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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그코크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입니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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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그코크
작품등록일 :
2023.05.11 21:42
최근연재일 :
2024.05.28 08:00
연재수 :
1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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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04,358

작성
23.07.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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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림길

DUMMY

레코드.

네인의 여러 인격 중 하나로 만들어진 분신.

네인이 5살 때 생각만 해둔 10체의 분신 중 하나이며 네인의 안에서 서로 계속 대화했기에 서로를 대함에 어색함이 없었다.

도구이자 분신.

말은 그렇게 해도 결국 서로가 서로를 네인으로 인지하는 상황이지만 네인도 그리고 레코드 본인도 네인 외의 인격을 도구 취급할 생각이다.

서로 그러기로 약속했으니까.


‘그나저나 정말로 밖에 나왔구나.’


공작성에서 폭주 직전에 들린 여자 목소리에 설마 했지만 정말로 밖으로 나와 있을 줄은 몰랐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스스로 밖에 나온 녀석들이 없었.. 아니 하나 있었나? 근데 그놈은 예외라 생각해서 예외로 쳤는데 아마 다들 가능한 것 같았다.


“읏차!”


파묻힌 눈구덩이에서 나온 네인은 레코드의 옆에 섰다.


“늦었네. 뭐하다가 이제 왔어?”

“뭘 하긴 뭘 해? 그냥 잠깐 여기저기 둘러보고 왔지.”

“어디?”

“북극, 남극, 동쪽.”

“재미있는 거라도 있었어?”

“북쪽은 예상대로, 남쪽은 아무것도, 동쪽은... 좀 짜증 나는 거.”


레코드가 짜증 낼 만한 일이라.. 몇가지 손꼽자면 여러 개 있지만 동쪽이라는 키워드를 하나 추가하면 결국 하나밖에 안 남는다.


“원(源)제국의 황제라도 만나고 왔어?”

“아니.”


원(源)제국.

지구에서의 중국의 위치에 자리 잡은 제국이다.

다른 무협지처럼 무림이라는 세력이 있으며 오대세가와 구방일파가 자리 잡고 또 사파의 세력인 사도천, 마교 또한 존재한다.

참고로 허구한 날 계속 싸워댄다.


“그쪽 동네는 여전해?”

“여전하다 못해 늘 똑같아. 싸우는 게 그렇게 좋나?”


레코드는 싸움을 싫어한다. 정확히는 무의미한 싸움을 싫어하지만, 의미 있는 싸움이라면 신경 쓰지는 않는다.


“근데 왜 짜증나?”

“사절단이 온데.”

“... 왜?”

“왜겠냐? 너 때문이지.”


좀 더 정확히는 과거 원제국에서 사라진 막내 황손 때문일 거다.

그게 나고.


“태어날 거면 그냥 동네 농사꾼이었으면 편했을 것 같은데.”

“꿈깨라.. 이미 그 힘을 얻은 이상 그런 안일한 생각은 포기하는 게 편해.”

“근데 왜? 이제와서 여기까지 오는 거지?”

“알아본 바로는 중원을 다 뒤져보고 이제 밖으로 시선을 돌리는 거던데.”

“거길.. 다?”

“나도 알아보고 어이가 없었다.”


무공이 있고 귀물이 있다고는 하지만 중국이다. 땅덩어리 더럽게 넓은 그곳을 없다고 확신할 정도로 뒤졌다면 얼마만큼 뒤진 건지 상상이 안 된다.


“미쳤네.”

“미쳤지. 근데 사절단 인원 들어보면 가관이야.”

“뭔데?”

“황태자라는 네 혈연상 형과 누나가 온대.”

“도망친다는 선택지는...”

“있을 리가?”

“아니 그래도 그쪽에서 내 정체정도는...”

“알더라.”

“이런 씹...!”


이미 확정을 짓고 온다는 소리다.


“아~ 도망치고 싶다!”

“응~ 도망 못 쳐. 너 영락없이 끌려가게 생겼어.”

“.. 어떻게든 안되나?”

“영 안 되겠다 싶으면 기억이라도 바꿔. 그럼 되잖아.”

“싫어. 기억은 가능하면 건들기 싫다고.”

“그럼 끌려가던가~”


나눠진 인격이라서 서로 서열이 있는 건 아니다.

애초에 네인은 서열을 좋아하지 않아서 그냥 서로 제멋대로 사는 형식으로 움직인다.

에를 들어...


‘네인 저러다가 죽겠네.’

‘죽으라 하던가.’

‘본체인데?’

‘.. 어떻게든 살리면 되지 않을까?’


이런 식으로.

본체니, 분신이니 애초에 그들에게 딱히 의미 없는 말일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중요한 말이기도 했다.

그것은 그들의 정체성이니까.


“네인. 2번째는 잘 있어?”

“그걸 왜 나한테 물어?”

“그야 그 녀석 네 안에 있으니까.”


인격에는 순번이 있다.

만들어진, 그리고 그렇게 개별 활동을 하는 순서.

레코드는 5번째다.


“3번째는 잘하고 있을까?”

“그러지 않을까? 애초에 천직이니까.”

“그것보다 4번째가 더 천직을 찾지 않았을까?”

“아... 그러네. 그 녀석 설녀의 안에 있잖아.”


네인의 4번째 인격.

지금의 네인처럼 보는 걸 좋아하는 인격이다. 그와 별개로 하고 싶은 게 많고 보는 것보다 읽는 것을 더 좋아해서 네인이 설녀의 안에 넣어둔 인격이었다.


“잘하겠지?”

“잘할걸? 그 녀석. 우리들 중 착하다면 세 손가락 안에 들잖아.”

“근데 걔 좀 이상할 텐데. 다른 사람의 기준으로.”


참고로 네인을 포함한 인격 중 가장 성격이 안 좋은 건 네인과 그다음으로 레코드였다.





한적한 고성 어딘가.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는 여성은 고성의 복도를 걷고 있었다.


‘나는.. 누구지?’


여기는 어디고 나는 왜 지금 이곳에 있는 것일까?

여성은 창밖을 바라봤다.

어두운 밤에 눈이 내리고 있었다.


“하아..”


입에 김이 서리고 있었다. 하지만 춥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왜일까.


또각.


자신의 발걸음, 숨소리 외에 소리가 들리자, 여성은 발걸음을 멈췄다.


또각 또각.


복도의 끝에 인영이 보였다.


또각 또각.


인영은 책을 들고 있었다.


또각 또각.


어두운 복도 끝을 벗어나 여성의 앞에선 남성.


“어서 오시지요. 떠도는 여행자여.”


그 모습은 마법사 같기도 했고 도서관의 사서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여행자..?”

“기억은 방향입니다. 자신의 삶의 방향을 그리고 앞으로의 선택을 선택해 줄 방향, 그것이 기억. 그리고 그걸 잃은 인간은 삶이라는 여행에 방향을 잃었으니 떠도는 여행자라는 표현이 적합하겠죠.”


뭔가 표현이 이상한 남자라고 생각한 여성은 남성을 멍하니 바라봤다.


“여기는.. 어딘가요?”

“갈림길입니다.”

“갈림길이요?”

“따라오시지요.”


따라오라는 남자의 뒤를 따라 여자는 걸어갔다.


“밝은 건 좋아하시나요?”

“네?”


화악!


어두웠던 주변이 급격하게 밝아졌다.

창문에서는 달빛이 비치고 달빛이 비추는 성 안은 푸른빛이 맴돌았다.


“와아...”

“마음에 드시는 것 같아서 다행이군요.”


또각.


남자의 발걸음이 멈춘 곳은 커다란 문 앞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갈림길에.”


끼이익...


문이 열리자 엄청난 규모의 도서관이 그곳에 있었다.


“갈림길이요..?”

“흠.. 그렇군요. 아직 시작 지점이 아니니 책 한 권을 추천해 드리지요.”


남자는 책 한 권을 여자에 건넸다.


“읽어보시겠습니까?”


책을 건네받은 여자는 그 책을 펼쳐 읽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진지하게 읽더니 어느 순간 책에 몰입해서 읽기 시작했다.

몰입하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책을 넘기는 속도는 빨라지고 이윽고 읽는 게 맞는 건가 하는 수준으로 책을 넘기기 시작한 여자.

남자는 그런 여자를 웃으면서 지켜보았다.


탁!


책을 다 읽은 여자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넌.. 도대체 뭐야?”

“드디어 출발점에 서셨군요. 축하드립니다. 설녀.”


여자, 설녀.


“인간.. 도대체 넌 뭐야?”

“저 말입니까? 흐음.. 제 이름을 원하신다면 리드라고 불러주십시오.”


남자, 리드.


“이건.. 뭐야?”


설녀가 자신이 읽었던 책을 가르키면서 리드에게 물었다.


“책입니다.”

“그걸 묻는게 아니잖아!”

“하하하.. 성질이 급하시군요. 그렇게 급할 필요는 없습니다.”


리드는 팔 한쪽을 펼치며 말했다.


“책은 아직 넘치도록 많으니까요.”

“...”

“읽어보시겠습니까? 재미있으실 겁니다.”


리드는 숫자 2가 적힌 책을 한 권 건넸다.


“이걸 읽고 난 뒤에 다른 책들을 둘러보시지요. 시간은 많으니까요.”


설녀는 리드가 건넨 책을 펼쳤다.





정신을 차렸다고 생각했을 때 눈앞은 눈밖에 없었다. 좀 더 정확한 표현을 하자면..

눈으로 뒤덮인 세계.


‘여기는 어디지?’


처음에는 당황했다. 눈이 천천히 내리고 계속해서 쌓이는 광경을.

눈을 밟아도 발이 빠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더더욱 당황하게 했으며.

무엇보다 숨을 쉰다는 게 괴롭지 않다는 걸 느꼈을 때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정이 느껴졌다.


‘나는.. 산건가?’


살아있다.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살아있다.

하늘에 내리는 눈이, 숨을 쉬고 있다는 이 감각이 자신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살았구나. 또.. 살아남아버렸구나.’


기억이 나질 않는다. 왜 나는 살아남은 것인가. 그리고 왜.


주르륵..


이 슬픔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건가.

설녀는 걸었다.

정처 없이 걸었다.

기억이 나지 않으니, 기억이 날 때까지 걸을 생각이다.


‘겨울? 좋지.’


누군가가 겨울이 좋다고 했다. 왜일까?


‘그렇게까지 힘들다면 걸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설녀는 자신의 머리를 매만졌다.

눈이 닿을 때마다 누군가가 머리를 쓰다듬는 느낌이 들었다.


치직..


‘가지마라. 그는 더 이상 없으니까.’


그가 누굴까? 그리고 방금 그건 누구의 말이었을까.


‘후회할 거다.’


무엇을 후회한다는 걸까?


설녀는 걸었다.

왜인지는 모른다. 그냥 걸었다.

그의 말에 따라 그리고 그녀의 말을 떨치기 위해.

그리고 얼마나 걸었을까..

큰 강이 보였다.

끝이 보이지 않는 큰 강.

설녀는 그곳을 걷기 시작했다.


쩌적..


설녀의 발이 닿는 곳은 그 즉시 얼었다. 가끔 ‘물고기’라 할만한 것들이 덤벼들었지만 개의치 않고 그냥 걸었다.

덤벼든 물고기는 이상하게도 얼음이 되어서 멀어졌으니까.

계속해서 걸은 설녀는 자신이 걷고 있는 물 위가 강이 아니라 엄청나게 큰 호수라는걸 깨달았다. 흐름이 일정하지 않았으며 여기저기 파도가 치는게, 마치 호수와 같았으니까.


‘이 호수는 어느 정도의 크기일까?’


설녀는 계속해서 걸었다.


탁!


소리를 듣고 정신을 차리니 아까 그 도서관이었다.


“어..?”

“이런.. 꽤 내용이 부실한 시작이었군요.”


안타까워하는 리드를 보며 설녀는 방금전 상황에 대해 물었다.


“방금.. 그건?”

“기록입니다.”

“기록?”“과거의 단 한 사람에 대한 기록이죠. 이곳 전부가.”


설녀는 접혀진 책을 다시 펼쳤다. 하지만 아까처럼 보이는 풍경이 달라지거나 하지 않았다.


“이미 그 기억은 당신의 것입니다. 그러니 아까처럼 다른 풍경이 보인다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내.. 기억?”

“예.”


기억이라는 말에 설녀는 조금 어딘가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다음 권. 있어?”

“있습니다.”


리드가 건넨 책은 2-2라는 숫자가 쓰여져 있었다.


“이 숫자는 뭐야?”


아까부터 숫자만 덩그러니 쓰여있던 책의 표지가 신경 쓰였다.


“계속해서 읽어보시면 알게 되실 겁니다.”


리드의 말에 계속해서 의문이 느껴졌지만, 설녀는 다시 책을 펼쳤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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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네인(2) 23.08.01 19 1 14쪽
67 네인 23.07.29 22 0 14쪽
66 심상 세계 23.07.26 20 0 11쪽
» 갈림길 23.07.21 24 0 11쪽
64 또 다른 이야기 23.07.20 23 0 11쪽
63 마지막의 마지막 23.07.19 27 0 11쪽
62 제약 혹은 약속 23.07.18 2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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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이야기의 방향 23.07.11 30 0 11쪽
58 세번째 권유 23.07.10 3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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