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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그코크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입니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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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그코크
작품등록일 :
2023.05.11 21:42
최근연재일 :
2024.04.01 20:00
연재수 :
1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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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94,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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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21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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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깨어남

DUMMY

둘은 밤이 될 때까지 마수의 산맥 정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제 설녀가 깨어날 때가 됐네.”


꿈뻑


2번의 파편은 그것에 대답하듯 눈을 감았다 떴다.


“나도 이제 슬슬 돌아가야겠고. 산책한다고 했는데 여기서 계속 멍때렸네.”

[레코드]


오싹!


레코드가 마수의 산맥을 내려가려고 할 때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레코드는 소름이 돋았다.

뒤를 돌아보니 2번의 파편은 인간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야야! 함부로 나오지 마! 네가 손 하나 까딱하면 이 일대의 생명체 전부 죽어!”

[전부 나온 건 아니야. 이건 정말 파편이라고 봐도 될 정도의 힘이니까.]

“그래도! 너는 선이라는 게 없잖아!”

[.. 그 정도는 아니야.]


부글부글..


2번을 중심으로 땅이.. 하늘이 끓기 시작했다.


“야야! 힘 집어넣어! 여기 네인의 안이 아니야!”

[그랬지.]


치이익...


끓기 시작한 땅과 하늘이 다시 평온을 되찾았다.


[바깥은 약하군.]

“네인의 내부가 비정상적으로 강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군.”

[그럴 수도.]

“그나저나 갑자기 현현한 이유는 뭐야. 할 말이라도 있어?”

[할 말이라.. 있지.]


2번은 레코드를 마주 봤다.

2번.

네인의 인격 중 네인의 두 번째로 만들어진 인격.

그리고 네인이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 없다’고 판단한 성격, 성향으로 뭉쳐진 인격.

이른바 네인의 가장 인간 같지 않고 사람들이 봤을 때 괴물 같다고 할만한 부분만 존재하는 인격이 2번이다.

보통의 이런 인격으로 뭉쳐진 분신이라면 본체에게 원망도 할법한데 2번은 원망하지 않았다.

이유는 1번 외에 잘 모른다.

1번에게 물어도 1번은 웃을 뿐 대답도 하지 않는다.

그냥 모른다.

그런 2번에 대해서 1번을 제외한 다른 인격이 2번에 대해 잘 아는 건 몇 안된다.

2번은 네인을 아끼고.

2번은 세상을 부정하며.

2번은 인간을 싫어한다.

그래서 2번은 세상 밖을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네인의 세상은 인간의 세상이며, 네인은 인간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물론 네인도 인간을 싫어하지만 좋아하기도 한다.

1번처럼.


[레코드]

“왜?”

[네인을 잘 부탁할게.]


레코드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건 당연한 거고.”

[네인의 못 버티겠다 싶으면 내가 나설 거야.]

“.. 뭐?”


레코드 입장으로 이건 좀 놀라웠다.

2번은 밖에 나가자는 다른 인격들의 의견에도 밖에 나가지 않은 인격이었으니까.

10번처럼 네인의 안에 ‘다른 세계’를 만들어놓은 것도 아닌 그저 아무것도 없는 공간 안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가끔은 바위가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꿈쩍도 안 했으니까.


“왜?”

[왜긴. 네인을 위해서지. 다른 녀석들도 조금 못미더운 것도 있고]

“아하하하...”


저 말에 대해서는 일이 있으니, 레코드의 입장으로서도 할 말이 없었다.


“그럼, 못 버티겠다의 선은 어딘데 알려줘.”

[선.. 이라.]


2번은 눈을 깜빡이고 말했다.


[정신적인 기절, 정지. 그 경우에 내가 네인 대신 나서겠지. 육체적인 파손은 신경 쓰지는 않을 거야. 육체의 이상은 더 이상 네인에게 문제가 되지 않으니까.]

“정신적인 부분의 한계라.. 이건 좀 까다롭네.”


현재 네인은 자신을 정신적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1,000만이라는 삶을 ‘기억’하는 것으로 말이다.

다행이라는 점은 그게 매일이 아닌 매달이라는 것과 굳이 그 기억 대상을 ‘인간’으로 한정하지 않은 것. 그리고 그 모든 일이 과거에 일어난 사실이라는 부분.

최악인 부분은 때에 따라 1,000만이라는 숫자는 최소라는 것과 전부 기억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기억’에 대한 방식이 평소와 ‘동일’하다는 점이다.


“이젠 하다 하다 네인 멘탈 관리까지 해야 하네.”

[특별한 일이 없으면 내가 나서는 일은 없겠지.]

“문제라면 앞으로는 특별한 일이 많아지는 거고.”

[그건 앞으로 고민해 봐야 할 일이고.]

“2번.”

[왜 그러지?]

“너는 도대체 뭐야?”


분명 2번은 네인을 위하고 있다. 아무 이유 없이.

그게 네인 답긴 하지만 그것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2번은 분명 네인의 반대되는 성격과 성향이다.

현재 네인의 행동과 판단에 가장 불만을 가질 이를 이성적으로 꼽자면 단연 2번이다.

그런데도 2번은 묵묵히 네인의 내부에 있다.


[1번이 너희들에게 나에 대해 아무 말도 안 했군.]

“갑자기 1번이 왜 나와?”

[그럼 알려줄 의무는 없다.]


2번의 1번 언급으로 인해 레코드는 2번에 대한 생각이 더 미궁으로 빠졌다.


‘1번..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단순히 네인의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인격이 아닌 건가?’


[꽤나 생각이 많아 보이네 레코드.]

“너라면 생각이 안 많아질 것 같아?”

[그것도 그렇군.]


2번의 몸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이제 이 몸은 필요가 없어졌군. 걱정거리가 사라졌으니까]

“걱정이 늘어나면 또 파편을 밖으로 내보낼 거야?”

[그렇겠지. 이런 일이 다시는 안 일어나길 빌고 있지만.]

“앞으로는 아마 괜찮을 거야. 우리들이 있으니까.”

[그래서 더 걱정인데?]

“야!”

[하하하. 그럼, 나중에 보자 레코드.]


완전히 녹아버린 2번의 파편은 이윽고 증발해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


“나중에 보기는 개뿔이 안 봤으면 좋겠네. 2번만 만나면 몸이 굳는단 말이야.”


레코드는 하늘을 올려다 봤다.


마수의 산맥 꼭대기가 구름 위에 있다고 하지만 참으로 맑은 하늘, 밝은 달이었다.

오늘은 특히 더.





-----





또각.


얼음으로 구성된 어느 도서관.

설녀는 그곳에 수많은 책을 읽고 이윽고 마지막 책 한 권을 책장에 꽂았다.


짝짝짝.


“축하해. 드디어 다 읽었구나?”


4번. 리드는 박수치면서 설녀를 축하했다.


“고마워. 덕분에 편하게 지냈어.”

“그것보다 이야... 대단하네. 기억을 되찾았다고 보통 어른이 되나?”


설녀의 외견은 처음 도서관에 들어왔을 때보다 더 어른스러워졌다.

키가 크고 어린아이의 테를 벗어나 여인의 모습이 더 확고해진 모습.


“그나저나 이곳에서 먹었던 거 못 잊을 거야. 정말 맛있었거든.”

“그거 이미 말했다시피 네인한테 부탁하면 만들어 줄걸?”


심심풀이로 리드가 만든 차가운 음식은 설녀가 책을 읽기 전 그리고 읽은 후에 계속해서 먹었다.

리드도 재료만 능력으로 만들고 직접 요리하는 것도 재미있어서 계속해서 설녀에게 먹인 것도 있었다.


“이제 남은 책은 한 권인데.. 솔직히 저 책은 내 권한 밖인지라.”


이제 이 도서관 안에서 셜녀가 읽지 못한 책은 단 한 권. 하지만 리드는 그 책을 읽지 않는걸 추천했다.

책의 크기와 두께가 사람과 비교해봐도 엄청나게 거대했으며 리드 또한 지금 당장 저 책을 읽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본인인 설녀는 읽을 수 있겠지만 리드는 직감했다. 저걸 읽으면 설녀는 읽기 전의 설녀와 전혀 다른 존재가 될 것이라고.

리드는 책에 대해 충고했고 설녀는 그 충고를 받아들여 이제 이 도서관, 심상 세계를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밖은 아마 하루에서 이틀 정도 지난 뒤겠지. 일단은 이 심상 세계에서 나가는 길을 네인이 그런 구조로 만들었으니까. 시간대는 아마 밤일걸? 네인은 밤을 좋아하니까.”

“다시 돌아올 수는 있으려나?”

“아마 가능할걸? 스스로 가능할지는 역시 잘 모르겠지만 네인에게 부탁하면 되겠지.”


설녀는 도서관의 문 앞에 섰다.


“잘 가. 가끔 힘들면 놀러 와도 되고.”

“그럼, 나중에 봐.”


끼익..


설녀는 도서관의 밖을 나섰다.





설녀는 눈을 떴다.

오랜 시간이 지났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리드는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을 거라 했다.


‘그곳에서 까마득히 오래 있었는데 말이지.’


수백년.. 수천년동안 먹고 자고 책을 읽었다.

단순히 책을 읽는 시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시간이 소비되었다.


“시원하네.”


창문이 열린 방안. 창문에서 비치는 은은한 달빛. 그리고 방안을 메운 한기.


“한기는 네가 한 거다? 설녀.”


네인이 옆에서 무표정한 얼굴로 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리드?”

“리드라... 리드도 나라서 틀린 말은 아닌데. 앞으로 살아갈 거면 네인이라는 이름으로 불러주라.”


네인은 책을 덮고 설녀를 바라봤다.


“어땠어? 과거의 너는.”

“... 너는 어디까지 알고 있어?”

“몰라. 그저 평탄치 않은 삶을 살아왔다는 것 정도만 알거든.”

“.. 리드의 말 대로네.”


나가기전 리드는 네인에 대해 설녀에게 설명해줬다.


‘네인은 과거의 너에 대해 조사하려 하지 않을 거야. 남의 과거는 자세히 들추지 않는 주의인지라. 어쩌다 얻은 정보로 추측할 뿐이지. 뭐. 그것도 딱히 아는 척하지 않겠지만.’


알고 있다면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잘 알지는 못한다.

설녀에 대한 네인이 가진 정보는 딱 그 정도다.


“지금 궁금한 건 그것뿐이야?”

“아니.. 엄청 많아.”


‘네인에게 질문할 기회가 있으면 가능하면 그때 한 번에 다 하는 게 좋아. 알고 있으면 바로바로 대답해주거든. 모르면 모른다고 말하겠지만.’


“설인은 지금 어디 있어?”

“오~ 일어나자마자 남편을 찾는 건가?”

“비꼬지 마.”

“아하하하... 지금 오고 있을걸?”


네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저 멀리서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인기척이 있었다.


“3... 2... 1.”


벌컥!


인간의 모습을 한 설인이 방에 들어왔다.


“설녀..!”


설녀는 인간의 모습을 한 설인을 보고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동요한 건 인간의 모습을 한 설녀를 본 설인이었다.


“설.. 녀?”

“역시.. 나도 인간으로 만든 건가?”

“리드가 알려줬나? 뭐 상관없지. 맞아. 인간으로 만들었어. 무슨 문제라도 있어?”

“아니. 문제없어.”


‘네인은 죽어가는 이들을 살리려고 하지 않아. 살리고는 싶지만, 살릴 수가 없다는 게 좀 더 정확하려나? 죽어가는 이를 살릴 수 있는 수단이 있다면 돕겠지만 없으면 네인은 살리지 않아. 이게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서 애매하네.’

‘그럼. 인간으로 만드는 건? 에이라는 인간도 예전에는 인간이 아니었다고 했잖아.’

‘대가지. 살리고 싶은 이의 목숨을 연명하기 위한 대가.’


수명은 80~100년. 살해당하거나 큰 병에 걸리지 않으면 그 정도 수명이라고 했다.


“오히려 감사해야 할 일인걸.”

“도대체 어디까지 들은 건지...”

“꽤 많은 걸 알고 있거든. 리드라는 애는 말이 많던걸.”

“뭐.. 나도 주제가 있으면 말이 많으니까. 그건 똑같나?”


네인은 설인과 설녀를 한번 바라봤다.

설녀는 생각보다 많은 걸 알고 있어서 이 상황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설인은 설녀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는게 당황스러운 모양이다.

그럼... 이것까지 예상대로 인가?


“설인. 설녀를 죽여.”


설인이 설녀를 향해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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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심상(沈想) 23.09.06 15 0 11쪽
78 이변 23.09.01 11 0 11쪽
77 6개월 23.08.27 14 0 12쪽
76 문답 23.08.24 14 0 12쪽
» 깨어남 23.08.21 16 0 11쪽
74 네인(8) 23.08.18 15 0 11쪽
73 네인(7) 23.08.15 14 0 12쪽
72 네인(6) 23.08.10 15 0 12쪽
71 네인(5) 23.08.08 13 0 13쪽
70 네인(4) 23.08.04 18 1 12쪽
69 네인(3) 23.08.02 19 1 11쪽
68 네인(2) 23.08.01 17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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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심상 세계 23.07.26 19 0 11쪽
65 갈림길 23.07.21 22 0 11쪽
64 또 다른 이야기 23.07.20 20 0 11쪽
63 마지막의 마지막 23.07.19 25 0 11쪽
62 제약 혹은 약속 23.07.18 22 0 12쪽
61 인간의 의미 23.07.17 25 0 11쪽
60 싸움의 기준 23.07.12 25 0 11쪽
59 이야기의 방향 23.07.11 27 0 11쪽
58 세번째 권유 23.07.10 27 0 11쪽
57 운명의 증명 23.07.07 30 0 11쪽
56 D-Day 23.07.06 2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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