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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그코크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입니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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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그코크
작품등록일 :
2023.05.11 21:42
최근연재일 :
2024.04.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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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1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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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인(7)

DUMMY

엘프.

엘프는 무릇 외모가 아름답고 활을 잘 쏜다고 알려져 있다. 또 정령 친화력이 좋고 숲에서 살며 마법에도 작품마다 다르지만, 마법에도 능통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럼 검은 어떨까?

검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엘프 특유의 재능 때문에 검보다 활을 선호하기 때문에 검을 잡는 이들이 적은 경우도 있지만 원거리에서 적을 제압할 수 있는 정령과 활의 메리트를 버릴 수 없기 때문에 검은 더더욱 엘프들 사이에서 비선호 되어왔다.

하지만 검은 어디까지나 선호와 비선호의 일.

재능은 종족에 구별을 두지 않는다.

그것이 활을 못 쏘는 엘프라고 하더라도, 정령 친화력이 적은 엘프라 할지더라도.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재능이 있을 것이다.

그 결과물을 1번과 9번은 직접 마주하고 있었다.


“... 엘프가 검? 진짜 에반데.”


세계수의 코앞까지 다가온 1번과 9번은 조금 황당했다.

활을 쏜 엘프 기사와 검을 든 엘프 기사 두 명이서 세계수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근데.. 그 둘이 무지막지하게 강하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9번!”

“미안하지만 기회는 많이 안 줄 거야. 우린 싸우러 온 게 아니니까.”

“젠장...”


1번의 능력은 이 세상에서 가장 약하며 가장 강한 능력이다. 그걸 1번 자기 자신도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능력을 사용할 때 다른 인격의 허가가 필요하다.


“돌아가라 인간.”

“... 너희들 인간을 본 적이 없구나? 우리들 보고 인간이라니.”

“쓸데없는 농담은 하지 않는게 좋을거다.”


활을 든 엘프 기사는 9번을 겨눴다.


“당장 그 미간을 뚫어줄 수도 있으니까.”


9번은 아무런 반응도 없었지만 1번은 이 상황에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9번.”

“왜?”

“이 녀석들 살의가 없는데?”


1번의 의문에 9번은 자신이 저장해 놓은 기억을 더듬기 시작했다.


‘엘프.. 세계수.. 활과 검.’


... 그렇군.


“너희들.. 엘프가 아니구나?”


근본을 따지자면 엘프와 동일하지만, 자세히 분류하면 엘프이자 엘프가 아닌 존재. 하이엘프와 비슷하면서 다른 존재다.


“9번 그러면 이 녀석들 어떻게 할까?”

“제압은 좀 힘들 것 같긴 하네.”

“그럼, 기회 좀 늘려주라.”

“안돼. 말했다시피 싸우러 온 거 아니잖아.”

“젠장.”


1번은 죽이지 않고 저들을 제압할 수단을 모색했다.

수단은 많다. 그런 능력이니까.

문제는 그 수단이 많아도 너무 많고 상대는 상식 외의 존재라는 점이다.

수단이 많아도 먹히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으며 강경하게 대응하다가 죽여버리면 그건 그것대로 곤란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1번은 한 가지 방법을 찾아냈다.


“... 이게 된다고?”

“뭔데?”

“뛰자.”

“어?”


9번은 의문을 표함과 동시에 1번이 뛰자 덩달아 같이 뛰기 시작했다.


“방법은 있는 거지?”

“있어. 그것도 생각 외로 간단한 방법.”


투쾅!


화살이 1번의 미간을 꿰뚫고 땅에 박혀 충격파를 만들어 냈다. 보통이라면 죽었다고 판단하겠지만 상대는 엘프와 근본이 같은 고차원적인 존재.

충격파로 먼지구름이 피어올랐음에도 피어오른 먼지의 내부 흐름마저 파악해 적을 색적한다.

더 정확한 저격을 위해 그들은 상대방이 먼지에서 나오길 기다렸다.


“괜찮아?!”

“그러니까 괜찮다니까.”


먼지구름 사이에서 나온 1번과 9번. 활을 든 기사는 내심 경악했다. 정확하게 미간을 조준했고 그대로 관통했다.


‘재생 능력자인 건가? 그럼..’


활을 든 이는 화살에 마력을 회전시켰다.


“몸채로 갈아버리면 그만이겠지.”


손을 떠난 화살은 공기를 가르며 다시 1번을 향해 날아갔다.

이전과 다르게 관통이 아닌 몸 전체를 믹서기로 갈아버리듯 날려버릴 생각으로 쐈기 때문에 화살은 머리가 아닌 몸으로 향했다.

빠른 속도로 날아든 화살은 1번의 명치에 적중했고 화살에 깃든 마나가 1번의 육체를 뒤틀어버렸다.


콰강!


또다시 피어오른 먼지구름.

그리고 또 멀쩡히 뛰쳐나온 1번.


“위화감...”


이정도로 멀쩡하게 걸어 나오니 한가지 위화감이 들었다.

이번에는 그걸 검증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활을 든 기사는 평지로 내려와 정면에서 그들을 겨눴다.


“야! 쟤..!”

“무시하고 그냥 뛰어!”


활시위에 건 두 개의 화살이 1번과 9번을 향해 날아들었다.

이번에도 회전을 건 마나를 화살에 담아 쏘았기에 이번에도 적중하면 몸을 갈아버릴 것이다.


“피하지 말고 그냥 뛰어!”

“나도 모르겠다!”


1번과 9번은 세계수를 향해 계속해서 달렸다.

그러한 둘의 정면에는 화살이 날아오고 이윽고 둘의 복부에 닿아 신체를 뒤틀었다.

뒤틀었어야 했다.


스르륵...


뒤틀린 신체가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둘은 평범하게 달리기 시작했다.


“오? 이거 뭐야?”

“본체가 쓰는 마법, 최근에 가능해졌나 봐.”

“본체 곁으로 돌아가면 ‘갱신’ 해 봐야겠네. 별의별 게 다 있어.”


한편 눈앞에서 자신의 화살이 먹히지 않 는걸 본 기사는 침착하게 다시 화살을 겨눴다.


‘환각? 혹은 현실 조작계열의 무언가겠군. 기동력은 좋지 않던데 땅은 그 능력의 영향이 갈까?’


활을 든 기사는 1번과 9번의 바로 앞을 겨눴다.


“프람페.”


검을 든 기사가 활을 든 기사를 불렀다.


“네.”

“그만둬라 ‘허가’가 떨어졌다.”

“어머니가요?”

“그래.”


검을 든 기사는 검을 검집에 넣고 1번과 9번에 다가갔다.


“침입자들은 들어라! 그대들은 이 시간부로 어머니의 ‘손님’이 되었다. 예를 차리고 무례를 범하지 말지어다.”


그 말을 듣고 1번과 9번은 뛰는 걸 멈추고 천천히 걸었다.


“어.. 된건가?”

“그런 것 같은데.”


저벅저벅


검을 허리춤에 찬 기사는 1번과 9번에게 말을 걸었다.


“이제부터 당신들은 어머니의 손님입니다. 우선 당부를 드리자면 어머니는 예를 모르는 분께 예를 차리라고 하시는 분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례를 용서하시는 분은 아닙니다.”

“방화, 살인, 도벽, 난동...”

“알 것 같으니 말 안 해주시면 안될까요?”

“예.”


방금 기사가 말한 그것들은 무례가 아니라 그냥 사람이 아닌데?


“그럼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안내를 위해 앞서가는 기사의 뒤에서 1번과 9번은 눈이 마주쳤다.


‘소모된 기회는 몇 번이야?’

‘판정이 후해. 한 번이야.’

‘버프로 취급되는 건가.’

‘정확히는 몰라. 이 마법은 아직 프로토타입인 것 같으니까.’

‘무지막지한 걸 만들어놨네.’


1번과 9번은 커다란 나무, 세계수를 바라봤다.


‘저거 롯X 타워보다 더 크겠지?’

‘어. 10배는 넘었던 걸로 아는데.’

‘10배라... 미쳤네.’


1번은 새삼 이곳이 지구가 아니라는 걸 확신하게 되었다.


‘네인은 지금 괜찮으려나?’

‘너는 그 생각밖에 안 하냐?’

‘나는 당장 신경 쓸 일이 그것뿐이니까. 너는?’

‘아직 몰라. 그걸 알기 위해 이곳에 온 거니까.’


1번이 밖에 나온 이유. 그건 9번이 같이 나가자고 부탁했기 때문이다.

애초에 1번은 네인처럼 밖을 나가기 싫어했다. 물론 무조건 밖을 안 나가는 건 아니라서 9번의 제안을 승낙한 것이지만 1번은 아직 9번이 왜 세계수를 만나려 하는 건에 대해 얘기를 듣지 못했다.


‘이유 알려줄 거야?’

‘정답을 얻으면. 애매해도 알려줄게.’


비장한 얼굴로 변한 9번을 보고 1번은 더 말을 이어 나갈 수 없었다.

9번은 능력 때문에 전지의 능력을 계속해서 써야 만했다. 그래서 다른 인격보다 이 세계에 더 잘 알고 있는 인격.

그런 9번이 몰라서 물어봐야 한다는 건 도대체 뭘까.

이유는 당연히 한 가지밖에 없을 것이다.


‘네인과 관련된 건가.’

‘어.’


네인.

우리들의 본체. 그리고 이날 이후로 우리 둘은 그에 대한 수식어가 한 가지 더 늘어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진입하겠습니다.”


꿀렁..


기사는 세계수의 뿌리 부근의 입구 그 입구에 녹색의 슬라임 같은 벽으로 들어갔다.

1번과 9번도 뒤따라 들어갔다.


“...!”

“입구를 슬라임 같은 걸로 막아놓은 이유가 이건가?”

“놀랍군요. 이곳에 들어온 엘프를 제외한 이들은 대부분 개운한 기분 외에 못 느끼는데.”


1번과 9번은 세계수의 안에 들어오자 자신의 몸안에 스며드는 생명력을 느꼈다.

생명력이라고 하더라도 세계수와 인접해 있는 엘프를 제외한 다른 종족은 조금 막연하게 느껴질 거다.

정령사가 사용하는 정령 마나가 가장 근접한 형태지만 그마저도 비슷한, 근본이 전혀 다른 형태다.

설명하기는 어렵다. 생명이 태어나면서 가지고 있는 힘임과 동시에 죽을 때까지 사용되는 힘.

사용한다고 사용할 수 있는 힘이 아닐뿐더러 사용하지 않는다고 사용되지 않는 힘.

그저 순수한 생명의 힘.

그것 외에는 설명이 불가능하니까.


“뭐.. 일단 저희들은 살아있지 않으니까요.”

“네?”


외부에서 생명력을 느끼는 방법은 흔히 한 가지 방법이다.

생명력의 편차가 심한 환경을 직접 체감하는 방법.

1번과 9번이 느끼는 방법은 흔하지 않은 두 번째 방법.

신체 내의 생명력이 전무한 경우다.


“그냥 가시죠.”

“네.”


나무를 오르면서 1번과 9번은 몸 안의 어딘가에서 새싹이 자라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계속해서 확인해 보면 새싹은커녕 몸 전체에 아무런 변화도 없는데도 말이다.

1번은 9번을 바라봤다.

9번은 어딘가 초조해 보였다.

밖에 나가자는 걸 제안할 때도 그렇고 지금까지도 늘 초조해 보였다.

과연 저 초조함의 이유가 무엇인지 1번으로써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래도 곧 저 위에 도달하면 알게 될 것 같다는 것 정도는 안다.

무엇이 9번을 저리 초조하게 만드는 것인지.

한참을 걸어 올라가 도착한 곳은 주변이 탁 트인 광장 같은 느낌의 공간.


“높네.”

“높다.”


높다는 감상과 함께 저 멀리 커다란 왕좌에 앉아있던 엘프가 걸어오고 있었다.


“어서 오시지요. 어머니의 손님분들.”


분명 멀리 있지만 바로 옆에서 들리는 소리에 잠깐 놀랐지만 이내 다시 침착함을 유지했다.


“후후.. 보통이면 다들 마법이나 정령술이냐고 묻는데 두 분은 아무것도 묻지 않으시군요.”

“나는 모르는데 9번은 알지도?”

“... 세계수 자체가 스피커 역할을 하는 거야.”


세계수 안의 엘프.

9번이 찾아본 정보로는 세계수 안의 엘프는 하이 엘프가 일반적이지만 이번 대에는 하프 엘프가 자리 잡고 있다.

하프, 보통 타 종과 섞인 아이를 지칭하는 존재로 저 하프 엘프의 반은 드래곤이다.


“그나저나 세계수의 무녀가 이곳에 있다라... 우리가 적의가 없다는 걸 세계수도 인지하고 있다는 뜻이겠지?”

“예. 당신들의 목적은 모르지만 적어도 적의가 없다는 걸 알고 이곳에 들인 것. 모두 어머니의 뜻입니다.”

“나는 세계수 당신에게 질문을 하러 왔어.”

“옆의 분은?”

“동행자. 나는 여기 볼일이 없거든.”

“그렇군요.”


하프 엘프의 몸에서 알 수 없는 기운이 흐르기 시작했다.

동시에 주변이 숲처럼 식물이 자라나기 시작하더니 하나의 길이 만들어졌다.


“어서 오시지요.”


분명 같은 목소리임에도 다른 느낌이 들었다.

둘은 반박하지 않고 길을 따라 걸었다.

분명 이곳은 나무 안인데 흙이 밟히는 것 같고 정말로 숲에 들어온 느낌이 들었다.

얼마 안 가 눈에 탁 트이는 장소에 큰 나무에 앉은 하프 엘프가 1번과 9번을 맞이했다.

하프 엘프, 분명 그 외견은 하프 엘프지만 느껴지는 힘으로는 분명 세계수의 느낌이었다.


“무슨 일로 이곳에 오셨습니까? 만들어진 자들이여.”

“세 개의 질문을 하러 왔어.”

“그쪽의 남성체 분은?”

“나는 구경.”

“그렇군요. 그럼 질문을 한번 해보시지요.”


9번은 비장한 표정으로 세계수에게 말을 걸었다.


“네인, 네인 레비탄이라는 인간을 알아?”


작가의말

이제야 인격파트가 끝이 보이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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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문답 23.08.24 14 0 12쪽
75 깨어남 23.08.21 16 0 11쪽
74 네인(8) 23.08.18 15 0 11쪽
» 네인(7) 23.08.15 15 0 12쪽
72 네인(6) 23.08.10 15 0 12쪽
71 네인(5) 23.08.08 13 0 13쪽
70 네인(4) 23.08.04 18 1 12쪽
69 네인(3) 23.08.02 19 1 11쪽
68 네인(2) 23.08.01 17 1 14쪽
67 네인 23.07.29 21 0 14쪽
66 심상 세계 23.07.26 19 0 11쪽
65 갈림길 23.07.21 22 0 11쪽
64 또 다른 이야기 23.07.20 20 0 11쪽
63 마지막의 마지막 23.07.19 25 0 11쪽
62 제약 혹은 약속 23.07.18 22 0 12쪽
61 인간의 의미 23.07.17 25 0 11쪽
60 싸움의 기준 23.07.12 25 0 11쪽
59 이야기의 방향 23.07.11 27 0 11쪽
58 세번째 권유 23.07.10 27 0 11쪽
57 운명의 증명 23.07.07 30 0 11쪽
56 D-Day 23.07.06 2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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