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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스초코 님의 서재입니다.

게임 속, 사이비로 살아남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백두루미3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8
최근연재일 :
2023.06.14 16:20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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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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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38,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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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2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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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도플갱어들의 도시 (2)

DUMMY

서사던전.

일반던전이랑 다르게 한 번밖에 깰 수 없는 던전으로, 여러 번 갈 수 있는 게 아니라서 레코드 보상 같은 건 없다. 하지만 그만큼 공략했을 때 얻게되는 보상은 훌륭하다.


던전의 목표는 이거다.

「은밀하게 숨겨진 도플갱어들의 도시, 지벤케스에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세요!」


‘비밀이라.’


비밀을 밝히는 거 자체는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왕 던전에 들어왔으면 뽑아먹을 수 있는 건 다 뽑아먹어야 한다는 게 내 주의다. 애초에 단순히 던전을 깨러 온 게 아니라 아이템을 복사하러 온 거기도 하고.


그래서 우선 나한테 필요한 건 도플갱어 4마리다.


***


지벤케스의 내부 풍경은 18세기 미국 서부의 어느 도시가 떠오르는 풍경이었다. 황량한 대지와 모래알과 풍파에 찌든 건물들.


거리에는 술에 찌든 자칭 용병들과 호구들을 벗겨먹으려는 상인들이 아웅거린다.


지벤케스는 그 자체로 던전으로 분류되는 독특한 도시이지만, 그곳의 주민들 전체가 도플갱어인 것은 아니다. 실제로 일반 인간들의 수가 도플갱어보다 더 많을 정도로, 일반적인 도시의 모습을 띄고 있다.


“와 서부무법지대에 이런 곳이 있었네요?”

솔라가 안 그래도 큰 눈을 휘둥그렇게 뜨며 주변을 둘러보고 있을 때, 옆에서 헥토르가 중얼거렸다.


“이런 곳이 있었다니, 흥미롭군.”


솔라는 놀란 토끼눈이 돼서 헥토르를 바라봤다.


“헥토르님도 이곳을 모르셨어요?”

“그렇다네. 나도 이런 곳에 오는 건 처음이네. 아니 존재 자체도 모르고 있었지.”


도적왕이 모르는 곳이라니?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컸다.

황궁의 비고까지 제집마냥 들락날락 했다는 소문이 도는 게 헥토르다.


근데 저런 사람이 모른단다. 그렇다면 대체 저 성직자는 어떻게 이런 곳을 알고 자신들을 인도한 걸까?


각자 다른 의미로 사람들의 눈에 감탄이 서렸다.


‘역시 데미갓이 분명해. 어떻게든 저 사람의 눈에 들어야 해.’

‘성직자님은 정말 대단하셔! 역시 이분이라면 믿을 수 있어.’


헥토르는 좀 더 깊은 고민을 했다.

‘설마 여기는 암살교단의 비밀지부인가?’


헥토르는 도시 안으로 들어서자, 이곳 전체에 걸려 있는 환영 마법을 느낄 수 있었다. 밖에서는 거의 눈치채기 어려운 수준의 완벽한 환영 마법이었다. 마나에서 느껴지는 패턴은 뛰어난 장인이 섬세하게 세공한 것처럼 정교하면서도 치밀했다.


이 정도의 대규모 환영마법을, 이 정도 수준으로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대륙에 얼마나 될까? 아마도 세 명을 넘지는 않을 거다.


여기서 또 드는 의문이다.

그렇다면 저 성직자는 왜 이런 비밀 장소를 공개하는 걸까?


....


이제 비밀을 보여줬으니 너희들은 빠져나갈 수 없다는 뜻이다. 만약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한다면? 이것은 빅터의 최후가 어떻게 됐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죽음뿐이다.’


빅터의 죽음은 경고이며, 동시에 남은이들에게 선택지의 결과를 미리 보여주는 것이다.


무기력했다.

살면서 이렇게 무기력한 적이 있을까?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이것이 평범한 인간이 절대자와 엮여버린 결과다.


***


관상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걸핏하면 폭력을 휘두를 것 같은 악상.

가난에 쪼달려 보이는 빈상.


그리고 빚보증을 서달라고 해도 망설임 없이 해줄 것만 같은 호구의 관상.


이 호구의 관상을 가진 사람은 ‘도를 아십니다’에 당할 확률이 증가하고 사기꾼을 만날 확률 역시 증가하게 된다.


길바닥의 작은 음식점을 운영하는 루크는 오늘 아주 이상적인 손님을 발견하게 되었다.


본래 가격의 수십배를 불러도 수긍할 거 같은 살짝 처진 눈꼬리.

불합리한 요구를 해도 들어줄 거 같은 동글동글한 얼굴.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지 못할 거 같은 심약함이 돋보이는 분홍색 입술.


거기다 돈은 많은지 옷은 고급이다.


세상에 이거보다 완벽한 호구의 관상이 있을까?


상인은 일부러 냄새가 자극적인 음식을 굽기 시작했다.

거리를 가득 채운 자극적인 냄새가 여사제의 코를 자극했다.


킁킁.


“맛있는 냄새! 저것 좀 사먹고 올게요! 성직자님도 하나 드실래요?”


마치 한국의 지하철에서 파는 델리만쥬와도 같은 마성의 냄새다. 실제 맛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냄새만은 기가막혔다.


“그럼 저도 부탁드립니다.”

“네!”


과거, 솔라는 닭꼬치 하나에 한화로 10만 원 정도인 100골드를 지불한 적이 있다. 근데 그러고도 사기당했다는 것을 끝내 눈치채지 못했다.


그만큼 호구 중에 상호구인, 솔라가 지금은 무슨 일인지 빼엑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무, 무슨 꼬치가 3만 골드라고요? 말도 안 되는 소리 마세요!”

“그게 이 바닥 시세야. 먹기 싫으면 먹지 말던가.”


“안 먹어요!”

“좋아 그럼, 냄새를 맡았으니 1000골드와 내 시간을 낭비하게 됐으니 추가로 3000골드를 줘야겠어.”


“그게 대체 무슨 말이에요? 냄새를 맡았다고 돈을 달라고요?”

“그래 당신이 냄새를 맡았으니까 돈을 내는 것이 합리적이지.”


“마, 말도 안 돼요! 제가 냄새를 맡았다고 해서 당신한테 피해가 간 건 아니잖아요!”

“하지만 냄새가 좋았잖아? 그래서 당신 기분이 좋았지? 중요한 건 당신이 내 음식 덕분에 이득을 봤다는 사실이야. 공연이나 연극을 볼 때 배우들한테 피해가 가나? 아니잖아. 중요한 건 서비스 제공자가 피해를 보냐 안 보냐가 아니라 수요자가 이득을 봤냐 안 봤냐야.”


뭔가 개소리 같으면서도 그럴싸한 말이었다. 덕분에 사기꾼의 논리에 반박을 하지 못한 솔라는 점점 막다른 코너에 몰리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4000골드를 줘야겠어 당장! 아니면 경비대를 부르도록 하지.”

“겨, 경비대를 부른다고요?”


“돈을 안 내겠다니까 경비를 부르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지.”


이 대륙은 사기꾼과 도적들로 넘쳐나지만, 지벤케스라는 곳은 그런 사기꾼들마저도 성실한 노동자처럼 보이게 만드는 곳이다. 왜냐? 여기는 도플갱어들의 도시니까.


도플갱어는 그들만의 독특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 그들은 냉철하고 합리적인 행동을 선호하며 도덕적인 가치관은 인간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이게 머리가 좋을 경우엔 뉴욕에 사는 냉철한 CEO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다. 그들은 합리적이고, 계산된 결정을 내려서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갈 것이다.


하지만, 지능이 부족한 도플갱어의 경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들은 싸이코패스와 별반 다르지 않은 행동을 보이게 된다. 그들은 어리석지만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으며, 동시에 도덕적인 양심이 거의 없다.


그래서 보통 도플갱어들은 인간쓰레기다.


저 상인도 ‘합리적’이란 말을 자주하면서, 닭꼬치 하나에 3천만 원 달라는 말도 안 되는 인간쓰레기짓을 하는 거 보니까 도플갱어일 가능성이 제법 높은 인물이라 할 수 있다.


***


도플갱어를 찾은 난 내심 쾌재를 질렀다.


‘좋아. 한 마리 찾았고.’


“그럼 어서 빨리 5000골드를 줘야겠어.”

“왜 또 금액이 오른 거예요!”


“시간은 금이라는 말 몰라? 아가씨, 시간은 금이라구. 이 시간에도 점점 요금은 늘어나고 있어.”


‘곤란한데.’


도플갱어로 유력한 사람을 발견한 건 좋았지만, 이미 내의 머릿속에서 솔라의 돈은 반쯤 나의 돈이 되어 있었다. 근데 지금 5000골드라는 거금을 뺏기게 생겼다.


난 MBTI에서 조용하고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INTP다. 이러한 성향을 가졌기에,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상인과 흥정을 한다는 것은 나에게 상당히 도전적인 일이었다.


그렇게 내가 나설까 말까 고민하고 있을 때, 로라가 나섰다.


***


“이봐요 당신, 닭꼬치를 대체 어떻게 만들었길래 가격이 3만 골드가 되는 거예요?”

“내가 그만큼 열과 성을 다해서 만들었으니까 그렇지. 가격은 어차피 파는 사람 마음이다. 사기 싫으면 사지 말던가.”


“근데 당신은 냄새를 맡았다고 돈을 달라면서요?”

“그야 이 아가씨가 냄새를 맡은 건 사실이니까!!”


“그럼 당신도 제게 돈을 주세요. 100만 골드입니다.”

“뭐라고?”


“당신이 죽을 뻔한 걸 제가 방금 살려드렸어요. 여기 솔라님은 투왕의 손녀예요. 저기 있는 사람은 그 유명한 투왕이고요. 아마 솔라님에게 끝까지 바가지를 씌우려고 했으면 당신은 투왕의 손에 죽었을 거예요. 그걸 제가 살려준 거니까 100만 골드 내놓으세요.”


“투, 투왕이라고?”


상인은 놀라서 옆에 있는 노인을 쳐다봤는데, 마치 야생에서 호랑이와 눈을 마주치기라도 한 것처럼 본능적으로 몸이 떨려왔다.


저 사람이 투왕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엄청난 강자인 것만은 사실이었다.


“히익! 그렇지만 100만 골드는 너무 많잖아!”

“당신은 원가 2골드짜리 닭을 3만 골드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이잖아요? 당신은 그런 엄청난 요리사니까 당신 몸에는 충분한 가치가 있어요. 당신의 가치를 낮추지 마세요.”


맞는 말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고, 상인은 지금 판단을 내릴 수가 없었다.

그의 눈동자는 빠르게 왔다갔다하며, 마치 처리할 수 없는 데이터에 시달리는 컴퓨터처럼 과부하 상태에 빠져버렸다.


결국 해답을 찾지 못한 상인은 과부하가 걸린 AI로봇처럼 그 자리에 풀썩 쓰러져버렸다.


“히엑? 이 사람 갑자기 왜 이래요?”

“글쎄요. 어쨌든 전 손 하나 대지 않았어요.”


이 장면은 성직자에게도 꽤나 인상적이었다.


***


‘오...!’


로라가 이런 걸 잘하는구나?

내가 아무리 고인물이라도 엑스트라 NPC 하나하나까지 다 알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은연중에 로라한테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고 있었는데, 이런 재주가?


생각보다 쓸만한 인재였다.


‘전도사로 로라를 써볼까?’


현재까지는 별다른 활동을 안 했지만, 내 직업은 암흑신이라는 우주적인 존재의 사도다.


언젠가는 교단을 세우고 교세를 확장해야 하는 입장이다. 종교라는 게 뭐 그렇듯 이 과정에서 거짓말도 수없이 해야 하고 사람들을 유혹해야 하는데, 다시 말하지만 난 MBTI에서 INTP로 이런 일은 내 전문분야가 아니다.


하지만 로라는 거짓말을 하면서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았고, 그녀의 전직은 눈치 빠른 모험가들을 대상으로 사기를 치는 접수원이었다.


이 여자야말로 전도사에 걸맞는 인재가 아닐까?


***


“왜 그렇게 비싼건데요!”

“원래 가격이 그렇습니다.”


솔라는 지금도 어김없이 사기를 당하고 있었다.

그녀는 아주 훌륭한 미끼였다. 도플갱어들이 도저히 물지 않고는 베길 수 없는 아주 훌륭한 미끼.


도플갱어를 찾으려면 원래 머리 좀 써야 했는데, 인간 미끼 솔라 덕분에 생각보다 일이 쉽게 풀리고 있었다.


“방 3개면 하루에 600골드입니다. 어딜 가더라도 이거보다 싼 가격에는 힘들 겁니다.”


이렇게 솔라한테 어그로가 끌리면 로라가 나서서 상대를 처리한다.


“거짓말하지 마세요. 옆에 여관에서는 400골드를 불렀는데요?”

“끄응. 알겠습니다 그럼 저희도 400골드에 해드리겠습니다. 저희 여관의 시설은 지벤케스 최고이니 아마 만족하실 겁니다.”


흠. 저 사람은 도플갱어라 하기에는 좀 애매하다. 굳이 저런 애매한 사람을 고를 필요는 없겠지. 이미 솔라의 활약으로 도플갱어로 의심되는 사람들을 잡아다가 어디 은밀한 곳에 숨겨둔 상태다.


“300골드요. 이게 아니면 바로 나갈 거예요.”

“아니, 300골드에 방을 주면 적자입니다 적자!”


“숙박업에 팔아서 적자가 어딨어요? 어차피 공실로 비워둘 바에 한 명이라도 받는 게 나을 텐데요? 그리고 방은 201호부터 차례로 주세요. 이미 비어있는 건 다 확인했으니까 딴말하지 마세요.”


로라의 활약 덕분에 이 여관에서 가장 좋은 방을 얻게 되었다.

근데 뭐 여기서 시설이 좋다고 해봤자 한국의 여인숙보다도 못한 시설이다.

푹신한 침대가 그립다. 그뿐인가? 에어컨, 냉장고, 에어프라이어, 티비, 핸드폰 모두 다 그립다.


아니 근데 생각해보니 왜 나만 이렇게 고생을 해야 하지?

지금도 제국의 수도나 좀 좋은 도시에 가면 현대인 부럽지 않은 안락한 삶을 누릴 수 있다.


뭔가 열받는다.

보니까 다른 빙의자들도 있는 거 같은데, 그 사람들한테 맡겨?


....


안 되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 초보들이 스스로 뭔가를 할 수 있을 거라곤 도저히 생각이 안 든다.


‘기껏해야 마왕이나 잡겠지.’


그렇게 성직자가 혼자 궁상을 떨고 있을 때, 문득 흥미로운 소리가 들려왔다.


-이 술이 그 마탑에서 샀다는 거야?

-그래. 샤르니아가 특별히 나한테만 판 거라고.

-오, 샤르니아가 팔았다고? 그럼 굉장하겠군.


마탑? 샤르니아라고?

샤르니아가 정말 여기 있다면 운이 아주 좋은 상황이다.


만월의 마법사 샤르니아.


로렌시아 대륙의 모든 신화적인 존재들을 포함하고도, 가장 높은 마법잠재력을 가진 인물이 바로 샤르니아다.


***


게임에서 겪은 샤르니아와 관련된 이벤트다.


달빛이 깃든 성지.


거대한 낫을 들고 사신의 로브 같은 것을 입은 10마리의 괴생명체가 성지로 향하고 있다.


로브 아래로는 이질적인 촉수로 이루어진 다리가 빠져나와있었고, 로브 아래에는 그들이 수집한 수많은 머리통이 매달려 있었다.


그들의 숫자는 겨우 열이었지만, 이들이 품고 있는 위험성은 수억 마리의 괴수를 능가했다.


수많은 기사들이 괴생명체에게 달려든다.

하지만 그들의 검은 닿지 못한다.


달빛으로 이뤄진 화살세레가 쏟아진다.

수많은 마법의 포화가 쏟아진다.


전장 주변은 이미 잔인하게 찢겨진 시체들로 뒤덮여 있었다. 수천, 수만의 목숨이 허무하게 스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괴생명체에게는 아무런 피해도 입히지 못했다.


하지만 인간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애초에 목적은 승리에 있지 않았다.

온몸을 바쳐 시간을 버는 것이 그들에게 부여된 업이다.


마법사들의 만든 역장이 괴수의 앞길을 막는다.

화살을 쏘던 궁수들은 활을 내려놓고 신의 이름을 울부짖으며 달려나간다.


팔 한쪽이 날아간 기사가 남은 팔 하나로 괴수의 옷자락을 움켜잡는다.

병사들은 몸으로 괴수를 걸음을 막는다.


옆에서 한 명의 머리통이 잘려나갔다. 하지만 병사들은 손을 놓지 않았다. 그렇게 죽고 또 죽어 시체로 밭이 만들어지고 피로 된 강이 흐르고 있었지만, 인간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오로지 찰나의 시간이라도 더 벌기위해.


지휘관이 독려한다.


-조금만 더 버티면 된다!


5할이 죽었다.


-조금만 더 버티면 된다! 이제 얼마 안 남았다!


처음에는 수만 명이 인원이 모여들었지만, 현재 남은 인원은 2할도 채 되지 않는다.


-달의 성지는 반드시 수호해야 한다!


그렇게 최후의 10명이 남았을 때, 하늘에 만월이 떠올랐다.


동시에 달빛을 머금은 한 명의 소녀가 나타났다.


보통 뛰어나다는 소리를 듣는 마법사들은 한번에 2~3가지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

만약 마법사가 세계에서 손에 꼽히는 수준이라면 10가지가 넘는 마법을 사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소녀는 한 번에 144가지의 마법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하늘을 뒤덮을 정도로 무수히 많은 마법진이 허공에 생겨난다.


먼저 화염마법을 시전한다.

여기에 촉매 마법과 반응속도 증가 마법을 섞는다.

그리고 여러가지 마법을 조합해 공간을 압축시키고 시간을 가속화한다.


이제 공간의 압축이 해제되는 순간, 급격한 공기의 팽창이 일어나 평범한 마법의 수억 배에 달하는 폭발이 발생하게 된다.


허나 소녀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10의 26승이 넘는 경우의 수의 연산을 끝내고, 세계의 섭리를 거역하는 마법을 시전했다.


엔트로피 역행.


기본적으로 현실 세계에서 에너지는 많은 쪽에서 적은 쪽으로 흐른다.

하지만 엔트로피 역행은 이 자연의 섭리를 뒤바꿔 에너지가 적은 쪽에서 많은 쪽으로 흐르게 만든다.


그 결과, 불꽃은 영원히 불타오르게 된다. 그리고 그 파괴력을 무한하게 확장한다.


괴수는 무한한 생명을 가지고 있다.

소녀가 만들어낸 불꽃도 무한하다.


하지만, 무한함끼리도 우열이 존재한다.


초등학생식 논리 같지만, 무한대보다 무한대⨯무한대는 더 크다.


소녀가 만들어낸 영원의 불꽃은 불멸을 말살했다.


***


샤르니아를 평가하려 할 때, 개인의 능력이나 마법사의 능력이라는 척도는 충분하지 않다. 그녀의 전력을 표현하려면, 국가 단위로 비교를 해야 한다.


단독으로 국가 전체의 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게 샤르니아다.


그래서 헥토르를 영입할 때처럼 샤르니아를 영입할 때도 상당히 많은 운이 필요하다.


아니, 헥토르의 경우는 샤르니아에 비하면 양반이다. 헥토르는 위치가 무작위로 결정되지만 적어도 등장 시점은 일정하다. 반면, 샤르니아는 그녀의 위치뿐만 아니라 등장 시점까지도 완전히 무작위로 결정된다.


그래서 만나는 거 자체가 불가능한 회차도 있는데, 이렇게 샤르니아가 바로 옆에 있다는 건 상당히 운이 좋은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이것도 운이 올라간 덕분인가?’

뭐 그럴 수도 있겠다.


헥토르가 가지고 있는 [황금의 손]에다가 [미믹의 교활한 눈동자], 거기다 [미궁의 지배자]에서 얻은 운과 탐험 업적을 달성해서 얻은 것까지.


“마탑으로 갑시다.”

“네? 숙박은요?”


“어차피 마탑에 가면 할 수 있을 겁니다.”


원래 적당히 아이템 복사만 하고 나가려고 했는데, 할 일이 아주 많아졌다.


성직자는 여관에서 나가기 전에 오랜만에 거울을 보고 머리 손질을 했다.

설정상 세계관 최고등급의 미녀를 볼 수도 있는 길인데, 그냥 갈 수야 있나?


작가의말

지벤케스는 처음 도플갱어가 나왔던 소설 이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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