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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그코크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입니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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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그코크
작품등록일 :
2023.05.11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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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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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1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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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

DUMMY

스읍.. 후우...


1번과 2번은 몸이 불덩이같이 달궈졌다는 걸 느꼈다.

인격으로 나눠지고 생물의 몸이 아닌 무생물의 몸이 된 이후 몸은 늘 차갑게 유지해 왔다.

전생의 네인의 몸은 열이 많아서 여름이 지옥이었고 햇빛을 싫어했다.

물론 햇빛을 싫어한다고 해도 마냥 싫어하는 건 아니었다. 그냥 햇빛이 닿는 걸 싫어했다.

우선 이 얘기는 일단 집어넣자.


(아하! 아하하!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젠장!”

“끄읍..”


1번과 2번은 가슴을 옥죄는 압박에 움직이지 못했다.

물론 실제로 압박이 가해지는 건 아니며 그건 1번과 2번도 잘 안다.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움직이지 못할 만큼 괴로운 것도 사실이다.

그런 와중에 네인을 닮은 남자만이 태연하게 이 상황을 관전했다.


“미쳤군.”


저 검은 액체가 나올 때의 오싹오싹한 기운은 가셨다.

공중으로 떠오르고 계속해서 하늘 높이 올라가는 저 검은 액체의 기둥은 아까의 오싹한 기운은 없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나오고 또 하늘로 솟아나고 있는 저 검은 액체는 도대체 무슨 이유로 하늘로 솟는 건지 추측이 불가능했다.

정말 하나도 짐작 가는 게 없었다.


“단순한 악의가 아닌 건가?”

“그럴.. 수도 있지.”


1번이 힘겹게 남자의 말에 대꾸했다.


“용케도 말하는군. 아까까지만 해도 꽤 괴로워 보였는데.”

“말했다시피 익숙하니까. 다만 이 정도는 오랜만이라서 시간이 좀 걸렸지.”


1번은 한번 한숨을 쉬고 난 뒤 평소처럼 아무 일 없다는 듯 행동했다.


“2번은 아직인가?”

“곧 적응하겠지. 그것보다 너는 도대체 정체가 뭐지?”

“.. 미안하군. 대답해 줄 수 없어.”

“이유는?”

“네인을 위해서.. 라는 말밖에. 지금은 그렇게밖에 말 못 해.”


1번은 생각했다. 모종의 계약 혹은 제약을 때문에 말을 못 하는 거라면 이해가 가지만 그만한 계약 혹은 제약을 걸고 이렇게까지 나올만한 존재가 과연 몇이나 될까?


“진실이길 빌지.”


우선순위가 아니니 일단 뒤로 미루자. 가장 큰 문제는 눈앞의 네인이니까.

하늘 높이 솟아난 검은 액체는 돔의 형태로 퍼져가기 시작했다.

아마 인과 아웃이 만든 결계에 닿아 퍼지는듯하다.


“그나마 다행인 게 저게 외부로 노출이 안 되는 모양이네.”

“그것보단 왜 하늘로 솟는지부터 의문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중력은 변하지 않았다.

1번도 2번도 그 외 다른 인격도 능력을 사용할 때 아직 물리법칙을 건들지 않았다.

그런데도 저 검은 액체는 하늘로 솟구쳤다.

왜?


“이럴 때 3번.. 하다못해 5번이라도 있었으면 편한데.”


3번의 테마는 시련을 내리는 자.

추측과 별개의 테마같지만, 시련이라는 건 무릇 사건, 사고를 뜻하는 것만은 아니다.

인간, 환경, 사회.

각자 저마다 시련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붙을 수 있으며 3번은 그걸 능력으로 제어하고 파악한다.

때에 따라 시련, 미래마저.

인격들 중 가장 신에 가까운 능력이다.

다만 게으르다는 게 좀 많이 흠이다.

5번의 경우 테마와 별개로 네인의 호기심으로 이루어진 인격이다.

네인이 내향적인 성격이라 딱히 티는 안내지만 호기심에 기인한 여러 추측은 정답에 가까운 경우가 많았다.


“너는 안되나?”

“안타깝게도 내가 부여받은 건 인성(人性)인지라..”

“2번은?”

“인외(人外).”


콰드드득...


소리가 난 곳으로 눈을 돌리니 몸 여기저기가 뒤틀려 있는 2번이 있었다.


“하.. 이제 익숙해졌네.”


뒤틀린 신체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고 2번은 태연하게 1번의 뒤에 섰다.


“알고 있었지만 역시 더운 건 싫어.”

“고생이 많아.”

“근데..”


2번은 하늘의 검은 액체에 눈을 돌리며 말했다.


“저거 어떻게 할 거야?”

“그러게 말이다.”


네인의 몸을 부수면서 나온 네인의 악의.

다행이라면 다행스럽게도 인과 아웃이 친 결계에 갇힌 걸 보면 뭔가를 부순다거나 그런 효능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뭐.. 네인의 악의는 늘 네인 스스로를 향해있을 테니까 공격성은 없을 것 같긴 하지만 1번과 2번 그리고 그와 같은 다른 인격들은 아마 치명적일 거다.

정신적으로.


“어이, 거기. 그쪽은 이제 어떻게 할 셈이야?”

“네인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었네.”

“지금은?”

“몰라.”

“개판이네. 우리도 지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데.”


검은 액체는 지금도 천천히 이 공간을 장악해 나가고 있다.

지금 계속 생각하건데 닿는 게 아니라면 크게 위험한 것 같지도 않고.


“네인은 언제쯤 돌아올까?”

“그러게 말이다.”


1번과 2번은 땅에 누우면서 하늘을 바라봤다.

해가 떠 있는 하늘을 뒤덮는 검은 액체.

심지어 그 액체는 자학적인 악의가 그득한 액체다.


“그리 태평하게 누워있어도 되나?”

“방법이 없잖아.”

“뭘 하기도 애매하지.”


인격 각자의 능력은 어찌 되었든 현재 주도권은 네인에게 있으며 능력이 그 네인의 악의에 닿으면 어떤 작용을 일으킬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일단 방관밖에 답이 없다.


“근데 끝도 없이 나오네.”

“..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을 몰랐을 테니까.”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은 많다.

게임을 한다거나 운동을 한다거나 노래를 부른다거나.

뭐 하여간 방법은 많다.

그 많은 방법이 네인에게 소용이 없었을 뿐.

네인은 운동은 뭘 해야 할지 몰라 포기했고 노래는 평소 입을 열지 않는 네인에게 가옥한 일이었다. 게임은.. 그냥 남들이 하는 거라서 했다.

그때 당시의 네인은 세상은 흑백이었으니까.

물론 정말 흑백으로 보이진 않고 그냥... 재미가 없었다.

재미가 뭔지 의문이 처음 들었을 때는 중학생 때였다.

전생에 흑역사 그 자체인 초등학생 시절을 지나 중학생이 되었을 때 네인은 점차 다른 아이들에 섞이려고 노력했다.

그 반동일까?

점 점 재미가 뭔지 모르게 되었다.

남들은 흑역사 혹은 중2병으로 혹은 그 외의 여러 가지 색깔로 점철될 그 시기의 학창생활은 네인에게 있어서 공허한 무채색의 시절이었다.

고등학생 시절도 마찬가지.

성인이 될 때까지.. 정확히는 군대 가기 1년 전에 색을 되찾았다.

하필이면 군대 가기 전이라서 문제였지.


‘만약 네인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솔직했다면 어땠을까?’


만약 그 시절의 네인이 착한 아이가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지금 생각해 보면 딱히 착한 아이라 보기 어렵지만..


‘네인. 어디서 뭘 하는 거냐?’


후회는 늘 과거에 머무르는 법이다. 그리고 네인은 늘 과거를 무시하지 못했다.


“그러고 보니 지금은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을 알려나?”

“모르지 않을까? 아니 알려나?”

“이제는 재미만 있으면 뭐든 상관없으니까 아마 알 것 같기도 하고.”


재미있는 거로 스트레스를 푼다. 그런 이유로 네인은 재미에 집착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고 보니 네인은 많이 변한 것 같기도 하면서 안 변했네.”


네인의 사전에는 노력이라던가 운동은 들어가 있지 않다.

늘 전생에서 유명한 말 중 하나인 노력 또한 재능이라는 말 때문이었다.

그래서 무언가를 하는데 늘 깊게 파고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나만 뻬고.

운동은 노력이 필수 불가결로 들어가기에 하지 않았다.

물론 노력이라 보기 힘들 정도로 가끔 하는 정도지만 네인은 늘 그런 식으로 일상을 이어갔다.

그에 비하면 지금은 늘 무(武)를 단련하고 마법을 연구한다.

물론 네인은 이 행동들을 노력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재미를 위한 일종의 투자라고 생각하지.

노력했음에도 다른 사람들보다 크게 뒤처지는 경우가 많아서 그리고 타인에게 자주 너는 노력하지 않는다고 들어서 그런지 자신이 하는 행위의 의미에 노력이라는 단어 자체를 빼버렸다.

근데 지금은 노력이란 단어에 대한 의미가 조금 바뀌었다.

이것만 해도 네인에게 큰 변화다.


‘아니.. 성장인건가?’


어른이라고 성장하지 않는 건 아니다.

특히 정신적인 부분은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어린아이와 같은 사고방식을 같은 어른이 있는 것처럼 어른의 사고방식을 가진 어린아이도 있다.

지식, 경험, 지혜, 깨달음.

여러 가지 요소로 인간은 성장한다.

정신적으로 정체되어 있던 네인이 지금 성장하는 거라면...

지금 이 ‘과정’은 성장통인 걸까? 그러면..


“너무 거창한데?”

“뭐가?”

“아니야.”


심지어 나이도 현재 11살. 한창 초등학교에서 흑역사를 만들어 가던 시기다.

우연인 건가? 혹시 정말로 필연?


‘뭐.. 이젠 아무래도 상관없겠지.’


지금 중요한 건 이런 추측이 아닌 당장 네인이 돌아오는 것이니까.


“아~ 네인 언제 오냐~”

“어?”


혼자 일어서서 네인을 바라보던 남자가 의문을 표했다.


“왜? 뭔일 있음?”

“네인 일어섰는데?”

““뭐?””


남자의 말에 누워있던 1번. 2번이 벌떡 일어섰다.

남자의 말대로 안면이 깨진 상태로 네인이 일어서있었다.


“뭐야? 돌아온 건가?”

“근데 왜 아직 저 상태지?”


네인은 주위를 살피더니 깨진 얼굴에서 흘러나오는 검은 액체를 잡았다.

그리고 돌돌 말기 시작했다.


“저거 감기는 거야?”

“그것보다 액체 아니었나?”

“모르지. 형태에서 고체보단 액체의 느낌이 강하긴 했는데. 점성이 강해서 그런 건가?”


돌돌 말린 검은 액체는 불어나지 않고 계속 네인의 팔에 감겼다.


“뭘 할 생각이지?”

“없앨 생각은 없어 보이지?”

“없애버릴 거였으면 귀찮게 저런 과정은 거치지 않았겠지.”


셋은 정신이 돌아온 건지 아닌지 모른 네인을 지켜보고 있었다.

상당히 빠져나온 악의는 생각보다 빠르게 네인의 팔에 감겨 빠르게 악의가 뒤덮던 천장을 없애고 기둥마저도 없앴다.

네인은 빠져나온 악의 전부를 팔에 감은 뒤 구겨서 작게 만들었다.

깨진 얼굴 부분에는 더 이상 악의가 나오지 않았다.


“일단 돌아온 것 같은데?”

“네인!”


악의가 완전히 네인 손에 들려있자 1번은 네인을 불렀다. 네인도 1번의 목소리를 들은건지 고개를 돌렸다.


“괜찮은 거야?”

(어.)


오싹!


갑자기 표정이 변한 1번을 없는 눈으로 보기라도 한 건지 네인의 몸이 경직되었다.


(아.. 얼굴이 아직 복구가 안 됐구나?)


부서져 있던 네인의 안면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흠.. 됐나?”

“방금 진짜 X되는 줄 알았다.”

“아하하하.. 미안.”


1번은 네인이 원래대로 돌아온 것 같아 다행이라 생각하지만, 마음 한켠으론 아직 불길함을 떠올렸다. 지금 상황은 1번이 생각한 가장 이상적인 상황이지만 안 좋은 상황에서 웃는 네인만큼 가장 불길한 것도 없기 때문이다.


“네인.”

“왜?”

“그건 이제 어쩔 거야?”


1번이 네인의 손에 들린 악의를 가르키며 말했다.


“.. 먹을건데?”

“미치셨습니까? 휴먼.”

“제정신인데.”

“.. 그걸 왜?”

“그냥.”


네인의 그냥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진짜 이유가 없고 두 번째는 이유가 있는데 납득시키기 어려울 때.


“어느 쪽이야.”

“뭐가?”

“이유가 없는 거야? 아니면 납득시키기 어려워서 그냥인 거야.”

“후자.”

“그렇겠지.”


자신의 악의를 먹겠다는데 누가 긍정하겠나. 누구든 버리라고 할 것이다.


“이유나 들어보자. 뭔데?”

“이거 커지면 나중에 인격이라도 갖게 되는 게 아닐까? 싶어서.”

“그리고 한번 대화라도 해보려고?”

“응.”

“미쳤냐, 진짜?”


분명 네인은 진심으로 말하는 걸 거다.

전생에 자신에게 인격이 하나 더 있으면 어떤 기분일지 궁금해한 녀석이며 그런 이유로 우리를 만들어 낸 녀석이니까.


“통제는 가능할 거 같냐?”

“몰라. 애초에 통제해야될까?”

“.. 애초에 그것조차 너니까?”

“나 자신을 사랑하라 몰라?”

“그거 그렇게 쓰는 말이 아닐텐데..”


1번은 네인에 손에 들린 악의를 바라봤다.

바라만 봐도 오싹하지만 딱히 없애야 한다는 생각은 안 든다.

그도 그럴 게 저게 없었으면 지금의 네인도 없었을 테니까.


‘거기까지 생각은 했겠지. 그게 이유가 아닐 뿐.’


네인은 저런 놈이다.

남들이 정해놓은 길을 걷되 그곳에서 다른 길을 찾아보려는 놈.

편한 길 내버려 두고 가끔 험한 길 가는 놈.

재미만 있으면 아무래도 상관없는 놈.

그리고.. 이 모든 게 혼자일 때 실행하는 놈.


“나도 모르겠다.”

“허락한 거다?”

“다른 애들까지 허락하면.”

“2번! 듣고 있었어?”

“나는 상관없다.”


2번은 승낙했고.


“그쪽은?”


네인은 자신의 얼굴을 한 남자에게까지 물었다.


“... 나도?”

“그쪽도 일단 제 안에 있으니까요? 근데 이름은 있나요?”

“필요 없어. 그냥 저거나 그쪽이나 편한 대로 말해.”

“그래. 그래서?”

“나도 딱히 상관없어. 아니.. 오히려 필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도 드네.”

“긍정적인 의견, 확실히 들었고 그럼...”


쨍그랑.


네인이 손가락을 튕기니 결계가 사라지면서 결계 밖에서 대기하던 에피소드 이하 3번~9번이 모두 있었다.


“너희들은 어때?”


저마다 다양한 표정을 지으면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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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문답 23.08.24 1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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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네인 23.07.29 22 0 14쪽
66 심상 세계 23.07.26 21 0 11쪽
65 갈림길 23.07.21 24 0 11쪽
64 또 다른 이야기 23.07.20 23 0 11쪽
63 마지막의 마지막 23.07.19 27 0 11쪽
62 제약 혹은 약속 23.07.18 24 0 12쪽
61 인간의 의미 23.07.17 27 0 11쪽
60 싸움의 기준 23.07.12 27 0 11쪽
59 이야기의 방향 23.07.11 30 0 11쪽
58 세번째 권유 23.07.10 3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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