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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그코크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입니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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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그코크
작품등록일 :
2023.05.11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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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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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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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 혹은 약속

DUMMY

3년과 4년 사이.

네인은 그 어떤 인간보다 많은 변화를 보였다.

익스퍼트라는 자리와 마법사라는 모습에 깊이가 눈에 띄게 깊어졌으니까.

레비탄 백작은 네인이 곧 마스터의 경지에 도달할 거라 말했다.

마법사, 정확히는 마검사인 레비탄 백작 부인은 네인의 마법사로서의 의지가 강하다고 했다.

네인은 자신에 대한 말에 대해 반응하지 않았다.

키는 변하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단련을 꾸준히 함에도 육체적인 변화는 크지 않아 주변인들이 전부 의아하긴 했지만, 네인은 그것마저 반응하지 않았다.

무시는 아니다.

무시라고 하기에는 네인에 대한 그때의 평가는 어딘가 위태로운 상황이었으니까.

아마 주변을 파악하는 것에 대한 여유가 없었다는 게 백작가의 모든 이들이 내린 판단이었다.

네인의 상황에 대해 백작가 내에서는 가설이 많았다

급격한 경지의 상승으로 인한 정신이 위태롭다거나 번아웃이 왔다거나 하는 얘기는 있었다.

에이는 신경 쓰지 않았다.

네인이 어련히 잘할 거라 생각했으니까. 게다가 네인의 상태는 나날이 좋아지기도 했고 이윽고 이내 네인은 자신이 백작가에 온 4년째가 가까워졌을 때 이전의 상태로 되돌아갔다.

그리고 완전히 처음 만난 그때의 상태라고 생각하던 그날 밤.

목격하고 말았다.

네인이 어떻게 제정신을 유지하는지.

한밤중의 레비탄 백작가.

에이는 늘 그렇듯 늦게까지 검을 잡아 연무장에서 검을 휘둘렀다.

고요한 백작가의 밤은 늘 그렇듯 연무장에서 검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만이 들렸었다.


질퍽!


진흙이 밟히는 소리에 에이는 누구라도 왔나 싶어 소리가 난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곳에 있었던 건 인간이 아닌 무언가.


꿈뻑.


그 무언가가 눈을 뜨자. 드래곤 시절 그때 처음 느꼈던 공포라는 감정이 떠올랐다.

압도적인 무언가에 에이는 아무것도 할수 없었다.

그 무언가는 에이를 직시하면서 몸을 부풀렸다.

이내 인간의 형태가 되어 따라오라 손짓했다.

에이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적의가 없다고 판단해 따라갔다.

무언가는 백작가의 저택으로 들어갔다.

에이도 뒤따라가면서 그 무언가를 계속 관찰했다.

인간의 형태로 부풀리면서 키는 180cm 정도로 커졌고 눈은 왼쪽 눈알만 드러낸 상태.

몸의 형태도 인간으로 치면 어느 정도 덩치가 있어 보는 형상이었다.

하지만 가장 큰 의문점이 있었다.


‘익숙하다...’


어딘지 모르게 아는 사람을 대하는 느낌이 들었다. 분명 그 어떤 부분도 자신이 아는 누군가와 접점이 없는 모습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쩌억..


인간이라면 입이라 할만한 부분이 열리면서 무언가는 말했다.


“[미안하군.]”

“..!”


에이는 무언가의 목소리르 들었을 때 순간적으로 두 가지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하나는 소름이 끼쳤다는 것.

이상할 정도로 이질적인, 그리고 공포를 느끼게 하는 목소리였다.

두 번째는 당황.

무언가의 목소리는 매우 익숙한 목소리였다. 그리고 근래 가장 가까웠던 이의 목소리.


“..네인? 네인인가!”


무언가는 대답하지 않았다.


“네인!”


무언가는 멈추더니 머리만을 돌려 에이를 바라봤다.

시선이 마주치자, 공포가 엄습해 왔다. 다행이라면 연무장에서보다 그 공포가 덜 느껴진다는 것.


“[나는 네인이 아니다. 그리고 네인이기도 하지.]”

“그게 무슨 말이냐. 네인.”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대답이 아닌 것 같군.]”


무언가는 네인의 방문을 가르키면서 말했다.


“[본체를 찾아가라. 그러면 답을 얻을 것이다. 답을 얻기 두렵다면 다가가지 않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

“그게 무슨..!”


파스스..


무언가는 바람의 흩날리는 모래처럼 흩날려 사라지기 시작했다.


“[다시는 보지 않았으면 좋겠군.]”

“네인!”

“[나는 본체를 존중하지만, 그것보다 본체가 더 살았으면 한다. 그러니 부탁하지. 본체를...]”

“본체? 존중? 살았으면 한다는 건 뭔데!”

“[답을 알고 싶으면 들어가라.]”


그 말을 끝으로 무언가는 형태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에이로써는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두려울 정도의 존재감을 가진 무언가.

그리고 그 무언가가 본체라 칭하는 네인.


[답을 알고 싶으면 들어가라.]


전생자들은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비밀을 안고 산다. 하지만 네인이 안고 있는 비밀은 한가지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중 하나가 지금의 현상일 것이다.


“.. 들어가는 수밖에 없군.”


에이는 네인의 방문을 들어갔다.

네인의 방안에는 침대, 창문 그리고 책상이 각각 한 개. 그리고 책장이 나머지 공간을 가득 채웠다.

마법사이기도 했고 책을 좋아하는 네인이 방안에서 볼 수 있도록 도서관 채로 옮겨놓은 듯한 책장.

그것들이 전부 없었다.


“여긴..!”


찰팍


방바닥에는 액체가 밟혔다.

문을 보면 문밖으로는 액체가 흘러 나가지 않았다.


“여긴 도대체...”


어둠.

네인의 방 안에는 어둠이 보였다.

그리고 저 끝에 보이는 붉은 빛.

에이는 그곳에 네인이 있다는 걸 직감했다.

에이가 방 안으로 들어서자, 방문은 자동으로 닫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이제 되돌아갈 수 없다.

에이는 붉은 빛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빛을 향해 나아가면서 액체를 밟는 소리는 더더욱 선명해졌고 가끔 물컹한 뭔가도 밟히는 것 같았다.

긁는 소리와 무언가 짓뭉개지는 소리마저 들렸다.

다가가면서 그 소리가 커지는 걸 느끼며 저 붉은 빛 안에서 무언가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과 함께 그게 네인이라는 걸 직감했다.

어떤 모습인지 모른 채.

다가가면서 빛 안의 움직임 그리고 형태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에이는 표정이 일그러지면서 달리기 시작했다.

그럴 리 없다는 생각과 어째서? 라는 의문이 담긴 표정으로.

그리고 빛의 코앞에 도착한 에이는 네인을 불렀다.


“네인!”


네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대답할 수 없었다.

지금 네인은 몸은 도저히 살아있는 사람의 모습이 아니었으니까.


“네인! 정신 차려라!”


소리라도 들었는지 네인은 천천히 에이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 에.. 이?”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냐!”

“에이..? 네가 왜...?”

“당장..!”


파앗!


네인만을 비추던 붉은 빛이 공간 전체를 비추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주변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여기는 도대체...”


에이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의문을 느꼈던 액체의 정체는 피였으며 물컹한 뭔가는 살덩이였으니까.


“에이 너 도대체 어떻게 여기 있는 거야?”


그리고 에이는 그 피와 살덩이가 어디에서 나온 건지 알 것 같았다.


“지금 그게 중요한가?”

“중요하지.”

“지금 네 상태는 어떻고!”


공중에서 메달린 네인의 상태는 시체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것도 정상적인 시체가 아닌 심각하게 파괴된 시체.

얼굴에는 피부가 여기저기 찢어져 있으며 입술과 왼쪽 눈은 없었다.

손톱과 발톱도 없었으며 다리는 여기저기 난도질당해있었으며 복부에는 장기가 뜯겨저 나간 듯 비어있었다.


철퍼덕


공중에서 내려온 네인 곧바로 바닥에 쓰러졌다.


“네인!”

“걱정하지 마. 안 죽어.”

“지금 그게 말이라고..!”


철컥


둔탁한 철 울림과 함께 네인의 몸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안 죽는다고.”

“네인.. 그것보다 여기는..!”


따악!


네인이 손가락을 튕기니 피와 살덩어리로 가득한 공간이 원래 네인의 방으로 되돌아왔다.


“우선 우리 둘 다 설명이 필요할 것 같네. 질문해 봐 에이. 내가 먼저 대답해 줄게.”

“도대체 거긴 뭐였던 거야? 너는 그곳에서 뭘 하는 거고!”

“... 좀 긴 얘기가 될 테니까 일단 앉아.”


네인은 입에 막대사탕을 물어 침대에 앉았다. 에이도 의자를 갖고 와 네인의 앞에 앉았다.


“별거 아닌 일이라고 하면 아마 안 믿겠지.”

“당연하지. 그게 별거 아닌 일이라고 볼 수가 없으니까.”

“.. 설명할 각오는 있었는데 막상 입을 열려고 하니 말이 안 나오네.”


까드득


네인은 입에 문 사탕을 깨부숴 삼키고 난 뒤 입을 열었다.


“내가 아까의 공간에서 한 행동은 제약 때문이야.”

“제약?”

“내 능력에 대한 제약.”

“능력이라면..”

“전지전능.”


전지전능.

무엇이든 알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능력.

네인에 에이에게 설명할 때 이렇게 말했었다.


“계속.. 그렇게 고통받아야 하는 건가?”

“그건 아니야. 애초에 처음부터 제약은 없었거든.”

“... 뭐?”

“제약은 내가 만든 거야.”


자신이 만든 제약에 고통받는다. 에이는 그 사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왜? 도대체 왜..?”

“그냥.. 뭐. 이것까지 설명해야 한다는 게 참 난해한데... 대답해준다고 했으니 대답해야겠지.”


조금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은 네인은 무표정한 얼굴로 바꾸더니 입을 다시 열었다.


“올바르지 않으니까.”

“올바르지 않다고?”

“애초에 전지전능이라는 능력은 개인에게 주어져서는 안 되는 능력이야. 어쩌다 보니 내가 얻게 되었고 사용해보고 싶었던 능력이기도 하지만 그와 별개로 그래서는 안 되는 능력이기도 하지.”

“그래서 제약을 만든 건가?”

“참고로 그 방에서 했던 행동은 제약이 아닌 제약에 대한 부작용을 억제하기 위한 행동이었어.”

“그럼, 그 제약은 도대체 뭔데?”

“.. 그건 말을 못 해주겠네.”

“네인!”

“걱정마. 위험한 건 아니야.”

“그럴 리가 없잖아!”


단순히 부작용을 억제하기 위해서 고문.. 좀더 정확히는 잔인한 방법으로 자신의 신체를 도려내는 작업이 부작용을 억제하는 방법이라면 당연히 그 ‘제약’도 그에 필적하는 혹은 더 위험한 일이라는 건 누구든지 떠올릴 수 있는 생각이다.


“그럼 이번엔 내가 물을게. 널 그곳에 데려다준 녀석은 누구야?”

“.. 나도 모른다.”

“모른다고?”

“하지만 너와 비슷하다고 느껴졌지. 조금 괴기하고 두려웠다는 점만 빼면.”

“.. 그 녀석인가?”

“그리고 널 본체라 말했다.”

“그 녀석 맞네.”


네인의 의문이 본체라는 단어에서 확신으로 바뀌었다.


“네인. 그건 네 분신인가?”

“분신은 아니야. 하지만 견해에 따라 분신으로 볼 수도 있겠네.”

“어느 쪽이지?”

“어느 쪽이든 상관없어. 그 녀석도 나도 어느 쪽이든 신경 쓰지 않을 테니까.”


네인은 창문을 열어 창밖을 내다보며 말했다.


“질문은 더 없어? 나는 이제 없는데.”

“제약. 제약에 대해 알려줘.”

“별거 아니라니까 그러네..”

“그럼 알려줘.”

“.. 하여간 고집은 세서.”


네인은 에이이게 다가가 이마를 툭 쳤다.

그 순간, 에이는 시야가 다른 광경을 바뀌는 걸 느꼈다.

정신을 차리니 어딘지 모를 폐허.


“아아...”


높고 가느다란 어린아이의 목소리. 그 목소리가 자신의 입에서 나오는 게 느껴졌다.


“아...”


속이 울렁거렸다.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고 머리는 뜨거웠다.


“아아아아아!!!!”


비명을 질렀다.

왜 지르는지 알 수 없었다. 아니 알았다.

가족이 죽었다.

마을 사람들이 죽었다.

친구가 죽었다.

아무런 죄 없는 사람들이 죽었다.


“으아아아아아!!”


나 때문에.


따악!


다시 한번 이마에 느껴지는 충격에 에이는 정신을 차렸다.


“방금... 우웩..!”

정신을 차린 에이는 헛구역질을 했다.

속이 뒤틀리는 역겨움이, 머리가 타오를 듯한 분노가 아직 에이의 안에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네인.. 방금 그건.”

“내가 나 자신한테 건 제약. 방금 그건 맛보기고 내가 평소에 건 제약은 이것보다 좀 더 길지.”

“길.. 다면?”

“일평생.”

“일평생?”


방금.. 그것의 일평생? 그런 의문이 떠오르기 전 네인이 추가한 말이 에이의 생각을 멈췄다.


“곱하기 100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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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갈림길 23.07.21 24 0 11쪽
64 또 다른 이야기 23.07.20 2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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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약 혹은 약속 23.07.18 2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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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세번째 권유 23.07.10 3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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