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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스초코 님의 서재입니다.

게임 속, 사이비로 살아남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백두루미3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8
최근연재일 :
2023.06.14 16:20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40,920
추천수 :
1,262
글자수 :
238,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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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14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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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차원상점 (3)

DUMMY

내 목표는 신화등급의 아이템이다.


영웅등급의 아이템까진 카이오와의 거래처럼 돈으로 살 수 있긴 하다. 하지만, 신화등급 아이템은 그 자체가 실제 신화에 나오는 물건이다. 이런 것들은 돈으로 구매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아서왕의 엑스칼리버, 일본 신화의 쿠사나기의 검, 혹은 예수의 성배 같은 전설적인 아이템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미쳤다고 이걸 팔겠나?


더 나아가 만화나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실제로 레이저 같은 것도 나가고, 죽은 사람을 살릴 수도 있다.


그래서 애초에 전설등급의 아이템만 하더라도 가격대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 수요는 넘쳐나지만 매물 자체가 없다. 간혹가다 국보를 훔쳐 장물로 판매하는 도적들이 유일한 공급처다.


그래서 차원상점이 중요한 거다.

이곳에서는 신화등급의 아이템을 얻을 수 있으니까.


카이오와의 거래는 지금부터 이뤄질 거래와 비교하면 마치 동네 아이가 마트에서 사탕 하나 사는 수준에 불과하다.


로비의 단상에는 어떤 인물이 서있었다.


그는 서양식 양복에 중절모를 쓰고 있었고, 얼굴에는 가면을 쓰고 있었다. 그리고 가면 사이로 칭칭 감긴 하얀 붕대가 살짝 모습을 드러낸다.


저게 시공간을 초월하여 돌아다니며 자신들의 이득만을 위해 움직이는 존재들인 차원상점의 관리인이다.


-신사 숙녀 여러분, 저희 차원상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잠시 후 매장이 개장하는 바이니 입장에 준비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입장은 프리미엄 티켓을 가진 VIP 고객분 먼저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고객은 티켓의 종류에 따라 상품의 품질이 달라지는 골동품 매장과 같은 곳으로 안내받게 된다.


그곳에서 마음에 드는 상품을 선택하고, 티켓과 교환하면 그게 거래의 끝이다. 하지만 문제는, 차원상점 관리인들은 상품에 대한 어떠한 사전정보도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차원상점 관리인들의 능력 외에는 모든 능력이 봉인되는 곳이기 때문에, 고객들이 특별한 솜씨나 기술을 발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참가한 고객들은 오직 자신의 직관적인 안목과 판단력에 의존하여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


근데 이런 식으로 좋은 물건을 고르는 게 쉽겠는가?


차원상점은 이름 그대로 다른 차원에서 가져온 물품들도 판매한다. 때문에 단순히 한 세계의 정황을 잘 아는 정도로는 이곳에 있는 아이템들의 내역을 전부 파악하는 게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고조선의 시조 단군왕검의 청동검이나 일본의 삼신기 중 하나인 쿠사나기의 검과 같은 소중한 물품들이 상점에 있어도, 이 세계의 사람들이 그 물품들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을 리는 없다.


게다가 상점의 물품이 매 회차마다 바뀌기 때문에, 여러 번 참가한다고 해서 특별한 이점을 얻는 것도 아니다. 수백 번 정도 왔다면 모를까.


결국 차원상점은 운에 모든 것을 맡기는 고급 파칭코라 할 수 있다.


-그럼 매장 입장을 위해 프리미엄 등급 티켓의 보유자께서는 앞으로 나와주시기 바랍니다.


프리미엄 등급이란 말에 사람들이 수근거리기 시작했다.


-과연 프리미엄 등급을 가진 사람이 이번 회차에는 있을까요?

-그럴 리가요. 제국의 황제조차 구하지 못했다는 게 프리미엄 등급입니다.

-아마 여기서 가능한 사람이 있다면 한 명뿐이겠지요.


모두의 시선이 저절로 암살교단의 사신에게로 향했다.

사신은 그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관리인에게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오! 과연. 역시.

-정말 암살교단의 저력은 대단하군요. 대체 어디서 프리미엄 등급을 구했을까요?


질투가 많은 귀족들이었지만, 사신에게는 일말의 질투심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황제가 자기보다 돈이 많다고 해서 질투하는 귀족은 없으니까.


사신은 심지어 황제보다도 위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저 천외천의 존재를 바라보며 경외하고 추앙할 뿐이다.


-프리미엄 등급의 티켓 확인했습니다. VIP고객님의 방문을 환영합니다.


***


-프리미엄 매장은 이쪽입니다.


관리인의 안내에 따라 도달한 곳은 화려하게 장식된 매장이었고, 그곳에는 끝도 없이 나열된 아이템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시간은 충분하니, VIP 고객님께서는 원하시는 아이템을 골라주신 후 절 호출해주시면 됩니다. 그럼 이만.


정중한 인사를 마친 관리인이 문을 닫고 나가자, 상점 안에는 수많은 아이템들과 나 혼자만 남게 되었다.


물론, 관리인은 지금쯤 은밀한 곳에서 날 지켜보고 있을 거다.


....


아쉽지만 행운은 발동되지 않았다.


아이템은 참 많았다.


번쩍이는 황금색의 갑옷, 거대한 언월도, 날카로워 보이는 일본도, 보석으로 장식된 대검, 녹슬고 무뎌 보이는 칼, 평범해 보이는 나뭇가지 등...


보통 사람이라면 극심한 선택장애에 빠지기 딱 좋은 환경이다.


하지만 난 아니다.

난 차원상점 노가다만 두 달 동안 한 사람이다.


게임을 할 때, 숨겨진 아이템이나 이스터에그 같은 요소에는 별로 관심 없이, 오직 목표 달성에만 초점을 맞추는 사람도 있지만, 단 한 가지라도 놓치는 것을 참을 수 없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 바로 나다.

무심코 지나친 아이템 하나가 사실은 초희귀 아이템일지 누가 알겠는가?


그래서 차원상점은 나의 피와 땀, 그리고 근성으로 가득 찬 장소다.

무수히 많은 아이템들을 하나하나 확인하지 않으면 잠에 들 수 없는 그런 강박감.


이 강박감은 나를 지독한 노가다로 이끌었고, 그 결과 90% 이상의 아이템을 확인할 수 있었다.


모르긴 몰라도 관리인보다 내가 물품에 대해서 더 잘 알 거다.


일단 바로 앞에 있는 저 평범해 보이는 나뭇가지.


평범한 클리셰대로라면 저 평범해 보이는 나뭇가지가 사실은 황금나무의 나뭇가지라던가... 뭐 그런 굉장한 보물이겠지만, 사실 저건 진짜 평범한 자작나무의 나뭇가지다.


가치는 뭐 당연히 1골드도 안 될 테고.


다음으로 보이는 녹슬고 무뎌 보이는 칼.


보통 저런 칼에는 뭔가 굉장한 사연이 숨겨져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사봤었다.

결과는 진짜로 그냥 낡고 녹슨 검이었다. 매직등급은커녕 줘도 안 쓸 정도의 쓰레기 아이템.


여기서 진자 보물을 찾는 건, 원래라면 수없이 펼쳐진 모래알 속에서 사금을 찾아내는 수준의 일이지만, 나에게는 금속 탐지기가 있었다.


근데 여기서 하나만 고르고 나가기는 뭔가 조금 아쉬웠다.


***


차원상점의 관리인은 오랜만에 등장한 프리미엄 티켓 덕분에 기분이 참 좋았다.


차원상인도 결국은 상인. 이윤이 중요한 직종이다.


“이번에 잘하면 막대한 실적을 쌓을 수도 있겠어.”


차원상점에서는 고객이 매장의 평균가보다 비싼 물건을 고르면 손해라고 칭하고, 싼 물건을 사면 이득이라 칭한다.


각 매장의 평균가는 상점에서 미리 설정해두었다.


다이아 매장의 평균가는 천만 골드.

골드 매장의 평균가는 백만 골드.


만약 누군가 다이아 매장에서 1골드짜리 물건을 고르면 999만 9999골드의 이득이 발생한 거고, 골드 매장에서 1골드짜리 물건을 사면 99만 9999골드의 이득이 발생한 거다.


그래서 어지간하면 높은 등급의 티켓일수록 얻는 상인이 얻는 이득이 크다.

그리고 프리미엄 매장의 평균가는 100억 골드.


프리미엄 매장에 극소수 존재하는 신화등급의 아이템이 평균가를 폭발적으로 상승시킨 결과다.


그런 의미에서 프리미엄 등급이 이득을 얻기에는 가장 좋은 등급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고객이 전설 아이템을 고른다면 엄청난 손해가 발생하겠지만, 그럴 일은 없다.


전설 이상을 고를 확률은 0.1%.

신화 이상을 고를 확률은 0.01%.


전설 아이템을 고를 확률은 천분의 일이다.

숫자로나 존재하는 확률이지 한 번의 시행에서는 그냥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 보면 된다.


“여기 처음 온 사람이 전설 아이템을 뽑는 건 불가능한 일이지.”


이건 처음이 아니라 4~5번 와봤어도 마찬가지다. 그 사람이 수백 번 넘게 온 게 아니라면야 방문 횟수는 사실상 큰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지.”


관리인의 미소가 더욱 진해졌다.


“어디 어떻게 하고 있나 한번 볼까?”


차원상점에 온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행동은 아마 머리를 두 손으로 싸매는 행위일 것이다. 그런데 머리를 싸맨다고 해서 뭔가 뚜렷한 해답이 나타나겠는가? 그럴 리가 없다. 고민만 깊어질 뿐이다.


이렇게 고민에 빠진 사람을 지켜보는 건 차원상인의 은밀한 취미 중 하나다.

재밌는 일이다. 답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정답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을 관망하는 것은.


은밀한 도구를 통해 매장 안을 관찰하자, 역시나 고객은 평범한 나뭇가지 앞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관리인의 미소가 진해진다.


원래 프리미엄 등급을 소지한 고객에게는 아이템 하나의 정보를 관리인에게 물어볼 수 있는 혜택이 있다. 하지만 알려주지 않았다.


상대가 모르는 혜택을 굳이 알려줄 이유는 없다. 이곳에서 무지는 죄다.


VIP 고객은 뭔가 미련을 버리지 못 했는지 한참을 나뭇가지 앞에서 서성였다.


“후후후, 고민되겠지.”


귀중한 프리미엄 티켓과 평범한 나뭇가지를 바꾼 사람은 과연 사실을 알고나서 어떤 표정을 지을까?


내심 기대를 해본다.


“오 이런.”


아쉽지만 고객은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번에는 녹슨 칼이 있는 곳이다.


저 칼의 정식 품명은 [오래된 칼]이다. 가치가 있기는커녕 버리는데 돈이 더 드는 물건.


하지만,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굉장히 있어 보이는 물건이다. 보통 녹슨 칼에 뭔가가 있다는 건 상식적인 얘기니까.


이번에도 VIP 고객은 녹슨 칼 앞에서 깊은 고민을 거듭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고객은 이번에도 다른 곳으로 향했다.


“저런.”


이번에 도착한 곳은 금으로 장식된 보검이 보관된 진열함.


저건 그래도 2만 골드 정도는 하는 물건이다.


“뭐 지금까지의 물건을 거른 게 아쉽지만, 저걸 골라도 나쁘진 않지. 보니까 겉모습이 수수한 아이템은 선호하지 않는 모양이군. 그렇다면 지금처럼 화려한 물건이 최고의 보물처럼 보이겠지.”


그러나 아쉽게도 고객은 또 다른 곳으로 향했다. 아직까지 관리인은 여유를 잃지 않았다. 하지만 고객이 어떤 물건 앞에 도착하자, 관리인의 붕대가 딱딱하게 굳었다.


고객은 한 자루의 도검 앞에 멈춰섰다.


제법 날카로워 보이지만, 특별한 무늬는 없는 그런 도검.


덜덜덜.


‘저, 저것만은 안 된다!’


저건 정말로 신화 속에서 등장하는 제품으로, 전설등급도 아니고 신화등급의 아이템이다. 가치는 가늠이 안 될 정도.


저걸 골랐을 때 발생하는 손해는 억겁의 세월 동안 일해도 메꾸지 못할 수도 있다.


설마 저걸 고르진 않겠지?


다행하게도 고객은 도검을 한참동안이나 유심히 바라보더니 발걸음을 움직였다.


“제발... 휴....”


그리고 고객은 비싸 보이는 왕관을 지나치고 묵직한 언월도를 건너고... 수많은 물품들에 눈길 하나 안 주고 홱홱 지나가다 반투명한 거울처럼 생긴 물건 앞에서 멈춰섰다.


한 마디 내뱉었다.


-음. 이것도 있네?


저곳에 진열되어 있는 아이템이 수만 개가 넘는다. 그런데 어찌!!


벼락을 한 번 맞았다면 단순히 운이 없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연속으로 벼락을 맞았다면 그건 단순한 우연으로 취급할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벼락을 맞기 좋은 어떤 짓을 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설마 저 고객은 물건의 정보를 알고 있는 건가!’


그때 관리인의 생각에 쐐기를 박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관리인에게 지금 제 앞에 있는 아이템의 정보를 요청합니다.


관리인은 대답할 수 없었다.


저게 신화등급의 아이템이라고 어떻게 말하겠는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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