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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그코크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입니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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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그코크
작품등록일 :
2023.05.11 21:42
최근연재일 :
2024.05.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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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10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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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인(6)

DUMMY

레코드가 연무장을 수리할 때 사용한 능력, 그건 아마 마법이 맞을 거다.

인간이 사용하는 마법과 조금 괴리가 있겠지만 능력이 작용하는 방법 자체는 마법이 맞긴 하다.


“저도 처음 보긴 하는 건데 신기하네요.”

“... 자네가 만든 인형이지 않나?”

“인격 자체는 제가 만들었지만, 신체라던가 능력 자체는 각자 개인이 만들어 정한 거거든요. 뭐.. 2번과 3번은 제가 만들었지만.”

“1번은?”

“제가 안 만들었어요.”


생각해보면 할수록 참 어이가 없는 게 인격 자체는 네인이 직접 나눴지만 그들의 신체나 능력은 네인이 만들지는 않았다.

각자 자기가 원하는 능력을 빼내 원하는 만큼 사용할 뿐.


“도대체 몇 개나 있는 건가?”

“10개 정도 있을까요? 더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데.”

“더.. 만든다고? 제정신인가?”

“딱히.. 인격중 하나가 세계를 정복하려고 한다던가 왕이 된다던가 그런 걱정은 안 들어서요. 좀 스케일이 큰 건 역시 나라를 세우는 걸까요?”

“왜 의문문이지?”

“그야.. 나라라고 해도 국민이 없는 나라이니까요.”


생각나는 건 1인 심시티 하늘섬이다. 실제로 불가능하지 않고 구름 위에 띄우면 적어도 인간의 눈에 띄지는 않을 것이다. 뭣하면 외부에서는 볼 수 없게 투명하게 하면 그만이다.


“제정신이 아니군.”

“그 근본 자체가 정상이 아니니까요.”


아스트라 공작은 어느새 막대사탕을 입에 물고 있는 네인을 바라봤다.


“... 그 막대사탕은 늘 입에 달고 사는 것 같군.”

“맛있어요. 하나 드실래요?”

“.. 아니.”


아스트라 공작은 손에 쥔 구체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건 도대체 어떻게 사용하는 거지?”

“둘 중 하나일걸요? 큰 충격을 받으면 구체안의 충격이 주변으로 전파되어 폭발하거나, 땅에 닿으면 터지거나.”

“..!”

“정확히는 레코드한테 물어봐요. 지금은 없으니까 나중에.”

“미치겠군.”

“상자나 어딘가에 넣어 놓으세요. 그게 안전할 겁니다. 혹시나 몰라 석재 상자에는 넣지 않는 걸 추천드립니다.”

“알겠네.”


그렇게 공작도 연무장에서 사라지고 남은 건 에이를 들쳐맨 네인과 공작가의 기사들 그리고...


“공자님?”

“아..”


아스트라 공녀.


“이게 무슨 일이에요?”

“그... 게...”


네인은 주변을 둘러봤지만, 도와줄 사람은 이미 나가고 없다.

왜 이럴 때 내 주변에 아무도 없는 걸까?





네인은 거짓말을 잘 못한다. 그래서 하지 않는다.

네인이 거짓말을 한다면 거짓말을 할 준비를 미리 해뒀거나 혹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거나 둘중 하나다.

이번 상황은 안타깝게도 이 둘 중 하나에 포함되어있지 않다.

그래서 이실직고했다.


“그러니까... 아까 그 여인이 네인 공자의 능력으로 만들어진 인형이라고요?”

“하하하하...”


아스트라 공작가의 유리 정원.

둘은 정원 중앙의 벤치에서 마주 보고 앉았다.


“믿기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아버지도 알고 계시는가요?”

“어렴풋이 알고 계실 겁니다. 말은 안 했지만, 공작님 앞에서 한 일이 너무 많다 보니.”


오히려 한게 너무 많아서 능력을 특정하지 못할 것이다.


“능력자, 유저가 정말로 존재하는군요?”


5살 때 어빌리티 개방 이후. 마법, 혹은 오러외의 능력을 사용하는 이들을 유저라고 불린다.

유저는 수가 적다.

자각하지 못하는 이들도 많고 특정 조건에서 사용되는 능력 또한 존재하기에 보통은 갖고 있더라도 자각하지 않은 이상 대부분의 유저가 자신이 유저인지 모른 채 살아간다.

능력은 없어도 혹은 몰라도 사는 데 지장 없으니 바로 자각하지 않은 이상 없는 취급 하고 사는 게 대부분이다.


“뭐.. 저는 유저가 아니지만요.”

“예?”


네인은 계속해서 말을 할까 말까를 고민해봤지만 결국 말하는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는 사람 중 한 명이라도 더 자신의 능력에 대해 알고 있는 존재가 있으면 조금은 행동반경이 늘지 않을까 싶어서.

그 외에 다른 이유도 있지만 지금은 그것만 이유다.


“흠... 이 이후의 말은 믿든지 말든지 자유이긴 합니다만 저는 그냥 말하겠습니다.”

“뭐를요?”

“제 능력은...”





현재, 네인의 주변 풍경을 보여주는 화면을 바라보는 목각인형.


“.. 저거. 그러다가 큰일 나겠네. 재재 안 할 건가?”


딱. 딱.


목각인형은 입을 일정하게 열었다 닫았다.

이 행위에 다른 의미는 없었다.

그저 네인의 저 행위에 불만이 있어서 하는 행위니까.


따닥!


연달아 입을 열었다 닫고 난 뒤 목각인형은 입을 열지 않았다.

자신만의 공간에 불청객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8번. 예의가 없어도 너무 없는 거 아닐까?”

“오랜만이군. 3번.”


목각인형의 형태를 갖춘 3번.

동방에서 애꾸눈 낭인의 모습을 갖춘 8번.


“ 안어울리게 그 모습은 뭐야? 인간이라도 되고 싶어?”

“너야말로 인간이라도 되고 싶어 그 모습으로 시위하는 건가?”

“8번, 있잖아? 침묵은 금이라고 안 배웠어?”

“웅변은 은이라는 말도 있지.”

“.. 말장난은 레코드한테 가서 하지? 레코드는 좋아할 텐데.”

“안타깝게도 지금은 레코드한테 못 간다.”

“그래?”


3번은 입을 벌리고 눈을 떴다.


눈을 뜬 화면에는 네인의 능력에 대해 듣고 놀란 아스트라 공녀가 보였다.


“아.. 결국 말했네.”

“어찌 되든 언젠가 말했겠지.”

“근데 그게 굳이 지금일 필요가 있었을까? 더 나중에 말했어도 됐었을 텐데.”

“언제?”

“예를 들어 성인 돼서? 그때쯤이면 다들 정상이라고 할만한 사고, 판단능력들은 갖추고 있을 테니까.”

“그때까지 네인이 살아있다는 보장이 있을까?”

“있겠지. 너희들이 있으니까.”


3번은 다시 입을 닫고 눈을 감았다.


“오히려 나는 너희들이 성인이 되기 전에 죽는다는 판단을 하는 이유를 모르겠는데.”

“네인은 늘 죽고 싶어 했다.”

“알아.”

“살아있는 이유를 자기 자신에게 찾지 못해 타인을 이유로 삼았지.”

“알아.”

“그리고 그 이유도 이젠 사라졌어.”

“정말?”


끼긱..


3번이 고개를 돌려 말했다.


“정말로 네인의 삶의 이유가 사라졌다고 생각해?”

“...”

“거봐 대답도 못 하면서. 애매하잖아? 과연 레비탄 백작가, 미르터 후작가 더 나아가 카르네온 제국이 네인의 삶의 이유가 될 수도 있다는 판단을 속으로 하면서 믿지 않아.”

“너는.. 된다고 보는 건가?”


끼긱.


“몰라. 관심 없거든. 최근 네인이 재미있는 소재를 넣어줘서 그거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단 거 외에는 딱히?”

“그렇군.”

“8번, 아니.. 인.”

“.. 네가 이름으로 부를 줄은 몰랐군.”

“괜찮은 거야? 우리들.”

“...”

“1번과 2번은 딱히 신경 쓰지는 않는 것 같긴 하지만 다른 녀석들은 역시 신경 쓸 것 같단 말이지.”

“그럼 너는 어떤가? 에피소드.”

“너도 이름으로 부르냐...”

“네가 먼저 시작했다.”


3번, 에피소드는 목각인형의 형태를 구겨 책의 형태로 변했다.


“나는 몰라. 나는 그저 보기만 할 뿐인 방관자니까. 그러기 위해 태어난 존재니까. 그러니까 관계없어.”

“... 관음증은 내가 아니라 네가 정답이었군.”

“그건 미안해. 내 별명이 너한테 가서.”

“그건 신경 쓰지 않아.”


팔락


책 한 장이 넘어가더니 풍경이 바뀌었다.

사체가 산처럼 쌓여있고 땅에는 피가 강처럼, 혹은 바다처럼 고여있는.

시산혈해.


“나는 네인이 인외의 길을 걷는 걸 추천해. 인간은 괴로워.”

“하지만 네인은 인간으로 태어났어.”

“인간으로 태어나 인외의 길을 걷는 이들은 많아.”

“인외로 태어나 인간의 길을 걷는 이들도 많지.”

“하지만 그들은 결국 비극으로 삶이 끝이나.”

“죽음이 비극이라면 네인의 삶은 과거나 현재나 미래나 전부 비극이야.”

“죽음이 문제가 아니라는 것도 잘 알잖아? 인.”


인은 표정을 구겼다.

안다.

네인의 삶의 방식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죽음이 아니었다.

‘사람’이었다.


“사람, 그중 종족은 인간이 가장 많을 테니 인간으로 예시를 들어볼까? 인간은 추악해.”

“추악하지 않아.”

“그런 인간도 있지. 아닌 인간이 더 많고.”

“선한 인간은?”

“있지, 악한 인간이 더 많지만.”

“애매한 인간들은 어쩔 거냐?”

“애매하면 손을 안 대면 되지. 네인이 싫어할 테니까.”


팔락


책이 한 장 더 넘어가자 커다란 시체의 산속에서 커다란 나무가 자라기 시작했다.


“... 너는 이렇게 될 거라는 걸 확신하는 건가?”

“어. 네인이 인간으로 산다는 전제하에 100%.”


커다란 나무의 껍질은 하얗고 나뭇잎은 검었다.


“인.”

“뭐냐?”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 너는 지금 ‘어디’냐?”

“뼈가 있는 질문이군.”

“대답해라. 너는 지금 어느 쪽이야.”

“중립.”

“... 그 말은 대답이 안 된다.”

“너는 뭔가 알고 있나?”


인의 질문에 에피소드는 대답했다.


“지금 내가 본 우리들은 세 가지로 분류됐다.”

“세 가지?”

“방관자, 죽음, 삶.”

“... 대충 뭔지 알 것 같군.”

“방관자는 나를 포함한 10번 둘 뿐이지. 나머지는 적어도 죽음과 삶 어느 쪽에 가담하고 있을 것이고.”


여기서 방관자, 죽음, 삶은 네인을 대하는 각 인격의 태도에 대한 것이다.

네인을 그저 지켜볼 것인지, 죽일 것인지, 살릴 것인지.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판단하고 ‘더 나은’ 결과를 위해 그걸 정했다.


“8번 너는 어디냐.”“중립.”


다시 한번 인이 중립이라는 말을 하고 난 뒤 책으로 변한 에피소드는 완전히 책을 덮었다.


“네 의견은 잘 알겠어.”


여기까지의 정보를 듣고 중립이라는 말을 한다는 건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는 말, 그리고 어느 쪽이든 네인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걸 확신하는 말이기도 했다.


“죽어도 상관없다. 살아도 상관없다. 확실히 네인은 그런 편이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지겠어.”

“너는 여전히 방관자로 살 건가?”

“애초에 내 삶의 목적은 방관이었으니까. 10번은 잘 모르겠지만.”


10번.

10번에 대한 정보는 10번을 제외한 나머지 인격들도 잘 모른다.

알고 있는 사실은 가장 늦게 만들어진 인격이라는 것 그리고 네인을 포함한 각 인격 중 유일한 ‘이중인격’이라는 사실.


“이제 1번과 9번한테 갈 건가?”

“그래.”

“조심하는 게 좋아. 그 녀석들 굉장한 거물을 만나고 있으니까?”

“세계수?”

“... 알고있었군.”

“6번과 7번을 만날 때 동선까지 확인했으니까.”

“그럼 잘 가라. 두 번 다시 만나지 말자고.”

“그래.”


책으로 변해있던 에피소드는 다시 목각인형의 모습으로 변해 화면을 바라보고 있다.


“인. 이 상황을 바꾸려면 가장 중요한 건 네인이다.”

“어. 알고 있어.”


네인을 죽이려고 하는 인격, 네인을 살리려는 인격 그리고 이 상황을 방관하는 인격.

이런 사태가 벌어지는 이유는 아직 네인이 자신의 인생에 방향을 잡지 않아서다.

살려고 사는 것도 아니고 죽으려고 사는 것도 아니다.

그런 어중간한 상황에서 네인의 상태는 계속해서 악화되었다.

그 해결책을 인격들은 각자의 방법을 통해 계속해서 찾고 궁구해서 살리자는 파벌과 죽이자는 파벌이 나뉘어졌다.

물론 이 모든 건 서로 대화 하나 없이 이루어진 상황이다 보니 서로가 네인을 죽일지 살릴지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말 그대로 서로가 적인지 아군인지 모르는 마피아 게임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네인의 삶의 방향을 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그런 네인이 삶의 방향을 어느 쪽이든 정해버리면 이 답도 없는 마피아 게임은 필요 없어진다.


“이제 마지막.”


이 모든 것은 네인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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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세번째 권유 23.07.10 3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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