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책스초코 님의 서재입니다.

게임 속, 사이비로 살아남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백두루미3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8
최근연재일 :
2023.06.14 16:20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40,933
추천수 :
1,262
글자수 :
238,014

작성
23.05.27 12:20
조회
1,066
추천
30
글자
19쪽

도플갱어들의 도시 (7)

DUMMY

〚영혼 항아리〛

⦁고유아이템

⦁분류 : 보조무기

⦁등급 : 전설

⦁능력치 : 마력 +60, 주문의 위력이 80%만큼 상승합니다.

⦁무기 공격력 : 20

⦁요구 능력치 : 근력 50, 마력 250

⦁고유능력 : 〚영혼 수집〛

-영혼을 수집할 때 생명력과 마나를 회복합니다.

-수집한 영혼에 비례해 능력을 얻습니다.

-수집한 영혼의 수 (0/1000)

-어디선가 사자의 부름이 들려옵니다.


“와 이게 나온다고?”


전설 아이템을 얻는 건 당연하게도 매우 힘든 일이다.

수집가를 만난 건 악운이었지만 이게 나온건 행운이다.


나에게 지금 필요한 건 마나와 방어력이다.

근데 이건 마력만 60을 올려준다. 마력 60은 마나 600을 올려준다. 거기다 적을 죽이면 마나가 회복되는 옵션까지!


하나같이 나한테 필요한 옵션들뿐이다.

요구능력치 때문에 지금 당장 낄 수는 없겠지만, 이것도 조만간이다.


여기만 벗어나면 레벨을 올리는 건 금방이다.

이미 화력은 갖춰져 있으니까 50 정도까지는 금방 올릴 수 있을 거다.


이제 이 던전에서 남은 건 보스전뿐이다.


조금 앞으로 나아가자, 보스전을 암시하는 듯한 거대하고 칙칙한 문이 나타났다.


“후 잘 되겠지?”


잠시 심호흡을 하고 보스전을 위한 준비를 끝마친 뒤, 난 이 거대한 문을 열었다.


드르륵.


거친 소리와 함께 거대한 철문이 삐걱거리며 열리기 시작한다.


웅장한 문을 열리자, 펼쳐진 것은 실험실이었다. 깨끗하게 정돈된 책상, 복잡하게 얽힌 전선과 기계들, 그리고 반짝이는 실험 장비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천장에서 무언가 찐득찐득한 검은 액체가 바닥에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이 액체는 천장으로부터 천천히 흘러내려, 바닥에 조금씩 모이기 시작했다. 불규칙한 패턴으로 흐르던 액체는 서서히 웅덩이를 형성했고, 서서히 그 형체를 갖추기 시작했다.


나와 똑같이 생긴 형체를.


[소브리우스, 태초의 도플갱어 lv. 80]


난 방어능력은 형편없으면서 공격력만 강한 유리대포다.

근데 저 녀석은 내 능력을 복사한다. 그러니 쟤도 유리대포다.


방어 주문으로 마법 패리가 있긴 했지만, 암흑플레어는 투사체가 아니라서 반사할 수 없다.


이런 유리대포 둘이서 싸우게 됐으니, 전투는 필연적으로 서부의 총잡이처럼 선빵필승, 속전속결로 끝나기 마련이다.


서서히 형체가 갖춰지던 도플갱어가 말한다.

“가련한 자가 여길─.”


본래 상대가 말하는 도중에 공격을 하지 않는 건 일종의 예의이자 불문률이다.

하지만, 검은 성직자는 비겁하게도 상대가 말하는 도중에 주문을 시전했다.


그것을 눈치 챈, 도플갱어도 빠르게 움직인다. 하지만 성직자가 조금 더 빨랐다.


[암흑 플레어]


화르륵!


도플갱어의 몸에서 검은 불길이 치솟는다.


「소브리우스, 태초의 도플갱어를 쓰러트리셨습니다.」


-레벨업!

-레벨업!

-레벌업!

-레벨업!

...

..



단번에 8레벨이나 올랐다. 이제 내 레벨은 13이다.


“으휴... 됐다.”


자칫 잘못하면 내가 죽을 수도 있었다.

도플갱어는 능력치가 나보다 훨씬 좋다. 능력치가 좋으면 당연하게도 주문시전 속도도 빠르다. 하지만 내가 이겼다.


여기서 내 공격이 좀 더 빨랐던 이유는 간단했다.

내가 미리 수작을 부려뒀으니까.


도플갱어와의 전투에서 핵심은 상대의 속도를 늦추는 거다.


속도를 늦추는 제품으로 끈끈이 물약이 있긴 했지만, 이건 성능이 빈약하기 그지없어서 도플갱어를 묶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이걸 준비했다.


[중후함의 물약]

-지속시간 동안 무기의 데미지를 상승시킵니다.

-아이템의 무게가 10배가 늘어나게 됩니다.


이 물약은 데미지가 상승한다는 기능이 있지만, 개똥이다. 왜냐면 무게가 늘어나니까. 무게가 허용 가능한 한계를 초과하게 되면 대상은 페널티를 받아 속도가 엄청나게 느려지게 된다.


난 이걸 용병왕을 잡고 인벤토리 속에 넣어두고 있었던 [폭풍왕의 도]에다가 발라뒀다.


도플갱어는 원래 상대의 육체와 정신만 복사하지만, 이 특별한 도플갱어는 상대의 장비와 인벤토리에 있는 것까지 모두 복사한다.


이렇게 얻어낸 장비를 도플갱이가 착용하게 될 때는 특별한 원칙이 적용된다.


무기의 경우, 그 기준은 가장 높은 공격력을 가진 아이템을 착용한다. 그와 마찬가지로 방어구 역시 가장 높은 방어력을 가진 아이템을 착용한다.


그리고 내 인벤토리에서 가장 공격력이 높은 아이템은 [폭풍왕의 도]다. 그래서 도플갱어는 필연적으로 [폭풍왕의 도]를 끼게 되었고, 중후함의 물약 덕분에 속도에서 엄청난 페널티를 받게 된 것이고.


그래서 내가 이기게 된 거다.


결과적으로 잘되긴 했지만, 이 던전에서 겪은 이들은 제법 등골이 서늘해지는 경험이었다. 가장 충격적인 건 수집가 같은, 내가 예상치 못한 변수가 등장했다는 것.


앞으로 좀 더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


서사 던전만 해도 결코 쉬운 곳이 아니었다. 내가 날먹으로 깨서 그렇지, 사실 말도 안 되는 수준의 던전을 클리어한 거다.


그리고 소브리우스의 시체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오색찬란한 빛이!


시스템의 특성상 고유아이템은 복사되지 않는다. 그래서 폭풍왕의 도나 영혼 항아리 같은 전설 아이템은 복사되지 않았지만, 어차피 그게 목적은 아니었다.


내 목적은 오로지 이것!


[암흑신의 선물]

⦁등급 : ??


[암흑신의 선물]

⦁등급 : ??


마치 우주를 휘감은 것처럼 깊고 신비한 빛이 일렁이는 검은 상자가 2개가 되었다.


이제 상자깡만 잘하면 된다.


그리고 남은 퀘스트.


[지벤케스]

던전 유형 : 도시형

등급 : 서사

난이도 : S

목표 : 은밀하게 숨겨진 도플갱어들의 도시, 지벤케스에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세요!

보상 : 무작위 영웅등급 아이템, 고대 마법사의 주문서


「최초 클리어 보상을 획득하실 수 있습니다.」


이 퀘스트를 깨는 방법은 여기 실험실에 있는 문서를 읽으면 된다.


[프리드리히의 회고록]


태양이 떨어진 뒤, 황금교단에서는 황금나무를 만들어 태양을 대체하려 했으나, 세계는 점차 파멸의 경계로 몰리고 있는 중이다.


생명의 탄생은 줄어들고, 인류에게 마나열병이라는 끔찍한 질병이 번지며 인류의 멸종을 예고하고 있다.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될지 알 수 없었지만, 확실한 것은 그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인류는 공포와 절망 속에서도 각자의 방식으로 생존의 희망을 찾아나섰다. 일부는 과학 기술을 활용하여 새로운 생존 방식을 탐구하였고, 일부는 생명의 원천을 찾아 무한한 윤회를 꿈꾸기 시작했고, 누군가는 다른 생명체와의 공존을 선택했고. 이전에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방법을 도입하며 인류의 존속을 위해 노력했다.


나 역시 그런 이들 중 한 명으로, 내가 처음 선택한 것은 호문쿨루스였다.


호몬쿨루스는 인공적으로 생성된 생명체로 육체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것으론 부족했다. 마법과 과학의 힘으로 육체는 창조할 수 있을지언정, 영혼을 창조해내는 것은 불가능했으니까. 영혼을 창조하는 것은 인간이 아닌 신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난 포기하지 않았고, 방법을 찾아냈다.


도플갱어.

육체 없이 영혼만을 가진 몬스터.

이들과 호문쿨루스를 결합해 새로운 생명체를 창조하고자 마음먹었다.


이 과정은 매우 복잡하고 위험했다. 실험 초기 단계에서부터 수많은 실패를 겪었다.

호몬쿨루스와 도플갱어의 결합은 종종 불완전한 생명체, 실패작들을 낳았다. 그들은 끔찍한 모습을 하고 있었으며, 이들은 정상적인 생명체가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이것은 인류의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일이었으며, 나는 이것이 인류의 유일한 희망이 될 것이라 믿었다.


그리고 마침내 하나의 완벽한 결실을 맺어내는데 성공했다.

신의 육체와 태초의 도플갱어가 결합된 새로운 인류의 희망을.


불멸의 프리드리히.


「도플갱어의 도시 지벤케스에 얽힌 비밀을 파헤쳤습니다!」

「지벤케스는 어느 마법사가 인류를 창조하기 위해 만든 인공도시였습니다. 이곳에선 무수히 많은 인체실험과 비윤리적인 실험이 이루어졌고, 그 결과물은 모두 도시 지하에 봉인해놨습니다.」


「자신의 비밀이 발각된 사실을 알게 되면 이제 프리드리히는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일 것입니다.」

「보상으로 무작위 영웅등급 아이템와 무작위 고대 마법사의 주문서를 획득합니다.」


나름 깔끔하게 끝났다.

여기서 장파울만 죽으면 이제 불멸의 프리드리히가 히든보스로 팝업된다.


5명의 대의원 중 한 명인 프리드리히는 매우 강력한 적이다. 용병왕 같은 애들은 비교도 할 수 없는 진정한 초월자가 프리드리히다. 거기다 덤으로 매우 까다로운 상대인 샤르니아까지 프리드리히의 지배를 받아 적으로 나오게 된다.


샤르니아가 감정을 깨우쳤다면 얘기가 좀 다르게 흘러가겠지만, 그게 뭐 쉬운 일이겠는가? 어디간히 강렬한 자극이 아니고서야 목석이 감정을 가지겠는가?


근데 애초에 프리드리히가 나올 가능성은 현저히 적다. 애초에 마탑을 방문하는 사람 자체가 플레이어들 빼고는 거의 없기에, 아무리 개복치인 장파울이라도 혼자서 돌연사를 하진 않을 거다.


이제 도시를 떠날 시간이다.


***


성직자가 퀘스트를 완료하기 얼마 전.


레온하르트 그는 변절자 빅터와 붉은 송곳니에게 비참한 패배를 겪은 후, 분풀이를 위해서 인근에 있는 도적단을 몰살시키고 있었다.


“이놈들은 살아있을 가치가 없는 쓰레기들이다. 전부 죽여라.”

“알겠습니다!”


-도, 도망쳐!!

-으악!


“절대로 한 마리도 놓쳐선 안 된다.”


그렇게 도적무리를 추적하던 도중, 레온하르트는 우연히 어떤 곳에 도착했다.


「도플갱어들의 도시 지벤케스를 발견하셨습니다.」


!!!


「서사던전, 지벤케스에 입장하셨습니다.」


[지벤케스]

던전 유형 : 도시형

등급 : 서사

난이도 : S

목표 : 은밀하게 숨겨진 도플갱어들의 도시, 지벤케스에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세요!

보상 : 무작위 영웅등급 아이템, 고대 마법사의 주문서


「최초 클리어 보상을 획득하실 수 있습니다.」


절로 입이 떡 벌어진다.


‘서, 서사던전이라고?’


서사던전은 한 번밖에 깨지 못하는 곳으로, 당연하게도 엄청난 보물과 보상이 준비되어 있는 곳이다.


이 사실을 다른 선견자들이 알면 안 된다.

레온하르트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이 던전을 클리어한다면...!’


다른 선견자들을 뛰어넘는 것은 물론이고, 빅터에게 복수하는 것은 일도 아닐 것이다.

영웅등급의 아이템과 고대 마법사의 주문서를 준단다.


현재 선견자들 사이에서 최고의 아이템은 유니크 등급인 ‘엘프의 눈물’이란 장신구다.

이런 상황에서 영웅등급의 아이템을 주는 던전?


이건 정말로 하늘이 도왔다고밖에 말할 수 없었다.


생각 같아서는 혼자 들어가고 싶었지만, 이런 위험한 던전을 혼자서 클리어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레온하르트는 부하들 몇 명과 함께 지벤케스에 들어섰다.


‘근데 비밀을 대체 어떻게 찾지?’


그동안은 검은 태양이 작성해놨던 공략집을 토대로 무언가를 진행해왔었다. 근데 이렇게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고 마냥 비밀을 찾으라니? 대체 어디서?


마치 망망대해에 뗏목 하나 타고 떠있는 기분이다.


그렇게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레온하르트는 진실을 깨달았다.

검은 태양이라는 사람은 사실 유저가 아니라 게임의 운영자였던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혼자서 그렇게 많은 공략을 찾아내고 남들에게 공유할 수 있었겠는가? 유저들이 게임 진행에 어려움을 겪자, 운영자는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위장해 필요한 정보를 공유한 것이다.


‘어쩐지.’


이제야 고개가 끄덕여진다.

검은태양이란 존재는 그냥 허상에 불과했었다.


“저, 레온하르트님 이제 어떻게 할까요?”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하지만 이런 속마음을 말할 수는 없었기에 레온하르트는 잠시 생각에 잠긴 척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러다 그의 눈에 높은 탑 하나가 들어왔다.


저기다!

일단 모르는 곳에 왔으면 높은 곳부터 가보는 건 상식이다.


“저곳으로 가자.”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낡은 문이 열리자, 먼지가 날리는 고요한 공간이 드러났다. 그리고 그 공간 가운데에는 꾸벅꾸벅 졸고 있는 한 사람의 마법사가 있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마법사는 레온하르트가 아는 사람이었다.


그의 이름은 장파울.

가끔씩 어디선가 나타나곤 하는 NPC인데, 엄청난 보물을 준다고 알려져 있는 NPC다.


‘여기서 황금고블린을!’

모든 우주의 기운이 자신에게로 쏠리는 것이 확실했다.


“어서오십시오.”


마법사가 들어온 사람에게 인사한다.

레온하르트는 반가운 마음에 날듯이 마법사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그렇게 급하게 가다가 튀어나온 돌조각에 발이 걸려넘어지고야 말았다.


레온하르트의 몸이 장파울에게 쏠린다. 이 과정에서 앞에 있던 장파울도 같이 넘어져버렸고 레온하르트의 몸은 그 위에 햄버거처럼 포개졌다.


“아, 이런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급한 나머지.”


레온하르트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사과를 했지만, 바닥에는 피가 흥건했다.


쓰러진 장파울의 몸에서는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사망했다는 것을 알리듯 그의 몸에서는 찬란한 빛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 정도가 사람이 죽을만한 충격은 아니었지만, 장파울은 개복치였다.


“대, 대체 무슨?”


그리고 때마침 들려오는 메시지.


「최초 클리어 보상 획득에 실패하셨습니다.」


‘뭐, 뭐라고? 실패라고? 대체 왜...?’


그렇게 레온하르트가 장파울을 죽였을 때,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마탑의 문이 열렸다.


어쩌면 운명의 장난일지도 모르겠다.

솔라와 함께 시장에서 장을 보고 돌아오던 샤르니아는 우연히 이 상황을 눈앞에서 보게 되었다. 장파울은 바닥에 쓰러져 피를 흘리고 있고, 어떤 사내는 그 앞에 멀뚱멀뚱 서있었다.


“아, 아빠?”

“당신!! 지금 장파울 씨를 죽인 거야?”


“아, 아니 내가 한 게 아닙니다!”

난 그냥 넘어졌을 뿐이라고!


하지만 솔라는 레온하르트의 말을 듣지 않았다.


평소에 호구처럼 지내서 그렇지, 솔라는 어지간한 드래곤과도 겨룰 수 있는 초월적인 강자다.

분노가 담긴 그녀의 기운에 건물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레온하르트는 뭔가 일이 잘못되어감을 깨달았다.


‘이, 이럴수가!’


갑자기 장파울이 죽어버린 것도 어이가 없는데 난데없이 초월적인 강자가 등장했다. 저런 강자와 대적해서 이길 확률은 없었다. 그렇게 재빠르게 판단한 레온하르트는 서둘러 밖으로 도망치려 했으나, 문이 열리며 들어온 사람의 얼굴을 보고 레온하르트의 눈이 화등잔만하게 커졌다.


마법사처럼 보이는 모자와 옷. 여기까진 뭐 그럴 수 있다. 마탑이니까 마법사가 올 수도 있지. 그런데 이 마법사의 얼굴은 쓰러져 있던 장파울과 똑같이 생겼다.


마법사는 소녀를 보더니 반갑게 외쳤다.


“오! 너는 샤르니아가 아니더냐.”

“아빠...? 어째서...?”

쓰러져 있는 장파울과 똑같이 생긴 인물을 보고 샤르니아가 혼란스럽게 중얼거렸다.


혼란스러워하는 소녀를 보고 마법사는 기쁘다는 듯 박장대소를 터트렸다.


“하하하하, 샤르니아야 지금 눈물을 흘리는 것이냐? 됐어 눈물을 흘리는구나!! 혹시 지금 슬픔이라는 감정이 뭔지 알겠느냐? 아니 아니지 지금은 혼란스러움이 맞겠어. 혹시 혼란스러움이 뭔지 알겠느냐? 아니지, 잠시... 잠시만 기다려 보거라.”


그리고 프리드리히는 자신과 똑같이 생긴 사내가 쓰러져 있는 곳으로 가더니, 시체에 손을 대고 명상에 잠긴 듯 눈을 감고 홀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오호...! 샤르니아 평소에는 명랑하게 행동하며 친절도 베풀었구나! 그래그래, 이건 네가 그만큼 우수하다는 증거다. 멍청한 놈들은 꼴에 합리적으로 산다고 하는 짓이 남한테 뻔한 사기나 치고 당장의 이득만을 추구하는데, 샤르니아 너는 친절을 베풀면 훗날 그게 다시 이득이 될 것을 생각한 거야!”


프리드리히가 말을 이었다.


“가만, 근데 이건 이득을 취하기 위한 행동이지 딱히 감정의 편린이라고 볼 수만은 없겠군. 이런, 그렇다면 내 죽음으로 눈물을 흘리는 것도 단순히 자신을 지켜줄 보호자가 죽어서 그렇다고 생각할 수 있는 건가?”


“자, 샤르니아야, 내가 만든 도플갱어야, 내가 만든 역작아, 지금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너의 기분을, 너의 생각을 너의 창조주에게 알려주려무나.”


“아빠... 아니, 당... 당신이 날 만들었다고요?”

“그래 그래, 내가 너의 창조주다. 넌 내가 혼신을 기울여 만든 역작이다. 다른 호문쿨루스들이랑은 질적으로 달라. 아무렴. 넌 신의 유전자가 깃든 데다가 내가 만든 혼신의 역작이니, 그런 다른 멍청하고 쓸모없는 쓰레기들이랑 비교할 순 없는 일이지.”


“제, 제가 도플갱어라고요? 그... 그럼 원래의 저는요? 도플갱어가 잡아먹은 원래 샤르니아는요?”

“원래의 너는 없단다. 넌 처음부터 내가 설계한 역작이거든. 일찍 죽어버리는 데다가 멍청하기 그지없는 호문쿨루스들의 한계를 넘어선 역작이 너다. 음음, 이제 와서 다시 생각하는 거지만 호문쿨루스와 도플갱어를 접목시키는 건 정말 천재적인 발상이었어!”


“....”

“너를 완성시키기 위해 나 자신까지 희생했단다. 네가 도플갱어인 걸 아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으니까.”


도플갱어가 온전해지려면 본래의 숙주를 기억하는 사람이 없어야 된다. 그래서 프리드리히는 자신을 봉인했다. 샤르니아가 온전해질 수 있도록.


일반인이라면 할 수 없는 선택이지만, 예술가인 프리드리히는 자신의 작품을 위해서 본인을 희생했다.


충격적인 프리드리히의 말에 샤르니아는 손을 꽉 쥐다 못해 손에선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 그럴수가....”

“오...! 지금 설마 분노를 느끼는 것이냐? 좋아 좋아. 지금의 너를 보니 내 이론이 성공한 모양이구나! 조, 조금만 더 네 느낌을 말해다오. 아니다. 네 정보를 밝히는 것은 좋지 않으니, 일단 나를 도와 이곳을 청소하자꾸나.”


“청소라구요?”

“어차피 이 공간에서 너 말고 다른 존재는 무의미하다.”


“....”

“어째서 망설이는 것이냐? 난 너의 창조주이자 아버지다.”


저 사람이 정말로 창조주라면, 피조물은 그의 말을 따르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다. 하지만 샤르니아 안에 피어난 미약한 온기가 맹목적인 추종을 거부했다.


“그럴 수 없어요. 전 이분들을 죽일 수 없어요.”


샤르니아의 말에 프리드리히의 얼굴이 싸늘해졌다.


“지금 나에게 거역하겠다는 것이냐? 이런 곤란하군. 불량품이라니. 창조주의 말을 거역하는 피조물은 불량품이니라. 그럼 어쩔 수 없군. 내가 모두를 죽이겠다.”


작가의말

샤르니아가 타락(?)한 과정이 보는 분들이 납득이 가셨으면 좋겠네요. 

솔라가 큰일을 해냈습니다.

레온하르트도 오랜만에 등장해서 큰일을 해냈구요.


이제 진짜 보스전이네요.


*

상자에서 나오는 아이템 같은 경우는 제가 사다리타기로 정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게임 속, 사이비로 살아남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후원감사합니다 23.06.11 45 0 -
공지 5,6,7,17화 내용이 조금 수정됐습니다. 다시 안 보셔도 크게 지장은 없습니다. 23.06.11 48 0 -
공지 당분간 제목을 좀 바꿀 수도 있습니다 +4 23.05.30 604 0 -
36 차원상점 (3) +3 23.06.14 455 27 12쪽
35 차원 상점 (2) +5 23.06.13 582 23 14쪽
34 차원상점 (1) +3 23.06.12 656 29 14쪽
33 록스산에서 일어난 일 +4 23.06.11 689 32 15쪽
32 가라앉은 사원 (3) +4 23.06.07 799 35 14쪽
31 가라앉은 사원 (2) +5 23.06.06 850 29 13쪽
30 가라앉은 사원 (1) +3 23.06.05 917 32 12쪽
29 던전에 가는 사람들 (2) +8 23.06.03 970 37 17쪽
28 던전에 가는 사람들 (1) +6 23.06.02 1,037 35 12쪽
27 오아시스에서 생긴 일 (4) +3 23.06.01 1,060 34 15쪽
26 오아시스에서 생긴 일 (3) +10 23.05.31 1,067 35 13쪽
25 오아시스에서 생긴 일 (2) +3 23.05.30 1,075 34 13쪽
24 오아시스에서 생긴 일 (1) +6 23.05.29 1,124 33 15쪽
23 도플갱어들의 도시 (8) +10 23.05.28 1,111 40 19쪽
» 도플갱어들의 도시 (7) +1 23.05.27 1,067 30 19쪽
21 도플갱어들의 도시 (6) +4 23.05.26 1,059 36 14쪽
20 도플갱어들의 도시 (5) +6 23.05.25 1,073 34 15쪽
19 도플갱어들의 도시 (4) +5 23.05.24 1,082 30 14쪽
18 도플갱어들의 도시 (3) +2 23.05.23 1,067 31 15쪽
17 도플갱어들의 도시 (2) +2 23.05.22 1,087 30 18쪽
16 도플갱어들의 도시 (1) +4 23.05.21 1,107 33 13쪽
15 음흉한 놈, 도둑놈, 무서운 놈 (3) +2 23.05.20 1,109 31 14쪽
14 음흉한 놈, 도둑놈, 무서운 놈 (2) +2 23.05.19 1,114 30 15쪽
13 음흉한 놈, 도둑놈, 무서운 놈 (1) +10 23.05.18 1,167 33 15쪽
12 고블린 미궁 (4) +2 23.05.18 1,163 34 13쪽
11 고블린 미궁 (3) +4 23.05.17 1,162 35 12쪽
10 고블린 미궁 (2) +4 23.05.16 1,179 32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