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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그코크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입니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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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그코크
작품등록일 :
2023.05.11 21:42
최근연재일 :
2024.05.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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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4,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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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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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의 기준

DUMMY

21분 전.

에이는 공작성에서 설산의 설인의 동굴까지 전속력으로 달려 도착했다.

그리고 그중 가장 강해 보이는 녀석에게 덤벼들었다.

그것은 에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판단이었다.

가능하면 다 그곳에서 막아내고 싶었지만, 자신은 아직 그만한 실력을 갖추지 못했으니까.

그럼 적어도 가장 강한 녀석만큼은 막아내야 하지 않겠는가?


“임무를 우선시해라! 신경 쓰지 마!”


에이는 검을 고쳐잡았다.

상대방은 실력자. 그것도 자신보다 더 뛰어난 실력자.

그렇기에 에이는 상대방보다 더 뛰어난 자신의 장점으로 승부를 걸었다.


쾅!


그것은 뛰어난 신체 능력.

단 한 번의 검격으로 에이는 상대방을 크게 밀쳐냈다.


“엄청난 괴력이군. 정녕 인간인가?”

“인간이지. 보면 모르겠나?”


후두둑..


대장이라 불리는 자는 자신의 검을 살폈다.

단 한 번.

단 한 번의 충돌로 검이 깨졌다.

그것도 검기, 오러로 감싼 검이.

상대방의 검에는 아무것도 깃들지 않았다.

보통 일반적인 검과 오러로 감싼 검이 부딪히면 아무것도 깃들지 않은 검이 부서지거나 잘리기 마련.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정반대의 상황이 되어버렸다.


“좋은 검이군.”

“좋은 검이라.. 글쎄?”


공작성에 도착하기 얼마 전 네인이 에이에게 검을 하나 건넸다.


‘웬 검이지?’

‘그거 계속 써.’

‘.. 보통 몇 번 쓰면 부러지는데.’


에이의 힘은 드래곤일 적 0.1%. 하지만 그 0.1%마저도 상당한 괴력이라 일반적인 검은 금방 부러진다.

명검 정도의 내구성이 아니면 부러지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였다.


‘안 부러질걸?’


하지만 네인은 자신만만하게 검을 들이밀면서 말했다.

그 말에 에이는 검을 쥔 순간 이해했다.


‘드래곤 본이군.’

‘그것도 네거야.’

‘.. 진짜?’

‘아무리 그래도 네 뼈로 검을 만들어 줄 생각은 없었는데 눈에 안 띄는 재료로 튼튼한 검을 만들어 줄 생각을 하니 이것밖에 없더라.’


미스릴은 흔하지 않지만 유명한 재료다 보니 눈치채는 사람이 많고 아다만티움은 잘못 걸리면 큰일 난다고 생각해서 차선책으로 드래곤 본, 그것도 자신의 뼈를 골랐다고 했다.


‘솔직히 이거 건네주는 게 맞을까 싶었지만, 이후의 일을 생각하면 건네주는 게 맞다고 봐서.. 그래서 지금 주게 되네.’


에이는 검을 보면서 말했다.


‘검날이 없군.’

‘그냥 검 형태의 몽둥이라고 봐도 될 거야.’

‘이걸 왜?’

‘그냥?’

‘그냥이라니..’

‘익스퍼트라도 되면 검날 정도 벼려줄게. 물론 된다면. 물론 애초에 날이 필요한가 싶긴 한데.’


그리고 지금.


‘확실히.. 검날은 필요가 없긴 하네.’


예전에 네인이 말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막대한 물리력은 마법과 비견된다.

머리가 고생이라면 힘이 부족한 게 아닌지 생각해 봐라.

두 번째 말은 에이가 들어도 이상했지만 그러려니 넘겼다.

그래도 이해는 했다.


퍼엉!


검을 한번 휘둘러 검의 풍압만으로 주변 지형을 바꾼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한 대라도 맞으면 큰일 난다는 인식이 새겨지고 긴장감이 올라간다.

상대방의 긴장감을 올리는 건 좋지 못하지만 네인은 지구전일 경우 그 긴장감을 계속 유지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긴장은 몸이 굳어. 하지만 정신을 집중할 수는 있지. 그러면 좋은 게 아니냐고 할 수 있는데 사람의 정신력이란 게 긴장감을 계속 유지할 수는 없어. 어느 순간 긴장감에 익숙해지면 풀리고 그때가 빈틈이지.’


다만 그 빈틈을 보이게 할 때까지의 시간이 에이에게는 없다.

눈앞의 인간을 쓰러트리고 설인을 도우러 가야 한다.


“이해가 안 되는군.”

“무슨 말이지?”

“너는 설인인가?”

“인간이다.”

“그럼 나를 왜 막는거냐?”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인 네가 설인을 지킨다고?”


그 말에 에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비켜라. 너랑 나는 싸울 이유가 없어.”

“... 네인.”

“?”

“네인이 말했었지. 싸울 이유는 정당할 필요가 없다고.”


며칠 전 에이는 네인에게 설인을 지키는데 싸움이 일어나면 어떻게 하냐고 물었었다.


‘싸워야지 그럼.’

‘이유가 없지 않나?’

‘싸울 이유? 그거 굳이 필요 없어. 마음이 안 맞아서 싸우고 상대방이 이득을 보니까 싸우는 게 인간이야.’

‘왜?’

‘왜? 라고 물어봐도 소용없어. 인간이 그러는 이유는 대게 정해져 있으니까.’

‘뭐지?’

‘탐욕, 정의, 쾌락, 질서.’

‘공통점이 없군.’

‘하나는 있어.’

‘뭔데?’

‘사람들은 이것들 중 하나를 꼭 갖고 있다는 점?’


탐욕스러운 인간은 많다.

탐욕이 없는 인간은 정의를 추구하기도 한다.

그중에는 쾌락을 추구하여 정의를 무시하는 인간도 있으며.

쾌락을 등한시하며 질서를 추구하는 이들도 있다.


‘생각보다 인간은 단순해. 단순한 게 무서워서 복잡하게 사는 이들도 있지만 결국 돌아보면 단순한 결과에 도착하거든.’


가끔 사람들이 직면하는 문제 중 간단하면서도 멀리 돌아가는 길. 그리고 위험하지만 가까운 길 중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

사람들은 지름길이라는 이유로 위험한 길을 택하는 경우도 있고 간단하기 때문에 멀리 돌아가는 이들도 있다.

어느 쪽이 단순한 건지 모른다. 그걸 선택할 수 있는 게 인간이 아닐뿐더러 그걸 판단할 수 있으면 인간은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단순하다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야. 복잡한 것도 필요하긴 해. 세상 단순하게 살면 꼭 좋은 것도 아니거든.’

‘그럼 어떻게 살아야 하지?’

‘기준을 정해.’

‘기준?’

‘정의, 질서. 탐욕, 쾌락.’

‘정의와 질서는 알겠는데 탐욕과 쾌락은 왜지?’

‘탐욕의 사전적 용어는 지나친 욕심이나 가지고 싶은 욕망이지. 근데 그게 나쁜 건 아니야. 독이 어떤 방식으로 쓰면 약이 되듯 탐욕과 쾌락은 방향성에 따라 정의와 질서보다 더한 정의와 질서가 될 수 있어.’

‘방향?’

‘내가 말해줄 건 여기까지. 더 말해주면 재미가 없거든.’

‘네인..’


에이는 눈앞의 상대방에게 물었다.


“너는 왜 설인은 죽이려고 하지?”

“마수니까.”

“그게 이유인가?”

“인간이 마수를 죽이는 게 뭐가 이상하단 거지?”

“그럼 나는?”

“너는 인간이다. 죽일 이유가 없지.”

“그렇군.”



에이는 검을 고쳐잡으면서 말했다.


“아무래도 끝을 봐야 할 것 같군.”

“정말로 싸울 생각인가?”

“너는 마수를 죽이는 게 목적인 듯 하지만 내 이번 목적은 설인과 설녀를 지키는 거라서.”

“이해할 수 없군. 네놈에게 저 설인과 설녀가 도대체 뭐길래?”

“아무것도 아니다.”

“뭐?”

“아무것도 아니기에 지킨다.”


에이는 네인에게 물었다.


‘이유가 없어도 되나?’


그 말에 네인은 웃으며 대답했다.


‘어.’

‘이유는 중요한 게 아니었나?’

‘중요하지. 근데 생각보다 중요하지는 않아. 명확한 이유가 있더라도 상황에 따라 이유에 납득하지 않은 인간은 많거든 그래서 내가 생각하기에는 중요한 건 이유가 아니라 납득이지 않을까 싶어.’

‘납득?’

‘행동을 할 때 정해진 기준.’


츠즛..


에이의 검에 잠깐이나마 오러가 피어나왔다.


“나는 지키는 검이 되고 싶다. 그리고 설인과 설녀는 내가 지키고 싶어서 지키는 것이고.”

“막무가내군.”

“그 누구도 인간이기에 마수를 죽이지는 않아.”

“마수는 인간을 죽인다.”

“전부는 아니지.”


‘어디까지나 예외는 있어.’


“예외는 어디에나 존재해.”

“그들이 아닐 거란 보장은 없다.”

“그럴 거란 보장 또한 없는 법이지.”

“그걸 어떻게 알지?”


‘기준은 네가 정하는 거야.’


“내가 믿는 것. 그게 내 기준이다.”

“그렇군.”


치지직..!


대장이라는 자의 몸에 이상한 기운이 흐르더니 이내 몸이 변형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변형된 신체는...


“너는..?!”

“이번 임무를 위해 특별히 부여받은 힘이다.”


비늘.

어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비늘이었지만 에이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드래곤의 비늘이다.’


하지만 상대방은 드래곤이 아니었다. 애초에 드래곤이 인간의 모습으로 철검을 쓸 일이 없으며 인간이라 자칭하지 않을 테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몸이 흐르던 이상한 기운.

6000년 전에도 본 적이 있던 힘이다.


“에러로군.”

“!”


에러라는 말에 곧장 반응하는 상대방.


“그 힘을 다시 보게 되는 날이 올 줄이야.”

“너.. 살려둘수는 없겠군.”

“인간은 안 죽이는 게 아니었나?”

“인간도 인간은 죽이지. 그리고.. 내가 인간으로 보이나?”

“그래 보이는군.”


쾅!


아까와 같은 충격음이었지만 이후의 결과물은 전혀 달라졌다.


“검이..?”

“호오.. 그 검, 상당한 명검인가 보군.”


상대방의 검이 기괴하게 변했다.

처음에 에러의 힘이 들러붙은 것처럼 보이더니 한번 부딪히고 살이 덕지덕지 붙은 검으로 변했다.

무엇보다 더 놀라운 사실은 검이 더 부서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설마 여기까지 힘을 사용해야 할 상대가 인간이라니 놀라울 따름이군.”

“오랜만에 봐도 기괴한 힘이군.”


에러.

과거 6000년 전 카르네온 초대 황제와 같이 싸웠던 적이 사용하던 힘.

그때 그 힘에 에러라 명칭을 붙인 건 초대 황제였다.

에러라 불리는 힘의 특징은 기괴할 정도로 힘이 사용자의 신체를 변형시킨다는 점과 이성을 붕괴시킨다는 점.

하지만 눈앞의 인간은 이성을 유지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힘이 생물이 아닌 물건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놀라울 만큼 우리에 대해 잘 아는 군.”

“우리라는 걸 보면 단체인가? 역시 한 명이 아니였군.”

“...”

“그리고 아까의 대장이라는 말.. 두 가지 가정이 있군. 하나는 네가 그 힘을 사용하는 단체의 수장이라거나 아니면 그저 단체가 다루는 단원중 팀장을 맡고 있는 거거나. 어느 쪽이지?”

“과연 어느 쪽일 것 같나?”

“아무리 생각해도 후자라 생각하는 게 맞겠지. 넌 너무 약해.”

“...”


약간의 도발과 정보수집.

이건 네인에게 조금 배웠다.

상대방이 자신이 모르는 단체일 경우 대화를 유도해 정보를 수집하고 도발로 상대방을 흥분시킨다.

상대방이 도발에 반응하면 추가적인 정보를 얻고 도발에 넘어오지 않는다고 해도 그만큼 신중한 단체라는 정보를 얻는다.


“죽인다!”


이번의 경우 전자인가보다.

그럼 좀 더 도발해 보자.


“흥분을 너무 쉽게하는 군. 겨우 이 정도의 단체인가?”

“내 힘을 보고 그런 말이 나올까!”


사실을 지적당하고 인정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대장이라 불리던 적이 에이를 향해 검을 휘두른다.

에이는 검을 보고 피했지만, 검날이 에이를 향해 늘어났다.

하지만.


깡!


겨우 검으로 에이를 상처입히는 건 불가능하다.


“한가지 정보를 더 얻었군. 힘에 독이라던가 분진같이 중독이나 전염성 같은 힘은 없다는 정보.”


늘어난 검날은 정확히 에이의 목을 찔렀다.

하지만 에이의 목은 아무런 상처 없이 깨끗한 상태였다.


“이게 무슨..?!”

“더 볼 건 없는 것 같군.”


서걱.


상단 베기.

에이가 인간이 되고 계속해서 단련한 검술이 상대방을 두 동강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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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싸움의 기준 23.07.12 2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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