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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그코크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입니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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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그코크
작품등록일 :
2023.05.11 21:42
최근연재일 :
2024.05.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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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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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0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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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악의(惡意)

DUMMY

네인을 들쳐멘 남자는 생각했다.


‘망했군.’


1번부터 9번이 자신의 눈앞에 적대적인 상황에 나타났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2번은 현재 반은 네인의 안에 있는 상태이며 10번은 등장조차 하지 않은 상황.

인격 중 가장 강한 2번의 반은 네인의 안이 있으니 싸운다면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이다. 게다가 10번은 하나서 둘인 존재, 만약 상대하게 된다면 까다로운 상대다.

문제는 2번 포함 절대 적이 되면 안 되는 세 명이 눈앞에 있다는 것.

2번, 5번 레코드, 6번 크랙.


“네인과 같은 모습.. 적어도 우리 같은 네인이 만든 인격은 아닌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 3번.”

“몰라. 지금은 두 가지 가능성이 가장 쉽게 떠오르는데 아직은..”

“4번.”

“외견은 네인이랑 똑같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아. 다만.. 저녀석 네인의 전생에 관해 알고 있는 것 같아.”

“그럼 적어도 우리와 비슷한 혹은 더한 무언가로 봐도 되는 걸까?”

“몰라.”

“아니 왜 다 모른데..”


여유.

언뜻 보면 1대 9라서 여유를 보이는 것이라고 평범한, 네인을 모르는 이들은 생각할 거다.


‘살벌하군.’


분명 인격들은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온 신경을 자신에게 쏟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인격들이 대화를 끝낸 후 5번, 레코드가 나서서 물었다.


“그럼, 당신은 누구인가요?”

“대답할 수 없다면?”

“다음 질문, 네인이 쓰러진 것과 연관되어있나요?”

“그렇다고 한다면?”

“... 리드.”

“긍정.”

“에피소드.”

“딱히 네인에게 뭔갈 한 건 아닌 것 같아. 오히려 네인을 도우려는 느낌이 있어. 다만 아직 숨기는 게 너무 많아.”

“적대할 필요는 없다는 거야?”

“몰라. 말했다시피 숨기는 게 너무 많아.”


인격들 중 가장 정상적으로 볼법한 레코드가 대화를 하고 3번과 4번, 에피소드와 리드가 주어진 정보로 추론을 해 상황을 파악한다.


“있잖아? 그런 식의 대화라면 내가 대화를 이어 나갈 리가 없잖아?”

“평범한 녀석들이라면 그렇겠지. 하지만 너는 네인과 깊게 연관되어있어.”

“무슨 근거로?”

“너는 네인의 전생을 알고 있으니까.”


리드가 대화를 넘겨받았다.


“전생은 에이도 알고 있지 네인이 말해줬으니까. 적탑주도 마찬가지. 전생을 알고 있다고 네인과 깊게 관계되었다는 추측은 안일한 게 아닐까?”

“보통은 그렇지. 네가 우리보고 어X져스 가 생각나는 광경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면.”

“타인의 생각마저 읽는 거냐...”

“‘테마’가 ‘테마’니까.”

“하..!”


네인의 10개의 인격은 번호와 ‘테마’가 붙는다. 그리고 각 번호는 ‘테마’에 맞는 이름이 부여된다.

번호 4번, 테마는 읽는 자.

리드.


“네인은 상세한 능력은 정하지 않지. 꼼꼼한 성격이 아니니까. 그래서 능력의 세세한 부분은 각 인격이 정하지. 그것까지는 모르나 보네.”

“...”

“확실히 너는 우리처럼 인격에 파생된 존재는 아닌가 보네.”


물론 다른 이의 생각을 읽는 건 조건이 걸려있다. 조건이라고 하기에는 간단한 조건이라 조건이라고 부르기도 뭐한 조건이지만 리드는 이 정도는 나름 양심적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녀석들에 비하면 말이다.


“근데 테마는 알고있다라... 뭐냐? 너는.”

“에피소드.”

“그만 불러 레코드.”

“너는 이불 좀 치워!”


이불을 덮어쓰고 있는 에피소드의 이불을 치우려는 레코드, 그리고 어떻게든 이불을 사수하려는 에피소드.


“건들지 좀 마!”

“그럼, 뭐 좀 알아내라고!”

“아! 말할게! 말할 테니까 놔봐!”


레코드가 이불을 놓자 에피소드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아오..”


에피소드가 떨어진 바닥에 그대로 앉아 입을 열었다.


“인격이 아니다. 그럼 떠오릴 수 있는 경우의 수는 크게 세 가지야.”

“세 개?”

“전지전능이 스스로 자아를 갖게 되어 네인의 행세를 한다던가, 네인이 그토록 감싸고 있던 본심이 저거라던가, 아니면 네인의 정겸보다 더 이전의 삶을 살았던 존재라던가.”


요약하자면 저것은 전지전능, 네인의 본심(本心), 혹은 네인의 기억보다 더 오래된 그 이전의 삶 네인의 전전생.


“가장 높은 확률은?”

“전전생. 아닐 수도 있고.”

“이유는?”

“네인의 전전생 그 이전의 삶이 없다고 단언할 수 없으니까.”


윤회.

윤회라는 뫼비우스의 띠 안에서 삶과 죽음을 반복하는 게 생명이라면 네인도 이 안에 포함되어있을 것이며 네인 그 이전의 전생혹은 전전생. 얼마든지 그 이전의 삶은 계속해서 늘어날 수 있다.


“생각한 것보다 큰 건이었네.”

“말했다시피 어디까지나 그럴 확률이 있다는 소리야. 정답은 아니야.”

“아니,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해.”


에피소드는 이불을 덮어쓰고 잠들었다.


“저거 움직이기 싫다고 시위하네.”

“있잖아? 인. 이렇게 된 거면 우리 여기 올 필요 없지 않아?”

“상황이 상황이었으니까.”

“이제 돌아가도 되려나?”


크랙, 아웃, 인의 대화에서 알게 모르게 인격 전부 인정하고 있었다.

상대의 정체는 정확하게는 몰라도 적어도 적은 아니다.

심지어 지금 상황에서 네인의 상황을 유일하게 아는 존재이며 호의적이기까지 하다.


“너무 섣부른 판단이었나?”


레코드의 한탄 이후 움직이지 않던 9번, 메모리가 움직였다.


“의문.”


메모리가 네인을 가리켰다.


“이변.”


메모리의 이변이라는 말에 모두가 네인을 주목했다. 그리고 보았다.


투둑...


얼굴이 도자기처럼 부서져 파편이 떨어지고 있는걸.


“어?”


네인을 들쳐맨 남자도 당황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리고 거기에 있는 모두가 직감했다.

뭔가 크게 잘못됐다는 걸.


“어이 거기 너! 무슨 상황인지 알아?”

“몰라! 이건 예상 못 한 상황,,,!”


(왜?)


오싹!


남자는 네인을 바닥에 떨구고 네인으로부터 멀리 떨어졌다.


(나는 나는? 나나나나나나나나나나나나나나는?)


머리에 울리는 오싹하고 익숙한 목소리.

분명 네인의 목소리가 맞다.

하지만..

무언가가 다르다.


꾸욱..


에피소드는 이불로 온몸을 감싸 밖으로부터 자신을 차단했고.


꿈뻑.


인은 이미 인간의 모습을 벗어나 눈을 감았다.


나머지 인격은 어떻게든 목소리를 듣고 난 뒤 뒤죽박죽으로 혼란스러워진 감정을 추스르고 있었다.

1번과 2번을 제외하고 말이다.


“역시.. 너희 둘은 조금 특수한 녀석들이었네.”


네인의 모습을 한 남자 또한 머리에 울리는 목소리에 덤덤했다.


“특수하진 않아. 익숙할 뿐이야.”

[나와 1번은 네인에게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또 받았으니까,]


2번의 말대로 1번과 2번은 네인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그렇다고 %의 비율로 비교하기에는 인격들끼리 서로 겹치는 영역이 있어서 비교하기 힘들지만 1번과 2번만큼은 그만큼 확고한 무언가가 있었다.


“저게 뭔지는 알고?”


남자는 지금 네인을 가리켰다.


네인의 얼굴, 눈에서부터 코까지 부서져 있지만 안의 내용물은 왜인지 튀어나오지 않았다.


“몰라, 그리고 알지.”

“심오한 대답이군.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필요한 대답이 아니야.”

“너는 모르나?”

“알지. 하지만 확실한 편이 좋으니까 묻는 거다.”


네인의 모습을 한 남자도 1번도, 2번도 네인의 얼굴을 깨고 세상밖에 모습을 보인 저것이 무엇인지 안다. 하지만 그런데도 묻는다는 건 사실을 부정한다는 의미다.


“악의(惡意).”[그것도 최악이 나타났어.]


2번은 꾸물거리는 고깃덩어리의 모습에서 네인의 시체의 모습으로 변하면서 말했다.


“하필이면 자기혐오라니.”


자기혐오.

단순히 스스로를 혐오하는 말이지만 네인의 경우는 이 단어에 다른 의미가 붙는다.

원동력.

네인은 살아갈 의지와 의미를 부여받기 위해 스스로를 혐오한다.

물론 순수한 자기혐오를 원동력으로 삼지 않는다.

정수기의 필터와 같이 순수한 자기혐오와 그 안에 섞인 현실을 필터로 골라내어 걸러진 현실을 원동력으로 삼는다.

그런 걸로 사람이 살 수 있냐고 묻는다면 아마 네인은 살 수 있을 거라 대답할 거다.

길지 않지만 그렇게 살았던 적이 있으니까.

생각보다 살만 하다.

조금 괴로운 걸 빼면.

네인은 이마저도 정말 괴로운 사람보다는 덜 괴로울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1번과 2번 그리고 남자는 의문을 표한다.

매일을 자기혐오로 쌓아가야 살아갈 수 있는, 그럼에도 보통의 자존감과 자신감을 유지하는 게 과연 평상시의 타인과 비교하면 네인 쪽이 더 괴로울 거라는 것 정도는 안다.

물론 말했다시피 그런 방식으로 오래 살아보지 않아서 잘 모른다.

그래.

전생의 얘기다.


(왜 나는 살아있지?)


그 순간 1번과 2번은 불길함을 감지했다.


“2번!”


1번의 외침에 2번은 대답하지 않고 다른 인격들을 격리시켰다.

‘저건’ 위험하다.

상정했던 것 이상으로 아니.. 감히 상상하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왜? 나는 왜 살아있는 거야?)


네인의 안면이 깨지면서 깨진 부분으로부터 검은 액체가 네인의 위로 모이기 시작했다.


(살아있을 필요가 없잖아.)


안일했다.

1번은 자책했다.

안일했다고.

네인의 본심(本心)은 그렇게까지 위험한 게 아니라고.

각 인격에게 공유된 전생의 기억 때문에 네인은 괜찮다고 착각했다.


(이제는 이유마저도 없어)


하지만 오히려 네인의 전생의 기억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더 경계했어야 했다.

네인이 살아가는 가장 근원적인 이유.

네인이 살아갈 수밖에 없는 가장 가장 큰 이유.

네인이 죽지 못했던 이유.

네인이 존재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나 때문에.)

(내가 죽어서.)


꽈악


1번과 2번은 가슴을 부여잡았다.

분명히 없을 심장이 뛰고 있는 느낌, 그리고 그곳에서 몸을 태울 불이 피워지고 있는 느낌.

잘 안다. 아주 잘 안다. 이 느낌이 뭔지.

분노.

그것도 자기 자신에 대한 분노.


“진짜..!”

“못해먹을 짓이긴 하군.”


다행이라면 견딜만한 것, 불행이라면 그동안 겪지 못해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것.

그리고 최악인 건.


(엄마.. 아빠...)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다.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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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과정 23.09.12 13 0 13쪽
» 악의(惡意) 23.09.09 15 0 10쪽
79 심상(沈想) 23.09.06 16 0 11쪽
78 이변 23.09.01 12 0 11쪽
77 6개월 23.08.27 15 0 12쪽
76 문답 23.08.24 15 0 12쪽
75 깨어남 23.08.21 17 0 11쪽
74 네인(8) 23.08.18 16 0 11쪽
73 네인(7) 23.08.15 16 0 12쪽
72 네인(6) 23.08.10 16 0 12쪽
71 네인(5) 23.08.08 14 0 13쪽
70 네인(4) 23.08.04 19 1 12쪽
69 네인(3) 23.08.02 20 1 11쪽
68 네인(2) 23.08.01 18 1 14쪽
67 네인 23.07.29 22 0 14쪽
66 심상 세계 23.07.26 20 0 11쪽
65 갈림길 23.07.21 23 0 11쪽
64 또 다른 이야기 23.07.20 22 0 11쪽
63 마지막의 마지막 23.07.19 27 0 11쪽
62 제약 혹은 약속 23.07.18 23 0 12쪽
61 인간의 의미 23.07.17 27 0 11쪽
60 싸움의 기준 23.07.12 2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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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세번째 권유 23.07.10 2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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