔다. 이러다가 중전의 시기심으로 큰 곤욕을 치를 수도 있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고종은 흥이 나는지 손으로 장단을 맞추면서 그녀의 춤이 끝날 때까지, 호기심 어린 얼굴로 미소까지 지으며 그녀를 줄곧 바라봤다.

“이건 뭐지? 이러다가 고종의 침소에 들라고 명하면 큰일이 아닌가? 내 지아비는 이미 따로 있는데, 그렇다고 내가 혼인을 약속한 사내가 있다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거야말로 진퇴양난(進退兩難進)이 아닌가? 고종이 나를 마음에 품으면, 그 순간부터 나는 중전의 적이 된다는 말과 같으니, 어떻게 해야 이런 벼랑 끝에서 내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설아는 춤을 추고 있었지만, 마음속으로는 온갖 번뇌에 시달리면서 생존을 위한 지혜를 찾고 있었다.

설아의 공연이 끝나자마자 고종과 중전은 흥에 겨운 박수를 보내면서 무척 즐거워했다.

“과연 너는 조선 최고의 궁중 무희로구나. 네 춤을 보고 있노라면, 정사로 인한 고뇌와 괴로움이 물 흐르듯 씻겨 내려가니, 참으로 신통방통한 일이 아닐 수 없구나. 허허허!”

고종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전하! 그토록 분에 넘치는 격려와 칭찬을 해주시니 황공하옵나이다.”

설아가 공손하게 고개를 숙여 절을 했다.

“헌데, 어디가 아픈 게냐? 네 혈색이 너무 창백하구나!”

중전이 그녀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봤다.

“그러고 보니, 네 얼굴이 백지장처럼 보이는구나. 몸이 안 좋은 것이냐? 이리 가까이 오너라. 입을 좀 벌려 보아라.”

중전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녀는 중전 쪽으로 얼굴을 가까이 내밀고 입을 크게 벌렸다. 무슨 입안 검사를 하는 모양인 줄 알았는데, 중전은 갈색 사탕 하나를 그녀의 입안에 슬쩍 넣어주었다. 달콤하고 고소한 맛이 도는 사탕이었다.

“이것이 무엇이옵니까?”

그녀가 조심스럽게 그 사탕을 빨아 먹으며 물었다.

“그건 불란서 공사로부터 선물로 받은 초콜릿 사탕이라는 음식이다. 피곤할 때 먹으면 힘이 난다고 하니, 내가 몇 개를 더 주마! 하하하! 헌데, 초콜릿 사탕을 먹는 네 모습이 소녀처럼 너무도 사랑스럽구나!”

중전이 입을 가리고 웃었다. 설아는 그날 중전이 웃는 얼굴을 처음 보았다. 중전도 일반 사람들과 다름이 없는 평범한 여인이었음을 느낄 수 있는 날이었다.

고종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중전이 준 초콜릿 사랑을 먹고 있는 설아를 향해 고개를 내밀곤 관심을 보였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설아는 신중하게 입을 열었다.

“중전마마! 심려를 끼쳐드려 황송하옵나이다. 소녀, 그동안 궁중연회를 준비하느라 밤을 새워가며 춤을 추었더니, 어지럼증이 생긴 모양이옵니다. 어제도 춤 연습을 하다가 정신을 잃고 쓰러졌나이다.”

“어허! 허면, 미리 내게 말을 해야지! 아마도 기력이 많이 떨어진 모양이니, 어의를 시켜 보약을 지어 보내도록 하마. 보름 정도만이라도 건강이 회복될 때까지 춤을 접고 모친의 집으로 가서 편안히 쉬도록 해라. 알겠느냐?”

중전이 그녀에게 명을 내렸다.

“그래! 좀 쉬어야 몸도 회복이 될 것이다. 중전의 말씀대로 아무것도 하지 말고 편안히 쉬도록 해라. 젊어도 건강관리와 회복이 중요하니라.”

고종도 고개를 끄덕였다.

“전하! 성은이 망극하옵나이다.”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으나, 속으로 기쁨을 감추질 못했다. 위기를 넘겼을 뿐만 아니라, 보름을 쉴 수 있는 휴가를 얻었으니, 그보다 더 큰 상은 없다고 하면서 마음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중전의 허락을 받은 설아는 보름간의 휴식을 취하기 위하여 모친의 집으로 향하다가 인사차 장악원으로 발길을 돌렸다. 스승 청련을 만나보기 위해서였다. 그녀가 장악원으로 들어가 청련을 만났을 때, 놀라운 선물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은 일본에서 우정이 보내온 서신들이었다.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고, 일본에서 그가 하루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를 훤히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상세한 내용을 담은 보고서와 같은 서신들이었다. 그녀는 홀로 방으로 들어가 그 서신을 읽느라고 밤을 새웠다. 읽고 또다시 읽으면서 그가 품은 불변의 사랑을 거듭 확인했다. 혹시, 그가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아, 심한 고생이라도 할까 싶어서 걱정이 태산과 같았다. 험한 일본 섬이라 혹시라도 불량한 자들에게 끌려가 매질을 당하거나, 억울한 일을 당하면서 모진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가 되어, 그녀는 밤잠을 제대로 이룰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의 편지들을 읽으면서 그녀는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여기며 안심을 했다. 오히려 그의 서신에서 울려 나오는 기쁨과 평온함이 그녀의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주었던 탓이다.

“우정 씨! 무탈하게 잘 계신다니, 그저 기쁘고 고마울 뿐입니다. 부디 뜻대로 서양 학문과 법학을 잘 공부하시고 금의환향(錦衣還鄕)하여 조선을 위한 큰 재목이 되시길 간절히 비나이다.”

그녀가 눈물 어린 목소리로 그의 성공적인 미래를 위하여 간절히 빌고 또 빌었다. 너무도 보고 싶어서 그녀는 그의 서신들을 가슴에 품고 그의 이름을 미친 듯이 마음속으로 불러보기도 했다.




여기가지 읽어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복되고 좋은 일들이 많아지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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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제32화 휘몰아치는 희락 +4 22.06.19 59 4 10쪽
31 제31화 일본 자객 22.06.19 41 3 10쪽
30 제30화 끊어진 밧줄 22.06.19 33 3 10쪽
29 제29화 철도부설권 22.06.19 33 3 9쪽
28 제28화 조선의 춤사위 +2 22.06.19 37 3 9쪽
27 제27화 국제파티 22.06.19 34 3 9쪽
26 제26화 노서아 공사관 22.06.19 35 4 9쪽
25 제25화 조선 왕비의 죽음 22.06.19 34 4 9쪽
24 제24화 여우 사냥 22.06.19 31 3 9쪽
23 제23화 서찰 22.06.19 28 3 9쪽
22 제22화 빈 무덤 +1 22.06.19 34 4 9쪽
21 제21화 사냥개 22.06.19 31 3 9쪽
20 제20화 꼬꼬뱅 22.06.19 34 3 9쪽
19 제19화 밑밥 +1 22.06.19 34 4 9쪽
18 제18화 불란서로 가다 +1 22.06.19 33 4 9쪽
17 제17화 밤하늘에 뜬 달 22.06.19 31 4 9쪽
16 제16화 도율 권법 22.06.19 30 4 9쪽
15 제15화 무형의 벽 22.06.19 33 4 9쪽
» 제14화 그의 이름 22.06.19 33 4 9쪽
13 제13화 무서운 싸움꾼 +1 22.06.19 39 5 9쪽
12 제12화 좋은 동지 22.06.19 36 4 9쪽
11 제11화 금상첨화 22.06.19 35 4 9쪽
10 제10화 조선의 학자 22.06.19 39 4 9쪽
9 제9화 동양화 +2 22.06.19 41 4 9쪽
8 제8화 운명 22.06.19 40 4 9쪽
7 제7화 밀담 22.06.19 46 4 9쪽
6 제6화 꽃 사슴 한 마리 22.06.18 48 4 10쪽
5 제5화 가비 차 22.06.18 51 3 10쪽
4 제4화 불란서 공사관 22.06.17 58 4 10쪽
3 제3화 향기로운 꽃과 나비 +2 22.06.17 70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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