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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그코크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입니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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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그코크
작품등록일 :
2023.05.11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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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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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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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환생?

DUMMY

비상식적인 상황이 들이닥치면 사람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화를 낼까?

당황할까?

웃을까?

아니면.. 현재 상황을 어떻게든 받아들이려고 노력을 할까?

이것도 아니면 포기할까?

잘 모르겠다.


“여긴 또 어디야?”


나는 분명 집에서 잠을 자고 정신을 차려보니 외딴 들판에 서 있었다.


“꿈인가? 자각몽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생생한데.”


자각몽은 몇 번 꿔서 알지만 이건 자각몽이라기에는 너무 생생했다.

아직 과정이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지금 불어오는 바람은 마치 이게 꿈이 아니라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꿈이라면 도대체 무슨 꿈인 것인가.. 꿈이 아니라면? 여기는 도대체 뭘까?”


내놓을 수 있는 가설은 많지만 어느 것 하나 전부 다 판타지 요소가 들어가서 기각이다.

그렇지만 이런 현실성 없는 상황에 내놓을 수 있는 가설들은 전부 다 판타지 요소가 들어가기 충분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현실적인 요소가 없는 건 아니다.


“가장 현실적인 판단은 여기가 저승이라는 점인데 이렇게 평화로운 장소일 리가...”

“저승이 맞아.”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난 방향을 바라봤다.


“안녕?”

“...”


그곳에는 한 명의 여자가 서 있었다.


“안녕.”

“안녕.. 하세요.”


이후에는 정적이 흘렀다.


“... 저기? 혹시 궁금한 거 없어?”

“아까 있었는데 해결돼서요. 아!”


여기가 저승이라면 난 이미 죽은 건데 도대체 왜라는 생각과 동시에 어떤 이유로 죽었는지 여러 가지 생각해봤다. 이유...


“저는 왜 죽었나요?”

“뭐랄까.. 상당히 심오한 질문을 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맥이 빠지네. 그에 대한 대답으로는 심장마비야. 다른 점이라면 내가 한 거지만.”

“당신이요?”

“왜? 원망스러워?”

“...”


원망스럽기보다는 현실 파악이 우선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커다란 분노는 느끼지 못했다. 애초에 심장마비라는 걸 약물 외에 사람이 아니 애초에..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저 여자는 과연 사람이 맞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비현실적.

현재 자신의 상황을 표현하는 가장 적합한 단어. 그래서 이런 상황을 종료시킬 비상식적인 대답이 필요했다.


“소원 같은걸 들어주실 수 있나요?”

“있긴 하지만 어째서 그런 질문을 했지.”

“첫째는 저를 죽인 것을 제 앞에서 설명한 것, 두 번째는 여기가 저승이라 표현한 것. 애초에 일반적으로 사람이 죽는다면 이런 식의 과정은 거치지 않을 것이고 당신이 여기에 나와서 설명하는 번거로움을 가지지 않을 것 같아서요.”

“감?”

“감이죠.”

“그럼 존댓말을 하는 이유는?”

“적어도 인간이 아니라고 판단을 했으니까요.”

“그것 또한 감이겠네?”

“네.”


나는 생각보다 내 감을 신용하는 편이다, 인간관계를 제외하고.

물론 틀리는 확률은 생각보다 높지만 보통 이런 식으로 감을 따라가면 보통 후회는 하지 않아서 틀려도 상관없기도 하다.


“근데 왜 내가 네 소원을 들어줘야 하지?”

“... 없죠. 그러면 지옥으로 가겠습니다.”

“야. 야! 아 것 참 농담도 못 하네. 소원 들어줄 거야 단! 한가지. 그 이상은 안 돼.”

“그럼 제 죽음을 없던 거로 해주세요.”

“되살려달라고?”

“아니요. 제가 세상에 태어난 사실 자체를 없애주고 그 빈자리를 다른 사람으로 채워달라는 부탁입니다.”


여자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안될 건 없지만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어? 다른 소원도 많은데.”

“죽은 와중에 다른 곳에 쓸 소원은 없을 것 같은데요. 그리고 죽은 뒤에 소원을 빌 수 있다면 저는 이걸로 하기로 예전부터 정해뒀습니다.”

“... 나도 모르겠다.”


여자는 허공에 손에 든 톱니바퀴를 띄웠다.


[약속. 대리인의 권리로 세계의 일부를 비틀 것을 명한다.]


철컥!


떠오른 톱니바퀴는 한 칸 정도 움직이자 다시 여자의 손 위로 떨어졌다.


“소원은 이뤄졌어.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이건 너도 예상했지?”

“네.”

“그럼 이제부터 할 얘기는 거래에 대한 얘기인데. 한가지 부탁 좀 하자.”

“거래.. 인가요?”

“할래?”

“하고 싶지 않은데요.”

“그거야 넌 그렇겠지. 근데 너밖에 못 하는 일이야!”


제 삼자의 입장에서 볼 때 여자의 표정은 진지하지만 ‘너밖에 못하는 일’이라는 것 자체가 의구심이 들만한 말이다.

어째서, 왜, 나인가.


“할게요.”

“어.. 진짜?”


여자는 받아들일 줄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는 긍정했다. 어차피 거절하려고 했었으니까.


“근데 제가 할 수 있어요? 못할 것 같은데.”

“할 수 있어. 이게 있으니까.”


여자는 톱니바퀴를 건넸다.


“이거는...?”

“그게 네가 살아가는 데 도움을 줄 거야.”

“어떤 물건인데요?”

“흠.. 비유하자면 세상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물건?”

“...?”


그걸 타인한테 준다고? 아니 애초에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물건이긴 한 건가?


“이걸 왜 저한테 주는데요?”

“안 알려 주지롱~”


이 사람 갑자기 말이 가벼워졌는데...


“그럼 본론으로 돌아가면 너는 어떤 세계에서 ‘에러’를 제거해주었으면 해.”

“에러.. 말인가요? 좀 더 정확한 표현은 있나요?”

“글쎄다? 그래도 보면 알 거야.”

“... 저는 모릅니다.”


“그럼 ‘거래’도 끝났고 이제 너한테는 볼일이 없네.”

“조금 불길한데.”


여자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잘 가.”


덜컥!


그리고 순식간에 덮쳐오는 검은색의 무언가. 당황했지만 의외로 놀라운 건 생각보다 편안했다.

익숙하고 졸린 공간 안에서 나는 잠들었다.





여자는 자신이 죽인 인간을 보내고 주변을 둘러봤다.


“위험한 상상을 하면서 의외로 평화롭고 소박한 꿈을 꾸네.”


여자는 옛날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이 알던 누군가의 바람.

누군가가 좋아하던 풍경.


여기에는 조금이나마 그 흔적이 느껴지는 것 같다.





-----





정신을 차려보니 숲속에서 누워 있는 상태로 몸이 뭔가로 둘둘 말려있는 걸 느꼈지만 크게 개의치는 않았다. 움직이기 어려운 게 아기의 몸인 것 같았다.


‘보통 판타지에서는 시작이 성인 아니면 아기였는데 나는 아기인가?’


그러고 클리셰대로라면 ‘우연히’ 나를 발견하고 데려갈 사람이 올 것이다.

문제는 언제 오는지 모른다는 점.


‘잠이나 잘까.’


자고 있으면 누군가가 오겠지라는 생각과 함께 사흘이 지나도 아무도 오지 않았다.

사흘 동안 아무도 오지 않았다는 점에 딱히 절망하지는 않았다. 심심하긴 해도 혼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시간 때우는 건 잘했었으니까.

그보다 신기한 건 배고프지 않다는 점이다.

사흘 정도 굶었으면 배고픔을 잘 못 느끼는 사람도 배고파할 법도 하고 자신은 식욕이 없는 사람은 아니라 적어도 하루 만에 느낄 법도 한데 전혀 그런 게 없이 편안할 뿐이다. 게다가 대소변까지 안 나오니 의문은 가중되었다.

대소변은 음식을 안 먹어도 나올 텐데 이러면 기본적인 생식능력 자체가 멈췄다고 봐도 무방하지만 그러면 지금 생각하고 숨 쉬는 것 자체가 의문이다.


‘판타지 세계에서 너무 생각이 많았나.’


판타지라고 하니 갑자기 생각난 게 있다.

건네받은 톱니바퀴는 도대체 어디로 간 걸까.

그리고 그 톱니바퀴의 용도는 무엇일까. 분명 살아가는 데 도움을 준다고 했다. 그러면 현 상황도 그 톱니바퀴가 한 것일까.


‘그러면 계속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해도 되지 않을까?’


물론 세상사 마음대로 되는 게 없다.


바스락


‘아 진짜. 아니겠지?’


바스락바스락


‘올 게 와버렸군.’


나는 눈을 감았다. 이럴 때는 모른 척 하고 잠드는 게 최선이니까.





심심했다.

그냥 막연히 심심했다.

그렇다고 삶에 자극이 있는 걸 원하진 않았다.

자극이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그만이었고 그저 남들을 보면서 저렇게 사는구나 싶었다.

그런 식으로 하나하나씩 점점 둔감해진 것 같았다.

남들보다 느리고 남들보다 유도리가 없고 남들보다 타인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렇게 하나하나 넘어가니 이제는 자신에게 오는 자극을 피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고통.

그다음에는 시선.

사람, 책임.

알면서 피했다.

노력이라는 것도 해봤지만 되지 않는다.

남들은 내가 노력이라는 걸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하는 걸 포기했다.


‘이렇게 되짚어보니 완전 방구석 폐인 수준인데.’


자신이 나태한 정도가 심하다는 건 인지하고 있지만 그다지 바꿀 필요를 못 느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데 문제는 없고 그저 접점을 조금만 줄이면 마찰마저 일어나지 않으니 편했다. 그러면서 깨달았다.

나는 사람이 싫어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와 별개로 살면서 깨닳은 것이 하나 있는데 사람이 사는데 사람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슬슬 일어나야 하나.’


눈을 떠보니 방안이었고 여전히 거동은 불가능할 정도로 몸이 무거웠다.


‘끌려온 건가.’


정확히는 주진 것이라 봐야 할 것이고 일반적이라면 살았다고 판단해야 옳을 것이다.

상황 파악을 끝마치고 천장을 보는데 적어도 현대는 아니고 옛날 판타지에서 자주 보던 중세 서양식 천장. 그것도 귀족들의 방 천장이었다.


‘귀족한테 주어진 건가? 어떻게 되려나.’


보통은 주변의 평민에게 길러질 테고 운이 좋으면 양자로 입적.

남자니, 기사로 길러질 수도 있고 고용인으로 살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눈에 띄지만 않으면 좋다.


벌컥!


방의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시야에 녹색 머리의 남자가 들어왔다. 차림새를 보면 귀족. 아마 이 집의 주인이 되어 보인다.


“아이의 상태는?”

“놀랍게도 정상입니다.”


뒤에 의사라도 있는 모양이다.


“한 며칠 동안 숲의 이상 사태는 이 아이라고 한 게 자네가 아니었나?”

“그 점에 한치도 거짓이 없었었지만, 아이의 상태에 대해서도 저도 놀라고 있습니다. 설마 며칠 동안 방치되어도 아무런 이상이 없는 아기가 있을 줄은...”

“마법의 흔적은?”

“없습니다.”


마법이라는 말에 조금 흥미가 돋았다.


“갈색 눈에 검은 머리카락이라. 동방의 아이 같군.”

“그렇게 보이지만 마물의 아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 않습니까? 고위 마물은 인간으로 변한다고 하니. 게다가 여긴 동방의 반대편인데 어떻게 이 아이가 동방의 아이일 것으로 생각하시는 겁니까.”

“마력이 느껴지지 않는 건 자네가 확인하지 않았나?”

“소유한 마력의 양이 저보다 월등히 높아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정확한 건 수도에서...”

“그러면 실험체가 되겠지.”


‘실험체라... 죽을 정도로 아프려나? 아프겠지. 아픈 건 좀 싫은데.’


남자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함구해라.”

“수도로 보내는 보고는...”

“마수의 소행으로.”

“알겠습니다.”


‘... 일단 실험체로 끌려가는 일은 면했나? 근데 왜 이렇게 졸리냐.’


나는 또다시 눈을 감았다.





아기가 눈을 감자. 녹색 머리의 남자 카란벨 레비탄이 말을 이어나갔다.


“자네가 보기에는 그 광경이 어떻게 보였지.”

“전혀 다른 세계로 보였습니다. 마치 지금 제가 꿈을 꾸는 것이라도 마냥 현실감이 없는 곳이었죠.”


카란벨 레비탄의 옆을 지키고 있는 마법사는 그 기억을 떠올렸다.

숲의 마수와 동물들이 서로를 경계하지 않고 인간을 마주쳐도 도망가지 않았다. 심지어 같이 있던 자신들은 그 마수들과 동물들에 해를 가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중 위험도가 높은 마수가 매우 많았음에도 그때는 그것들이 전혀 위협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 무엇도 싸우지 않고 심지어 잡아먹지 않았다.

전혀 다른 세계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였다.


“흉포하기로 소문난 트롤 또한 우리를 보고 가만히 있었지.”


트롤은 자신의 영역에 함부로 들어온 자들을 용서하지 않는다. 그것이 자신보다 강한 마수라도 덤벼들고 포기를 모르기에 기사 중에 특출나게 강한 이들.

익스퍼트의 경지 이상의 기사들이 2명이 합을 이루어야 토벌이 가능한 마수다.

그런 트롤이 아무리 가까이 다가가도 신경 쓰지 않았으며 같이 간 기사들 중 한 명이 트롤에 손을 대도 시선을 자신들의 쪽으로 옮길 뿐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더욱더 놀라운 건 트롤을 지나고 난 다음.

아기를 발견한 장소였다.

아기는 바닥에 눕혀져 있었지만, 그 주변은 가히 절경이라고 봐도 될 정도로 놀라웠다.

대량의 정령이 아기의 주변을 지키듯 감싸고 두 마리의 와이번이 양옆에서 아기를 지키듯 서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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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네인 이야기(3) 24.02.17 1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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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네인 이야기 24.02.10 18 0 11쪽
101 검은색 24.01.30 20 0 11쪽
100 침식 24.01.24 15 0 13쪽
99 폭주 전조 24.01.17 16 0 11쪽
98 실험 24.01.15 14 0 12쪽
97 방식과 방법 24.01.09 14 0 13쪽
96 인내의 시간 23.12.31 17 0 11쪽
95 지옥도 23.12.22 15 0 11쪽
94 죄와 속죄 그리고 정의 23.12.15 13 0 12쪽
93 마피아 게임 23.12.07 15 0 13쪽
92 해야할 일 23.12.02 14 0 12쪽
91 테스트 23.11.26 18 0 13쪽
90 인간의 방향 23.11.20 14 0 17쪽
89 신과 인간 그 어딘가 23.11.08 23 0 16쪽
88 원점 23.10.24 1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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