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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그코크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입니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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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그코크
작품등록일 :
2023.05.11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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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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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2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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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탑의 장로

DUMMY

적탑 입구의 투명한 막을 통과하니 적탑 내부가 훤히 보였다.


“.. 결계인가요?”

“허가받은 자만이 들어올 수 있게 설계된 간단한 결계다.”

“아~”


대충 허가받은 자는 아마 어떤 증표를 가지고 있겠지.


“근데 전 허가 같은 거 없었는데요?”

“내가 있으니까. 애초에 ‘허가’ 자체는 이미 내려진 거나 마찬가지다.”

“네?”

“안경을 한번 자세히 봐라.”


안경을 보라는 말에 네인은 안경을 벗어 안경테를 자세히 봤다.

안경테에 붉은색 실이 감겨 있었다.


“언제..”

“네가 잘 때 했다. 다른건 몰라도 잠을 잘 때에는 너무 무방비한 거 아니냐?”

“아하하하하...”


감겨진 붉은색 실이 은은하게 빛이 나다 꺼졌다.

보니까 어떤 상황에서 발동하는 아티팩트 비슷한 느낌인데 어떤 상황은 적탑의 결계에 닿았을 때 그리고 발동 효과는 결계의 통과.


“마나를 사용하는 게 아닌 닿는 것으로 결계를 통과할 수 있는 물건이다.”

“꽤 까다로웠을 텐데 용케도 구현하셨네요.”


마나를 사용하는 게 아닌 특정 물건에 가두는 건 간단한 일이다.

다만 그것이 반영구적, 특정 패턴의 마나를 갖추고 있는 물건이라면 예외라고 봐도 될 일.

반영구적인 마나 부여는 사용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쉽게 가능하지만 그걸 조건에 맞춰 특정 패턴을 입히는 경우 난이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오른다.

물론 적탑같은 규모가 있는 마법사 단체가 불가능한 일은 절대 아니다.


“결계의 마나에 장착자가 닿는 것만으로 열쇠의 역할을 한다라.. 난이도가 높네요.”

“아티팩트에는 관심이 있나?”

“없어요. 마법 술식은 관심이 많은데 마공학, 아티팩트는 영 관심이 안 간단 말이죠?”


전생부터 생각한 거지만 네인은 기계에 관심이 안 간다.

나름 취미로 인기 있는 자동차, 건담에 심지어 컴퓨터까지.

게임 좋아하는 한국 남자들이라면 컴퓨터는 어느 정도 관심을 가지기 마련인데 네인은 늘 대충이었다.

자동차야 뭐.. 운전을 좋아하지도 않고 애초부터 어딜 좋아해야 하는지조차 의문투성이고 이건 건담도 마찬가지다.

싫어하는 건 아닌데 말이다.


“너라면 잘할 것 같은데.”

“하려면 잘하긴 해요. 흥미가 없어서 성과를 보이기는 힘들겠지만요.”


무슨 목적에 따라 형태, 구조, 작동 방법부터 효율까지 설계하는 것.

지구의 지식이 조금 있으니까 한다면 어느 정도 꽤 괜찮은 아티팩트나 마도구가 나올 것이다.

재료? 시스템으로 재료를 찍어내면 그만이다.

원하는 부품, 원하는 재료 전부다.

근데 그럴 거면 차라리 완제품 자체를 찍어내지 부품을 찍어내는 건 의미가 없다.

애초에 그럴 생각조차도 없고.


“이렇게 무관심한 모습도 처음 보는구나.”

“평소라면 주변에 무관심하게 지냈을 텐데 하필 마법이나 검은 관심이 있는 데다가 주변에 널린 게 마법사랑 검사였으니 이런 무관심한 모습을 못 보여주죠.”


평소 검과 마법에 빠져 살다 보니 전생의 귀찮아하던 모습이 옵션이 되었다. 원래는 디폴트인데.


“너..”

“응?”


누군가를 부르는 목소리에 네인은 반사적으로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

“네인 레비탄? 어째서 여기에..”


피얄 세즈랄.

무도회에서 만난 사람이었다.


“근데...”


말을 흐리며 네인을 흩어보는 피얄 세즈랄.

이해는 간다. 그때와 비교해 1년도 지나지 않았건만 많이도 변해있으니까.


“둘 다 구면인가?”

“네.”

“스.. 스승님?!”


필가논 레비탄의 말에 당황하는 피얄 세즈랄.

이상하다.. 이사람 이런 이미지 아니었던 것 같은데.


“피얄, 급한 일이 아니면 나중에 얘기하자꾸나.”

“네.. 네!”


그렇게 황급히 어디론가 가버리는 피얄 세즈랄.

네인은 그렇게 떠나는 그녀를 빤히 바라보니 필가논 미르터가 물었다.


“무슨 문제라도 있느냐?”

“아뇨. 그냥 제 기억 속의 피얄 세즈랄은 저런 사람이 아니었던 것 같았는데 많이 달라져 보여서요.”

“원래 저게 본래 성격이다. 근래 좀 사나워진 경향이 있었지.”

“... 아.”


그 질풍노도의 시기였구나.

그럼, 조금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너도 조금 그런 것 같았고.”

“흠.. 지금 생각해보니 그런 것 같네요.”


원래는 유야무야 넘어가던 것들을 그때는 하나하나 조목조목 전부 다 따졌었으니까. 생각해 보면 그때의 나는 평소의 내가 생각하던 내가 아니었다. 오히려 흑역사라고 봐도 무방했던 초등학생 시절의 나와 비슷했다.

.. 내 질풍노도의 시기가 그때였나?

이렇게 네인은 자신에 대해 하나 알아갔다.


“가자. 참을성 없는 놈들이니 기다리기다 지쳐 짜증 내고 있을 거다.”

“네.”



적색 마탑.

마탑마다 장로가 되기 위한 조건은 각각 다르다고 하지만 적색의 경우에는 네인은 몇가지 알고 있는 게 있다.

첫째. 최소 경지가 6써클일 것.

이유는 의념, 영역을 깨닫기 시작하는 최소 경지이며 상급 마법사라 불리는 시작 지점인 경지이기 때문일 것이다.

둘째. 누구나 인정할 실적 혹은, 연구를 내놓을 것.

이 경우는 아마 그 사람의 천재성을 평가하기 위해 가장 간단명료한 방법이기 때문일 것이다.

셋째. 장로 혹은 탑주의 추천서를 얻어낼 것.

이 조건은 최소조건이 아닌 걸로 안다. 그냥 가산점 정도로 알고 있는데 자세히 알아보지는 않아 잘 모른다.

그 외에 더 있지만 네인이 알고 있는 건 일단 여기까지.


“와.. 최연소 장로에도 정도가 있지 이건 그냥 낙하산...”

“글쎄다.. 과연 그 녀석들이 과연 내가 추천한 너를 낙하산으로 볼까?”

“아무리 그래도 11살인데 그렇게 보겠죠.”


한편, 적탑 내 대회의장.

그곳에 마탑주를 제외한 적탑의 11명의 장로 모두가 모여있었다.

장로의 경우 탑에 따라 뽑는 기준도 다르지만, 정원도 다르며 적탑의 경우에는 장로직에 대한 정원은 없다.


“오늘 안건은 단 하나인가?”

“그런 거로 알고 있습니다. 1장로.”


1장로 웬 일거.

과거 마탑주 필가논 미르터의 라이벌 관계였으며 현재는 둘도 없는 친구. 동시에 마탑 내에서 마탑주 다음가는 권력자이자 부탑주의 직위를 겸하고 있다.


“그나저나 2장로가 지각도 하지 않고 회의에 참석할 줄이야.. 놀라울 따름이군.”


2장로 그란데드.

하프 엘프로 마탑 내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그리고 오래된 장로. 성이 없어서 근래에는 평민출신으로 알려져 있지만 엄연히 출신은 귀족이었다. 다만 나이가 들고 오래전 귀족의 작위를 포기해서 없어진 사실은 몇몇 적탑의 마법사 외에는 모르는 사실이다.


“탑주께서 이번 회의는 꼭 나오라고 신신당부하셔서요. 그렇게 말씀하시면 이 늙은 몸 이끌고 나올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늙은 몸이라고 하기에는 물려받은 엘프의 피 때문에 아직도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그의 모습에 다른 장로들은 할 말을 잃었다.

하지만 늙은것도 사실이라 반박은 불가능했다.


“크흠..! 그것보다 다들 이번 회의의 안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3장로 로라 워네스.

현 적탑의 장로 중에서가 가장 눈에 띄지 않는 장로이며 인품이 좋기로 소문난 장로다.


“11살이 장로라.. 탑주님의 혜안이 뛰어나다는 건 알고 있지만 이건 특혜.. 아니지. 특혜라는 단어의 의미를 뛰어넘는 수준 아닌가요?”


4장로 도리아 지클람


“문제라면 나이를 제외하면 반박할 요소가 없다는 게 문제죠.”

“아. 확실히 그건 그렇죠.”


3장로의 말에 4장로는 쉽게 인정했다.

아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를 장로라는 직위로 올리기 위해서는 그 사람을 심사하는 장로 전체가 그 누군가에 대해 잘 알아야 하기에 그가 이룬 업적, 실적, 신분, 출생 등등.. 여러 가지 요소를 보고받고 또 장로끼리 모여 회의를 해 결정한다.

그리고 네인의 실적, 업적은 현 적탑의 장로들도 회의를 하지 않았음에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가히 압도적인 인재라는 것 정도는 인정한다.


“출생이 불분명하다는 것 외에는 업적 빼고 전체적으로는 평범하네요.”


5장로 플로나


“평범? 5장로는 평범이라는 말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군.”


6장로 메먼트 코아


“재능 자체는 마법에 대한 술식.. 범용성이 높은 분야이긴 하지만 이정도의 천재가 과연 이 분야에만 재능을 보일지는 미지수네요.”


7장로 아트라 기네로


“흠.. 탑주님께 지나가듯 들었지만 네인 레비탄은 ‘마법’ 자체에 흥미가 있다고 들었는데 이번 기회에 마탑에서 마법의 여러 분야를 체험하라는 의도가 아닌가 싶소.”


8장로 워드락 가가넥


“그래도 이정도 재능이면 장로직은 몰라도 그 밑의 직위는 내릴 수 있을 정도입니다.”


9장로 문네아 아프로플


“그것보다 나는 11장로의 의견이 궁금하긴 하군.”


10장로 악트리어 본팜


“... 그냥 줄 곳 생각했는데. 네인 레비탄은 과연 천재가 맞을까요?”


11장로 메데우스

11장로의 말에 대부분의 장로가 화들짝 놀라 반박했다.


“11살의 나이에 6써클에 오른 이는 마법계 전체의 역사에서도 손에 꼽네. 천재가 맞지.”

“아니면 기록된 서류가 잘못되기라도 했다는 건가요?”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할걸세 11장로.”


11장로 메데우스.

고아에 평민 출신이었던 그는 1장로의 눈에 띄어 제자로 키워지고 이윽고 28살의 나이에 7써클에 올랐으며 이후 그동안의 연구, 공적으로 장로의 위치에 오른 적탑의 천재의 대명사.


“알죠. 여기 적혀있는 자료만으로 그가 천재인 건 여실 없는 사실인 건 아주 잘 압니다. 근데 궁금하긴 하네요. 여기 있는 여러분들은 진심으로 그가 천재라는 생각이 드는지.”


네인 레비탄.

11장로 메데우스의 입장에서 네인 레비탄은 마법사로 키워지기에는 썩 좋은 환경에 자라지는 못했다.

레비탄 가문은 기사 가문이며 외가가 미르터 후작가. 마탑주의 가문이라곤 하지만 왕래가 잦은 편은 아니라는 것 정도는 제국 내에서 귀족 관계에 관심이 많은 자라면 아주 잘 아는 사실.

어머니인 이그니아 레비탄도 마법사라고는 하지만 동시에 검을 다루는 마검사.

기초적인 마법을 배우기는 편할지라도 귀족의 기준으로 마법사로 잘 성장하기에는 환경이 애매했다.

게다가 그는 마법을 기초만 배웠을 뿐 거의 독학이라고 들었다.

천재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리미트 다운.

그 술식의 구조를 본 순간 그 생각은 곧바로 지워졌지만.


‘... 마법사가 맞긴 한 건가?’


리미트 다운의 구조를 이해하기 시작한 시점에서 11장로 메데우스는 네인 레비탄이 천재라는 것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범인(凡人)은 천재에 대해서 여러 가지 말을 한다.

천재는 다르구나, 다른 세계에 사는 것 같아, 인종이 다른 것 같아.

말 그대로 천재와 범인은 사는 ‘세계’가 다르다. 11장로 메데우스는 그걸 잘 알았다.

보는 것이 다르고 생각의 관점이 달랐다.

응당 천재라면 자신만의 확고한 가치관, 세계가 있다.

이것은 1장로 웬 일거의 제자로 시작하고 11장로의 직위까지 오른 메데우스가 경험적으로 확신한 불변의 법칙 같은 거였다.

하지만 네인 레비탄은 전혀 달랐다.

자신만의 확고한 무언가가 없었다.

애초에 마법사라고 생각조차 들지 않았던 이유는 리미트 다운 자체의 문제였다.

마법을 구성하는 술식 자체를 조각조각 내어 해석하고 재조립한다.

1써클에 해당하는 단어로 2써클을 만들어내는 단순하면서도 기괴한 이 마법 술식은 마법사라면 절대로 하지 않을 행동이다.

왜냐하면 이건 진보가 아닌 퇴보이니까.

술식이 읽히면 역산 당한다. 마법의 기본이다.

리미트 다운을 사용하면 술식이 쉽게 읽힌다.

절대 같은 적에게 두 번 사용할 수 없는 한계가 명확한 술식이다.

이게 리미트 다운에 대한 술식을 접하고 하루가 지난 평가였다.

이튿날.

그는 직접 리미트 다운을 사용하면서 이 마법에 대해 지적할 거리를 찾고 있었다.

1써클, 2써클, 3써클.

술식은 1써클인 채로 계속 단계를 높인 마법을 사용했다.

사용할 마법의 단계를 올리면 올릴수록 불필요한 계산이 들어갔다.

그런 불필요한 마법을 사용하던 중 그는 무의식적으로 4써클 마법에 1써클 그리고 5써클 마법술식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마법이 발동되었다.

실수였고 원래는 발동되지 않았어야 할 방법. 하지만 자신이 갖고 있던 상식과 별개로 마법은 발동되었다.

그 사실은 메데우스를 전율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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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저주 23.10.13 10 0 13쪽
86 파탄 23.10.05 12 0 11쪽
» 적탑의 장로 23.09.29 12 0 12쪽
84 23.09.24 13 0 12쪽
83 집지키는 개 23.09.20 13 0 11쪽
82 시스템 23.09.16 15 0 12쪽
81 과정 23.09.12 13 0 13쪽
80 악의(惡意) 23.09.09 15 0 10쪽
79 심상(沈想) 23.09.06 18 0 11쪽
78 이변 23.09.01 13 0 11쪽
77 6개월 23.08.27 15 0 12쪽
76 문답 23.08.24 15 0 12쪽
75 깨어남 23.08.21 18 0 11쪽
74 네인(8) 23.08.18 16 0 11쪽
73 네인(7) 23.08.15 16 0 12쪽
72 네인(6) 23.08.10 17 0 12쪽
71 네인(5) 23.08.08 15 0 13쪽
70 네인(4) 23.08.04 19 1 12쪽
69 네인(3) 23.08.02 21 1 11쪽
68 네인(2) 23.08.01 19 1 14쪽
67 네인 23.07.29 22 0 14쪽
66 심상 세계 23.07.26 21 0 11쪽
65 갈림길 23.07.21 24 0 11쪽
64 또 다른 이야기 23.07.20 23 0 11쪽
63 마지막의 마지막 23.07.19 27 0 11쪽
62 제약 혹은 약속 23.07.18 23 0 12쪽
61 인간의 의미 23.07.17 27 0 11쪽
60 싸움의 기준 23.07.12 27 0 11쪽
59 이야기의 방향 23.07.11 30 0 11쪽
58 세번째 권유 23.07.10 3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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