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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그코크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입니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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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그코크
작품등록일 :
2023.05.11 21:42
최근연재일 :
2024.05.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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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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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04,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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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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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답

DUMMY

설녀를 죽이기 위해 달려든 설인의 얼굴은 당황, 그리고 곧 절망으로 바뀌었다.

네인이 설녀를 죽이라 명령했으며 설녀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설녀..!’


당장 도망치라고 외치고 싶지만, 입이 열리지 않았다.

설녀의 코 앞까지 도착한 설인이 설녀에게 주먹을 내질렀다.


쾅!


설인이 내지른 주먹이 어느새 나타난 레코드의 손가락 하나로 막혔다.


“휴~ 세이프.”

“설인, 멈춰.”


네인의 명령에 따라 설인은 설녀를 죽이기 위한 행동을 멈췄다.

설인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몸이 되자 네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감상은?”

“인간! 너..!”

“모든 걸 걸어 원하는 걸 얻었지. 근데... 이번엔 모든 걸 걸어 원하는 걸 잃을 뻔했어.”

“...”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단 하나야. 함부로 모든 걸 걸지 마. 그 ‘모든 것’은 상상보다 더 위험한 거니까.”


사람들은 ‘모든 것’을 걸 때 생각보다 ‘모든 것’을 걸지 않는다.

돈, 힘, 명예.

보통은 그런 것들이 판돈으로 걸린다.

모든 걸 건다고 했으면서 정말 모든 게 걸린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게 참 아이러니하기도 하고 안일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네인은 안일하다고 생각한 설인의 몸을 강제적으로 조종해 설녀를 죽일뻔한 일을 만들었다.

이러면 체감도 되고 심각함도 알 테니까.


“그나저나 이번에도 별다른 반응을 안 했네. 거기까지 들었어?”

“장난은.. 있다고 들었는데. 이런 장난일 줄은 몰랐지.”


솔직히 이번 ‘장난’은 설녀도 식겁했다.

무심코 반응하려 했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채내의 기운마저도.


‘정말 무지막지한 인간이야...’


짝!


네인은 손뼉을 쳐 주의를 끌었다.


“일단 오늘 밤은 자고 내일 아침에 얘기하자. 일단 나는 내 볼일을 끝냈으니까. 설인에게 충고도 했고 설녀도 이제는 살겠다는 선택을 한 것도 확인했으니까.”

“잠..!”


뭐라 말하려던 설인이 어디론가 사라졌다.


“너도 자고 내일 얘기해.”


네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설녀도 밀려드는 수마에 쓰러져 잠에 들었다.


“이야.. 내일 난장판이 되려나?”

“아마?”





아스트라 공작가 내의 공작의 집무실.

그곳에 아스트라 공작, 공녀, 설인, 설녀, 네인, 에이, 레코드가 모여있었다.


“설마 공작님도 질문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요.”

“궁금한 건 많았지. 자네가 불편할 것 같아서 묻지 못했을 뿐.”


원래대로라면 네인은 자신이 공작가 내에 배정받은 방 안에서 대화하려고 했지만, 공작도 질문이 있다고 하길래 집무실에서 대화하게 되었다.


“질문자가 많은데... 우선 공작님부터 하실래요? 바쁘실 텐데.”

“그럼, 먼저 질문하지. 자네는 도대체 정체가 뭔가?”


아스트라 공작의 말에 모두 네인을 바라봤다.

다들 저 질문 정도는 한 번씩 생각해봤을 거다. 그만큼 네인이 벌인 일들 그리고 능력. 정체를 묻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일들뿐이었으니까.


“글쎄요. 저도 모릅니다.”

“...”

“한 가지 확실한 건 저는 인간이었고 인간이고 싶은 존재? 지금으로써는 저는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네요.”


질문 시작 전 네인은 진실만을 답한다고 약속했다. 약속뿐이라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애매했지만, 지금은 그저 믿을 수밖에 없었다.


“다음 질문 있나요?”

“왜 검과 마법을 배우려고 하는 거지?”


그런 능력이 있으면 배우지 않아도 되지 않나? 그런 말이 생략된 것 같은 말이었다.

그 생각에 대해서 네인도 생각하기도 했다.

굳이 검이나 마법을 배우지 않아도 된다고. 그리고 네인은 지금 둘 다 하고 있다.

이유는 단순했다.


“재미있을 것 같아서요.”

“재미라...”

“부연 설명을 더 하자면 공작님. 상상만 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면 어떤 기분이 드는지 아세요?”

“놀랍지. 신기하고.”

“제가 검과 마법을 대하는 데 있어서 그런 기분입니다.”


상상만 하던 일.

네인에게 있어서 검과 마법은 현재 그런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저 상상만 하던 일, 지금은 그걸 할 수 있다. 검을 단련하고 마법을 사용하는 매 순간이 놀랍고 신기했다.


“늘 생각하는 것 같지만 어른 같으면서도 애 같군.”

“하하하하하...”


하는 행동에 이유가 있다. 하지만 그 이유는 늘 합리적이지 않다. 특히 재미에 대해서 그리고 ‘목숨’에 대해서.

마법을 배우는 게 재미가 있다는 건 가끔 있는 괴짜나 천재한테 늘 듣는 소리다. 하지만 ‘목숨’에 대해서는 네인은 참 묘한 위치를 고집한다.

도울 의지는 있으면서 돕지 않는다.


“나는 이만하면 됐네.”

“그럼. 다음은 아스트라 공녀님으로 하죠.”

“정말로 아무거나 질문해도 되나요?”

“네.”

“레비탄 공자께서는 왜 저에게 첫 춤을 신청하셨나요?”


첫 춤이라는 말에 아스트라 공작이 반응했다.


“네인 레비탄 그게 무슨 말이지?”

“예비 무도회 때 제가 춤 신청을 했습니다. 그리고 공녀님이 받아들이셨죠.”

“그렇군.”

“그나저나 첫 춤을 신청한 이유를 물으신다면... 도와주고 싶었습니다. 그게 이유가 될까요?”

“정말로요?”


... 저 의문이 정말로 의문으로 들리지 않았다. 다른 이유가 더 있지 않겠느냐는 추궁같이 들렸다. 실제로 더 있긴 했다.


“적어도 그런 곳에서 당신이 불행하지 않았으면 했습니다.”


“네?”

“?!”


아스트라 공작고 공녀의 반응은 무시한 채 네인은 생각했다.

시련, 아스트라 공녀의 앞에는 시련밖에 없었다.

네인이 없던 미래에도 그녀는 늘 시련받는 이였으며 실패하는 이였다.

그 시련에 정답이 없음에도 정답을 찾고자 부딪히는 이.

그 미래를 봤을 때 네인은 생각했다.

당신의 행동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당신의 의지에 경의를 표한다.

당신의 노력을 어떻게든 기억하고 싶다.

존경.

현재 네인이 아스트라 공녀에 대한 감정을 표현한 단어다.

물론 네인이 본 그녀와 현재의 그녀는 다른 사람이다.

다른 사람으로 만들 것이다.

그 길은 다시 걷기에는.. 그걸 두 번 지켜보기에는 너무나도 가혹한 일이었으니까.


“다른 질문 없으신가요?”

“네...”


얼굴이 붉어진 아스트라 공녀를 뒤로하고 이제 이번 질문의 주인공.

에이, 설인, 설녀가 남았다.


“누구 먼저 질문하고 싶은 사람 있어?”

“나부터 해도 될까?”


설녀가 손을 들고 물었다.


“나는 설인이나 에이가 먼저 질문할 줄 알았는데.”

“안돼?”

“그건 아니고. 뭐가 궁금한데?”

“리드 한테 들었거든. 구해주는 이들을 인간이 아닌 이들로 선택한 거. 그 이유가 궁금해서.”


싸아...


집무실 안이 급격하게 서늘해졌다.

온도가 내려간 게 아닌 그저 살벌한 기운이 맴돌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했다. 그리고 그 이유는 네인의 눈이 반쯤 감긴 상태에서 일어났다.


“이유라...”


괜스레 긴장하게 만드는 분위기에 그 누구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조금 뜸을 들인 네인이 입을 열었다.


“인간이 싫어서.”


폭탄이 터졌다.

그것도 엄청난 폭탄이.


“이 능력을 갖기 이전부터 생각하던 게 있거든. 인간만큼은 가까이하지 않겠다고. 물론, 이건 내 성격이랑 가치관의 문제도 섞여 있어서 딱히 할 말은 없어. 다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인간 자체가 싫어서라는 말이 옳겠지.”

“다른.. 이유도 있어?”

“다른 이유라... 있지.”


네인은 눈에 초점이 맞춰지지 않은 상태로 말했다.


“인간 세상은 소문이 빨라. 어디선가 기적이 발생하면 그 기적에 대한 소문이 나오지. 그리고 그 기적을 거머쥐기 위해 사람들은 모이고 이윽고 얻지 못하면 그 기적에 대한 당사자까지 추궁하고 결국은 그 당사자를 죽이지.”


물론 이것도 최악의 가정이다.

문제는 현실은 늘 최악을 상정해야 하며 최악은 늘 곁에 있다는 점이다.


“기적은 기적을 낳는다. 언뜻 보면 희망적인 말이지만 내가보기에는 말도 안되는 소리야.”


기적은 시기를 낳으며 그 시기로 절망과 탐욕을 부른다.

그 절망과 탐욕은 기적을 잠식하며 기적이라는 일을 퇴색하게 만든다.


“평범한 이들에게 기적은 불행이야. 그럼 뛰어난 자들에게 기적을 일으키면? 그건 그것대로 평등하지 않아. 그래서 인간은 가능하면 무시하고 싶거든. 이게 두 번째 이유가 되려나? 더 필요해?”

“아니.. 됐어.”

“그럼...”


스륵.


네인이 눈이 레코드의 손으로 가려졌다.


“네인 진정해. 이러면 대화가 안 돼.”


레코드의 말을 시작으로 서늘한 기운이 점점 옅어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서늘한 기운이 전부 사라지자, 네인이 레코드의 손을 내렸다.


“하~ 진짜. 갑자기 나도 왜 이러는 건지 원...”


네인의 눈에 초점이 돌아왔다.


“미안미안. 갑자기 분위기를 망쳐버려서.”

“아니. 괜찮아.”


설녀는 괜찮다고 말해도 속으로 오싹했었다.


‘이게.. 네인의 진심인 건가?’


아니. 리드의 말을 참고하면 아마 저것은 네인의 진심이 아니다. 그저 진심이 조금 새어 나온 것일 뿐.


“다음 질문 있어?”

“아니. 나는 됐어.”


가볍다.

행동거지나 태도가 아까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아까울 정도로 가볍다.

리드도 저랬다. 진중함은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태도가 가벼웠다.


‘네인의 ’진심‘이라 그건 그 누구도 모를거야. 네인도. 왜냐하면 네인은 단 한 번도 자신의 진심을 밖으로 꺼낸 적이 없거든, 심지어 거기에 의문조차 갖지 않았지. 네인의 진심을 알아보고 싶다면 아마 가끔씩 튀어나오는 네인의 진심을 통해 추측하는 편이 빠를걸?’


리드의 말 그대로 네인에 대해서는 이 편이 더 빠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녀는 끝났고. 다음은?”

“내가 할게.”


다음 타자는 설인이었다.


“뭐가 궁금한데.”

“왜 우리들을 구해줬지?”

“그냥... 너희들이 내가 본 미래에서 가장 불행해 보였으니까.”


불행했다.

과거도 그랬고 미래도 그랬다.

과거의 불행에 묶여 미래를 불행하게 살아갈 두 생물.

개입하지 않았으면 평생을 절망 속에 살다가 죽을 생물.

이런 생물이 있을까? 라는 의문이 넘치도록 있던 게 저 둘이었다.


“과거가 불행해, 미래도 불행해질 거고, 내가 없었더라면 현재는? 뭐. 그런 얘기야.”


설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


“그럼 설인은 끝인 건가?”

“네인.”

“어.”


남은 질문자는 에이가 남았다.


“너는.. 인간이 싫다고 했지? 그럼 우린 왜 인간으로 만든 거냐.”


에이는 네인에게 하고 싶은 질문이 많았다. 그리고 그 질문들을 뒷전으로 만든 네인의 말.

인간이 싫다.

에이는 그 이유를 들었고 그래서 생긴 의문.

정말로 인간이 싫은 건가? 그러면 왜 우리는 인간으로 만들었나?

그 대답을 듣고 싶어졌다.


“인간으로 만든 이유라... 인간을 좋아하니까.”

“뭐? 아까는 싫다며.”

“싫어하기도 하지만 좋아하기도 해. 애증이라고 하기에는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구별되어있으니, 이것도 애매하고 딱히 표현할 단어가... 없네.”

“네인!”

“아 좀 기다려 봐. 설명할 방법을 생각 중이니까.”


곰곰이 생각하는 네인을 보며 레코드는 웃었다.


‘고생이 많네.’


네인의 생각에는 구멍이 많다. 과정을 하나부터 열까지 나열하는 게 아닌 하나에서 열까지의 과정 중 네인은 생략할 수 있겠다고 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생략한다.

물론 나중에 그걸 다시 보면 왜 그랬지? 하는 걸 다시 처음부터 생각해야 하는 게 문제지만. 이 방식은 네인이 무영창을 획득했을 때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네인은 모르지만.

의도적인 생략이 아니라 본인도 혼란스러울 것이다. 왜 그랬지? 라는 의문부터 시작해야 하니까.

하나부터 열까지 설명해야 하는 일은 남들이 보면 어렵다고 볼 일은 아니지만 이 일은 네인이 가장 어려워하는 일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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