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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그코크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입니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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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그코크
작품등록일 :
2023.05.11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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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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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2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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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할 일

DUMMY

용왕(龍王).

말 그대로 용들의 왕.

용의 기준 한세대의 가장 강한 용이 맡는 숭고하고도 용들에게 가장 중요한 위치.

과거 이전 세대에 큰 소란이 있었지만 그건 현세대에서 그 끝을 맞이했다.

현재의 용왕 때문에.

현 용왕, 시간의 용 크로노시스.

이전 세대의 용왕의 만든 분란을 잠재운 본인이자 용왕이 될 자격을 완벽히 증명한 역대 용왕 중 손꼽히는 강자가 될 거라는 평가가 나오는 존재.


“어찌하여 본좌를 찾아온 것이지?”


레코드는 그런 존재 앞에 섰다.


“.. 그냥? 용왕 한번 보고 싶었거든. 그리고 아는 애한테 현 용왕이 제(帝)의 칭호에 도달할 것 같다고 들어서.”


제(帝).

역대 용왕 중 손꼽히는 존재들이 이 제라는 칭호를 얻었다.

개중 유명한 용은.

파멸룡(破滅龍) 다르가트, 천공룡(天空龍) 트라마노아, 거룡(巨龍) 아다만트.

비공식으로 하나 더 있지만 어디까지나 비공식이라 용들 사이에서는 그저 가능성으로 치부됐다.


“.. 그래서?”

“용제라는 거 생각보다 별거 없구나?”



용왕은 팔걸이 부분을 손가락으로 내려찍었다. 그리고 급격하게 표정이 안 좋아지는 용왕과 다르게 레코드는 웃으면서 말했다.


“방금 능력 사용하려고 그랬구나?”


시간의 용의 능력은 당연히 시간을 제어하는 능력을 사용하고 있다.

다만 세대가 거듭될수록 그 능력은 약해졌지만, 격세유전의 특혜를 받은 현 용왕은 과거 강대했던 조상 그 이상으로 능력을 사용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게 현 용왕이 용왕으로써 존재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였다.


“아~ 그 표정 보고 싶었어. 어째서? 뭐가 잘못됐지? 하는 그 표정.”

“무슨 수를 쓴 거지?”

“냉정한 척 하지마~ 당황했으면서.”


능력의 사용이 막히는 경우는 다양하게 있지만 대표적으로 두 가지 경우가 있다.

첫째는 같은 힘의 간섭, 둘째는 능력이 거스를 수 없는 큰 힘에 막히는 경우.

레코드의 경우 전자도 후자도 다양한 가능성 중 하나도 아니다.

레코드의 능력, 테마는 실행하는 자.

능력의 효과를 간단하게 설명하면 가능성을 실현시키는 힘.

1%를 100%로 만드는 능력이다.

단, 가능성이 없으면 능력을 사용하지 못하며 이는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네인의 인격들은 본래 네인의 전지전능, 시스템에서 비롯된 존재들이다.

현재 본인들에게 부여된 테마 외의 능력은 네인의 허가 없이 미미하게 사용할 수 있지만 다른 인격들에게는 있으나 마나 한 것이라 보통은 없는 취급이지만 레코드의 경우에는 전혀 다른 경우.

능력으로 1%, 그 미만의 가능성도 만들어두면 능력이 성립되기에 어떻게 보면 이는 레코드에게 제한적으로 부여된 특혜이기도 했다.

레코드가 한 건 별거 아니다.

저항.

그저 용왕의 능력에 저항한 것. 그리고 그 범위를 세계 전체로 지정한 것.

막힌게 아니였다.

그저 안 통했을 뿐.


“어떻게 한 거지?”


하지만 거기까지 생각이 안 닿겠지. 그 누가 시간의 능력에 저항한다고 생각할까? 보통 어떻게든 막는 걸 생각하지.


“글쎄다~? 어떻게 했을까~”


레코드는 오랜만에 재미를 느꼈다.

호기심과 전혀 다른 종류의 재미지만 이건 이것대로 재미있다.

아니.. 어떻게 보면 이것도 호기심의 한 종류일지도 모르겠다.


“그만하시지요.”


용왕과 레코드 두 사람 사이에 한 용이 끼어들었다.

그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거기에 눈이 그려진 안대를 쓴 사제와 같은 모습.


“안노네.”


현안룡(現眼龍) 안노네.


“끼어들지 마라. 안노네.”

“저도 끼어들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안노네의 어쩔 수 없었다는 말에 혀를 차는 용왕.


“손님은 이제 가실 생각입니까?”

“흐음.. 뭐 이제 여기에 용건은 없으니까.”

“그럼 가시는 길 편안하게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안노네가 용왕의 거처를 나서고 레코드는 그 뒤를 뒤따랐다.

그런 안노네에게서 레코드는 한 가지 의문을 느꼈다.


“너 내가 보여?”

“‘안’ 보입니다.”

“근데 잘만 인지하네?”

“세상은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많은 이들이 그것을 잊고 살기 때문에 눈으로 안보인다고 없다고 착각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레코드가 안노네에게 의문을 느끼는 이유는 간단했다.


현안룡(現眼龍) 안노네.

현재를 보는 눈을 가진 용으로 ‘현재’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본다.

유령, 정령처럼 영의 존재부터 마나처럼 보통은 볼 수 없는 것도 전부다 볼 수 있다.

레코드가 의문을 가진 이유는 간단했다.

레코드는 ‘현재’에 존재하는 ‘물건’이 아니니까.


“신기하네. 연륜이 넘쳐나다 못해 태산처럼 쌓인 용이라서 그런 건가?”

“궁금한 게 많으신가 보군요.”

“많지. 3대째 용왕을 보필하신 현룡(賢龍)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안 궁금한 사람.. 아니 여기서는 용인가? 아무튼 별로 없을걸?”

“그것도 그렇군요.”


현안룡이라는 자신의 종족 외에 그는 현룡(賢龍)이라는 이름이 하나 더 있는데 이유는 별거 없다. 그저 용왕을 아주 잘 보필했다. 그게 다다.


“저기.. 현재에 존재하지 않는 존재는 처음 봐?”

“흠... 조금 섞여 있는 이들도 포함된다면 몇 번 보았고 당신처럼 ‘아무것도 없는’ 경우는 처음이긴 합니다.”


아무것도 없다는 말에 레코드는 빵 터졌다.


“하하하하하! 아무것도 없대! 아무것도!”

“재미있으십니까?”

“재미있지. 안 재미있을 리가 없잖아?”


현안룡이 보는 ‘현재’의 기준은 다양하게 있다.

운명이 점지한 현재, 시간의 기준의 현재, 만물의 기준의 현재.

대부분이 첫 번째, 두 번째 현재에 포함되어 있으며 세 번째의 기준에서는 만물, 말 그대로 ‘존재’ 그 자체에 해당되는 이야기다.


“아~ 진짜 재미있네.”


그런 의미에서 레코드는 이곳의 운명에 없으며, 시간에 따라 움직이지 않고 존재마저 없다는 소리가 된다.

하지만 레코드는 지금 안노네의 뒤에 있다.

안노네는 그걸 시각을 제외한 다른 오감으로 알고 있다.


“내가 두려워?”

“두렵습니다.”

“왜?”

“당신에게 현재는 ‘아무것도’ 아니니까요.”


레코드는 그 말을 듣고 다시 폭소했다.

안노네의 말 대로 레코드는 현재가 정확히는 세상 그 자체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저 이지를 가졌으니 그런 상태로 존재하는 것일 뿐 딱히 행동에 목적도 이유도 없었다.

어떻게 보면 아직 포장을 뜯지 않은 가지고 노는 장난감 혹은 언젠가 뱉어버릴 씹기 전의 껌 같은 느낌.

레코드에게 있어 현재란 있으면 좋지만 없다고 사는 데 지장 없는 그런 거다.


“흠... 이유로써는 틀린 말은 아니네.”


아무것도 아닌 것은 어떻게 보면 필요 없다와 비슷하다.

그리고 보통 필요 없으면 버리는 게 보통.

레코드는 충분히 자신의 현재 그리고 타인의 현재마저 버려버릴 수 있는 존재다.

이게 얼마나 위험한지 안노네는 잘 안다.


“그럼, 이 짓거리도 용왕을 지키려는 의도가 담겨있는 걸까?”


레코드가 갑자기 뒤로 걸으니, 안노네는 경직된 채 움직이지 않았다.


“어라? 정답이었어?”

“...”

“아하핫! 무서워하는 것 봐.”


레코드는 즐거웠지만 계속 이러는 것도 지겨우니 안심시키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뭐.. 말 그대로 나는 현재에 아무런 의미를 두지 않지, 근데 내 본체는 좀 다른 녀석인지라?”

“.. 본체 말씀이십니까?”

“뭐. 그건 보면 알 것 같고.”


레코드는 안노네의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갔다.


“길 안내 고마웠어?”


그리고 레코드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용들의 영역에서 벗어난 레코드는 어느 숲을 거닐고 있었다.


“아~ 재미있었다.”

“장난이 조금 심한 게 아닌가 싶었는데.”

“역시 보고 있었구나? 인.”


레코드의 옆에 커다란 적안의 모습으로 나타난 인.


“상대방을 도발하는 건 관계에 그렇게 좋지는 않아. 레코드.”

“아 근데 재미있는데 어떻게 안 해?”

“그런 점이 네 안 좋은 점이다.”

“이거 네인 성격이거든?”

“할 거면 친해지고 해.”


인의 잔소리에 울상이 된 레코드였지만 아직 할 얘기가 남아있다.


“네인은?”

“적당히 안정된 상태다. 어비스가 곁에 있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되는 모양이야.”


어비스와 닿아 있으면 자기혐오에 빠지지만, 오히려 그 상태가 네인에게 스트레스를 덜 주는 형태라는 걸 누가 알았을까?

만약 네인에 ‘평범한 인간’이었다면 이러지 않았을 텐데.


“다른 애들은 잘 지내냐? 1번은 뭘 하고 있는 건지 추측도 안 되네.”

“위그드라실. 엘프들의 나라에 있다.”

“아직도?”

“뭐.. 본인만의 생각이 있는 거겠지.”

“그래도 생각보다 오래 있는데... 뭐 있나? 2번은 딱히 별건 없을 거고.”

“늘 그렇듯이 네인의 안에 자리 잡고 있지. 그게 밖에 튀어나오면 좀...”

“많이 그렇지.”


밖에 나온 2번의 존재는 그곳에 있는 것만으로 세상에 지옥도를 불러오니까.


“근데 이전과 다른 행동을 보이는 애들은 없어? 어차피 거의 다 안 움직일 것 같은데.”

“다른 행동이라면 10번이 있겠군.”

“10번? 걔는 왜?”

“다른 세상을 만들었다.”


누가 들어도 허무맹랑한 소리에 레코드는 어이가 없어졌다.


“... 신세계의 신이라도 되고 싶어 하나? 적어도 네인은 그런 애가 아닌데?”

“나도 궁금해서 물어봤는데 대답은 어떻게 보면 네인 답다고 해야할지..”

“뭔데?”

“현실에서 더는 못 살겠다더군.”

“그것참 네인다운 말이네.”


네인의 가치관은 확실히 평범하게 산다면 아무 일 없는 가치관이지만 힘이 있다면 여러모로 위태로운 가치관이다.

평범하다기에는 뒤틀려있으며 뒤틀려있다기에는 지극히 평범하다고 할만한 애매한 가치관이지만 레코드가 보기에는 적어도 정상은 아니라는 확신은 있었다.


“그러고 보니 지금쯤이면 어비스 일하고 있으려나?”

“하고 있다.”

“걔도 고생이 많아~.”


아마 인격들 중 제일 삶이 고달픈 이가 누구냐면 적어도 레코드는 어비스를 고를 것이다.





한편 어비스는 사과를 씹어먹으면서 연무장에서 자신의 능력과 싸우는 기사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네인. 이게 맞을까?”

“딱히 상관없지 않을까?”

“그건 그렇지.”


칼이 사람을 죽이는 데 사용되나 요리하는 데 사용하나 칼 그 자체에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않듯 능력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재미없어...”


현재 연무장에 올라가 싸우는 건 견습 기사들이라서 그런지 오러가 흩날린다거나 검풍이 휘몰아치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봉사활동 한다 생각해.”

“우리 해본 적 없잖아.”


중학교 때 우연히 봉사활동 외에 봉사활동 시간을 채울 수 있어서 안 했다. 고등학교는 필수가 아니었고.


“기사들 때부터 나름 재미있긴 한데. 그래도 최고로 재미있는 건 쟤네들이지.”


에이, 퀸, 케이.

그 외로 레비탄 백작.


“레비탄 백작이 6단계를 끝낼 때 감탄밖에 안 나왔지.”


6단계를 마주하고 처음부터 그는 자신의 벽에 마주하고 이윽고 그 벽과 함께 6단계를 베어내었다. 그 광경은 아직도 백작가 내의 많은 기사들의 입에 오르내리었다.


“아버지는 이번에는 어디까지 도달할까? 7단계 초반부겠지. 보통은 그러니까.”

“그나저나 오늘을 텄네. 이대로라면 오늘은 기사들까지. 에이 쪽은 내일 오후에나 하겠어.”


연무장 구석 바닥에 앉아있던 네인이 일어섰다.


“어디가?”

“일. 황제한테 받은 의뢰가 좀 있거든.”


평소 네인은 에이, 퀸, 케이의 훈련 경과를 보지만 그 외 가끔 황제에게 받은 일을 한다.

때마침 최근 그 일을 받았다.


“ 제국 동부지역 연쇄살인 사건 해결이었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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