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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그코크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입니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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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그코크
작품등록일 :
2023.05.11 21:42
최근연재일 :
2024.04.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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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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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이야기

DUMMY

눈보라가 부는 산맥의 중턱에는 바람 소리만이 들렸다.

네인의 최후의 제안 이후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설인은 계속해서 모든 것이라는 말에 대한 의미를 찾고 있었다.

에이는 이 모든 것이 과연 네인이 어떤 생각으로 말한 것인지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둘 다 ‘모든 것’을 대가로 건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럴 수가 없으니까.


“생각 중이야?”


침묵을 깬 건 네인의 질문이었다.

정말로 고민이 많겠지.

어째서 이런 말을 한 건지에 대한 저의에 대한 것과 지금에야 이런 제안을 한 건지.


“생각이 많겠지. 시간을 줄게. 세 시간 정도?”

“왜 세 시간이지?”


이전보다 널널한 시간제한에 의문이 든 설인이 네인에게 물었다.


“세 시간뒤면 해가 뜨거든. 그래서 그래.”

“하지만 그걸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네가 죽인 인간들도 이 시간 안에 포함되어있으니까.”


거래는 아직 진행 중이다.

이전의 조건에 맞는 대가는 받아내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이미 받아낸 대가는 착실히 그 값어치를 쳐주는 게 네인은 생각했을 뿐 그 이상, 그 이하의 일도 아니었다.


“시간은 널널해, 고민은 많이 해보는 것도 좋겠지.”


시간은 많다. 물론 그렇다고 많다고 할 정도로 많은 시간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생각하는데 여유가 있는 시간.

네인은 다시 막대사탕을 입에 물었다.


오독


네인은 고개를 돌려 설산의 풍경을 바라봤다.

눈 내리는 설산 속이라는 점이 제법 운치가 있지만 상황만 아니었다면 마음 놓고 즐겼을 것 같다.

애초에 눈이 내리는 상황에서 산에 있는 게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 일이 대부분이지만.

적어도 그 어떤 상황도 지금에 비해 이질적이진 않을 것 같다.


‘귤이라도 먹을까? 아니지.. 호빵이 더 낫겠다. 붕어빵도 좋을 것 같고.’


암울한 상황에서 네인은 주변 풍경을 보면서 먹는 생각을 했다.

애초에 선택은 자신의 몫이 아니기도 했고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생각한다고 해도 결국은 선택은 설인의 몫이니까.


“걸겠다.”

“.. 어?”

“내 모든 것을 걸겠다고 했다.”


벌써? 시간 많이 남아있는데.


“정말로 괜찮아? 시간 아직 많이 남아있는데.”

“단, 조건을 하나 걸어도 되겠나?”

“뭔데?”

“나를 죽이지 않았으면 한다.”

“.. 그러니까 목숨을 뺀 모든 것을 걸겠다고?”

“그래.”


당황스럽지만 그러지 못할 것도 없다.

모든 것을 걸겠다는 이에게 가장 큰 비중인 목숨은 설인이 죽인 인간들의 목숨으로 채워 넣으면 그만이니까. 고민하는 시간도 짧았으니 어느 정도 감안한다면 이 정도 거래는 괜찮은 조건이다.


“좋아. 그럼 거래 종료.”




네인은 설인의 이마를 툭 쳐서 기절시키고 공중에 띄웠다.


“갈까? 에이.”

“네인.”

“왜?”


돌아가려는 네인을 에이가 붙잡아 말을 걸었다.


“정말로 이게 끝인가?”

“끝이지. 설인은 이제 목숨을 제외하면 내 것이 되었고 설녀 또한 살아나겠지.”

“정말?”

“... 왜?”

“아니.. 잠깐 네가 웃었기 때문이다.”


네인은 자신의 입꼬리를 만져 올라가 있는지 확인했고 만져보니 위로 올라가 있었다.


“... 진짜 네 눈썰미는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안 드는데. 에이.”

“역시... 뭔가 더 있나?”

“더는 아니야. 그건 확실하지. 근데 한 가지 의문이 들지 않아? 에이.”

“뭐가?”

“나는 설인에게 세 번의 기회를 주었지.”

“그렇지. 하지만 결국 세 번째에 승낙하고 이후 거래를 했지만.”

“근데.. 이상하지 않아? 왜 설녀에게 설인에게 기회를 준 것처럼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일까? 하고.”

“설마..!”

“아직 안 끝났어.”


설인은 이제 끝났다.

이제 설녀의 차례일 뿐.


“그럼 설녀가 살아나면...”

“설인의 거래는 없던 게 되지. 물론 그렇게 될지 안 될지는 온전히 설녀의 몫이지만.”

“...”

“그런데.. 한 가지 부탁해도 될까?”

“뭐지?”


네인은 눈 속에 파묻힌 설녀를 꺼내 공중에 띄워 에이에게 건넸다.


“둘 다 공작성에 좀 데려다줘. 나는 아직 볼일이 남아있거든.”

“공작성에 데려다주면 되나?”

“그 이후로는 알아서 빈방으로 들어갈 거야. 빈방 2개는 공작님한테 허락받았거든.”

“알겠다.”


에이는 둘을 들고 내려가는데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네인? 너는 안 내려가나?”

“아직 볼일이 더 남아있거든.”

“.. 그래.”


약간 의구심이 들긴 했지만 에이는 더 신경 쓰지 않고 내려갔다.

그리고 더는 에이가 보이지 않을 거리까지 멀어지자, 네인은 입을 열었다.


“그래서.. 이번 사건을 지켜본 ‘관객’의 평가를 들어보고 싶은데. 어떤가요?”


네인의 옆에서 사람의 형태가 나타나고 그 형태가 색깔을 갖추기 시작하자 입을 열었다.


“.. 악취미로군.”


아스트라 공작.

이번에 네인이 관객이라 말한 인물.


“분명 더 좋은 방식으로 갈 방법이 많아 보였는데. 그러지 않은 이유라도 있나?”

“없습니다. 순전히 제 이기심 때문이죠.”

“그렇군.”


아스트라 공작도 에이가 향한 공작성 방향으로 눈길을 돌렸다.


“근데.. 마을 두 개를 궤멸시킨 건에는 아무 말도 안 하시네요? 분명 화 정도는 낼 줄 알았는데.”

“영지민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네 약속을 믿기 때문이 첫 번째 이유다.”

“두 번째 이유도 있나요?”

“마을 일대에 은밀하게 깔린 대규모 마법진. 그건 네가 한 것이겠지? 네인 레비탄.”

“네. 제가 했습니다. 약속을 지킬 겸 해서 그리고 제가 만든 9써클 마법에 대한 실험을 할겸해서요.”


네인이 설인을 보낸 마을에는 광범위한 9써클 마법을 깔아뒀다.

설인을 그 마을에 보낸 건 9써클 마법, 그 성능을 확인할 겸 그리고 자신이 어거지로 얻어낸 의념을 확인할 겸 해서 보낸 거기도 했다.


“덕분에 확신이 들었기도 했고 결국 이럴 수밖에 없었나 싶어 아쉽기도 하네요.”

“... 하지만 대단한 마법이더군.”

“딱히.. 이런 식으로 쓰고 싶지는 않았지만요.”


네인이 마을에 깔아둔 의념을 사용한 9써클 마법의 이름은 월드 드림.

네인식의 해석으로 하자면 현실 세계의 꿈.

어떤 마법인지에 대해 말하자면 이름 그대로 현실 세계를 꿈과 같은 가상으로 만드는 마법이다.

범위는 당연하게도 마법의 효능이 미치는 범위. 마나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조절이 자유롭다.


“설마 했는데 결국 얻은 의념이 태극, 삼재가 아니라 가상과 현실이라니 참 아이러니하단 말이죠?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요.”


옛날, 아는 형한테 지적받은 게 있었다.

너는 현실을 현실로 보지 않는다고.

그 말을 들었을 때 어느 정도 공감은 가지만 딱히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은 다 다르고 이게 내 살아가는 방식이라 생각했으니까.

그리고 그 방식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으로 지금도 네인에게 현실을 가상이라는 이름의 색안경을 씌워주고 있었다.


“마법을 거두면 꿈이라도 꾼 듯이 아무렇지 않게 아침에 잘 살아가겠죠. 그런 마법이니까.”

“후유증 같은 건 있나?”

“악몽도 이런 악몽도 없으니, 아침에 마을이 눈물바다가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 적어도 애들은 울겠죠. 그래도 금세 잊을 거예요. 꿈이니까.”


꿈은 꿈이다.

현실에는 닿지 않는 가상의 세계.

꿈을 온전히 기억하는 이들은 곧잘 없기에 월드 드림의 안에서 죽은 후유증은 시간만이 약이었다.


“나도 사용할 수 있을까?”

“아뇨? 아마도 사용할 수 없을 겁니다. 의념이라는 가장 중요한 부품이 없으니까요. 아! 물론 같은 의념이라는 게 중요하지만요.”

“같은 의념을 깨우칠 가능성도 있지 않겠나?”

“제가 절대 같은 말은 좋아하지 않는 데 이번엔 사용하겠습니다. 절대로 불가능합니다.”


물론 0이 아니라는 점이 아이러니한 점이지만 적어도 인간의 몸으로 이뤄낼 만한 일은 아니었다.


“인간은 같은 환경에 같은 부모의 밑에서 자라도 성격이 다르니까요.”

“확실히 그렇군.”


콰드득..


네인은 입에 물고 있던 막대사탕을 깨물어 부수고 삼켰다.


“그나저나 가장 기다리던 녀석이 안 오네요.”

“기다리던 녀석?”

“있어요. 걱정 많은 애. 공작님도 보셨을 텐데요? 검은 머리 여자애.”

“그녀를 기다리나?”

“기다리는 건 아닌데 슬슬 모습을 드러낼 때도 되지 않았나 싶어서요. 뭐 오늘은 아닌가 보죠.”


네인은 아스트라 공작의 팔을 잡았다.


“이만 돌아가시죠.”

“자네는?”

“저는 좀 더 볼일이 있어서요.”


파앗!


네인은 아스트라 공작을 공작성으로 보내고 마수의 산맥에 혼자 남게 되었다.


“드디어.. 혼자인가?”




네인은 눈밭에 누워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봤다.

여전히 눈보라는 거세게 내려치고 있으며 바닥의 차가운 기운이 몸속에 침투하는 걸 느꼈다.


“시원하네.”


하늘은 눈이 내리다 보니 구름밖에 안 보이고 그마저도 눈이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어 구름조차 보기 쉽지 않았다.


“... 이렇게 맨바닥에 누워보는 것도 오랜만이네.”


방바닥이 아닌 정말로 집 밖의 맨바닥, 그것도 흰 눈 아래에서 눈을 맞으면서 눕는다.

기억하고 있는 과거의 일의 경우 큰일을 치룬 이후거나 최후를 맞이한 후가 대부분이다 보니 나름 감회가 새로웠다.


“이걸로 북부에서의 볼일도 끝났네. 생각보다 길었네.”


의외로 금방 끝날 것 같았지만 벌써 한 달은 훌쩍 넘어가 버렸다.

설인의 건도 있고 아스트라 공작가의 마의 탑에서의 건도 있고 오히려 일이 너무 많았다.

이제 북부는 안 올 것 같다. 너무 많은 일을 했고 더는 볼일이 없으니까.


“.. 아닌가? 한 가지 더 용건이 있으려나?”


좀 더 정확히는 두 가지 건이지만 어차피 방문 일정을 생각하면 한 번이니 한가지라고 봐도 될 것 같았다.


“뭐.. 지금 신경 써봤자 소용없으려나?”


몸에 점점 눈이 쌓여가고 슬슬 몸이 따듯해지는 것 같았다.


‘졸려...’


네인은 눈이 내리는 지금의 풍경을 눈에 담으며 눈을 감았다.


차가운 기운이 기분 좋았고 그 기분 좋은 상황에서 네인은 수마에 빠지려던 그 순간에..


“여기서 자면 입 돌아간다 이 자식아!”


뻥!


네인을 걷어차 저 멀리 날려 보낸 이가 있었다.


푹!


날라간 네인은 눈더미에 쏙 들어갔다.


“일어나라 인마!”

“.. 레코드?”

“그래 나다!”


한겨울에 맞지 않는 하얀 원피스를 입은 검은 머리의 여자.

그리고 네인의 인격으로 만들어진 분신이자 도구.

레코드.

그녀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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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이변 23.09.01 1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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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문답 23.08.24 14 0 12쪽
75 깨어남 23.08.21 16 0 11쪽
74 네인(8) 23.08.18 15 0 11쪽
73 네인(7) 23.08.15 15 0 12쪽
72 네인(6) 23.08.10 15 0 12쪽
71 네인(5) 23.08.08 13 0 13쪽
70 네인(4) 23.08.04 1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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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세번째 권유 23.07.10 27 0 11쪽
57 운명의 증명 23.07.07 30 0 11쪽
56 D-Day 23.07.06 2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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