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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그코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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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그코크
작품등록일 :
2023.05.11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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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16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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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시스템

DUMMY

“여! 잘들 지냈어?”


아까전의 다양한 표정이 한가지 표정으로 통일됐다.

죽여버리고 싶다는 표정으로.


“네인 너 진짜 뒤질래?”

“응~ 못하는 거 알아.”

“하... 그래 뭐 그건 됐어. 그래서 그거 진짜 먹을 거야?”

“먹는다기보다는 다시 몸 안으로 넣는다는 느낌이지?”


방식은 어찌 됐든 네인은 다시 자신의 악의를 자신과 동화시킬 생각이다. 그런 와중에 자신의 일부인 인격들에게 의견을 묻는다.

남들이 알면 도대체 왜 저런 번거로운 짓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네인에게 있어서 이건 하고 싶은 일이며 동시에 필요한 일이기도 했다.


“번호순대로 가볼까? 에피소드.”


이불속에서 얼굴만 내민 에피소드는 네인에게 물었다.


“1번과 2번은?”

“1번은 긍정적, 2번은 찬성.”

“그래? 그럼 난 기권.”

“이유는?”

“없애야 할 이유와 받아들여야 할 이유의 개수가 같아서. 긍정적으로 볼 수가 없거든. 물론 부정적으로도 보지는 않겠지만.”

“좋아. 다음 리드.”

“나도 기권.”

“이유는?”

“에피소드랑 같아.”


뭐.. 리드와 에피소드는 성향이 비슷하니까 어떻게 보면 같은 의견이 나올만한 일이다.


“레코드는 어때?”

“근데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네인.”

“뭐가?”

“저 녀석이 만약 스스로 인격을 갖추면.. 저녀석 11번째가 되지?”

“그렇겠지?”

“그럼, 우리 동생이야?”


동생이라는 말에 에피소드를 포함한 인격들의 눈빛이 조금 달라졌다.

뭐랄까.. 조금 밝아졌다고 해야 하나?


“흠.. 그렇게 되려나?”

“보통은 그렇지 않아?”

“근데 너희들 나이는 상관없잖아. 나도 그렇고 굳이 형 동생 신경 쓰지도 않으면서.”

“느낌이 다르잖아. 느낌이.”


‘얘네 왜 이래?’


묘하게 눈빛이 달라진 게 거슬리기도 하고 무엇보다 이건 네인이 정할 문제는 아니다.


“됐어. 어차피 우리가 떠들어도 소용없어. 이 문제는 당사자가 정해야 하는 법이야.”

“쳇.”

“뭐가 쳇이야..”

“뭐 됐어. 이 얘기는 저 녀석이 제대로 된 자아를 갖추고 나서 해도 상관없으니까.”


그 순간 레코드의 눈빛이 다시 한번 변했다.


“찬성.”

“이유는?”

“버릴 이유가 없으니까.”

“가지고 갈 이유도 없지.”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


레코드는 의문스럽게 웃었다. 그걸 본 네인도 레코드를 따라 피식 웃었다.


“아~ 진짜.”

“어차피 여기 있는 녀석들 전부 다 알아. 넌 어차피 저 녀석을 어떻게든 짊어지고 갈 거라고. 그리고 이미 계산은 끝났겠지. 악의는 적어도 너에게 있어서 해가 되는 존재가 아니야.”

“너희들은?”

“자아를 갖추고 힘을 제어할 수 있다면 우리랑 섞여 지내는 것도 문제가 없을걸? 메모리, 계산은 끝났어?”

“긍정. 자아를 갖추고 현재 10개의 인격만큼의 성장을 이뤄내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음.”

“그렇다는데?”


“‘계산’이 벌써 거기까지 닿았어?”

“메모리잖아?”

“참고로 저는 찬성.”

“메모리.. 건너뛰고 의견 말하는 건 좀..”

“딱히 문제없다고 판단. 6번 크랙, 7번 아웃, 8번 인, 전원 긍정.”

“맞아?”


9번 메모리의 말에 의문을 표하는 네인. 그리고 대답한 건 8번이었다.


“맞아. 근데 이렇게 추측 당하니 좀 당황스럽긴 하네.”

“뭐.. 그러면 기권 2 찬성 8인가?”


기권. 3번 에피소드, 4번 리드.

찬성. 1번, 2번, 5번 레코드, 6번 크랙, 7번 아웃, 8번 인, 9번 메모리, 남자.


“근데? 찬성8? 7 아니야?”


레코드의 물음에 네인은 자신과 똑같은 남자를 가르키며 말했다.


“저 사람도 포함.”

“하하하하...”

“그래? 그래.”

“자~ 그럼 이 일은 여기서 끝인가?”


레코드가 땅으로 내려와 크랙을 보며 말했다.


“크랙. 힘 좀 빌려주라.”

“왜?”

“이 일의 마무리는 지어야 할 거 아니야?”

“혼자 해.”

“혼자는 좀 버거우니까 도와!”

“.. 그래.”


크랙이 망치로 변하면서 레코드의 손으로 쥐어졌다.


“그럼, 마무리 짓는다?”

“어.”

“자~ 끝!”


콰직!


레코드가 크랙을 내려친 땅을 기점으로 유리가 깨진 듯 금이 가 이윽고 그 금이 천천히 퍼지기 시작했다,

하늘에, 땅에, 공간에 금이 퍼지기 시작했다.


“자~ 마무리!”


쾅!


레코드가 크랙을 두 번째로 내려친 뒤에는 암전이 드리웠다.





네인은 아스트라 공작의 집무실에서 나오면서 생각했다.


‘잘된 건가?’


확실히 알려면 레코드에게 물어보는 게 제일이지만 지금쯤이면...


“여! 기다렸지?”


정신을 잃기 전 앞치마를 입은 레코드가 나타났다.


“괜찮은 거야? 요리 도중에 이렇게 나오는 거.”

“괜찮아~ 사실 나는 하는 거 거의 없거든.”

“그래? 그럼, 다행이네.”


네인은 여전히 눈에 초점이 없는 상태 그대로였다.


“눈, 여전하네?”

“아. 그러고 보니 눈 관련되서 보여줄 게 있어.”

“뭘?”


네인의 손에는 어느새 안경이 들려있었다.


“안경?”


네인이 안경을 쓰자 눈의 초점이 돌아왔다.


“.. 뭐임?”

“몰라. 그냥 알게 됐는데.”


안경을 벗으니 다시 눈의 초점이 사라졌다.


“전생의 영향인 건가?”


전생에서 네인은 안경을 썼다. 시력은 많이 안 좋은 건 아닌데 그렇다고 안경이 없으면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는 됐다. 근데.. 그건 어디까지나 전생의 얘기. 현생과는 관련이 없어야 할 터다.


“안경은 계속 쓸 거야? 시력은?”

“이거 도수 없는 안경이야. 그냥 안경이면 되는 것 같은데.”

“그래? 정신적인 부분인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전지전능이라는 게 이게 어렵네. 어떻게든 조절한다고 해도 조절이 되는 것 같지도 않으니까.”

“... 그럼 이름이라도 바꿀까?”

“어?”


레코드는 자신이 네인의 말을 제대로 들었는지 의문이 들었다.


“잠깐. 내가 잘못 들었나?”

“제대로 들었어.”

“... 무슨 변덕이야?”

“뭐가.”

“이름. 네가 한 말, 전지전능을 부르는 이름을 바꾸겠다는 말.”

“제대로 들었는데.”


네인은 전지전능을 계속해서 전지전능이라 불렀다.

물론 전지전능을 전지전능이라 부르지 뭐라 부르겠냐고 하겠냐만 네인은 이미 전지전능이라는 능력, 그 이름을 대체할 이름 정도는 알고 있었다.

다만 그걸 입으로 말하지 않은 건 능력에 대해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싶어 하는 네인 본인의 의지였고 지금까지는 아무 문제없이 사용하기도 했고 또 문제가 없었으니 괜찮겠지 하고 넘겼다.

지금까지는.


“상황이 달라졌으니까.”

“어차피 넌 네가 얼마나 괴롭든 상관없잖아?”

“그걸로 주변 사람들이 피해를 보면 곤란하지.”

“...”

“어차피 마음가짐의 문제였고 이미 정했어.”


살기로.

말하지 않았지만, 레코드는 들리는 것 같았다.


“그래.. 늦든 빠르든 이 순간 올 것 같긴 했더라.”

“이후의 일은 이후에 생각하면 되니까.”

“그래서. 어떻게 하려고.”

“간단해.”


철컥


둔탁한 철 울림과 함께 네인이 말했다.


<시스템>


철컥


다시 한번 철 울림이 들리고 레코드는 속이 울렁거렸다.

아마 다른 인격들도 마찬가지로 잠깐 속이 울렁거릴 거다.

뒤죽박죽으로 여러 가지 능력이 섞여 있던 전지전능이 이제 하나의 체계로 완전히 정립되고 있는 중이니까.


“아... 이거 좀 역겨운데.”

“너도?”

“그런 것 같다. 아무래도 내가 사용자다 보니까 그런 것 같은데.”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느낌, 근데 통증은 없다.

마취라도 당한 건가 싶었다.


철컥


속이 뒤틀리는 느낌이 사라졌다.

그 외에는 이번에는 변화를 느끼지도 못했다.


“오?”


레코드는 다른 모양이다.


“가벼워졌어.”

“너는 정해진 몸무게가 없을 텐데?”

“그러니까. 신기하네.”


정말로 신기한 듯 이리저리 움직이는 게 강아지 같았다.


“다른 애들도 비슷한 현상을 겪고 있을까?”

“아마 그러지 않을까?”


철컥


이번에는 네인의 시야가 높아졌다.

정확히는 키가 커졌다.


“오.”

“흠.. 한 170cm 정도는 되겠는데?”

“과한데.”

“글쎄다?”


욱씬


팔다리에 특히 무릎과 팔꿈치에 통증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잠깐...!”


네인은 잠깐 휘청였지만 쓰러지지는 않았다.


“와. 개아파..”

“성장통?”

“그런 것 같은데. 이거 성장을 막아뒀던 게 풀린 것에 대한 반동인 건가?”

“급성장은 그런 것 같은데. 근데 안 아쉬워?”

“뭐가?”

“키 커지는 거 싫어하잖아.”


네인은 전생에 나름 키가 큰 편에 속해서 키에 대한 미련은 크게 없었다. 눈에 띌 생각이 없어 평범한 키를 고집하긴 했는데 그간의 행동은 누가 봐도 눈에 띌 생각이 없는 이의 행동은 아니였다.


“... 그랬지. 그랬었지.”

“뭔 일 있어?”

“그냥. 키는 내버려 두려고.”

“그냥 알아서 크게 내버려 두려고?”

“어.”

“흠.. 그거 별로 좋은 생각 같지는 않은데.”


레코드가 보기에는 이번 생에는 190까지는 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알아서 해라.”

“근데 이게 끝인가.”


욱씬


“진짜 성장통 에바야..”


팔다리의 통증에 불편을 토로하는 네인을 보면서 레코드는 말했다.


“뭔가.. 변했네.”

“어?”

“변했다고, 너.”


평소라면 끝났나? 라는 표정으로 무표정으로 방안에 처박히러 걸어갔을 것이다. 이렇게 태평하게 불편을 토로할 게 아니라.


“흠.. 그런가? 나쁘진 않아?”

“아! 그거 내가 말해야 하는 건데.”

“딱히 중요한 건 아니잖아.”

“그건 그렇지만.. 그럼, 이제 진짜 끝인가?”


철컥


레코드에 말에 반응하기라도 한 것인지 끝인가라는 의문에 바로 철 울림이 들렸다.


“플래그...”

“아 진짜 타이밍 괴랄하네.”


하지만 네인과 레코드 둘에게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 뭐가 없네. 이제 진짜 끝인 건가?”

“그런 것 같은데. 끝났다고 알리는 소리였나?”


주변을 둘러봐도 변한 건 없었고 몸에도 다른 이상은 없었다.


“끝이네.”

“끝이야.”


이후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으니 네인과 레코드 둘 다 안도했다.


“능력 이름 하나 바꿨다고 진짜 살벌해지네.”

“그래서, 네인. 뭔가 바뀐 것 같아?”

“몸은 많이.”

“몸 말고.”


네인은 눈을 이리저리 굴리더니 말했다.


“흠.. 애매한데.”

“뭐가?”

“능력 자체는 쓰기 편해졌는데 약해졌다?”

“약해졌다고? 어떻게?”

“한계가 정해졌어. 물론 그 한계를 늘리거나 줄이는 것도 쉽긴 한데 급할 때는 거슬릴 수도?”


물론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많은 변화다.

한계라고 해도 한계를 높게 설정하면 그만이다. 물론 그만큼 조절이 힘들지만 계속 약하게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고 능력의 세분화도 가능해졌다.

전지는... 인터넷의 검색이 가능해졌다.


‘솔직히 말해서 이게 맞아?’


레코드에게도 말했더니 어이없어했다.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불행이라고 해야할까.. 자신이 알고 있지 않은 정보나 지식은 검색이 불가능하다. 다만 한 번이라도 본 것이나 알고 있던 것은 검색할 수 있는 모양이다.


“밸런스 패치 개쩌네.”

“동감이다.”


다른 인격 특히 세계 여기저기를 볼 수 있는 인이 본 것은 포함이 안된걸 보니 ‘네인’이라는 사용자가 보고 들은 지식만이 포함되는 모양이다.

어떻게 알았냐고 해도 여러 판타지 요소들을 검색해봤지만, 알고있던 기본적인 정보만 나오는걸 보면 답은 나온다.

참고로 전지의 경우 예전처럼 모르는 지식을 얻는 것도 가능하지만 위험부담도 그대로 떠안게 된다.

이 부분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책.. 읽어야겠지?”

“그렇겠지?”


앞으로는 주야장천 도서관에 박혀있어야 할 운명인가 싶다.


“아! 그러고 보니 말할 게 있었는데 깜빡했네.”

“뭔데?”

“그.. 이번에 시간 회귀? 비슷하게 한 거 있잖아? 제대로 안 됐어.”

“이유는?”

“크랙의 힘이 생각보다 덜 들어가 버려서 아! 물론 세계 자체는 제대로 회귀 됐어.”


크랙의 힘이 생각보다 덜 들어간 이유는 알 것 같다. 애초에 지금 크랙은 봉인된 상태니까. 근데 세계 자체는 회귀가 제대로 됐으면 문제가 없지 않나?


“뭐가 문제인데?”

“그.. 세계가 회귀했다고 눈치채버린 이들이 존재해.”

“... 와.”


이게 문제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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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심상 세계 23.07.26 2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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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또 다른 이야기 23.07.20 23 0 11쪽
63 마지막의 마지막 23.07.19 27 0 11쪽
62 제약 혹은 약속 23.07.18 2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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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세번째 권유 23.07.10 3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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