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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그코크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입니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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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그코크
작품등록일 :
2023.05.11 21:42
최근연재일 :
2024.04.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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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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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방향

DUMMY

번쩍!


밤중의 설산에서 엄청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다만 그것을 보고 있는 건 정확히 세 명.

네인과 설인을 눈앞에 두고 있던 추격자들이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말도안돼..! 아까 분명 손으로 잡고 있었는데 어떻게?!”


추격자 중 한 명은 설인에게 뿜어져 나온 빛에 놀라고 한 명은 죽이려던 설녀가 갑자기 사라진 것에 대해 놀랐다. 하지만 그건 이후 빛의 근원이었던 설인의 모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저건.. 인간?”


설인, 정확히는 설인이었던 것.

그것은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으며 인간의 크기만큼 줄어들어 있었다.

어디에서나 볼법한 평민의 복장을 하고 있었다. 머리카락은 설인의 털인 흰색을 띄고 있으며 눈에서는 눈처럼 새하얀 안광이 뿜어져 나왔다.


“이거 어쩌지? 저건 또 뭐야?”

“우선 포획한다. 상황에 따라 죽여도 상관없겠지.”


설인이었던 것은 무표정하게 자신을 향해 덤벼들고 있는 추격자들을 바라봤다.


‘느리네.’


느렸다. 감상은 그것뿐.

설인은 시야가 낮아지고 몸은 가벼워진 느낌이 들었지만, 이상하게도 그것이 이상하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이전보다 더 자연스럽다고 느껴졌다.


후웅!


검이 아슬아슬하게 설인의 앞을 가로질렀다.

눈앞의 다른 검사도 설인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런 상황에서 설인은 뒤로 물러나는 게 아닌 앞을 걸어가는 선택을 했다.


저벅.


한걸음.

상대방의 한걸음과 자신의 한 걸음으로 설인은 팔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 도달했다.

설인은 자신을 향하는 검은 무시했다. 어차피 자신보다 느릴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으니까.

그리고 그 판단은 정답이었다.


빠악!


설인의 주먹이 추격자들의 명치를 가격했다.


“크윽!”


주먹이 정확히 명치에 명중해 뒤로 물러난 그들은 상황을 다시 정리하려고 했다.

하지만 설인은 그것을 가만히 보지 않았다.


콰득!


설인은 뒤로 물러난 추격자 중 한 명의 머리를 주먹으로 부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기에 나머지 한명 은 그 순간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으며 그건 그대로 죽음으로 이어졌다.


퍼엉!


한 번의 주먹질에 머리가 부서지거나 터졌다.

방금까지도 상대해서 이긴다는 확신이 들지 못하는 상대를 가볍게 죽인 것에 대해 설인은 현실감이 들지 않았다.

마치 꿈속에 있는 것같이 이 모든 게 허상인 것 같이 느껴졌다.


짝짝짝짝!


설인은 박수 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설녀를 안아 들고있는 네인이 다가오고 있는 게 보였다.


“깔끔하게 죽였네. 뭐.. 외관을 보면 깔끔하지는 않지만 고통없이 한 방에 죽였다는 점에서는 깔끔하다는 표현은 맞는 말이지.”

“끝난 건가?”

“어. 끝이야.”


네인은 설인에게 설녀를 건네주었다.


“.. 작군.”

“작을 수밖에.”

“내가 이렇게 만든 건가?”

“글쎄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

“... 사실만을 말해줘.”

“이건 정답이 없어, 네가 설녀를 그렇게 만들었다는 가정도 있긴 하지만 설녀가 자처했다는 가정도 있거든.”

“내게 책임은 있지 않나?”

“그렇지. 어느 쪽의 가설이든 네 지분은 어느 정도 있으니까.”


설녀가 인간 세계에 있는 이유가 어느 것이든 모든 이유에 설인이라는 요소는 포함되었다.


“돌아갈거야?”

“... 모르겠군.”

“그러고 보니 너는 설녀를 위해서 산맥을 넘으려고 했었지?”

“그것만 아니었다면 넘을 생각은 안 했겠지.”

“그래서 지금은?”

“지금이라도 산맥을 넘으면 가능성이 있나?”“아니. 애초에 동굴 안에서 설녀가 힘을 방출했을 때 이미 끝났었어. 회생은 불가능했지. 그래서 그런 제안을 한 거야. 20분이라는 제한 시간 안에 산맥을 넘어가면 설녀에 대한 네 의지를 칭찬할 겸 설녀를 살려주려고 그런 조건을 걸었지. 결국에는 안됐지만.”

“그런가?”


설인은 네인을 지나 다시 산맥을 오르기 시작했다.


“.. 어디가?”

“설녀를 묻어주려고.”

“여기서 묻어도 상관없지 않아?”

“더는 그녀가 인간과 관계되길 원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래서 넘는 거야.”

“그래? 그건 대단한 생각이네.”


설녀를 안고 산맥을 올라가는 에이를 보며 네인이 말했다.


“그럼, 설녀를 살려줄 제안은 필요가 없겠네.”


우뚝!


“그게.. 무슨소리야.”

“설녀를 살려주겠다고 했는데. 필요 없어?”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 죽은 자를 되살린다고? 그건 불가능해!”

“불가능하지.”


네인은 무표정한 얼굴을 한 채로 이어 말했다.


“근데 나는 아니야.”

“뭐라고?”

“죽은 사람 한둘 살리는 건 문제가 안 돼. 그건 꽤 예전에 실험해 봤는데. 잘 살더라고?”

“... 그 말은?”

“이제부터는 거래야. 설녀를 살려줄게. 근데 너는 나에게 뭘 해줄 수 있지?”

“뭘.. 해줄 수 있냐고?”

“거래 내용에 따라 네 몸을 원래 수명대로 복구시켜 줄 수도 있으니 잘 말해야 한다?”


오독


네인은 생각했다.

이건 좀.. 아니 너무한 제안이다.

설녀를 살려준다는 제안? 그건 문제가 안 된다. 문제라 하면 그걸 대가로 거래를 한다는 것.

거래에 승낙하면 어떤 수단이든 설인은 거래에 대한 값을 지불하지 못한다.

죽은 자를 되살린다는 소생이라는 행위는 그 어떤 존재에게도 허가되지 않는 불가침이나 다름없으니까.

애초에 죽지 않는 불사라던가 죽은 뒤 다른 몸으로 되살아나는 환생.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가 과거의 몸으로 되돌아가는 회귀. 이것보다 더 대가가 대단한 것이 부활이니까.

물론, 이건 그동안 웹소설을 보면서 고민한 네인의 생각이지만 적어도 위의 셋 특히 환생과 회귀와 같은 대가가 필요할 것이다.

불사의 경우 조건부 불사가 많으니까. 생각보다 불사라는 것은 어려운 조건이 아니다.


“도대체 어떤걸..”

“예를 들어.. 살인?”

“살인?”

“죽은자의 부활하는데 인신 공양을 한다. 인간 세계에는 꽤 자주 있는 일이거든. 산 사람을 혹은 시체를 제물로 죽은 자를 되살리는 작업.”

“그건..!”

“못하겠어?”

“...”

“모르는 인간을 죽여 설녀를 살리든가 아니면 설녀를 포기하던가. 어느 쪽이지?”


설인은 고민했다.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설인은 살인 자체를 꺼리는 건 아니지만 문제는 살인을 대가로 되살아난 설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문제일 테니까.

아마 이 부분에 대해 계속 저울질할 거다.

하지만..


“빨리 선택하는 게 좋을 거야. 미루면 미룰수록 대가는 계속해서 늘어날 테니까.”


그만한 시간을 네인은 주지 않았다. 그리고 줄 수도 없다.


“... 몇 명을 죽이면 되지?”


네인은 자신을 기준으로 7시 방향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저쪽으로 달려가면 얼마 안 있어서 마을 하나가 보일 거야. 인구수는 1,000명 정도인가?”

“설마..?”

“전부 죽여. 아이도 노인도 남김없이 전부.”


생각보다 많은 사람을 죽이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들었는지 설인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왜? 못하겠어?”

“아니. 이건...!”

“왜? 기껏해야 인간 천명 죽이는 것밖에 안 되는데.”

“기껏..? 너는 인간 천명이 기껏인가?!”

“기껏이지. 천 명이 갑자기 죽는다고 세상은 바뀌지 않아. 천만 명이면 몰라도 고작해야 천 명으로는 세상은 바뀌지 않지.”


죽은 천 명의 인간의 지인의 경우에는 바뀌겠지만 그렇다고 세상 자체는 바뀌는 일 없이 흘러갈 것이다. 그게 세상이니까.


“골라. 고민하면 나는 네가 죽여야 할 인간의 숫자를 늘릴 수밖에 없어.”

“잠깐, 시간을..!”

“안돼.”


철컥


둔탁한 철 울림이 들리고 네인은 천천히 눈을 감고 떴다.


“조건이 변경되었어. 아까 조건에서 말한 마을 옆의 마을을 습격해 전멸시키는 것.”

“웃기지 마!”

“나도 웃으라고 하는 소리가 아닌데? 죽은자를 부활하는데 이 정도 값이면 싼 편이지.”

“살인이? 천명이나 되는 숫자의 살생이 싼 편이라고?!”

“어. 싼 편이지. 그것도 엄청.”


소중한 사람들을 부활시키려 했던 이들이 얼마나 많은 이들을 죽였는지에 대해 알면 이 정도면 진짜로 싼 편이다.

물론 설인은 이걸 알 방법이 없다.


“결정해. 지금 가서 인간들을 죽이고 올건 지 아니면 포기할 건지.”


그리고 시간도 설인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


“나.. 는...”


고민되겠지.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신이 그토록 혐오하던 설인들과 다를 바가 없어질 테니까. 오히려 더한 놈이 되어버릴 테니까.

근데 그것까지 알아줘야 할 이유는 네인에게 없다.


“골라. 포기할 건지. 아니면 손에 피를 묻혀가면서 설녀를 살릴 건지.”


설인은 결심한 듯이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나는.. 설녀를 살리겠어.”

“좋아. 거래는 성립됐어. 그럼 제한 시간은 20분.”

“제한 시간도 있는 건가?!”

“내가 가르킨 방향의 일직선에 있는 마을 그리고 그 주변의 마을 한 개를 절멸시키는 것 즉 생존자를 0명으로 만들고 와.”

“그게..!”

“시간 없어. 달려.”


설인은 네인의 말에 달리기 시작했다.

망설이지 않는다면 성공할 것이다. 어디까지나 시간제한은 여기까지 도착하는 게 아닌 마을을 파괴하고 생존자가 없다는 시점에 한정된 이야기니까.

문제라면.. 설인의 성격이 착한 아이라는 점이다.

비정해질 수가 없고 결국에는 한두 사람 정도는 살아남을 수도 있다.

갑자기 습격한 괴한에 마을의 누군가는 가족을 숨겨서 실패할 수도 있고.

실패할 가능성은 여러 가지 있다.

물론 가장 가능성이 높은 건 설인이 아이나 노인을 한두 명 살려두는 일이 가장 가능성이 있지만 그럴 일이 없길 바라야겠지.


콰앙!


산맥 어딘가에서 큰 충격으로 눈이 하늘로 솟구쳤다. 거리도 꽤 있는 것 같은데 진동도 바로 옆이라고 할 정도로 큰 진동마저도 느껴졌다.


“21분.. 정도인가? 이 정도면 꽤 괜찮네.”


추격자들의 대장을 상대로 에이는 21분 만에 결착을 냈다.

그것도 네인의 도움 없이 본인의 신체를 써서 말이다.

신체 능력은 네인이 월등했다. 다만 싸움의 주도권은 계속 상대방에게 있었을 것이다.

이번 싸움은 힘 대 힘 대결이 아니었으니까.


“그나저나.. 여기 설산이라는 거 모르나? 눈사태가 일어나면 어쩌려고 저러나?”


물론 싸우면서 거기까지 생각할 여유는 없었겠지.

네인은 눈이 오는 하늘을 쳐다보며 말했다.


“과연 이 얘기의 결말은 어떤 식으로 끝나려나? 너는 궁금하지 않아?”


대답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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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이변 23.09.01 1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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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문답 23.08.24 1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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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네인(8) 23.08.18 15 0 11쪽
73 네인(7) 23.08.15 15 0 12쪽
72 네인(6) 23.08.10 15 0 12쪽
71 네인(5) 23.08.08 13 0 13쪽
70 네인(4) 23.08.04 1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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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네인(2) 23.08.01 17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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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심상 세계 23.07.26 19 0 11쪽
65 갈림길 23.07.21 22 0 11쪽
64 또 다른 이야기 23.07.20 21 0 11쪽
63 마지막의 마지막 23.07.19 26 0 11쪽
62 제약 혹은 약속 23.07.18 22 0 12쪽
61 인간의 의미 23.07.17 25 0 11쪽
60 싸움의 기준 23.07.12 25 0 11쪽
» 이야기의 방향 23.07.11 28 0 11쪽
58 세번째 권유 23.07.10 28 0 11쪽
57 운명의 증명 23.07.07 30 0 11쪽
56 D-Day 23.07.06 2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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