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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그코크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입니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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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그코크
작품등록일 :
2023.05.11 21:42
최근연재일 :
2024.05.28 08:00
연재수 :
1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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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04,358

작성
23.08.0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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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네인(3)

DUMMY

산속에서 두 명의 남녀가 싸우고 있었다.


“저기.. 그만두면 안 될까?”

“불허한다. 본교에 쳐들어와서 이렇게까지 난동을 부리고 무사히 나간다면 본좌의 체면이 구겨지니까.”

“체면 되게 신경 쓰네.”

“그게 무림인이라는 것이다.”


쾅!


또다시 손과 칼이 부딪혔다.

천마, 천율령은 처음에는 상대가 조법 혹은 권법을 사용하는 반로환동의 고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싸움이 이어질수록 그 생각이 바뀌기 시작한다.

상대는 반로환동을 이룬 고수가 아니다. 애초에 무공을 익힌 무림인조차 아니다.

애초에... 쌓아올린 무(武)라는 게 없는 놈이다.

그저 자신의 검을 보고 막고 있는 것일 뿐 다른 의념이나 행동은 일절 보이지 않았다.


“당대의 천마는 인간적인 면모가 있네.”

“그것참 평가가 신기하구나!”


이미 수백 합을 나눴음에도 상대방은 자신의 공격을 한 손으로 막아내기만 할 뿐 다른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그게 천율령의 자존심을 긁었다.


“천마신공을 원하나? 그럼 보여주지. 본좌의 천마신공을!”

“그건 필요 없는데.”


천마신공


흑검(黑劍).


천율령의 검이 검게 물들었다. 그리고 세로로 벤다.

천마신공은 딱히 초식이라던가 형(形)이랄게 없다. 그저 천마신공 위에 자신이 쌓아 올린 무를 올려 자신의 무로써 화한다. 머나먼 과거부터 현재까지 천마신공은 그렇게 사용되어왔다.


“이거.. 완전 곤란한데.”


자신에게 향해오는 검은 검격.

6번은 한 손으로 잡았다.


콰드득!


아까 전과 다르게 손에 힘을 주고 검격을 잡아 깨부쉈다.

산산조각난 검격은 공기 중으로 산화했다.


“꽤 위험한 걸 쓰네.”

“하! 네놈만 할까!”


천마신공 흑검

천율령, 당대의 천마인 그녀의 절초이자 자신인 흑검이 어려 보이는 외관의 남자애에게 손에 쥐어진 것으로 깨어진 게 그녀로서도 자존심이 상했지만 이내 생각을 고쳐먹었다.


‘괴물이군... 적어도 인간, 현경은 아니다.’


감히 인간이 넘볼 수 없는 요괴 혹은 신수. 천율령은 그렇게 판단했다.


‘내단은 있겠지. 아니.. 내단까지 필요할까?’


저것을 죽이면 나는 지금보다 더 높이 올라가 있을 테니까!

천율령은 흑검을 유지한 채로 6번에게 덤벼들었다.

6번은 계속해서 자신을 향하는 검을 한 손으로 쳐내며 막기만 했다.

아까와 다른 점이라면 저 작은 아이가 손으로 검을 쳐냈을 때 밀려났다는 느낌이라면 이번에는 밀어내는 느낌이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겠지.’


지금까지 계속 상대는 한 손만 사용했다. 자만인가 싶었지만 이내 계속해서 한 손만 사용하는 모습을 보면 한 손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것 같다.

하지만.. 딱히 약점이라고 볼 수 없는 게 말 그대로 막는데 사용되는 손이 한 손이라는 점이다.

왼쪽으로 날아오는 공격을 사용할 때는 왼손, 오른쪽은 오른손을 사용한다.

한 손으로 막고 한 손으로 공격을 하면 되지 않나? 라는 의문은 계속되었고 결국 천율령은 입을 열었다.


“왜 한 손으로만 막고 공격은 안 하지?”

“어? 왜?”

“왜 공격을 안 하고 있느냔 말이다.”

“그야. 내 목적은 천마신공이지. 당신을 죽이는 게 아니니까.”

“.... 하!”


콰가가강!


천율령의 몸에서 막대한 천마신공의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본좌는... 천마다.”

“알아.”

“누구보다 강하고 누구보다 위에 있는 존재지.”

“알아.”

“그런데... 그런 본좌와의 싸움 중에 다른 생각을 해?”

“그야 내 목적은 처음부터 천마신공이었지 싸움이 아니었으니까.”

“.. 하! 그래, 주마.”


천율령이 뿜어내 하늘을 가린 막대한 기운이 검 하나에 응축되기 시작했다.


“이 검을 받아낼 수만 있다면 말이지.”

“아...”

“받아보거라. 이것이 본좌다.”


천마신공


천마(天魔)


마(魔)란 무엇인가?

마(魔)는 두려운 것이다.

왜 두려운 것인가.

그것은 반대되기 때문이다.

인간의 인의(人義)에.

인간의 세계(世界)에.

인간이라는 것을 구성하는 모든 것에 반(反)하기 때문이다.

닿지 못하는 하늘을 바라보는 인간이기에 그에 모든 것을 반하는 마이기 때문에 천마신공은 인간을 구성하는 모든 것을 반하고 아우러 보는 하늘에 반하는 것이기에.

그 무엇보다 강하다.

그 무엇보다 고고하다.

그 무엇보다 위에서 군림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의 검격은 천율령이 천마가 된 이후로 깨달은 일검(一劍)이자. 자신의 전체라고 봐도 무방할 필살의 절초.


‘이거.. 못막겠는데.’


6번은 깨달았다. 이건 못 막는다고.

애초에 막는 건 특기가 아니고 애초에 지금까지 천율령의 검을 막을 수 있던 건 7번에게 빌린 힘 덕분이었다.

하지만 빌린 힘으로 저건 못 막기에 이번에는 생각을 바꿨다.


‘어쩔 수 없네.’


6번은 막는 걸 포기하고 자신에게 날아오는 검격을 쳐다봤다.

무반응.

반응하지 않았다.

그걸 보고 천율령은 포기한 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검격은 6번의 몸에 닿았다. 그리고...


깨장창!


깨졌다.

천마신공이.


“어..?”


천율령은 당황했다. 자신의, 지금까지의 모든 것을 건 의념이 담긴 일검이었다. 근데... 그게 몸에 닿자 깨지듯 사라졌다.


“미안하네. 자신의 모든 것을 담은 일검이었을 텐데. 이렇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줘서.”

“...!”


잠깐 당황하는 사이 천율령은 자신의 배후가 잡혔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마지막으로 말하는데. 천마신공은 정말로 안 넘겨줄 건가?”

“아니.. 주지. 그런 약속이었으니까?”

“정말? 근데 정말로 괜찮아? 외부인에게 신공을 신교의 보물 중에서 가장 중요한 보물을 넘겨주는 꼴이잖아.”

“이미 약속한 일이다. 허무하지만 졌으니 약속은 지켜야지.”


6번은 이런 부분에서 마교가 정파보다 더 말이 잘 통해서 신기했다.


“무리해서 넘겨줄 필요는 없어. 딱히 여기서 못 얻으면 다른 수단이 있거든.”

“... 뭐?”


얘기를 들은 천율령은 어이가 없었다. 천마신공은 신교에서 엄격히 관리하는 신공절학이자 신교의 천마와 소교주에게만 전해지는 기밀 중의 기밀이자 보물이다. 그런데 다른 수단이 있다?


“훔칠 생각인가?”

“그건 아니야. 말 그대로 다른 방법이 있거든. 물론 다른 사람은 시도조차 못 내는 방법이지만.”


거짓말은 아니라고 느껴졌다. 이 정도의 강자가 굳이 거짓말로 자신을 속여 얻는 이득이 없으니까.


“결국 그 녀석의 손을 벌려야 되나?”

“그 녀석?”

“흠.. 말해줘도 되나? 뭐 상관없겠지. 정보수집에 있어서 절대적인 녀석이 있거든. 아마 그녀석은 천마신공의 구결도 알고 있을 거야.”

“.... 그런데 왜 굳이 이곳에 온 거지?”

“그야.. 없으면 그 녀석이 새로 알아내야 하는데 그게 상당해 부담이 가는 일이거든, 그리고 또 사본이라도 서책의 형태로 얻어놓는 게 좋지 않을까 해서... 아하하하하!”


6번이 뻘쭘하게 웃는 모습에서 천율령은 당혹스러웠다.


“뭐.. 이번 경우에는 미안하네. 쓸데없이 교인의 목숨을 없애버려서.”

“아니.. 천마신공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으니까. 상관없다.”

“그런 부분은 딱히 좋아하지 않는데... 역시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가면 안 되겠네.”

“뭐가 말인가?”

“잠깐 실례.”


6번은 천율령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손을 올린 어깨에서 금이 가기 시작했다.


쩌적!


금이 간 소리가 나자마자 천율령은 손을 뿌리치고 뒤로 물러났다.


“네놈..!”


쩌저적!


어깨에 간 금이 몸 전체로 퍼지기 시작했다.


“본좌를 죽일 셈이냐!”

“잠깐 기다려 봐. 독은 아니니까.”

“그걸 묻는 게 아니라..!”


쩌적..


어깨에서 시작한 금이 전신으로 퍼져 이윽고 전신으로 퍼져버렸다. 그리고...


콰장창!


깨져 무너져 내렸다.


“괜찮아? 처음 시도해 보는 거긴 한데 잘 된 것 같은데.”

“... 이건?”


천율령의 몸은 깨져 무너져 내렸다. 그랬어야 할 터이다. 본인도 몸이 깨져버렸다고 생각할 온몸이 제 기능을 못 했는데. 오히려 지금은...


“상쾌하군.”


그 어느 때보다 더할 나위 없는 절호조인 상태다.


“흠.. 다행이네 잘됐어.”

“무엇을.. 한건가?”

“설명하려면 우선 내 이름부터 설명해야 하는데. 내 이름은 크랙이야.”

“크.. 뭔가?”

“이곳 중원 이름으로는 파(破)라는 이름으로 해석되려나?”

“파? 너무 단순한 이름이로군. 근데 그게 무슨 이유인가?”

“내 힘은 이름과 마찬가지로 깨트리는 힘이거든, 그게 무엇이든 간에. 비단 이 힘은 물건에 제한되지는 않거든.”

“... 내 몸 상태를 깨트렸다는 건가?”

“정답. 좀 더 정확히 구별하자면 상처 입었다는 사실을 깨트렸다는 거지만.”


이게... 말이 되는 능력인 건가?


“너는 뭐냐?”

“도구. 누군가의 인생을 편하게 하기 위한 도구.”

“도구? 네 놈 정도의 강자가?”

“도구라는 표현은 좀 너무한가? 그럼, 인형이라면 이해되나?”

“그게 그거 아닌가?”

“그건 그렇지.”


태연하게 자신을 폄하하는 6번을 보고 천율령은 이해하지 못했다.


“왜.. 그정도의 힘을 가지고 인형을 자처하는 거지?”

“왜? 라고 물어봐도... 어쩔수 없거든. 그렇게 태어났으니까.”

“하지만 너는..!”

“그 굴레를 벗어날 힘이 있잖아. 라고? 나도 알아. 잘 알지.”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도 그런 힘이 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우리를 만든 창조주께서는 사리사욕이 그렇게 막 없거든. 만들어진 우리도. 그래서 인형 정도의 삶이면 충분하지.”

“누군가에게 이용되는 삶이더라도?”

“상관없어. 애초에 그러기 위해 만들어졌고 나도 동의한 삶이니까.”

“이해할 수 없군.”

“이해를 바란 삶의 방식이 아니니까.”


우드득..


6번은 오른쪽 손목을 꺾어 팔과 손을 분리했다.


“이건 교인들을 죽여버린 대가라고 칠게.”

“..?!”


6번이 꺾어버린 손목에서 하얀 기운이 흘러나왔다.

흘러나온 기운은 이윽고 산을 타고 올라가 시체를 뒤덮기 시작했다.


콰직, 우드득, 콰가강!


하얀 기운에 뒤덮인 시체에 부러지고, 부서지며, 파괴되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처음 강렬하게 났던 소리는 시간이 지나자 점점 줄어드니 이윽고 잠잠해졌다.

잠잠해지자 하얀 기운은 다시 6번의 부러진 손목으로 흡수되기 시작했다.

힘이 흡수되면서 시체가 있던 자리에는 사람들이 누워있다.


“죽은 사람에게는 처음 시도해 보는 일이지만 다들 살아있을 거야. 언제 깨어날지 모른다는 게 난점이지만, 뭐 죽지 않았으면 깨어나겠지.”

“...”


천율령은 이 광경을 보고 한가지 생각이 들었다.

하늘을 거슬렀다.

천명이라 할 수 있는 인간의 목숨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주물렀다.

그게 가능한 존재가 인간인가?


“네놈은.. 하늘이 만든 도구인가?”

“음? 흠.. 생각해서 그런 결론이 나온 건가?”

“대답해라. 네놈은 대체 누구냐.”

“오! 이거 생각지도 못한 질문이네.”


네인이 계속해서 자기 자신에게 한 질문, 그리고 동시에 우리 10개의 인격이 태어날 때 서로에게 한 질문.

나는 누구인가.

네인은 대답을 알고 있었다. 다만 역시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해서 계속해서 질문을 하고 대답을 이어갔지만, 우리들은 달랐다.


“나는 나야. 누군가의 도구, 그리고 누군가의 인격, 제 6번 크랙.”


이게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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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제약 혹은 약속 23.07.18 2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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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세번째 권유 23.07.10 2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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