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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그코크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입니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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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그코크
작품등록일 :
2023.05.11 21:42
최근연재일 :
2024.04.01 20:00
연재수 :
1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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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94,120

작성
23.09.20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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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집지키는 개

DUMMY

나비효과

작은 사건, 미세한 변화가 추후 큰 변화를 불러일으킨다는 현상을 뜻하는 말.

가끔씩 나비의 날갯짓이 폭풍을 불러온다는 표현으로 쓰인다는 말이기도 하며 빙의, 회귀물에서 한번 씩 나오는 단어.

그런데 지금 상황은 나비의 날갯짓 수준이 아니었다.


“흠.. 어쩌지?”


12시간.

레코드와 크랙이 힘을 합쳐서 되돌린 시간.

하루도 채 안 된 시간이지만 불특정 다수가 이 회귀를 눈치채면 이는 매우 큰 일이 된다.

원래 죽었어야 할 누군가가 살고 또 누군가는 죽을 수도 있으니까.


“공통점은 있어?”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최악이라고 해야 할지... 9써클과 그랜드 마스터 이상의 강자라는 점이야.”

“입신(入神)의 경지인가?”


9써클 그리고 그랜드 마스터(현경).

흔히 세계관 최강자들의 경지이며 또 입신의 경지라 잘 알려진 경지이기도 하다.

세계관에 따라 행동에 제약이 있거나 없는 경우가 있는데 이곳은 딱히 행동에 제약은 없다.

워낙 9써클이라거나 그랜드 마스터보다 더 강한 녀석들이 많은 세계라서 그런 것 같기도 한데 아직은 잘 모르겠다.


“흠.. 그럼 괜찮지 않을까?”

“... 진짜?”

“아마도...”

“야.”


레코드가 정색하자 네인이 멋쩍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도.. 그정도 강자면 둘 중 하나이지 않을까?”

“뭐가.”

“무시하거나 경계하거나.”

“.. 그건 그렇겠지.”


경계는 이런 일을 벌인 이에 대한 경계일 경우일 것이며 무시는 되돌아가기 전 12시간 안에 큰일이 없는 경우일 것이다.

아마 대부분 전자에 포함되겠지만 어차피 만날 일은 없으니 네인으로서는 상관없는 일.

후자는 네인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아.. 그러고 보니 한 가지 경우의 수가 더 있겠네.”


분노.


뭐.. 경우의 수는 많을 것이다.

실험, 사냥, 생사결.

다른 경우의 수도 있겠지만 당장 떠오르는 경우는 이 세 개.

실험의 경우 극적인 확률로 성공했는데 회귀해서 다시 그 확률을 뚫어야 하는 일에 대한 분노.

사냥은 다시 그 사냥감을 찾아갔을 때 없었을 경우에 대한 분노.

물론 그 사냥감이 9써클, 그랜드 마스터에 비견되는 강자일 경우겠지만 말이다.

생사결의 경우는... 잘 모르겠다.

원한 관계면 확실히 분노하겠지만 그 외의 경우에는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예상이 안 간다.


“개판 12시간 전이라는 건가?”


이건 뭐.. 나비의 날갯짓이 아닌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괴수의 난동이 아닐까 싶은 네인이었다.


“어쩔 거냐.”

“뭐.. 안다고해도 별수 있을까?”

“기억 지워버리면 되잖아?”


각지에 흩어져 있는 강자의 회귀에 대해 자각한 기억을 지우면 된다. 능력을 시스템으로 재조정한 지금이라면 쉽게 가능하긴 하다.


“아니. 그대로 가자.”


하지만 그러면 네인이 아니다.


“야.”

“궁금하지 않아? 각지의 강자가 만들어낸 후폭풍의 결과물이.”

“너 그러다가 후회한다?”

“그럴 수도, 아닐 수도.”


네인은 9써클하니 알고 있던 한 명이 생각났다,


“그러고 보니 할아버지는 어떤 반응이야?”

“친? 아니면 외?”


레코드의 예상외의 대답에 네인은 잠깐 벙쪘다.


“... 친?”

“현 레비탄 가주인 카란벨 레비탄의 아버지이자 네 친.. 은 맞나? 입양되어서 친이라는 말이 붙는 건지 잘 모르겠네. 아무튼 네 친할아버지 격 되는 바우트 레비탄 말이야.”


네인도 바우트 레비탄에 대한 존재는 알고 있다.

제국의 그랜드 마스터에 근접했던 이였으며 가장 강한 제국의 검.

15년 전 상식이었다.

현재 바우트 레비탄은 행방불명이다.

여행을 떠난다는 편지 하나 남기고 말이다.


“지금 그 양반 어디 있어.”

“흠.. 그건 인한테 물어봐야 할 것 같은데? 인~”


네인과 레코드 사이에서 인이 눈동자의 형태로 나타났다.


“무슨 일이냐.”

“바우트 레비탄 지금 어디 있어? 눈 하나는 붙여놨잖아.”

“지금?”

“지금.”


인은 눈동자를 한 바퀴 굴리고 나서 말했다.


“드워프들과 술이나 마시고 있군.”

“.. 대낮인데?”

“인간세계의 반대편이니까. 거긴 밤이다.”

“아하! 그렇다는데? 네인.”

“뭔 지구 반대편이야...”


참고로 이곳은 원래 살던 지구보다 더 넓은 곳이다. 대략 20배 정도 됐던 것 같던데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난다.


“참 멀리도 갔네.”

“그래서 어쩔거임? 그 양반.”

“내버려 둬. 알아서 하시겠지.”


그랜드 마스터나 되는 사람인데 알아서 하시겠지.

그것보다 중요한 건 적탑주인 필가논 미르터다.


“외할아버지 쪽은?”

“할 일이 많아서 신경 쓰는 분위기는 아니더군.”

“뭐.. 그렇긴 하겠네.”


적탑주라는 위치가 할 일이 많은 위치니까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러고 보니 안경은 왜 쓴거냐?”

“.. 빨리도 알아본다.”





다음날

네인과 에이, 퀸, 케이는 공작가 앞에 섰다.


“마중 안 나오셔도 된다고 했는데 왜 나오세요?”

“그게 나온 사람에게 할 말인가?”


아스트라 공작은 제복을 입고 네인 일행을 마중 나왔다.


“그나저나 레비탄 백작가로 곧바로 갈 건가? 수단은?”

“일단 수도의 미르터 후작가에서 할아버지 얼굴 좀 한번 비추고 가려고요.”

“확실히.. 한번은 비추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이 6개월사이 네인은 참 많이도 변했다.

키가 갑자기 크고 안경도 썼다. 얼굴은 그다지 변한 것 같지는 않지만 이게 본인과 자주 보는 사람은 익숙해서 잘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니까 확신할 수는 없다.


“수단이라면...”

“여기있지.”


눈의 형태로 공중에서 인이 나타났다.


“..!”

“눈..!”


갑자기 나타난 인을 보고 퀸과 케이는 당황했지만, 에이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에이는 무덤덤하네.”

“레코드가 말해줬거든.”

“아.”


레코드는 확실히 다른 인격보다 입이 가벼운 편이다. 큰 비밀은 다른 인격처럼 입이 가벼운 편이지만 작은 비밀은 그 누구보다 입이 가볍다.


“능력까지는 알아?”

“아니.”

“거기까지는 말 안 해줬네. 뭐. 그럴 것 같지만.”


레코드의 안 좋은 성격이자 장난이 말할 때 중요한 건 빼고 말하는 거다.


“인.”

“왜?”

“게이트 열어.”

“위치는?”

“흠.. 적탑으로 바로 갈까? 아직 집에 계시려나? 알아?”

“지금은 집에 있다.”

“그럼, 후작가 바로 앞에.”

“알겠다.”


쩌억.


네인의 앞에 문이 열리듯 공간이 뒤틀렸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네인이 게이트 속으로 사라지니 에이를 포함한 나머지 인원도 인사하고 게이트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나중에 또 올게요!”

“감사했습니다.”


에이, 퀸, 케이 이렇게 게이트 속으로 사라지고 그곳에 남아있는 건 아스트라 공작과 레코드였다.


“자네는 안 떠나나?”

“저요? 저는 딱히 게이트 같은 거 없어도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녀석이라 신경 안 써도 돼요.”


레코드는 바닥에 누워 공작을 올려다봤다.


“바닥이 차다.”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생물이 아니니까요.”


바닥에 누워 뒹굴거리는 레코드를 보며 아스트라 공작은 생각했다.


‘정말로 동일 인물인 건가?’


아스트라 공작은 네인에게 레코드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네인 본인에게 떨어져나온 인격이라는 것과 보통 사람은 상상하기 어려운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


‘능력에 대해 알려주지는 않았지.’


알 필요도 없고 알아도 9써클에 도달해야 겨우 대처가 가능한 능력이라는 말만 했을 뿐 아는 게 없다.


“자네는 왜 남았나?”

“집 지키는 개가 되라고 하더라고요? 솔직히 다른 애들 있는데 왜 내가 해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네.”

“집 지키는 개?”

“곧 큰일이 벌어지거든요. 왜 벌어지는 건지 네인도 자세하게 안 알아봐서 저도 몰라요.”

“큰일이라고?”

“아. 참고로 시간 계산상 대략 내일 벌어집니다. 오차범위가 하루이긴 한데...”


쿠웅!


“아 좀.”


어디선가 울리는 굉음과 함께 레코드는 귀찮다는 듯 일어났다.


“보러 가실래요? 나름 장관일 텐데.”

“무슨..?”


레코드가 공작의 손을 잡자, 주변의 풍경이 성벽 위로 바뀌었다.


“여긴..”


레코드는 자신을 바라보는 공작에게 말없이 성벽 밖을 가리켰다.


“신이시여..”


평소에는 신을 찾지 않는 아스트라 공작이었지만 이번만큼은 신에게 빌 수밖에 없었다.

성벽 밖에서 보이는 풍경은 다름 아닌 마수의 산맥에서 해일처럼 밀려 내려오는 마수의 파도였으니까.


“와~ 많다~”


태연하게 감탄하는 레코드는 성벽 아래로 뛰어내렸다.


“자네!”

“보고 계세요! 안 위험하니까.”

“자네가 얼마나 강하든 이 숫자는 위험..!”


딱.


레코드가 손가락을 튕기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리자, 뭐든지 집어삼킬 것 같던 마수의 해일이 멈췄다.


딱.


두 번째 손가락을 튕기는 소리가 나자 아스트라 공작의 앞에는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산맥을 뒤덮던 마수가 전부 흙이 되어버렸다.


“이 짓을 몇 번이나 반복해야 하는 거지? 기간은 정확히 모르는데.”


성벽 아래에 있어야 할 터인 레코드가 어느새 성벽 위인 공작의 옆에 있었다.


“돌아가죠. 아! 다음에는 흙으로 바꾸면 안되겠다. 저거 나중에 다 쓸려나가겠는데.”


네인이 남겨둔 집 지키는 개. 그 개가 너무나도 강했다.





-----





마탑.

마탑은 총 7개로 각각 적색, 청색, 녹색, 갈색, 회색, 백색, 흑색이 있다.

색깔별로 나뉘어져 있어서 분야가 다른 것 같아보이지만 그게 맞다.

다만 특기 분야가 나뉘어져 있을 뿐이지 각 마탑에서 자유로운 연구가 지양된다고 한다.

마탑 자체에서도 앙숙 혹은 원한이 있는 건 없다.

마법사 사이에 원한, 앙숙은 있을지언정 마탑 자체에서 분쟁 자체는 존재하지 않았다. 필요에 따라 각 마탑에서 파견, 지원을 하다보니 사이가 좋지 않으면 손해뿐인 관계에서 원한은 가장 피해야 할 요소다.

근데 갑자기 마탑 얘기를 하는 이유는 별거 없다.


“어서 와라.”


적탑주이자 외할아버지인 필가논 미르터의 말에 네인은 앞을 바라봤다.

도심 제국의 남쪽 미르터 후작가의 영지에 세워져 있는 커다란 붉은 탑... 아니 성.


마법사의 적색 탑. 통칭 적탑.

이곳에 끌려왔기 때문이다.


“와...”


왜 이렇게 되어버렸을까.

네인은 주변을 둘러봤다.


“케이. 이거 한번 먹어보자.”

“퀸.. 잠깐만!”

“흠.. 바다는 오랜만이군.”


끌려갈 자신은 안중에 없는 저 빌어먹을 친구 놈들은 관광목적으로 이곳에 왔다.

괜히 친구라고 소개해줘서 후작가 내의 별장에 후한 대접을 받는다더라.


‘나는 끌려가는데 저 녀석들은 노네.. 놀아.’


물론 강제로 일 시키려고 인간으로 만들고 친구 한 게 아니긴 한데 끌려가는 지금 상황에서는 배알이 꼴렸다.


“놀지만 마라. 훈련도 좀 해! 내가 낸 숙제들은 다 했어?”

“케이! 저기 가자.”

“잠깐.. 네인이 뭔가 말을...”

“신경쓰지마.”


퀸은 케이를 데리고 저 멀리사라지고.


“...”


에이는 바다를 보며 넋이 나갔다.

이 상황을 보고 필가논 미르터가 한마디 했다.


“취급이 안 좋구나.”

“그러게요...”


아무도 내 말을 안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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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적탑의 장로 23.09.29 10 0 12쪽
84 23.09.24 11 0 12쪽
» 집지키는 개 23.09.20 11 0 11쪽
82 시스템 23.09.16 13 0 12쪽
81 과정 23.09.12 12 0 13쪽
80 악의(惡意) 23.09.09 13 0 10쪽
79 심상(沈想) 23.09.06 15 0 11쪽
78 이변 23.09.01 11 0 11쪽
77 6개월 23.08.27 14 0 12쪽
76 문답 23.08.24 14 0 12쪽
75 깨어남 23.08.21 16 0 11쪽
74 네인(8) 23.08.18 15 0 11쪽
73 네인(7) 23.08.15 15 0 12쪽
72 네인(6) 23.08.10 15 0 12쪽
71 네인(5) 23.08.08 13 0 13쪽
70 네인(4) 23.08.04 18 1 12쪽
69 네인(3) 23.08.02 19 1 11쪽
68 네인(2) 23.08.01 17 1 14쪽
67 네인 23.07.29 21 0 14쪽
66 심상 세계 23.07.26 19 0 11쪽
65 갈림길 23.07.21 22 0 11쪽
64 또 다른 이야기 23.07.20 21 0 11쪽
63 마지막의 마지막 23.07.19 26 0 11쪽
62 제약 혹은 약속 23.07.18 22 0 12쪽
61 인간의 의미 23.07.17 25 0 11쪽
60 싸움의 기준 23.07.12 25 0 11쪽
59 이야기의 방향 23.07.11 27 0 11쪽
58 세번째 권유 23.07.10 28 0 11쪽
57 운명의 증명 23.07.07 30 0 11쪽
56 D-Day 23.07.06 2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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