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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그코크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입니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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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그코크
작품등록일 :
2023.05.11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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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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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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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네인(5)

DUMMY

시간이 지나고 아침이 될 무렵 1번은 9번에게 물었다.


“9번. 본체 지금 뭐 하고 있을까?”

“아마도 자고 있지 않을까요? 지금 대충 본체와 행성 반대편에 있는데.”

“그러면 그때 이후로 하루는 지났겠네.”

“그렇겠죠?”


마수의 산맥에서 벌어진 두 마수에 대한 비극이 일어난 지 하루 뒤.

네인은 지금 무슨 기분일까? 적어도 기분이 좋지 않을 것 같다는 건 잘 알 것 같다.

나라도 기분이 안 좋을 테니까.


“설녀는 그렇다 치더라도 설인은 조금 불안한데.”“확실히 설인은 불안하죠. 네인이 구해줄 존재 중 가장 어린 존재니까요.”


설인은 어리다.

성인이었어도 제정신을 유지하기 힘든 비극을 몇 번이고 겪었으니까.

몇백 살 먹은 존재가 가장 어리다는 게 1번으로서는 아이러니하지만 걱정되는 건 걱정되는 거다.


“지금쯤 5번이 있을 테니 괜찮지 않을까요?”

“레코드.. 인가?”

“예.”


5번, 레코드.

네인의 인격 중 인간적으로 성격이 가장 무난한 인격이다.

장난기가 좀 있지만 심하다고 할 부분은 아니다. 5번의 장난은 전부 놀라게 하는 것이니까.

확실히 5번이 곁에 있다면 정신이 약하다고 걱정할 부분은 없을 것 같다.

레코드는 격려나 가르침을 주는데 거리낌이 없으니까.


“다행히 본체 곁에 5번인가.”

“5번 이 아녔다면 제가 당신 곁에 있을 리가 없었죠.”

“그건 그러네.”


본체가 불안정했기에 각각의 인격들이 본체가 모르게 밖으로 나올 수 있었지만 심하게 불안정할 경우 인격들은 본체를 우선순위 1위로 인식하고 어떻게든 본체를 안정시키기 위해 달려올 것이다.

그것은 본체를 위한 일이 아니다.

자기 자신을 위한 일이다.


“뭐.. 급한 상황이면 2번이 알아서 하겠지만.”

“근데 2번이 그렇게 쉽게 나설 리가 없잖아요?”

“그건 그렇지. 그 녀석이 밖에 나오면 생물들은 전부 삶을 포기해 버릴 테니까.”


본체의 육체를 빌린다면 어느 정도 그 힘이 억제되겠지만 만약 2번이 통째로 밖으로 나오면 그 일대는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지옥의 땅이 될 거다.


“결국 믿을만한 건 5번인가.”

“3번도 있다고 말하고 싶지만, 3번도 4번과 같이 어딘가 박혀서 안 나오는 타입이니까요.”


3번은 4번과 유형이 비슷하다. 다만 3번은 조금도 ‘인간적인’ 면모가 없다는 점.

2번과 3번은 ‘인간’을 버린 인격이다.

인간을 버린 인격이라는 말이 조금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이 이상 더 자세하게 설명할 말이 없다.

다만 그만큼 위험한 녀석들이라는 말 밖을 더할 수밖에 없다.


“뭐.. 일단 본체 걱정을 할 필요가 없겠지.”

“그것보다 일단 우리부터 걱정해야 할걸? 이제 목적지에 거의 다 도착했거든.”

“.. 벌써? 여기 지구보다 더 큰 행성일 텐데?”

“이 비행기도 지구의 비행기와 같은 물건이 아니거든.”


경량화, 공기저항 완화, 기체 강화 등 이런저런 마법부여를 진행한 비행기다. 게다가 경량화와 공기저항 완화가 잘 되면 될수록 속도 자체는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진다.

기체 강화는 그 속도를 더 잘 버티기위한 조치다.

1번은 창밖을 바라봤다.

1번이 창밖을 바라볼 때 비행기 또한 목적지를 여주려는 듯이 방향을 꺾어 잠깐 선회했다.

그렇게 보인 창밖의 풍경은 구름 위에 보이는 이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나무이자 이번 목적지.

위그드라실, 세계수.


“엘프들의 눈은 피할 수 있으려나?”

“구름 위라서 안 들키겠지만 문제는 세계수에 올라탔을 때가 문제지. 세계수가 접근을 불허하면 지금 접근하는 것도 문제니까.”

“그렇겠지. 그래도 일단 가까이는 가자. 뭘 하든 일단 접근하는 수밖에.”


콰강!


비행기의 오른쪽 날개가 폭발했다.


“저격? 아직 50km가 넘는 거리에 있는데?”

“... 엘븐 나이트. 그것도 세계수만을 지키는 로열 등급이네.”

“진짜 괴물이네. 50km가 넘는 곳에서 화살로 저격이 가능하다고?”

“심검의 경지와 같은 심궁의 경지는 아니야. 조금이지만 보였거든.”

“애초에 50km 넘는 곳에 아무나 저격이 가능하면 검을 왜 배워? 전부 활을 배우지.”


쿠궁..!


비행기의 오른쪽 날개가 파괴되면서 비행기가 오른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9번. 수리는?”

“해도 저격당한다. 방법은 강행 돌파밖에 없어.”

“수단은?”

“... 젠장 이런 곳에서 쓸 ‘데이터’가 아닌데.”


9번은 하반신을 인간의 다리로 만든 다음 머리카락을 하나 뽑았다.


“1번 준비해라? 요격은 네가 담당해야돼.”

“.. 젠장. 편하게 갈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인생이란 게 늘 계획대로 되는 법이 없거든!”


9번이 뽑은 머리카락이 부풀더니 봉의 형태로 변했다.


“시작한다! 커져라 여의!”


비행기 내부에서 커진 봉은 비행기를 두 동강 내었다.

비행기가 두 동강 나자 강한 바람을 느끼는 것과 동시에 화살을 노리는 게 보여졌다.


“지금!”


서걱!


어느새 1번에 손에 들린 검이 세계수에서 날아온 화살을 베었다.


“1번 이제 주변 신경 안 쓰고 최대한 빠르게 갈 거다!”

“그래!”


9번은 커진 봉을 발판 삼아 위에 올라탔고 1번도 그 봉 위에 올라탔다.


“방향은?”

“얼추 맞아. 근데 한 번도 안 해봤는데.”

“그냥 해봐! 어차피 상관없잖아.”

“그건 그렇지. 준비해! 일직선으로 날아갈 거니까!”


1번과 9번이 자세를 낮추고 9번이 외쳤다.


“더 커져라 여의!”


쾅!





-----





눈을 뜨니 최근에 익숙해진 천장이었다.

옆을 보니 익숙하면서도 익숙하지 않은 여자가 같은 침대에 누워있었다.


“... 가볍네.”


몸이 가벼웠다.

어느새 잠들었는지 모른 적은 오랜만에 느낀 감각이었다. 그 덕분에 푹 잔 건지 아니면 레코드가 무슨 작업을 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잠을 자고 일어나서 개운한 기분은 오랜만이었다.


“레코드 자냐?”

“...”“그래.. 자는구나.”

“에이씨..! 내 그럴 줄 알았다. 개자식아.”


투정 부리면서 침대에서 일어난 레코드는 네인을 노려봤다.


“잠 좀 길게 자나 했는데 이게 뭔 개소리야!”

“어차피 너는 잘 필요가 없잖아.”

“잠을 자면 기분이 좋잖아!”


네인은 그건 인정하는데 그걸 왜 네가 느끼는지 의문이 들었다.


“자는 거 말고 할 거 없어?”

“어!”

“그래.. 그렇구나.”


확실히 무언가를 좋아하는 인격들 중 레코드는 무언가 애매한 존재다. 특정한 무언가가 아닌 불특정한 무언가를 좋아하는 게 레코드의 인격이니까.


“그럼, 집에 가볼래? 나름 반겨줄 것 같은데.”

“... 레비탄 백작가?”

“어.”

“.... 싫어.”


급격하게 안색이 안 좋아진 레코드는 창밖으로 뛰쳐나갔다.


“하긴.. 나같아도 안가겠다.”


정체를 안 알린 채 백작가로 향하는 거? 그것도 문제지만 문제는 정체를 알고 난 뒤다.


‘100% 마네킹이다...’


아마 레코드도 그걸 걱정하는 걸 거다. 전생에서도 옷을 10번 이상 갈아입으면 엄청나게 피곤했으니까.

그래도 버틸 만했다 남성복은...

레코드가 감당해야 할 부분은 여성복, 그것도 중세 서양식 드레스.


‘와.. 지옥이다.’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네인은 레코드가 뛰쳐나간 창밖을 바라봤다.

밖은 겨울이라 찬 바람이 불어오지만, 그와 동시에 햇빛이 같이 들어왔다.


“시원하네.”


네인은 창문을 닫고 설녀가 있는 방으로 향했다.

레코드는 지금쯤 에이한테 가 있을 것이다. 자기소개도 할 겸 친해지기 위해 갔을 테니 신경쓸 일은 없다 다만... 조금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다.


‘아스트라 공녀한테는 어떻게 말해야하나..’


그것보다는 일단 설녀와 설인이 더 신경 쓰인다. 공녀쪽은... 공작님한테 맡기면 된다.


끼익..


문을 여니 설녀가 침대에 누워있었다 다만.. 방 안에 온통 서리가 꼈다는 게 특이한 점이다.

서리가 낀 벽을 만져보니 서리가 낀 부분에 이질적인 무언가가 느껴졌다. 아마 레코드가 한 짓인 것 같다.


“들어가도 되겠나?”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아스트라 공작이 방문 앞에 서 있었다.


“그냥 들어오시면 되지 않나요?”

“안타깝게도..”


퉁.


보이지 않는 벽이 아스트라 공작의 손가락에 닿았다.


“들어갈 수가 없네.”

“흠.. 확실히 아무나 들어오면 위험하긴 하죠.”


따악!


네인이 손가락을 튕기자, 아스트라 공작이 네인의 앞으로 이동되었다.


“한기 조심하세요. 꽤 위험하거든요.”

“확실히.. 조금 위험하군.”


아스트라 공작은 마나를 끌어올리면서 설녀가 내뿜는 한기에 저항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저건’ 뭐냐.”

“글쎄요.. 저도 지금으로서는 확답을 드리기 어렵네요. 결과는 내일 나오는지라.”

“... 그러고 보니 레코드.. 라고 했던가? 그녀는 굉장하더군.”

“화제를 돌리시나요? 근데 굉장하다니요?”

“조금 겨뤄봤네.”

“... 어디 안 맞았어요?”

“적당히 상대해 줬다는 느낌이었네.”


그럼 다행이다. 상대방이 적당히를 모르면 레코드도 적당히 안 한다. 반대로 상대가 적당히를 알면 레코드도 적당히 한다. 그게 무엇이든.


“충고 하나 하자면 레코드와 대련할 때 진심으로 임하지 마세요.”“왜지?”

“진짜 죽을 수도 있어요. 레코드는 적당히를 좋아하지 진심은 싫어하니까요.”


‘선’을 넘으면 레코드는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

문제는 그 선이라는 게 참 애매모호하다.

어떤 때는 그냥 넘어가다가 어떤 때는 그냥 넘어가지 않으니까.

그래도 몇 가지 확실한 선이 있다.


‘살인’, ‘테러’, ‘학살’.


이 이외에는 상대방이 조금 ‘위험’하다고 느낄 보복만 한다.

문제는 저 세 가지가 걸리면 레코드는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물론 저 세가지 선이 걸릴 정도라면 보통 일은 아니겠지만.


“그나저나 얘기가...”


쾅!


커다란 굉음과 함께 네인과 아스트라 공작이 눈을 마주쳤다.


“... 짐작가는거라도 있나?”

“한가지 있긴한데... 설마?”


네인과 아스트라 공작은 동시에 방을 뛰쳐나갔다.


“연무장에서 굉음이 들렸죠?”

“그래. 싸우고 있는건가?”

“... 에이. 얼마나 심하게 덤벼든 거냐.”


그렇게 도착한 연무장은 중앙에 쓰러져 있는 에이를 중심으로 박살이 나 있었다. 주변에 기사들과 아스트라 공녀가 지켜보고 있는 상태로...


“레코드!!”


네인의 외침에 레코드는 망했다는 얼굴로 변명하기 시작했다.


“야. 내 잘못 아니다? 나는 적당히 하려고 했다? 근데 에이가..”

“그래도 자중해야지 이 자식아! 그것보다 남들 다 보고 있는 상태에서 이 난리 치고 싶냐!”

“아하하하...”


뻘쭘하게 웃는 레코드를 뒤로하고 네인은 에이에게 다가가 상태를 살펴봤다.

몸은 역시 튼튼해서 상처가 없지만 큰 충격으로 잠깐 정신을 잃어 기절해 있었다. 다만, 문제는 연무장이었다. 수리라는 말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박살이 나 있으니까.


“레코드.”

“.. 왜?”

“연무장 수리해.”

“내가..?”

“네가 박살 냈잖아.”

“그렇지.”

“어차피 니 능력으로 수리 자체는 어렵지 않잖아?”

“그건 그래. 그럼, 에이좀 치워줘.”

“... 니 진짜 그러다가 나한테 한 대 맞는다?”

“어차피 안 때릴 거면서.”

“아오.. 진짜.”


네인은 군말 없이 에이를 들어 올려 연무장에서 내려갔다.

네인이 내려간걸 확인하고 레코드는 공중에 떠올랐다.


“그럼 시작한다?”

“해.”


레코드는 연무장에 손을 뻗어 돌멩이 하나를 집었다.

레코드가 집은 돌멩이를 시작으로 연무장이 천처럼 들어 올려지는 것처럼 보였으나 연무장 바깥에 있는 이들은 확실하게 볼 수 있었다.

연무장 안에 연무장이 있었다.


“이게 무슨..!”

“마법인가?”

“마법으로 이게 되나?”


연무장 바깥의 구경꾼 중 가장 놀란 건 아스트라 공작이었다.

계속해서 천의 형태로 들어 올려진 연무장을 들어 올려 안쪽의 연무장이 완전히 모습을 들어내자, 레코드는 천의 형태로 된 박살 난 연무장 구체의 형태로 압축시켰다.


“끝.”


레코드는 압축시킨 연무장을 아스트라 공작에게 건넸다.


“여기요. 수류탄으로 쓰면 꽤 유용할 겁니다.”

“수.. 류탄?”

“투척용 폭탄이요. 네인! 이러면 됐지?”

“어. 수고했어.”

“그래. 그럼 나 어디 좀 간다?”

“너는 자꾸 어딜 가냐?”

“산책~.”

“그래.. 가라.”

“그럼 좀 이따 봐?”


그렇게 레코드가 공중으로 사라지자 아스트라 공작은 네인에게 물었다.


“네인.”

“왜요?”

“방금 레코드라는 자가 선보인 것. 그건 마법이 맞나?”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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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악의(惡意) 23.09.09 15 0 10쪽
79 심상(沈想) 23.09.06 16 0 11쪽
78 이변 23.09.01 12 0 11쪽
77 6개월 23.08.27 15 0 12쪽
76 문답 23.08.24 15 0 12쪽
75 깨어남 23.08.21 17 0 11쪽
74 네인(8) 23.08.18 16 0 11쪽
73 네인(7) 23.08.15 16 0 12쪽
72 네인(6) 23.08.10 16 0 12쪽
» 네인(5) 23.08.08 15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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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네인 23.07.29 22 0 14쪽
66 심상 세계 23.07.26 20 0 11쪽
65 갈림길 23.07.21 23 0 11쪽
64 또 다른 이야기 23.07.20 22 0 11쪽
63 마지막의 마지막 23.07.19 27 0 11쪽
62 제약 혹은 약속 23.07.18 23 0 12쪽
61 인간의 의미 23.07.17 27 0 11쪽
60 싸움의 기준 23.07.12 27 0 11쪽
59 이야기의 방향 23.07.11 29 0 11쪽
58 세번째 권유 23.07.10 2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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