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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그코크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입니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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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그코크
작품등록일 :
2023.05.11 21:42
최근연재일 :
2024.05.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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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0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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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탄

DUMMY

메데우스는 그날 이후로 시간이 날 때마다 리미트 다운에 대한 걸 연구하기 시작했다.

써클이 맞지 않은 전혀 다른 술식이 이어지고 완성된 그 광경을 본 순간 메데우스는 이 리미트 다운에는 어떤 법칙이 있을 거라고 굳게 믿었다.

그래서 그는 창안자인 네인 레비탄처럼 술식을 잘게 쪼갰다.

쪼개고 쪼개어 이윽고 그 조각만으로 마법이 발동되기도 하며 변형되기도 했다.

알면 알수록 리미트 다운이라는 것이 터무니없는 것인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리미트 다운이라는 걸 알면 알수록 네인 레비탄이라는 존재에 대한 의문도 커져갔다.


‘천재가 맞나?’


천재는 천재를 알아본다고 하지만 천재인 메데우스는 리미트 다운의 창안자인 네인 레비탄을 떠올리며 또 상상하면 할수록 그가 천재라는 생각에 의문만이 더해진다. 이유는 간단했다.

천재라면 절대 상상할 수 없는 방식이니까.

단언할 수 있는 이유도 있다.

천재는 본인만의 세계가 있으며 그렇기에 그에 맞물리는 세계와 분야가 생길 경우 천재의 천재성은 개화된다.

여기서 중요한 건 분야다.

속성에 대한 이해, 마나의 그릇, 마나의 컨트롤, 마법에 대한 기억, 이해, 역산.

여기서 네인 레비탄이라는 천재에 대한 재능을 생각하면 마법에 대한 이해라고 생각했지만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그 판단은 잘못되었다고 자신의 지성은 말해주고 있었다.

천재라고 해도 11살.

경험의 깊이가 없으며 생각의 깊이 또한 적을 시기. 하지만 네인이 마법계에 보여준 리미트 다운은 경험의 깊이가 있으며 생각의 깊이또한 자신을 아득히 뛰어넘었다고 판단될 정도로 아득하다고 느껴졌다.

천재, 그 이상의 벽.

아니.. 이 경우에는 벽이 아닌 심연이라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아득한 무언가를 보는 것 같았다.

적색 마탑의 장로 제일 말석에 오른 자신도 이런데 과연 적탑의 다른 장로들은 어떤 의중을 갖게 될지 의문 또한 생겼다.

반응은 대체로 예상했다.

천재라고 의문을 표한 자신의 의문에 대해 그들은 언짢은 듯한 표정을 보였지만 반박하지는 않았다.

그들 또한 천재이며 그들 또한 여러 천재들을 봐왔기 때문에.

네인 레비탄이라는 존재에 대해 의문만이 쌓일 수밖에 없었다.


“미안하군. 데려오느라 늦었다.”


회의실의 문이 열리고 적탑주 필가논 미르터가 들어왔다.


“원래는 더 빨리 데려오려고 들었습니다만”

“워낙 귀찮다고 안 오려고 했는데 이번 기회에 날 잡아서 데려왔지.”


친우 관계인 1장로와 탑주의 대화는 늘 지휘 체계를 무시하지 않기 위해 탑주는 1장로를 하대하고 1장로는 탑주에게 존대를 한다.


“그것보다 다들 이번 주제의 목적이 도착한 거에 신경이 쓰이겠지. 들어와라.”


탑주의 말 한마디에 장로들은 회의실 입구에 이목을 집중했다.


“반갑습니다.”


앳된 얼굴, 하지만 서류에서 파악했던 11살의 외견이라고 보기에 힘든 키. 검은 머리카락에 검은 눈동자. 햇빛을 보지 않아 보이는 흰 피부.


“네인 레비탄입니다.”


네인 레비탄의 등장이었다.

첫 만남에는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꽤 단련된 신체, 축 처진 눈매가 약간 푸근한 인상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분명 날카로운 아이일거라 생각했는데 이 점은 빗나갔다.

써클의 경우 보고받은 대로 6써클에 오른 모양이다. 물론 6써클에 올랐으니 장로직에 올리려고 탑주께서 건의하셨을 것이다.

메데우스는 시선을 네인 레비탄이 아닌 다른 장로들에게 돌리니 대부분 믿기 힘들다는 표정을 지었다. 물론 저게 정상이다. 그리고...

2장로 그리고 5장로만큼은 왠지 모르게 표정을 굳혔다.

네인 레비탄은 자신의 이름을 밝히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 행동에 1장로는 의문을 담아 네인 레비탄에게 물었다.


“끝인가?”

“.. 네?”

“자기소개가 끝이냐고 물었다.”

“네. 어차피 그 외적인 건 다들 서류로 받아봐서 알 거라고 말씀하셔서요.”


누가 말한 건지는 안 봐도 뻔한 얘기지만 정말로 자기소개를 이름만 하는 이는 없었기에 다들 허탈해 있었다.


“네인 레비탄.”

“네.”


1장로의 물음에 네인 레비탄은 대답했다.


“자네는 적색 마탑의 장로 작위가 장난인가?”

“아니요.”

“그럼, 이따위 태도는 뭐지?”

“.... 그럼 그만두겠습니다.”

“뭣?!”

“안녕히 계세요.”


충격적인 선언 이후 정말로 나가려는 네인 레비탄을 탑주께서 붙잡았다.


“네인 레비탄!”

“어차피 장로직 안 받으려고 했어요. 알잖아요?”

“그래도 바로 나가는 놈이 어디 있느냐!”

“여기 있죠.”


그 순간 1장로는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흠..! 실례했네 네인 레비탄. 무례를 끼칠 생각은 없었네. 그러니 다시 자리로 돌아와 줄 수 있겠나?”

“네.”


1장로의 부탁 아닌 부탁에 네인 레비탄은 다시 자리에 섰다.

그 순간 다른 장로들도 생각했다.

이 회의는 단순한 장로 승계와 관련된 회의가 아니라는 것을.


“네인. 너는 대화를 할 생각이 있는 거냐?”

“없어요. 애초에 저는 제가 여기 오는 것 자체를 반대했어요.”

“이곳은 마탑이다. 마법을 연구하는 이들이 모인 곳이란 말이다.”

“그래도 단체, 그리고 꽤 유명한 그리고 누구나 꿈꾸는 단체죠. 그래서 안 된다는 거예요. 애초에 저는 마탑에 리미트 다운이라는 술식 구조를 넘긴 이후로 할 일을 다했어요. 볼 장 다 봤다는 소리죠.”

“네인!”


대화를 듣건데 네인 레비탄은 적탑에 오기를 꺼려했다.

마법사라면 꿈꾸는 마탑 그리고 현재 9써클의 마법사를 탑주로 두고 있는 적탑에 오기 싫어한다. 왜일까?


“애초에 할아버지는 제가 적탑의 장로직에 오르는 게 주목적이 아니잖아요?”


그 말에 장로들 전원 당황했다.

네인의 말대로 필가논 미르터가 네인을 적탑으로 데려온 이유는 적탑의 장로를 시키려고 한 게 아니다.

적탑의 인력은 충분하고 장로직에 오르면 불필요한 시선을 받는다. 이건 오히려 네인에게 디메리트로 작용하는 요소.

당장 네인에게 필요한 건 적탑의 장로라는 인맥과 일면식.

네인 레비탄이 적탑의 장로와 알고 지낸다는 사실이 첫 번째이며 두 번째는 마법의 연구다.

단, 네인의 주체로 실행되는 연구가 주목적이었다.

네인은 6써클에 오르면서 ‘필요한’ 연구만 진행했다. 그리고 그런 네인에게 ‘불필요한’ 연구는 차고 넘쳤다.

필가논 미르터는 그 불필요한 연구에 대한 기본 자료를 보고 눈이 돌아갔다.

이것들이 토대만 남고 그대로 방치되는 게 너무 아까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것들 모두 적탑으로 끌고 오기 위해 네인을 적탑으로 초대한 건데 오히려 악효과만 나왔다.


‘저는 마탑에 리미트 다운이라는 술식 구조를 넘긴 이후로 할 일을 다했어요.’


순간 이 말을 듣고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네인. 리미트 다운을 넘긴 후로 할 일을 다했다는 말은 무슨 뜻이지?”

“그건 저분들이 이해하셔야 할 일이고요. 저는 갑니다.”


네인은 문을 열지 않고 닫힌 그대로 문을 통과해 사라졌다.


“11살이라 그런지 경험과 식견이 없어 오만하군요. 탑주.”


1장로는 자리에 일어서면서 말했다.


“저는 그동안 탑주의 안목을 믿어왔지만, 이번만큼은 틀렸다고 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

“1장로.”

“저런 오만한 아이는 적탑에 필요 없습니다.”


1장로의 말을 듣고 필가논 미르터는 적탑에 오기 전 네인과 했던 대화를 떠올렸다.


‘안될걸요?’


네인은 적탑의 장로가 네인의 말을 듣지도 존중하지도 않을 거라고 단언했다.

그 이유를 묻자, 네인은 오히려 반문했다.


‘정말 몰라서 물어요?’


가능성이 있지 않겠냐는 말에 네인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1%도 가능성이라면 가능성이죠. 근데 그러면 나머지 99% 놀아요? 당연히 실패할 확률이죠.’


1%의 성공과 99%의 실패를 점친 이유를 물으니 네인은 이렇게 대답했다.


‘확실하게 증명된 것 없는 11살짜리 6써클 천재 꼬마를 상대로 이미 나이와 경험은 있을 대로 있는 7~8써클 마탑의 장로. 그 격차는 어마무시하죠. 할아버지도 처음에는 비슷하게 봤었죠.’

‘장로들 대부분은 어쩔 수 없이 색안경을 끼고 볼 수밖에 없어요. 본인의 상식 안에 11살이 6써클에 오른다고 하더라도 고작 11살. 배움의 깊이가 적고 생각의 깊이가 적다고 생각하는 건 당연한 거니까요.’

‘장로라는 직위라는 점 때문에 더 색안경을 끼고 볼 거예요. 제가 적탑주 필가논 미르터의 손자라는 점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고요. 자. 그럼, 여기까지 설명했는데 지금 생각해 봐도 대화가 될거라 생각하십니까?’

‘1%는 왜 넣었냐고요? 흠... 리미트 다운에 대한 호기심이 강한 사람이라면 대화는 가능할거라 생각했거든요. 물론 말 그대로 그럴 가능성이 적어 1%라 말했지만요.’


“네인의 생각대로인가..”


괜한 걱정이라고 생각했다.

마법에 관한 호기심에 자존심 따위는 굽힐 줄 아는 인간들이라는 것 정도는 잘 알고 있었다.

실제로 그랬었고 이번에도 그럴 거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굽히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을 꼿꼿이 세우고 있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난 건지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생각할 수 있는 이들이라면 잘 알 것이다.

자신과 네인의 차이점 때문에 벌어진 일이니까.

마탑주와 6써클의 일개 마법사라는 차이점 때문에 그들은 자존심을 굽히지 않았다.

네인은 이미 그 차이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회의는 이만 해산하지. 수고했네.”


이건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을 탓해야 할 일.

네인은 장로들이 자신에게 비협조적이지 않을 것을 예상하고 내색했으며 자신은 그것을 무시했다.

장로들은 네인의 예상대로 비협조적이었으며 자신은 그 이유조차 찾으려 하지 않았다.

지금은 알 것 같다.

장로들은 네인을 모르니까.

네인에 대한 정보가 없었기에 네인을 존중하지 않았으며 그저 천재에 마탑주의 손자라는 위치만을 인식했다.

오판이었다.


“네인 레비탄에 관한 회의는 더는 없을걸세.”


네인은 마탑에 소속되길 꺼려했다. 애초에 돈에는 관심이 없어 보였고 네인의 연구에는 재료가 들어가지 않으니까. 오히려 마탑에 소속되는 게 방해일 수도 있다.

그 순간 필가논 미르터는 한가지 가능성을 떠올렸다.

1%.


‘리미트 다운에 대한 호기심이 강한 사람이라면 대화는 가능할거라 생각했거든요.’


혹시 하는 생각에 필가논 미르터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혹, 네인 레비탄에 대해 궁금해진 이들은 남게.”


가능성.

세상에는 절대는 없다. 네인이 입이 닳도록 하던 말이다.

물론 그 뒤에는 그것 자체가 좀 모순이라는 말이 뒤따랐지만, 네인은 가능성을 늘 0%에 두지 않는 아이다. 그리고 없는 말을 지어내는 아이도 아니다.

1%.

필가논 미르터는 그 1%의 확률에 걸었다.

필가논 미르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1장로가 회의실을 나갔다.

뒤이어 대부분의 장로들이 나가고 남은 건 셋.

2장로, 5장로, 11장로.

세 명의 장로만이 회의실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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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이야기의 방향 23.07.11 30 0 11쪽
58 세번째 권유 23.07.10 3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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